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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 “의료서비스·재정부담·외로움이 가장 큰 문제”

  뉴욕·뉴저지주 일대에 거주하는 한인 시니어들의 최대 이슈는 무엇일까. 본지가 만나본 한인 시니어들은 제한된 소득으로 뉴욕의 살인적 물가와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면서도, 외로움 때문에 계속 한인밀집지역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메디케이드가 있는 경우 그나마 다행이지만, 언어장벽 때문에 제한된 수준의 의료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인 시니어들의 걱정거리였다. 메디케이드가 없는 한인들의 경우, 뉴욕의 살인적인 너싱홈(요양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여든을 앞둔 임 모씨는 여러 한인 세입자들이 방마다 나눠 사는 아파트에서 매달 760달러를 내며 거주한다. 사회보장국(SSA)에서 매달 받는 1500달러에서 렌트·유틸리티 비용 등을 내고 나면 본인 생활비만 겨우 감당할 수 있다. 타주로 이사하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한인 병원과 상점, 한인 미디어 매체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플러싱 일대를 떠나면 더욱 고립될 것이 두려워 막상 떠나지는 못하고 있다. 임씨는 “타주 교외 지역의 경우 노인아파트 경쟁도 덜 치열하고, 스튜디오 기준 월 450달러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면서도 “이민 초기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뉴욕을 벗어나면 세상과 더 단절될 것 같아 쪼들리더라도 뉴욕에 계속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재정적 부담이 커 소일거리라도 하고 싶은 한인들도 많지만 간단한 파트타임 업무도 잡기가 쉽지는 않다. 한인 봉사단체에서 일하는 김 모씨는 “평일 낮에 열리는 이벤트에 가 보면, 이름만 시니어일 뿐 신체가 건강한 한인이 300명 가까이 몰린다”며 “물가도 비싼 뉴욕에서 소일거리조차 찾기 쉽지 않아 봉사단체에 의존하는 이들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고 말했다.     뉴욕시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제공받거나, 푸드팬트리 등을 찾는 이들도 사람을 만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기뻐하는 경우가 많다. 리틀넥에 거주하는 안 모씨는 “누구든 들러주기만 하면 기쁜 심정”이라며 “(급식봉사자를 포함해) 손님이 오면 즐거워할 수 있도록 올겨울엔 크리스마스 장식도 만들었다”고 했다. 한인 교회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낙인 시니어도 다수다.   정부 저소득층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이드 보유 여부도 한인들의 큰 관심사다. 다행히 ‘메디케이드가 있으면 무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버리지가 넓지만, 문제는 많은 한인이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에도 장벽이 있다는 점이다.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은 치매인 어머니를 돌볼 한인 간병인을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서 애타게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어렵게 구한 간병인들도 정해진 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퇴근하거나, 풀타임 돌봄은 어렵다며 거부한 경우가 다수”라며 “환자가 을인 상황이라 불만을 표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1세대 이민자 등을 위해 주정부에서 의료통역 인력을 늘리고, 한인 노인아파트 등에 응급상황에 대응할 코디네이터를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김은별·강민혜 기자의료서비스 재정부담 한인 시니어들 낙인 시니어 외로움 때문

2023-12-29

[기고] 외롭고 아픈 미국인들

미국인 58%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5000만 명에 이른다. 병적인 총기 수집가도 많다.     지난 5월 초 비벡 머시 미국 의무감(Surgeon General)이 발간한 82쪽의 대중 건강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고독과 고립이 개인 및 공공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실행 가능한 해결 방법을 담고 있다.       요즘 공공장소에 갔다가 혹은 작은 실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분노나 증오, 편집증 등으로 인해 총을 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캔사스시티의  84세 집주인은 주소를 잘못 보고 초인종을 누른 16세 소년에게 총격을 가했다. 소년은 피를 흘리며 세 번째 집의 문을 두드린 후에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텍사스주에서는 아기가 잠들 수 있도록 집 마당에서의 사격 연습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러 온 이웃을 뒤따라가 일가족 5명을 살해한 일도 벌어졌다.     약물이나 알코올로 외로움과 만성 통증을 견디는 사람 또한 많다. 만성 통증은 백인 중년이 가장 많다고 한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3배 더, 그리고 학력이 낮을수록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서 매년 10만 이상이 약물 중독으로, 14만 명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다.     소셜네트워크의 발달은 외로움을 더욱 깊게 하고 쉽게 중독에 빠져들게 한다.  65세 이상의 시니어보다 18~24세의 젊은층이 외로움을 토로하는 비율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외로움’은 실제와 희망하는 사회적 연결의 격차에서 비롯된 주관적인 내부 감정이라고 한다. 대부분 외로움을 경험하지만 형체가 없어 더욱 치료가 어렵다. 요즘 30대 이상의 많은 여성은 친구와 수다 떨기로 외로움을 이긴다고 한다. 이에 착안해 ‘미라클 메시지’라는 비영리단체는 자원봉사자들의 전화통화로 외로움을 덜어준다.   외로움은 만병의 근원이자 만성 통증의 주범이다. 머시 의무감은 “외로움은 불안과 우울증을 낳으며 치매는 50%, 뇌졸중은 32%, 심장병은 29%의 발병 확률을 높인다”며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고 조언한다.     ‘만성 통증’은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특이하다고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주로 시니어들이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중년층이 많다는 것이다. 미래의 노인들이 현재의 노인들보다 더 아프다가 숨진다는 의미다. 신체 부상보다 어린 시절의 악몽, 외로움, 직업 스트레스, 가정 문제 등 무너진 삶이 만성 통증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만성 통증은 약물 사용이나 음주로 이어지고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앤거스 디톤은 자살, 마약,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을 ‘절망적 사망(death of despair)’으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내 ‘절망적 사망자’는 매년 25만 명에 이르고 인종별로는 백인 중년 남성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80년간 계속된 연구를 통해 ‘친밀한 인간관계가 정신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발표했다.  머시 의무감 역시 “활발한 인간관계가 외로움의 치료제”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의 해결 방안으로 관계 중심의 소셜 인프라 구축,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답하기, 봉사활동으로 다른 이에게 도움 주기 등을 제시했다.      암울한 뉴스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마음을 이완하는 훈련, 그리고 종교적 반추 등을 통해 스스로 정신 건강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정 레지나기고 미국 절망적 사망자 악몽 외로움 알코올 중독

2023-05-15

[이 아침에] 외로워도 괜찮아요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가슴이 벅찬 적이 언제였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의 도가니에 온몸 적시며 심장이 힘차게 뛰던 적이 있었던가. 거북이 등처럼 말라버린 고목에 기대 소리죽여 흐느끼던 외로움은 무엇이었나.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기로 독하게 마음먹고도 또다시 사랑하는 바보 같은 날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안주 삼아 밤이 깊도록 논쟁을 벌이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막걸리가 이조주촌의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서 떨어지면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를 외며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가는 길, 비에 젖은 가로수에 걸린 달빛이 처량해도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밤안개에 앞이 안 보여도 날 밝으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비록 남루하고 잡히지 않는 환상이라 해도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절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두 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짓이다. 절망은 포기가 아니라 마침표다. 포기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실존 철학에서 절망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깨달았을 때 모든 희망을 체념하는 정신 상태라고 설명한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바람 부는 날에는 뼈마디 마디마다 찬바람이 지나가고 눈 내리는 날에는 새하얀 눈송이가 비수처럼 심장을 파고든다. 외로움은 슬픔처럼 생의 어느 순간도 스쳐 비껴가지 않는다. 참고 견디고 어루만지며 살아갈 뿐이다. 자식과 가족, 친구와 이웃이 있어도 외롭다. 군중 속에 있을 때도 외로움은 허무의 갈비뼈를 치고 달아난다.     나는 자기중심적 인간이다. 빌붙지 않고 청승 떨며 살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 사생활을 남에게 고자질하듯 나열하고 광고하는 것이 싫고, 타인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꿰고 있는 것을 거부한다.     잔칫상을 떠벌리게 차려도 좋아하는 몇 가지만 골라 먹는다. 사는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정예요원만 있으면 된다. 용건 없이 연락해 뜬금없이 ‘잘 지냈어’ ‘안 죽고 아직 살아있니?’라고 안부 묻는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된다     나이 들어 할 일은 줄이고 없애고 덜어내고 버리는 일이다. 물건도 사람도 버리면 편해진다. 고통과 아픔, 외로움은 오롯이 내 몫이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해 뜨는 풍경 바라보며 모닝커피 함께 마실 친구 있으면 외로움의 강 건널 수 있다.   외로워도 괜찮다. 낯선 길 모난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바람이 허리를 감아도 혼자가 아닌 나를 바라보며 내게 안부를 묻는다.     12월의 마지막 날 밤, 아무도 누더기 차림의 소녀 안나의 성냥을 사주지 않는다. 언 손을 녹이려고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안 나가 꿈꾸던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산다는 것은 환영을 보는 것인지 모른다. 지구를 불태울 용기도 사라지고 미친 사랑의 상흔 지울 수 없어도, 성냥개비 한 개로 가슴 따스하게 데울 수 있다면, 외로움은 후 불면 날아가 버릴 민들레 홀씨 아닐는지. 이기희 / Q7 Editions 대표·작가이 아침에 아픔 외로움 가족 친구 만찬 크리스마스트리

2023-01-1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외로워도 괜찮아요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가슴이 벅찬 적이 언제였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의 도가니에 온몸 적시며 심장이 힘차게 뛰던 적이 있었던가. 거북이 등처럼 말라버린 고목나무에 기대 소리 죽여 흐느끼던 외로움은 무엇이였나. 사랑할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하기로 독하게 맘 먹고도 또 다시 사랑하는 바보 같은 날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안주 삼아 밤이 깊도록 논쟁을 벌이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마지막 한 방울의 막걸리가 이조주촌의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에서 떨어지면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를 외며 뿔뿔이 흩어졌다.     돌아가는 길, 비에 젖은 가로수에 걸린 달빛이 처량해도 가슴은 뜨겁게 달아 올랐다. 밤안개에 앞이 안보여도 날 밝으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이 비록 남루하고 잡히지 않는 환상이라 해도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였다.       절망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다. 두 손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짓이다. 절망은 포기가 아니라 마침표다. 포기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실존 철학에서 절망은 인간이 극한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의 유한성과 허무성을 깨달았을 때 모든 희망을 체념하는 정신 상태라고 설명한다.     외롭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바람 부는 날에는 뼈마디 마디마다 찬바람이 지나가고 눈 내리는 날에는 새하얀 눈송이가 비수처럼 심장을 파고 든다. 외로움은 슬픔처럼 생의 어느 순간도 스쳐 비껴가지 않는다. 참고 견디고 어루만지며 살아갈 뿐이다. 자식과 가족, 친구와 이웃이 있어도 외롭다. 군중 속에 있을 때도 외로움은 허무의 갈비뼈를 치고 달아난다.     나는 자기 중심적 인간이다. 빌붙지 않고 청승 떨며 살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 사생활을 남에게 고자질 하듯 나열하고 광고하는 것이 싫고, 타인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꿰고 있는 것을 거부한다.     잔칫상을 떠벌리게 차려도 좋아하는 몇가지만 골라먹는다. 사는데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 정예요원만 있으면 된다. 용건 없이 연락해 뜬금없이 ‘잘 지냈어’ ‘안 죽고 아직 살아있니?’라고 안부 묻는 친구 몇 명만 있으면 된다     나이 들어 할 일은 줄이고 없애고 덜어내고 버리는 일이다. 물건도 사람도 버리면 편해진다. 고통과 아픔, 외로움은 오롯이 내 몫이다.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해 뜨는 풍경 바라보며 모닝커피 함께 마실 친구 있으면 외로움의 강 건널 수 있다.   외로워도 괜찮다. 낯선 길 모난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바람이 허리를 감아도 혼자가 아닌 나를 바라보며 내게 안부를 묻는다.     12월의 마지막 날 밤, 아무도 누더기 차림의 소녀 안나의 성냥을 사주지 않는다. 언 손을 녹이려고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안나가 꿈꾸던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 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산다는 것은 환영을 보는 것인지 모른다. 지구를 불태울 용기도 사라지고 미친 사랑의 상흔 지울 수 없어도, 성냥개비 한 개로 가슴 따스하게 데울 수 있다면, 외로움은 후 불면 날아가 버릴 민들레 홀씨 아닐런지.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아픔 외로움 가족 친구 만찬 크리스마스

2023-01-10

[J네트워크] 새해 행복? 더는 외롭지 않았으면…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새해 축하 인사의 단골 문구다. 건강과 행복. 그 이상 뭘 더 바랄 게 있을까. 문제는 이 두 가지가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에 주목하는 이유다. 건강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결은 바로 ‘관계(relationship)’에 있단다. 무려 85년째 진행 중인 연구이니 여러 세대를 거쳐 검증된 셈이다.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1938년 시작됐다. 두 모집단의 남성 724명을 설문 응답은 물론 혈액 검사, 뇌 스캔 등 건강검진을 하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도 관찰했다. 이들의 인간관계가 건강과 행복지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그중 한 모집단은 하버드대 2학년생 268명이었고, 또 다른 모집단은 온수는커녕 물도 잘 나오지 않는 보스턴 빈민가의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10대 남자아이 456명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예컨대 50대에 측정한 만성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불만족스러운 부부관계가 80대에 훨씬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만 쪽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구축한 남성들은 장수할 뿐 아니라 뇌 기능도 더 오래 유지됐다. 전반적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따뜻한 인간관계가 건강과 장수의 지름길이었다.   반면 외로움은 ‘조용한 살인자’로 지목됐다. 최근 지구촌 곳곳의 취약계층과 노년층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깊은 외로움에 신음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적 고립이 심화한 까닭이다.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1년, 일본은 가팔라진 자살률을 낮출 목적으로 일명 ‘외로움 장관’까지 임명했다. 외로움이 촉발한 우울증 확산을 자살률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보았다.   이에 앞서 영국도 2018년 ‘외로움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대를 피우는 것과 동일한 파괴력을 가졌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인 900만 명이 자주 또는 늘 외로움을 느낀다는 연구 자료도 인용했다. 정부가 직접 국민이 느끼는 고립감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책의 대전환이었다.   이후 국제 사회도 외로움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 연례포럼에서 외로움을 주제로 다뤘다. 그때 필자는 해당 특별세션의 사회를 맡았다. 주제가 생소했건만 당시 파리 본부 회의장에는 청중 수백 명이 몰려왔다. 회의장 복도까지 가득 채운 기억이 생생하다. 2023년 새해에 되돌아보니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안착히 /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새해 행복 새해 행복 외로움 장관 새해 축하

2023-01-08

[삶의 뜨락에서] 외로움

추모식에 다녀왔습니다. 저보다는 훨씬 선배이고 조신하셔서 그분 앞에선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저는 몇 분 나이가 비슷한 친구들과 함께 앉아 이런저런 환담으로 깔깔대며 누가 흉을 보든 말든 개의치 않고 조잘대는 배짱 좋은 한 무리의 ‘갱’들로 불렸습니다. 허나, 우리와는 아주 다른 선배님께는 어려워서 그저 인사만 깍듯이 하곤 했습니다. 이 형님께선 그토록 정이 두터웠다던 남편을 먼저 떠나 보냈다 합니다. 이곳 시니어 센터에는 초창기부터 시작하셨고 내외분께선 춤을 가장 예쁘고 멋있게 추셨던 인기 최고의 부부셨다고도 합니다.     추모식에는 조촐한 가족, 두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들과 형제분이 있으셨습니다. 추모객이 많았습니다. 단 위에는 하얀 단지에 유해가 단정하게 놓여 있었고 분위기는 제법 화기애애했습니다. 자식이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한국식 장례 분위기와는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에 이렇게 남게 되었나 봅니다. 시신 앞에 가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돌아와 앉아 있는 동안 저의 이상한 버릇이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토록 다정하셨다는 선배님께선 분명 남편이 돌아가신 후 짝을 잃은 외기러기로 지내시기가 무척 힘이 드셨던가? 확실한 노환도 아니고 단지 외로움 속에 치매증세가 그렇게 빨리 악화하셨다는 점에 오늘 제 마음이 쓰였습니다.     사람이란 근본이 외로운 존재라고 곱씹곤 하지요! 그러나 노인들의 외로움이란 늙어 보지 않고서는 그 고통을 느낄 수가 없겠지요? 저의 생각은 불현듯, 아, 이 형님은 아들만 두셨던가? 요즘 마구 돌아다니는 우스갯말에 딸자식이 있으면 신나게 여행 다니다가 길에서 죽고, 아들자식 경우는 부엌에서 일만 하다 죽는다는 악담 아닌 우스갯말들이 떠돌아다니는 이 시대에 그보다도 더 무서운 외로움을 달래기 힘들어 더 빨리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이고 아들이고는 내 마음대로가 아니지 않습니까? 새끼를 낳아 죽을 힘 다해 키웠고 때가 되면 날려 보낼 줄도 알았고 내리사랑도 배웁니다만 어미들의 깊은 사랑의 미련이 단호하지 못한 우리 엄마들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책임지고 끝까지 끌고 가야 함이 그 무서운 외로움을 이겨내는 지혜요 길이였던가?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요즘 사회에 돌고 있는 ‘삶의 질(Quality of Life)’ 말입니다. 노년에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삶의 질을 생각하며 우리는 살고 있는지요? 가장 무서운 것이 외로움을 이겨내야 건강을 유지하는 첫 번째 수단이라 하니 즐거운 웃음 그 분위기가 가장 으뜸가는 위로인 지금의 우리인 듯합니다. 가끔 우스갯소리를 하면 환하게 웃으시던 선배님 모습을 기억합니다. 두 아들로부터 어머니에 대한 옛이야기를 들으며 또 놀랐습니다. 그렇게 조신하신 모습 뒤에 미니스커트의 초창기 여성이셨고, 젊은 시절 빨간 자동차를 선호하며 신나게 달리셨고, 삶에 열정이 대단한 직장인이셨다는 최첨단 모던 여성을 상상하며 사람을 단면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고 느꼈습니다.     말없이 남편을 그리워하며 그 외로움을 홀로 달래셨던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니 몹시 서글펐습니다. 앞뒤로 우리도 언제고는 이별을 맞겠지요? 먹을 것이 풍부하고, 의학이 최고로 발달한 현대를 잘 이용하고 익혀간다면 우리 노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져서 저 하얗게 정장을 하고 살금살금 따라오는 외로움이라는 자를 마주하며 같이 놀아주든지 아니면 이겨낼 지혜를 열심히 익혀야겠다는 단호한 자만심이 스멀거리는 나 자신을 자제했습니다. 센터에서 잘 놀 줄도 알고, 총명하고, 정의롭다고 인기를 끌었던 우리 한국인 몇 명 갱들의 주책이 과연 우리 삶의 질이었던가? 둘러앉아 큰형님의 명복을 빌며 선배님의 경쾌한 웃음만을 기억하자며 가신 분의 마지막 삶을 더듬어보는 환담을 하였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외로움 아들 내외 선배님 모습 한국식 장례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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