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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오물 풍선, 오물 발상

지난달 28일 미국 대통령 선거 TV토론은 평양에서도 유심히 봤을 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약한 성량과 불안한 눈빛을 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후보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진행할 3차 정상회담 장소를 구상했을까. 약 열흘 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새벽 2시 45분까지 기다리며 속 끓이던 때를 상기하며, 그래도 트럼프 같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생각했을까.   한편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오물 풍선으로 바빴다. 북한은 5월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6차례 오물 풍선을 38선 이남으로 날려 보냈다. 김 부부장은 첫 살포 다음날 조선중앙통신에 본인 명의 성명을 냈다.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어린 성의의 선물.” 기생충 인분과 쓰레기로 북한 주민의 고된 일상이 주목받자 이젠 애꿎은 종잇조각을 주로 보내며 표현의 자유를 논하다니, 왠지 딱한 마음마저 든다. 기자뿐만 아니다. 지난주 주한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유럽인 기자는 “그런 도발을 해야 하는 북한 처지가 딱해 보인다”고 했고, 동남아인 교수는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고 혀를 찼다.   딱한 건 오물 담은 풍선을 날려 보내자는 발상 자체가 오물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북한 지도부다. 핵심 인물인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서 궤변을 늘어놓는 것도 애처롭다. 오물 풍선을 보내겠다는 의기양양한 발상과 행동이 결국 한반도의 갑갑한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생각에 마음은 더 답답해진다. 그렇다고 약 2678만원(서울시와 경기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이라는 재산 피해가 묵과될 순 없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마주친 김여정 부부장을 기억한다. 특급 호텔 마리나샌즈베이에서 걸어나오던 그는 흰색 실크 블라우스 차림에 한껏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런 그가 6년 후 구상한 논리가 고작 ‘오물 풍선을 보내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니, 실망스럽다.   바이든 대통령의 TV토론 직후 그의 측근부터 뉴욕타임스(NYT) 논설실까지 아름다운 퇴장을 권하는 것을 보며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 남매는 역시 민주주의는 불편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사실 그 반대다. 최고 권력자에게 용퇴를 권할 수 있는 자유, 그런 표현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가 빛나는 이유다. 오물풍선으로 북한이 더럽히는 건 스스로의 얼굴임을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은 깨달아야 한다. 오물 풍선은 발상 자체가 오물이다.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오물 풍선 오물 풍선 6차례 오물 자유민주주의 귀신들

2024-07-03

[기고] 비웃음거리 된 북한의 오물 풍선

어린이들 놀이엔 풍선이 빠지지 않는다. 어린이날, 혹은 아이들 생일날 집 밖에 풍선 장식을 달기도 한다. 어른도 풍선을 보면 왠지 즐겁다. 풍선 자체가 기쁨과 즐거움의 대상이요 기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북한의 오물 풍선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북한에서 오물이 담긴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측은 남한의 탈북민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풍선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탈북민 단체가 보내는 풍선은 자유와 인권이 없는 것은 물론 먹지도 못하고 가난하게 사는 북녘 동포들을 위한 것이다. 이 풍선에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이 담긴 USB와 소식지, 1달러짜리 지폐 등이 담겨 있다. 힘들게 사는 고향 땅 동포들을 위로해주기 위한 것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이에 대한 보복이다. 선을 악으로 갚으려는 북한 권력자와 그의 추종자들의 소행인 것이다. 하지만 오물 풍선은 세계적인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북한은 지저분한 망나니라는 비난을 받는 신세가 돼 버렸다.   북한에서 날아온 ‘오물 풍선’은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 지역은 물론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백두대간 너머인 경남 거창에서도 발견됐다고 한다.   북한의 젊은 수령,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대남 오물 풍선은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독기 가득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 풍선은 표현의 자유라 금지할 수 없다고 한 것을 비꼰 것이다. 김여정은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성의의 선물’”이라며 “계속 오물을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앞으로도 오물 풍선을 계속 날려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에는 가축 분비물이 들어간 거름, 담배꽁초, 종이 쓰레기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해 지역에서는 풍선을 이용한 GPS 전파 교란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련의 도발은 북한 정권의 실체와 수준을 스스로 전 세계에 자백한 것으로 체제 내부의 난맥상과 정책 실패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려는 술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물 풍선에 분노한 한국 정부는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곧이어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전면적 효력 정지를 선언했으며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했다. 지난 수년간 북한이 남북 합의와 국제법을 무시하고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 도발과 무력 위협을 벌여 온 점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정부의 대북 대응은 적절한 대처였다. 다만, 정부의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가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국방부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빌미로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다. 탈북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선 북한군 병사들은 은근히 우리 군의 대북방송을 기다린다고 한다. 이는 북한 집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 군은 북한의 다양한 형태의 도발에 대비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제 사회는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불량 국가’라는 평가 외에  ‘오물 살포 국가’라는 불명예스러운 칭호도 추가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무력 행위와 적대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법 위반이자 정전협정 위반이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한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도발 행위다.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떤 시도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북한 비웃음거리 오물 풍선 대북 풍선 풍선 장식

2024-06-26

[시론] ‘양용 사건’과 공권력에 대한 새로운 요구

지난 5월 발생한 양용씨 피살사건은 공권력 사용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무고한 시민이 과도한 공권력에 희생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나를 포함 뜻 있는 이들이 모여 ‘양용을 위한 사람들의 정의 위원회(JYYPC)’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나는 LA다운타운 스키드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피플스 마켓이라는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이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영혼도 치유하는 장소로 만들자는 것과 음식은 육체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 그리고 대지와도 관계가 있다는 생각으로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스키드로 지역은 ‘식료품 사막’, 또는 ‘식료품 차별 지역’으로 불릴 정도로 식료품점이 드물다. 이로 인해 우리 업소에는 하루 평균 750여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워낙 고객이 많다 보니 신체적 충돌과 언쟁이 벌어졌고 온갖 중독자도 많았다. 업소 주변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오물 문제로 괴로웠다. 하지만 원칙은 지키려 노력했다.     내가 운영했던 식료품점은 다양한 세대와 인종이 함께 하는 공간이었다. 매사에 헌신적인 직원과 고객들은 마치 가족과도 같았다. 가족은 물론 커뮤니티도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려면 신뢰가 기본이라는 것을 배웠다. 신뢰는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다. 누군가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 때 그에게 신뢰가 생긴다. 신뢰는 인간관계에서 서로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뢰가 있다고 해서 아무 갈등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관계에서도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다. 갈등이 없다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LA시는 2024~2025 회계연도 예산의 40%가량을 치안 유지 활동에 쓸 예정이다. 반면 청소년 활동이나 패밀리 서비스, 장애인 지원, 문화 사업, 일자리 환경 개선 등의 분야에 배정된 예산은 각각 1% 미만에 불과하다. 그나마 공원 등 레저 시설 분야에 5%, 주거 환경 개선에 2%가 배정됐다.      최근 미국 사회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총기 난사부터 교내 총격까지 총기 사건이 급격히 늘고 있고, 10대 청소년 4명 가운데 1명꼴로 자살을 시도했거나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또 미국인의 70% 가까이가 한 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그중 절반은 두 가지 이상의 처방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약물 중독이나 정신적 문제로 인해 향정신성, 항우울제 등의 약을 복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많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순찰과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면 사회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복지 혜택, 환경 개선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면 사회적 병폐는 감소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안전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 과실로 인한 보상이 늘고 있다. 2020~2023년 사이 주요 대도시에서 경찰 과실로 인한 보상금 지급액은 총 1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 인과관계의 법칙이다.     2020년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공권력에 대해 정치·문화적으로 새로운 담론을 요구했다. 당시 미네소타 경찰국 소속이던 데릭 쇼빈 경관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이 플로이드를 숨지게 했기 때문이다. 공공치안 문제에 대해 새로운 생각과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     양용씨 장례식에서 상영된 추모 영상에는 어머니 양명숙씨가 아들에게 감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머니는 양용과 함께 하며 진정한 삶의 가치와 사랑의 힘, 영혼의 깊이와 잠재력을 배웠다고 말한다.       경찰이 최대한 신속히 범죄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겸손함과 사려 깊은 주의력이 필요하다. 양용씨 피살 사건은 공권력을 가진 경찰에게 생명 존중과 연민의 마음이 부족해 벌어진 비극이다.  이로 인해 양용씨의 가족과 친구, 심지어 총격을 가한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과 그의 가족의 인간성마저 파괴해 버렸다.  LAPD 경관에게 총격을 당한 피해자의 3분의 1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양용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며 분노로 폭발하기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계 미국인 사회운동가이자 철학자였던  그레이스 리 보그스가 생각난다. 생전의 그녀는 다양한 사회 운동을 하며 저항과 개혁의 차이를 고민했다. 그녀에 따르면 저항이 분노의 표출이라면 개혁은 목적의식과 책임감, 새로운 사고를 통해 비약적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대니 박 / 사회운동가시론 공권력 양용 공권력 사용 오물 문제 la다운타운 스키드

2024-06-16

[삶의 뜨락에서] 미로의 도시, 페즈 - 모로코 2

부슬부슬 비 내리는 이른 아침 페즈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 일행은 구시가지의 관문인 블루 게이트까지 걸어갔다. 크고 작은 9000여 개의 골목, 현존하는 세계 최대 미로의 도시. 페즈를 설명하는 수식어이다. 길을 잃을까 염려되었는지 투어 디렉터, 드리스는 로컬 가이드를 맨 뒤에서 따라오게 했다. 이 도시에서는 길을 잃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다고 얘기한 어느 미국 작가의 말이 피부로 와 닿았다.     블루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감각이 마비되어 버릴 것 같은 울긋불긋한 시장이 펼쳐졌다. 구시가지에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모든 거리는 비포장이고 거의 부분적으로 하늘에 가려져 있었다. 한 방향으로만 통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좁거나 창문 없는 벽을 지나칠 때마다 좁은 공간에 밀실 공포증을 느끼는 나는 고개를 얼른 딴 곳으로 돌려야만 했다. 이 도시의 모든 것은 걸어서 다리로 움직인다. 오물 냄새, 낡고 불결한 것들이 쌓인 쓰레기가 길거리에 흐트러져 있었다.       이슬람 세계의 학문의 중심지답게 수많은 사원과 학교가 남아있었다. 오묘한 붉은 벽을 따라 어지럽게 꺾이는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 골목을 빼곡히 메운 각양각색의 물건들, 그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물결, 키오스크 같은 작은 상점의 문밖, 그 길거리에 물건이 쌓여 있고, 가장자리에서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CD, 양말, 감자, 라이터, 휴지 등을 팔고 있었다. 값을 깎아줄 테니 들어와서 물건을 보고 가라고 큰 소리로 손님을 부른다. 동대문 시장이 떠올랐다. 이 혼잡한 거리가 왠지 어머니 품속처럼 따스하고 편안했다.     페즈에서 유명한 가죽 염색 공장을 견학했다. 비둘기 똥이나 소의 오줌, 동물 지방, 재와 같은 천연재료를 염색재료로 쓰는 이곳의 냄새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역하고 독했다. 입장할 때부터 민트 잎사귀를 코밑에 갖다 대라고 나누어 준다.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테너리의 커다란 팔레트에 있는 색색의 물감 웅덩이가 이채로웠다. 부드럽고 가벼운 카멜 핸드백을 동생과 나를 위해서 두 개샀다. 지금도 ‘페즈’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죽 태우는 역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가이드는 색색 가지의 수많은 향신료를 파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북아프리카의 음식은 기름이 많고,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다. 흑후추, 커민, 시나몬, 고추, 생강, 샤프론, 파프리카, 참깨, 아니스 등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가 울긋불긋하게 쌓여 있었다. 오렌지가 수북이 쌓여있는 수레에서 가이드가 사서 나누어진 오렌지 맛은 달콤새콤하고 시원했다. 이 골목의 정취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빵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스며든 골목으로 들어섰다. 갓 자른 허브 다발을 들고 있는 모로칸 여성, 빵집에서 구울 빵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는 아이들, 향긋한 베르베르 커피잔을 파는 카페에서 독특한 커피 향이 흘러나왔다. 다음 모퉁이에는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된 분수대, 양동이를 만드는 작업장, 다음 골목길에서는 공을 차며 아이들이 축구놀이를 하고 있었다. 가끔 갈대나 대추야자를 가득 실은 노새가 지나칠 때면 비켜서라고 경고하는 소리, 미나렛에서 울리는 기도소리가  골목 마다 가득히 울린다. 종교와 삶이 밀착되어있는 이 도시가 신비스럽기만 했다.   모든 문명은 블루 게이트에서 끝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구시가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무려 6세기 후반부터란다.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것 같았다. 이 도시에 사는 모로칸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 종교, 여성을 포함한 개인 소유물, 무엇보다도 그들의 생각을 비밀스럽게 간직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들의 순박함, 자신을 지키려는 자존감으로 만들어진 도시, 페즈는 마법 같은 곳이었다.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모로코 미로 블루 게이트 로컬 가이드 오물 냄새

2024-02-27

[이 아침에] “낮은 데로 임하소서”

요즘은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쓸쓸한 세상이다. 제 잘난(?) 맛에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한 것을 뽐내며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주의, 물질주의의 세상이다. 가진 것 없고, 이룬 것 없는 사람들은 아예 기를 펼 수 없는 추운 세상이다.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위로받을 곳 하나 보이지 않는 외롭고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기술 문명의 혜택으로 먹고사는 것은 더 풍요로워지고 있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춥고 외롭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추운 계절인데도 12월은 ‘성탄’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마음 한구석에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그것은 온 우주, 모든 것을 소유하신 만물의 주인께서 가장 ‘낮은 데’로 오셨다는 사실이 많은 위로가 된다. 더욱이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은 ‘나’를 찾아 인간이 되어 오신다는 꿈(?)같은 사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징글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온통 축제다. 모든 이를 가슴설레게 하는 ‘성탄’의 신비 때문이다.   성탄은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죄의 아픔과 두려움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어두운 나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한 줄기 밝은 구원의 빛이다. 우리네 처지보다 더 춥고 보잘것없는 외양간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가난한 구유 안으로 영광의 하느님이 ‘낮은 자리’를 찾아 임하셨다는 사실이야말로 나에겐 완전한 위로며 힘이며 구원이다. 아니 대박 중의 대박이다.  이것 말고 세상에 그 무엇이 못나고 기죽어 사는 나를 인간답게 대접해 주고, 죄의 두려움으로 움츠러든 영혼에 구원과 힘과 따뜻한 용기가 되어 줄 수 있겠는가!       이 사실을 아는 한 주위에서 아무리 가진 것을 뽐내며 제 잘난 맛에 목에 힘주며 떵떵거리며 사는 겁주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다 하여 기죽고 살 일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탄은 나를 찾아오시는 ‘그분’을  만나는 것이며, 마음의 문을 열고 그분을 주님으로 받아 모셔 들이는 관계성이다. 문제는 그분(그리스도)을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이는 우리가 모두 풀어야 할 각자의 몫이다.  알고 보면,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을 때 몸 풀 곳을 헤매는 가난한 부부를 딱하게 여긴 어떤 사람이 내어준 ‘외양간’이 바로 내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며 구세주가 내 안에 들어오실 수 있는 내 마음의 문이다.  우리 주변의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마음을 열 때, 그곳은 바로 하느님이 오시는 또 하나의 ‘외양간’이 될 수 있으며, 그곳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영성 신학자요 사제인 헨리 나우웬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하버드 대학 교수직을 떠나 이름 없는 작은 양로원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15년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몸을 씻어주는 등 봉사하며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라는 저서에서 “나는 하버드대학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하느님을 가난한 양로원에서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했다 한다.  높은 명성 대신 낮은 데로 내려온 그의 삶이 성탄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이 아침에 마음 한구석 외양간 오물 개인주의 물질주의

2023-12-24

뉴욕시 오물과 악취 더 심해졌다

악명 높던 뉴욕시의 오물과 악취가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심해졌다.     지역매체 ‘뉴욕포스트’는 15일 뉴욕시 데이터를 분석해 시민들의 악취 신고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30일까지 311 신고전화로 제출된 악취 문제 신고건수는 총 574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4% 증가했다.     수치 외에도 팬데믹 이전보다 악취가 더 심해지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등 위생 문제가 악화됐다는 것이 뉴욕시민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 문제의 이유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뉴욕시경(NYPD)의 한 경찰관은 “노숙자들이 거리나 전철 등 대중교통에서 이전보다 눈에 많이 띈다”면서 이를 냄새의 한 이유로 제시했다. 노숙자들이 펼쳐놓은 짐이나 그들이 만들어놓은 야영지 등이 냄새의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미처 철거되지 않고 방치된 야외식당 구조물에 노숙자들이 자리 잡거나 시민들이 쓰레기를 투척하는 것도 비슷한 요인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쓰레기 수거나 거리 청소가 줄어든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시 청소국(DSNY)은 팬데믹 이후 예산 삭감이나 인력 부족 등 여러 사유로 청소 서비스를 줄였었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크게 증가했다.     거리에서 애완견 등의 배설물이 제때 치워지지 않아 악취를 유발하기도 한다. 애완견 배설물 뿐만 아니라 주취자 등의 노상방뇨나 배설도 문제다.     이같은 노상배뇨 문제는 크게 부족한 시 전역 공공화장실과 빌 드블라지오 전임 시장 재임시 형사사법개혁법 일환으로 이를 비범죄한 것 등이 문제를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여러 요인에 여름철 더운날씨로 냄새가 더 심해지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은 퀴퀴한 냄새까지 더해지곤 한다.     시당국은 도시 위생이 후퇴했다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면서, 40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해 거리에 쓰레기통을 추가로 배치하고 수거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청소국 대변인은 “팬데믹 기간 중 여러 이유로 도시가 더러워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1만명의 청소국 직원이 깨끗하고 안전한, 건강한 도시로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여론조사에서도 뉴욕시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저분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2만7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욕시는 이탈리아 로마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 더러운 도시로 선정됐다. 반면, 스웨덴 스톡홀름이 가장 깨끗한 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장은주 기자 chang.eunju@koreadailyny.com악취 뉴욕 뉴욕시 오물 악취 문제 뉴욕시민 대부분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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