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4자 타령
언제부터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참 엉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로 소리 나는 좋은 글자가 흔한 데도 말이다. 이를테면 ‘스승 사’, ‘향기 좋을 사’, ‘생각할 사’, ‘부지런할 사’, ‘ 말씀 사’, ‘춤추는 모습 사’, ‘벼슬 사’ 등이다. 이처럼 좋은 글자의 소리는 제쳐 두고 하필이면 ‘죽을 사’자만 생각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인생의 종말을 뜻하는 운명적인 글자의 소리가
뇌리를 스쳤기 때문일 것이리라.
하지만 이 4 자는 아무 거리낌 없는 사통오달의 운명을 지닌 듯 우주, 자연, 인생, 철학, 종교, 운동 할 것 없이 온갖 분야에 활개를 치고 있다.
도교에서는 도(道), 천(天), 지(地), 및 왕(王)을 우주에 있는 가장 큰 것이란 뜻에서 ‘사대’(四大)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주역이 밝힌 네 가지 원리 곧, 원(元, 봄), 형(亨,여름), 이(利,가을), 및 정(貞,겨울)이 ‘사덕(四德)’이다. 세상이 생겨나서 다시 없어질 때 까지의 네 시기를 불교에서는 ‘사겁’(四劫)이라고 말한다. 번복하는 마음을 두지 말고, 물욕이 서로 가리게 하지 말고, 헛말로 세상을 어지럽히지 말며, 그리고 한울림을 속이지 말 것, 이 네 가지를 천도교에서는 ‘사계명’이라고 일컬으며,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듣지 말고, 말하지 말며 그리고 움직이지 말라’는 논어의 교훈을 ‘사물(四勿)’이라고 일컫는다.
어디 그뿐이랴. 삶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계획, 곧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한 해의 계획은 봄철에, 일생의 계획은 부지런함에 또한 한 집안의 계획은 화목함에 있다는 말을 ‘사계(四計)’라고 일컫고, 품성이 군자와 같이 고결하다는 뜻에서 매화, 난초, 국화 및 대나무, 이 넷을 ‘사군자(四君子)’라고 말하며, 누구에게나 좋은 얼굴로 대하며 무사태평하게 사는 사람을 ‘사시춘풍(四時春風)’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태극기의 4괘 생각이 떠올랐다. 본디는 사괘(師卦)를 건괘와 김괘로 나눈 것이었는데 태극기의 네 괘에 건(乾), 곤(坤), 감(坎), 이(離)를 그렸고 이를 4괘라고 부른다.
아무튼 4자는 이래저래 매력 있는 숫자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4월30일 취임 연설에서 “자유의 신성한 보존과 공화당 정부의 운명은 미국 국민이 실천한 삶의 경험에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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