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하지만 허블이 외계 은하의 존재를 발견하고 나아가서는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자기가 만든 방정식에 우주 상수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이론상 우주가 중력에 의해서 찌그러들지 않게 수정했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관찰에 따르면 우주는 일정한 속도로 멀어질 뿐 아니라 점점 빠르게 팽창한다는 것이다. 우주 전체의 중력을 이기고 가속 팽창을 하려면 중력보다 훨씬 강한 척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알 수 없어서 우선 그 모르는 힘을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이름 지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지의 에너지'가 맞는 표현이다.
우주는 일반적인 물질이 약 5%, 그리고 알지 못하는 물질인 암흑물질이 약 25%, 그리고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약 70%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나마 5% 정도 되는 보통물질도 우리 맨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1%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우주를 어느 정도 안다고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는 우주를 간신히 더듬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우주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입자이지만 그전에는 원자라고 배웠다. 원자는 중앙에 큼지막한 원자핵이 자리하고 그 주위를 아주 멀리서 핵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원자핵과 전자를 포함하는 전체 공간은 진공이다.
이야기를 쉽게 하려고 원자 하나를 잠실운동장에 비교하면, 가운데 위치한 핵은 탁구공만 하고 관중석 끝에서 좁쌀보다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의 공간은 진공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태양계에서 태양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 사이의 공간도 진공이고, 태양과 같은 별과 별의 사이도 진공이며, 나아가서는 은하와 은하 사이도 진공이다. 그러므로 우주 공간은 온통 진공 상태다.
그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에너지가 있어서 중력을 이기고 은하끼리 서로 멀리 떨어지게 하는 미지의 힘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태초에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진공 속에는 이미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했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그런 에너지를 진공에너지라고 하는데 먼저 이야기한 암흑에너지와 같은 것인지, 서로 다른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초거대 블랙홀과의 관계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지만, 모두 과학적인 추측일 뿐이다. 그나마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중력장방정식에 억지로 끼워 넣은 우주 상수가 암흑에너지 정체의 첫 번째 경우다.
공명이 죽은 후에도 중달을 이긴 것처럼 아인슈타인 역시 죽고 나서 100년이 지난 후 자신이 예측했던 중력파가 발견되었고, 어쩌면 암흑에너지도 그가 실수라고 무릎을 꿇었던 우주 상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때는 천체물리학이 지금처럼 발달한 시절도 아니었고 관측 장비도 구닥다리 시대였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당시에 이미 중력파를 예측하고 우주 상수를 넣었다 뺐다 할 정도의 천재였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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