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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롭고 아픈 미국인들

정 레지나 LA 독자

정 레지나 LA 독자

미국인 58%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만성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5000만 명에 이른다. 병적인 총기 수집가도 많다.  
 
지난 5월 초 비벡 머시 미국 의무감(Surgeon General)이 발간한 82쪽의 대중 건강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보고서는 고독과 고립이 개인 및 공공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실행 가능한 해결 방법을 담고 있다.    
 
요즘 공공장소에 갔다가 혹은 작은 실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분노나 증오, 편집증 등으로 인해 총을 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캔사스시티의  84세 집주인은 주소를 잘못 보고 초인종을 누른 16세 소년에게 총격을 가했다. 소년은 피를 흘리며 세 번째 집의 문을 두드린 후에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텍사스주에서는 아기가 잠들 수 있도록 집 마당에서의 사격 연습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러 온 이웃을 뒤따라가 일가족 5명을 살해한 일도 벌어졌다.  
 
약물이나 알코올로 외로움과 만성 통증을 견디는 사람 또한 많다. 만성 통증은 백인 중년이 가장 많다고 한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3배 더, 그리고 학력이 낮을수록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서 매년 10만 이상이 약물 중독으로, 14만 명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다.  
 


소셜네트워크의 발달은 외로움을 더욱 깊게 하고 쉽게 중독에 빠져들게 한다.  65세 이상의 시니어보다 18~24세의 젊은층이 외로움을 토로하는 비율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외로움’은 실제와 희망하는 사회적 연결의 격차에서 비롯된 주관적인 내부 감정이라고 한다. 대부분 외로움을 경험하지만 형체가 없어 더욱 치료가 어렵다. 요즘 30대 이상의 많은 여성은 친구와 수다 떨기로 외로움을 이긴다고 한다. 이에 착안해 ‘미라클 메시지’라는 비영리단체는 자원봉사자들의 전화통화로 외로움을 덜어준다.
 
외로움은 만병의 근원이자 만성 통증의 주범이다. 머시 의무감은 “외로움은 불안과 우울증을 낳으며 치매는 50%, 뇌졸중은 32%, 심장병은 29%의 발병 확률을 높인다”며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고 조언한다.  
 
‘만성 통증’은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미국의 경우는 특이하다고 한다. 다른 선진국에서는 주로 시니어들이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데 반해 미국에서는 중년층이 많다는 것이다. 미래의 노인들이 현재의 노인들보다 더 아프다가 숨진다는 의미다. 신체 부상보다 어린 시절의 악몽, 외로움, 직업 스트레스, 가정 문제 등 무너진 삶이 만성 통증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만성 통증은 약물 사용이나 음주로 이어지고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앤거스 디톤은 자살, 마약,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을 ‘절망적 사망(death of despair)’으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내 ‘절망적 사망자’는 매년 25만 명에 이르고 인종별로는 백인 중년 남성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80년간 계속된 연구를 통해 ‘친밀한 인간관계가 정신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발표했다.  머시 의무감 역시 “활발한 인간관계가 외로움의 치료제”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상 생활에서의 해결 방안으로 관계 중심의 소셜 인프라 구축,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답하기, 봉사활동으로 다른 이에게 도움 주기 등을 제시했다.  
 
 암울한 뉴스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마음을 이완하는 훈련, 그리고 종교적 반추 등을 통해 스스로 정신 건강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정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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