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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노인의 특권

  모처럼 한국을 방문해 친구들을 만나니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 건강 타령이 주를 이룬다.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그중에서도 공통으로 호소하는 것은 자꾸 깜빡깜빡하는데 혹시 치매가 아닌가 겁이 난다는 거다. 아무리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지만 오랜만에 모여서 아프다는 애기만 하다 헤어지면 기분이 씁쓸하다. 한때는 패기 만만하고 자기 영역에서 한몫하던 친구들이 어쩌다 이렇게 초라한 모습이 되었단 말인가.     그런데 이건 친구들만의 처지가 아니고 바로 내 모습이 아닌가. 얼마 전 분명히 무엇이 필요해서 시장에 갔는데 그 무엇이 생각나지 않아 다른 것만 사서 온 적이 있다. 집에 와서 잡채를 무치다가 그것이 참기름이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나이 먹으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한다. 아들은 나도 모르게 한 말을 또 하면 “엄마, 한 번만 더하면 100번째예요” 라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또 필요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이 얘기 저 얘기가 꼬리를 문다.  그러면 아들은 “용건만 간단히!”라며 핀잔을 준다.  아들에게  “너도 늙어봐라” 응수하지만 나이 탓인지 서러운 생각이 든다.     미국의 어느 시인은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고 했다. 노인이어서 갑자기 그런 게 아니라 젊은 사람이 그대로 늙어서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평생 젊은이로 살지 못하고 늙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젊은이들은 그들의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아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온종일 귓가를 맴돌았다. 노인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성경은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 사람은 후패하나 우리의 속은 날로 새롭도다.”     나이 들면 외양은 망가져도 지혜와 판단력은 깊어진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도 전해진다.  노인은 지혜와 경험으로 젊은이를 인도해 주는 길잡이가 되고 그들을 받치는 기둥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문제는 쇠약해지는 육체적 건강이다. 아름다운 꽃도 언젠가는 시들 듯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현실이 된 100세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생각해 봤다. 문득 오래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청한 EBS 다큐프라임 ‘황혼의 반란’ 내용이 떠올랐다. 78~89세까지의 남녀 다섯 명이 한데 모여 30년 전과 같은 환경에서 7일 동안 생활하는 실험이었다.  ‘마음 챙김의 어머니’라 불리는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엘렌 랭어가 했던 ‘시계 거꾸로 돌리기’와 같은 실험인데, 이들이 30년 전으로 돌아간 환경에서 생활할 때 심신의 건강 상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여행이었다.     참가자들은 잘 걷지 못하거나, 우울 증세가 있거나, 요리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실험 전과 후 면밀하게 건강 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들이 30년 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변화를 보였다. 또한 체중과 체지방이 줄고,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었으며, 요리를 비롯해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났다. 불과 일주일 만에 일어난 긍정적 결과에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참가자들도 놀라워했다. 그 실험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노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생각 난 김에 그 실험을 나에게 적응해 봤다. 젊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몸의 자세나 걸음걸이에도 신경을 썼더니 “젊어 보이는데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래 봤자 나이는 못 속이는지 요즘 몸의 여기저기가 탈이 나서 병원을 들락거린다.     어머님은 101세에 세상을 뜨셨다. 생전 한 번도 아프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원래 건강하셔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얼마 전 집안일을 도와주시던 분을 통해 어머님이 편찮으셨다는 말을 들었다.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당신 혼자 고통을 참으며 얘기하지 않으셨다. 어머님은 죽음을 앞두고도 그렇게 의연하셨다. 나도 어머님처럼 우아하게 늙고 싶다.     친구들 얘기의 끝마무리는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는 한탄이다. 그렇다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모진 세월 긴장하며 살아왔는데 이젠 모든 것 풀어놓고 느슨하게 살고 싶단다. 그 힘든 과정을 되풀이 하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다는 것이다. “노년의 행복감이 청·장년 보다 높다”는 김형석 교수의 말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또 데카르트는 “궁핍하지 않고, 건강하고, 자식들이 효자면 인생에서 83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어느 책에 썼다.   교회에 가기 위해 한껏 치장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 어떠니? 옷차림이 너무 야하지 않니?” 아들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엄마 나이면 아무도 신경 안 써요, 거리에서 물구나무를 서도 아무도 안 쳐다봐요.” 그러면서 “그것이 노인의 특권이에요” 라고 말했다.     김이 샜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인의 특권’이라는 아들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람들은 노인에게 별로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좀 주책을 떨어도 봐주고, 웬만한 흠은 눈감아준다.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쓸 필요 없으니 자유로워서 좋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궁금할 터이지만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예상외로 많다. 우선 시간이 넉넉해 유유자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한가롭게 여행도 다니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이 듦이 젊음보다 더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솔직히 말해 늙는 것이 뭐 그리 좋겠는가. 어찌했든 결국 나이는 먹고 마는 것, 내게 찾아온 노년의 나이를 힘껏 껴안아 주며 노인의 특권을 누리고 싶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 마당 노인 특권 친구들 얘기 건강 타령 건강 진단

2024-07-18

[문화산책] 양심 타령 한 마당

양심(良心)이라는 것이 아직도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스럽다. 양심, 즉 좋은 마음이 골동품을 지나 화석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양심을 생각하면, 인도의 전래동화가 떠오른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옛날에는 양심이 사람의 앞가슴 한가운데 잘 보이는 곳에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양심을 존경했고, 그런 양심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저마다 양심을 깨끗하고 빛나게 갈고 닦으며 평화롭게 살았다.   한편, 악마들은 세상을 지배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사람들 앞가슴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양심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는 판이었다. 그런데, 오랜 가뭄으로 큰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모두 굶어 죽을 위기에 닥쳤다. 악마들은 이때다! 싶어 기뻐하며, 광고를 크게 냈다. “양심 삽니다. 비싼 값에 삽니다. 흥정 환영!”   하지만, 백성들은 그런 유혹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양심을 판다는 건 감히 상상해보지도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팠다. 굶어 죽느니 차라리…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가 고팠다. 온 천지에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요란했다. 먹을 것이 없어 울며 보채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들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거기에 대고 악마들이 속삭였다. “절대 비밀 보장! 은밀한 곳에서 몰래 팔도록 도와 드림. 양심 있던 자리를 가릴 고급 비단 수건 무료 제공”   드디어, 양심 파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양심이 없으면 당장 죽을 줄 알았는데, 웬걸, 양심 없어도 멀쩡한 데다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양심 파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고, 악마들은 신바람이 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을 큰 어른은 시름이 깊어졌다. 가장 크고 찬란하게 빛나는 양심을 가진, 모두가 존경하는 어른이었다. 악마들은 큰 어른의 양심만 사버리면 세상을 손아귀에 넣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큰 어른은 깊은 고뇌 끝에 악마들을 불러, 말했다. “내 양심을 팔겠다. 너희가 가진 전 재산을 다오”   악마들은 수락했다. 큰 어른의 양심을 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리라 생각한 참이었으니 망설일 것도 없었다. 세상을 지배하고 나면 돈 모으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 대신, 돈은 지금 내고, 양심은 내일 아침에 가지고 가라.” 악마들은 그 부탁도 들어주었다. 밤새 축하 잔치나 신나게 즐기지 뭐.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동이 트기 무섭게 악마들이 양심을 가지러 가보니, 큰 어른은 이미 숨을 거두었고, 그 찬란하게 빛나던 양심도 빛을 잃고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돈은 모두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눠준 뒤였다.   그 장면을 안타깝게 내려다보신 하늘님께서 엄숙하게 말씀하셨다. “양심을 몸속에 감추어 보이지 않게 하라!” 그래서, 양심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오늘 나는 그런 명령을 내리신 하늘님께 항의하며 기도하고 싶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양심이 잘 보이도록 다시 몸 밖으로 꺼내주시고, 양심 없는 놈들은 발도 못 붙이는 세상을 열어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간절한 기도가 통해서 정말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높으신 분들 뽑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고, 거짓말은 감히 할 엄두도 낼 수 없고, 선거에 퍼붓던 엄청난 돈으로 문화의 꽃 활짝 피울 수 있으려나?   여보슈, 꿈 깨슈, 제발!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꿈은 무슨!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양심 타령 양심 타령 양심 때문 모두 백성들

2024-05-30

[열린광장] 4자 타령

4월은 재미있는 달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그냥 한 해의 네 번째 달이지만 영어 이름 ‘April’은 라틴어의 낱말 ‘펼치다 (aperire)’에서 왔다. 이름처럼 4월엔 겨울에 움추렸던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초목들은 푸르게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다. 모두 다 새로운  삶을 펼치는 것이다.  그래서 4월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달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4자의 발음이 한자의 ‘죽을 사’와 같다는 이유로 아파트나 병원, 호텔 엘리베이터 등에 잘 쓰지 않는다.     언제부터 이런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참 엉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로 소리 나는 좋은 글자가 흔한 데도 말이다. 이를테면 ‘스승 사’,  ‘향기 좋을 사’,  ‘생각할 사’, ‘부지런할 사’, ‘ 말씀 사’, ‘춤추는 모습 사’, ‘벼슬 사’ 등이다.  이처럼 좋은 글자의 소리는 제쳐 두고 하필이면 ‘죽을 사’자만 생각한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 인생의 종말을 뜻하는 운명적인 글자의 소리가   뇌리를 스쳤기 때문일 것이리라.   하지만 이 4 자는 아무 거리낌 없는 사통오달의 운명을 지닌 듯 우주, 자연, 인생, 철학, 종교, 운동 할 것 없이 온갖 분야에 활개를 치고 있다.     도교에서는 도(道), 천(天), 지(地), 및 왕(王)을 우주에 있는 가장 큰  것이란 뜻에서 ‘사대’(四大)라고 한다. 유교에서는 주역이 밝힌 네 가지 원리 곧, 원(元, 봄), 형(亨,여름), 이(利,가을), 및 정(貞,겨울)이 ‘사덕(四德)’이다. 세상이 생겨나서 다시 없어질 때 까지의 네 시기를 불교에서는 ‘사겁’(四劫)이라고 말한다.  번복하는 마음을 두지 말고, 물욕이 서로 가리게 하지 말고, 헛말로 세상을 어지럽히지 말며, 그리고 한울림을 속이지 말 것, 이 네 가지를 천도교에서는 ‘사계명’이라고 일컬으며,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듣지 말고, 말하지 말며 그리고 움직이지 말라’는 논어의 교훈을 ‘사물(四勿)’이라고 일컫는다.     어디 그뿐이랴. 삶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계획, 곧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한 해의 계획은 봄철에, 일생의 계획은 부지런함에 또한 한 집안의 계획은 화목함에 있다는 말을 ‘사계(四計)’라고 일컫고, 품성이 군자와 같이 고결하다는 뜻에서 매화, 난초, 국화 및 대나무, 이 넷을 ‘사군자(四君子)’라고 말하며, 누구에게나 좋은 얼굴로 대하며 무사태평하게 사는 사람을 ‘사시춘풍(四時春風)’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태극기의 4괘 생각이 떠올랐다. 본디는 사괘(師卦)를 건괘와 김괘로 나눈 것이었는데 태극기의 네 괘에 건(乾), 곤(坤), 감(坎), 이(離)를 그렸고 이를  4괘라고 부른다.     아무튼 4자는 이래저래 매력 있는 숫자임이 틀림없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4월30일 취임 연설에서 “자유의 신성한 보존과 공화당 정부의 운명은 미국 국민이 실천한 삶의 경험에 최종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유명한 말을 남겼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타령 우주 자연 초대 대통령 공화당 정부

2024-04-21

[글마당] 뭘 어쩌려고

이혼한 친구가 혼자 지내다 나이 들어 예전에 짝사랑했던 남자를 우연히 만났다. 싱글인 그들은 사랑에 빠졌다. 황혼기에 만나 알콩달콩 이어지는 친구의 사랑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가슴 시렸던 옛일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짝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난 순간 그에게 빠졌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쌍꺼풀 없는 깊고 지적인 눈, 공대생인 그는 국립극장(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할 정도로 음악도이기도 했다. 그는 나를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연상의 여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를 잊으려고 나왔습니다.”     나는 맨날 왜 이런 사연을 가진 남자만 걸리는지! 친구들과 어울려 한 번 더 그를 만났다. 남자가 군대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끙끙 앓다가 용기 내 전화했다. 송별회로 바쁘다며 전화를 끊으려는 그에게 ‘만나고 싶다’고 간청했다.     그날따라 비는 왜 그리 억수같이 쏟아붓는지. 모처럼 새로 장만한 옷을 차려입고 종로 3가, 그가 송별회 한다는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오지 않았다. 비에 젖은 푸른색 옷이 더욱 짙어졌다. 어두운 옷 속에 묻힌 작은 몸집은 무척이나 초라했다. 그를 애타게 기다리며 ‘그냥 갈까? 더 기다릴까?’ 망설였다. 기다리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뒤늦게 나타나 바삐 가봐야 한다는 그에게 ‘군대로 편지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 사이냐?’며 그가 반문했다. 간신히 고개 들어 마주친 그의 눈은 너무도 차가웠다. 빗속에 나를 버려두고 그의 다부진 뒷모습은 송별회 한다는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비에 젖은 가로등처럼 한동안 서 있었다. 집에 돌아와 심한 몸살로 여러 날을 앓았다.   단지 그와의 인연은 그것뿐인데 비에 젖은 내 초라함.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내뱉은 그의 짧은 한마디가 가슴에 각인되었다. 그의 성이 한 씨였나? 권 씨였나? 기억나지 않는다.     헛웃음 나오는 상상이지만, 나는 언젠가 우연히 만날지도 모를 짝사랑했던 남자들이 내 모습에 실망하지 않도록 가는 허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만난다 해도 뭘 어쩌려고! 내 기억엔 그 빗속의 처량함이 뼈에 사무치게 선명하지만, 그는 나를 전혀 기억하지도 못할 텐데. 그나저나 늙은이 치아 빠지듯 슬금슬금 사라지는 주변의 옛 지인들처럼 그가 아직도 살아나 있을지도 모를 나이다.     괜스레 남의 사랑 이야기를 듣다가 주책스럽게. 못 말리는 나의 짝사랑 타령을 하다니. 늘어진 팔자에 살만한 모양이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짝사랑 타령 사랑 이야기 바이올린 연주

2023-11-03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극단 어울림 ‘품바’ 공연

 극단 어울림(단장 손영혜)이 ‘품바’ 공연을 선보인다.   어울림 측은 제35회 공연 작품으로 품바를 선정했으며, 오는 9월 28일(목) 풀러턴의머켄탤러 문화센터, 30일(토) LA의 동양선교교회에서 각 1차례씩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 단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간을 견뎌낸 관객과 함께 즐기면서 세상 시름을 모두 날려 보내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모든 단원이 이번 공연을 위해 땀 흘려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품바는 품바 1명과 고수 1명이 짝을 이뤄 각설이타령, 구전민요, 춤, 익살스러운 몸짓 등 전통 연희로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각설이패의 애환을 풀어낸 작품이다. 많은 이가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란 각설이타령을 들으면 떠올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LA에서 40회 넘게 품바를 연출한 강운식씨가 새로 각색해 선보인다.   강씨는 “극단 어울림으로부터 시작된 행복한 울림이 관객 여러분이 잠시라도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있는 여유와 즐거움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연출 백진주씨는 모든 단원에게 장구를 가르쳐주며 준비 상황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백씨는 “모든 배우가 장구와 품바 타령 연습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울림의 품바엔 총 6명이 출연한다. 품바 역은 홍정민 배우, 여자 품바와 고수 역은 강나윤 배우가 각각 맡았다. 이인숙 배우는 여자, 데라우찌, 중매쟁이 역을 소화한다. 김소연 배우는 품바 딸과 순사 역을 모두 맡는다. 산받이는 손 단장과 서정숙 배우가 담당한다.   품바 공연 관련 문의는 손영혜 단장(909-610-0889)에게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어울림 손영혜 품바 공연 각설이타령 구전민요 품바 타령

2023-07-12

[기고] ‘소 잃고 외양간’ 타령만 할 것인가

지난 6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에 대한 국가애도기간이 끝났다. 해외에서도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전해왔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가려야 할 때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안전시스템 점검 회의를 열고 “각종 재난 안전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참사 관련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하도록 하겠다”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기관리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훈련을 통해 수시로 시스템 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예견된 인재다. 안전 불감증 탓에 위험성을 간과하다 후회하는 철부지 같은 행동은 이번 기회에 끝내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그토록 재난 대비 시스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지만, 또다시 이에 버금가는 참사를 보며 필자만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위험 사태 발생 징조가 있었는데도 예방 조치에 발 빠른 대처가 미흡했다면, 이것은 직무유기다. 이태원 참사 후 용산경찰서 측은 부실 대응에 대한 흔적을 삭제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인파 집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소속 경찰들의 사전 보고서 여러 건을 삭제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만 반복되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대형 참사가 발생한 골목길은 평소에도 자유롭고, 국제적인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유행 이후 처음으로 거리 두기 없이 대규모 핼러윈 행사가 열리면서 축제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다 한순간 내리막길에 사람들이 몰리며 와르르 무너졌다. 이런 압사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방지할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안전수칙에 따라 미리 일사불란하게 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일진데, 이에 대한 대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재난 대비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규모 인원이 몰릴 때를 상정한 인파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면 이것이 인재가 아니고 무엇인가.   요즈음 휴대폰에 내장된 전자기기 시스템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가. 휴대폰을 통해 행사장 정보를 수시로 알리고, 최악의 상황이 감지되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예방할 수 있다.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이라면 관할 행정기관이 CCTV를 설치해 수시로 인구밀도, 통행 방향 등을 파악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긴급 안전관리 인원 투입, 출입 통제 같은 조처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IT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과연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사고가 나면 정치권이나 사회단체들은 정부만 성토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함께 국민의 안전 의식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함께 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각종 재난 안전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국민은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타령만 할 것인가!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외양간 타령 재난 대비시스템 국가 안전시스템 이태원 참사

2022-11-07

[삶의 향기] 운수 아닌 지은 대로 받는다

'불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인과(因果)'다. 대종사께서는 경전을 가르치고 선(善)을 장려하는 일보다 인과의 이치를 믿고 깨닫게 하는 일이 보다 급한 일이라고 하셨다.   인과는 '지은 대로 받는 것'이다. 우리는 일이 안되면 흔히 '운수' 타령을 하곤 하지만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행운이나 불행은 없다는 것이 인과이다.   인과의 이치가 맞는다면 악행을 일삼으면서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와 선행을 베풀면서도 곤란을 면치 못하는 이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인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계에서 뿐만 아니라 경험할 수 있는 현상계에서도 통용되는 원리이다. 열을 가하면 물이 끓고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난다. 불가(佛家)의 인과가 현상계의 인과와 다른 점은 '업(業)을 동반한 인과' 즉 전생이나 내생 윤회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은 악하나 부귀를 누리는 사람은 전생 초반에는 선행을 하여 복을 지었으나 말년에는 타락하여 악한 일념으로 생을 마친 사람이며 이 생에 마음은 선하나 일생에 비참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전생 초반에는 죄를 지었지만 말년에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생을 마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이 인과에 관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과연 과거에 지은 죄업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본인이 지은 바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고 받아야 하는 것이 인과라면 불가에서 죄업에서 벗어나는 일은 과연 가능한 일인가.   누군가를 때렸다면 자신도 반드시 맞아야 하는 것이 부처님도 피할 수 없다는 인과의 원리이다. 하지만 운동(수행)을 통해 신체를 단련해 놓는다면 맞는다 하더라도 아픔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으며 평소에 남을 많이 도왔다면(선업) 죄업에 의한 악과를 받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해진 업은 피할 수 없지만 수행과 선업을 통해 가볍게 할 수는 있다 하겠다.   인과의 이치를 깨닫거나 믿게 되면 현재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신이 지은 바임을 명확히 알게 되기 때문에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진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본인이 짓지 않은 부귀와 영화를 억지로 구하려다 보니 불만과 원망하는 마음이 그칠 날이 없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이미 지어 놓은 죄복은 다 편안히 받으면서 미래의 복락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기 때문에 마음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게 된다.   앞으로는 이생에 지은 죄복은 이생에 거의 다 받게 될 만큼 세상이 밝아진다고 하셨다. 다가올 세상은 진리와 정의가 더욱 드러나고 권모술수와 불의는 설 곳을 잃는 밝은 세상이 될 것이다. 세상이 밝아질수록 참되고 선한 사람은 그 앞길이 더욱 광명하게 열릴 것이고 마음이 거짓되고 악한 사람은 그 앞길이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ㆍ원불교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운수 인과라면 불가 운수 타령 전생 초반

2022-04-18

[살며 생각하며] 종전선언 타령

  서기 907년에서 979년의 시기, 그러니까 당나라가 망하고 송나라가  들어서기까지의 이 기간은 중국 역사에서 5대10국시대로 불린다. 황하유역을 중심으로 화북을 통치한 후량, 후당, 후진, 후한, 후주의 다섯 개 단명왕조와 화남 등지의 10개 지방정권이 흥망을 거듭한 정치적 격변기였다. 한 마디로 난세 중의 난세였다.     정권욕에 눈이 먼 폭군과 간신들이 날뛰던 5대10국 시대는 5,000년 중국 역사에서 ‘패륜의 시대’로 꼽힌다. 정권유지와 정권탈취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불의한 세상이었다. 이 ‘패륜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후진의 고조 석경당이다.    그는 본래 후당의 절도사였다. 후당의 명종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 민제에게는 두 명의 두려운 경쟁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봉상 절도사 이종가이고 또 한 사람은 명종의 사위인 하동 절도사 석경당이었다. 민제는 두 사람을 변방의 절도사로 보내 그들의 위협을 제거하려 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이종가가 반란을 일으켰다. 민제는 대군을 동원하여 토벌에 나섰는데 봉상애 이르자 그들은 이종가에게 투항했다.     934년 이종가는 민제를 죽이고 자신이 제위에 오르니 이 사람이 후당의 마지막 황제 폐제이다. 폐제 이종가는 부장 장경달에게 석경당군을 토벌하도록 명령했다. 수만의 군사를 거느린 장경달은 진양 근교에서 석경당군과 대치했다. 장경달군의 사기왕성한 모습을 본 석경당은 겁을 먹고 북쪽 거란에 원병을 요청했다.     “신 석경당은 거란 국왕에게 글을 올립니다. 이종가라는 자가 황제를 폐하고 제위에 오르는 황포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신은 이종가의 죄를 묻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으나 애석하게도 수하에 거느린 군사가 적어 승패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에 귀왕을 아버지로 받들고 자식의 예를 다할까 합니다. 부디 군사를 남쪽으로 보내 반역의 무리를 소탕하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이종가를 토벌하는 날, 신은 거용(허베이성 일대)과 안문(산시성 대현 일대) 이북의 땅을 귀왕에게 바쳐 그 은혜에 보답할까 합니다.”   이 글을 본 석경당의 부장 유지원은 굴욕적인 원병 요청이라 하여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45세가 되는 석경당이 34세의  애숭이 거란왕 야율덕광을 ‘아버지로 받든다’는 말이 웬 말이며, 신이라고 일컫는 것도 생각할 문제인데 하물며 ‘자식의 예를 다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유지원은 부아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유지원은 원병 요청을 재고할 것을 석경당에게  다시 간언했다. 그러나 오로지 원병만을 생각하는 석경당에게 그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며칠 후 석경당의 친서를 휴대한 사자가 도착했다. 석경당의 원병 요청을 받고 거란왕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질 정도로 기뻐했다. 거란왕은 석경당의 사자에게 이같이 약속했다. “대추가 익고 말이 살찌는 이 가을에 온 나라의 힘을 기울여 구원에 나설 것이오.”   과연 가을이 되자 거란의 야율덕광은 약속대로 5만의 대군을 이끌고 내려왔다. 당시 석경당은 이종가와의 싸움에서 몹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었는데, 야율덕광의 거란군이 이종가의 군대를 격파하면서 단숨에 전세를 뒤바꿔버렸다. 게다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종가 휘하의 장군들과 병사들도 모두 황제를 배신하고 석경당에게 항복했다. 결국 패배한 이종가는 가족들과 함께 누각에 불을 질러  스스로 분신자살했다     후당을 멸망시킨 석경당은 즉위식을 거행하여 후진의 황제로 즉위한다. 거란의 야율덕광은 석경당을 중원의 황제로 만들어주겠다며 신하들과 함께 그의 즉위식에 참석하여 손수 책봉식을 거행했다. 이 자리에서 야율덕광은 직접 석경당에게 옷을 입혀주었는데, 당연히 거란식 의복이었다.    거란의 도움으로 후진의 황제가 된 석경당은 거란왕에게 축배를 올려 장수를 빌고 그 앞에 엎드려 맹세했다. “불초자식 석경당은 삼가 부군 거란왕에게 효행의 정을 표시하는 뜻에서 연운 16주를 바치겠습니다. 그 밖에 매년 비단 30만필씩을 바칠 것을 약속드립니다.”연운16주는 지금의 베이징 부근을 중심으로 한 16개주를 말하며 요동의 핵심 지역이다. 북방민족의 전통적인 남진 루트인 요서회랑의 코밑에 해당된다.     거란군의 출병으로 후당이 멸망하고 새로 들어선 왕조가 석경당의 후진이다. 제위 찬탈로 석경당은 아주 거창한 역사적(?) 타이틀을 얻는다. ‘아들 황제’라는 만세의 조롱에, 천년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한간(매국노)’이란  딱지다. 전략요충지인 연운16주를 내줌으로써  이후 400여 년 동안 거란에 이어, 여진, 몽고 등 북방민족 침략에  한족은 어육(魚肉)의 참화에 시달리게 된다.     아주 집요하다. 아니, 뭔가에 씌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고 했나. 북한, 김정은을 향한 문 대통령의 지극정성 말이다. 김정은 대변인으로 불린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음마다 외치느니 김정은과의 대화이고 무조건적인 평화, 또 평화다. 8.15 경축사 주제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였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종전선언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서도 평화구상을 밝히면서 교황의 방북을 당부했다. 유럽 3개국 순방외교에서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도 문 대통령이 꺼내 든 화두는 북한이었다.   이와 동시에 문 정권이 비밀프로젝트로 추진해온 것은 남북정상회담이다. 그 첫 시도는 올해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맞아 남북정상이 유엔총회에 동시에 입장하는 것이었다. 잘하면 세계적 볼거리가 될 뻔했던 그 물밑 작업은 김정은의 불참으로 그만 무산됐다.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어게인 2018 평창 이벤트’다.    2022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세리모니에 남북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거다. 그리고 올림픽을 배경으로 시진핑 블레싱하에 문재인과 김정은이 만난다. 거기에다 하나 더. 바이든이 참석할 경우 4개국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화려한 종전선언 평화 쇼를 펼치는 거다. 하지만 이 꿈도 바이든의 외교적 보이콧으로 물 건너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림노래 같은 그의 종전선언타령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제20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체회의에 보낸 영상 개회사에서“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의 입구이자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이끄는 마중물” “종전선언은 전쟁의 기억과 이산의 상처를 치유하고, 이해와 협력, 관용과 포용의 가치를 공유하며 한반도 평화 시계를 다시 움직이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국 중 아무도 진정한 관심이 없고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종전선언의 실현을 위한 문 정권 의 끈질긴 집념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향한 북한의 반세기에 걸친 집념을 연상시킨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1974년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 이래 토씨 하나 변하지 않은 평화협정 타령을 무려 48년째 계속 중이다.     한반도 종전선언은 누구든 유혹할 달콤한 희망이다. 잠재적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이 북한 핵무기 폐기를 담보할 수만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핵 폐기 약속 없는 김정은과 왜 종전선언을 해야 하나? 국가 안보를 볼모로 하는 문 정권의 위험한 도박은 결국 실패로 끝나겠지만, 대체 무슨 의도로 그토록 집요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한 것인지 훗날 반드시 진실 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종전선언 타령 폐제 이종가 당시 석경당 이종가 휘하

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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