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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명·권력…대자본이 빚은 우주 대서사시

오스카 작품상 후보군
<5> 듄: 파트2

웅장한 문명과 혹독한 사막
IMAX에 걸맞는 시각적 걸작
오스카 촬영상 결정적 후보

디테일·스케일 모두 생생한
빌뇌브 감독 SF 서사극 절정
드물게 전편 압도하는 걸작

원작 소설을 대담하고 과감하게 각색,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자처하며 기획된 ‘듄: 파트2’는 아카데미상 촬영, 편집, 미술, 음악, 음향, 시각효과 등 기술 부문의 상들을 휩쓸 가능성이 높다. [Warner Bros. Pictures]

원작 소설을 대담하고 과감하게 각색,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자처하며 기획된 ‘듄: 파트2’는 아카데미상 촬영, 편집, 미술, 음악, 음향, 시각효과 등 기술 부문의 상들을 휩쓸 가능성이 높다. [Warner Bros. Pictures]

서기 1만6200년 창설된 우주 길드를 기점으로 전개되는 모래 행성의 이야기.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집단들 간의 경쟁, 대립 그리고 충돌. 은하계의 명문가 아트레이데스의 후계자 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우주 대서사극. 그러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인간이라 결국 인간의 철학과 고뇌를 그린 인간 드라마! 환경문제를 거론하고 독재자의 무분별한 행동 하나가 세계를 멸망의 길로 가게 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프랭크 허버트의 1965년 방대한 우주 대서사시 ‘듄’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소설이다. 원작의 방대함 때문에 영화화가 어렵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의 감독이 영화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소설의 명성에 비해 영화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1984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첫 번째 시도 ‘듄’은 혹평과 함께 사실상 실패했다.
 
이 시대 주요 감독 중 한 명인 드니 빌뇌브의 ‘듄’(2021)은 할리우드 최고의 프로젝트, 최대의 엔터테인먼트를 자처하며 기획됐다. 무엇보다도 티모시샬라메, 젠데야, 오스카 아이작, 오스틴 버틀러, 조슈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등의 역대급 초호화 캐스팅이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2021년 발표된 이후 SF영화의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들은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특징으로 한다. 그 대표적 작품이 ‘듄’ 시리즈다. [Warner Bros. Pictures]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들은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특징으로 한다. 그 대표적 작품이 ‘듄’ 시리즈다. [Warner Bros. Pictures]

현대의 고전이라 해도 좋은 ‘듄’의 속편은 영웅의 복수 이야기다. 155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아쉬움을 남겼던 전편 종결부에 파트2의 러닝타임 166분이 더해진다. 전편이 끝난 곳에서 시작되는 듯하지만 ‘듄 파트2(Dune: Part 2)’는 전작과는 관련 없이 ‘리부트’로 설정됐다. 영화는 여전히 전편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문명, 인간의 생존과 진화, 권력 다툼 등의 주제를 다룬다.  
 
아주 아주 먼 미래. 서기 2만6000년의 어디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 은하계 사이를 순식간에 이동하고 통신하는 능력을 지닌 종족인 지구인들이 전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곳 그러나 우주에서 가장 귀한 물건, 신성한 환각제 스프이스의 유일한 생산지 아라키스모래행성 ‘듄’을 두고 대가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거대한 전쟁이 예고된다.  
 
은하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트레이데스 가문. 황제의 모략으로 하코넨 가문과 코리노 가문의 습격을 받아 모두 죽고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폴(티모시샬라메)과 그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만 겨우 살아남아 사막으로 도피한다. 하코넨 가문의 잔혹함이 다시금 부각된다.
 
두 모자는 은둔하던 중 만나게 된 원주민 프레멘과 동맹을 맺고 황제에 대항하기 위한 반란군을 결성한다. 연인 챠니와(Zendaya)와 함께 프레멘의 운명을 받아들였던 폴은 아트레이드의 복수와 가문의 재건을 위해 아라키스 모래사장을 항해하며 위대한 여정, 은하계의 반란을 시작한다.
 
반란군의 세력에 위협을 느낀 황제와 귀족들은 잔혹한 암살자 페이드 로타 하코넨(오스틴 버틀러)을 보내 반란군을 제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메시아의 운명을 타고난 폴은 운명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아라키스모래사장의 항해를 시작한다. 당초 연인이었으나 이룰란 공주의 출현으로 첩의 자리에 만족해야 했던 챠니(젠데이아)는 폴의 결단이 미신이라 주장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빌뇌브 감독은 원작 소설의 촘촘한 디테일, 할리우드의 막대한 자본, 동시대 최고의 배우들로 구성된 초호화 캐스팅을 십분 활용한다. 애초에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한 작품이라서인지 스케일이 크고 시도들이 대담하다. 칼싸움으로 가득 찬 스릴 넘치는 액션은 단연 이 분야의 압권이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시각적으로 걸작이다. 프레멘 문화의 웅장함, 사막의 혹독함이 아름답다. IMAX 극장에서의 관람을 권유하는 이유다. 그리스 프레이저의 오스카 촬영상 수상은 거의 결정적이다.  
 
‘듄’ 기획단계에 가벼운 체중 때문에 캐스팅 불가 판정을 받았던 샬라메는 전편에서보다 더 깊고 어두운 내면에 고민하는 예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캐릭터보다 줄거리 진행을 우선시하였기 때문인지 젠다야와 케미는 기대에 못 미친 느낌.  
 
스웨덴 출신의 레베카 페르구손이 전편에 이어 폴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로 다시 스크린을 장악한다. 제시카는 전편에서보다 그 역할이 확장됐고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그녀가 일원으로 있는 선택적 인간 유전자 교배 프로그램 베네 게세리트는 듄 시리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데 제시카는 임신한 상태에서 생명의 물을 마시고 프레맨 집단의 대모가 되어 미래의 파란을 예고하는 위험인물이 된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던 페르구손은 자상하지만 모성이 강한 어머니 역을 완벽하게 해냈다.  
 
‘듄’ 시리즈에는 중동 문화에서 따온 요소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기계문명에 대한 전 인류적 반대 운동을 뜻하는 ‘지하드’다. 영화가 지닌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Warner Bros. Pictures]

‘듄’ 시리즈에는 중동 문화에서 따온 요소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기계문명에 대한 전 인류적 반대 운동을 뜻하는 ‘지하드’다. 영화가 지닌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Warner Bros. Pictures]

2022년 ‘엘비스’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오스틴 버틀러는 교활하고 포악한 사이코패스 페이드 로타 하코넨 역을 뱀, 표범, 상어의 이미지로 연기한다. 상대방을 압도하는 냉정한 눈빛 연기로 그가 뛰어난 캐릭터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프레멘 부족 지도자 스틸가 역에 하비에르 바르뎀은 영화의 코믹 릴리프 담당.    
 
‘듄: 파트2’는 내년 초 거행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부문에 후보로 오를 것이 분명하다. 2021년 제94회 때는 총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예상대로 시각효과상, 음향상과 촬영상을 받았다. 강력한 작품상 수상 후보는 아니어도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 부문의 상들을 휩쓸 가능성이 높다.  
 
‘듄: 파트2’는 스튜디오 시스템의 엄청난 자본이 만들어낸 방대한 공상과학, 예언된 메시아에 대한 종교성, 은하계와 생태계를 섭렵하는 완벽한 SF 서사극의 절정이며 드물게 전편을 뛰어넘는 걸작임이 틀림없다. 사막의 황량함과, 푸른 생명수. 그 황홀한 이미지들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3편 제작은 기정사실이다. 폴과 챠니, 그리고 황제의 딸 이룰란 공주의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전망.

김정 영화 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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