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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낮은 데로 임하소서”

요즘은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쓸쓸한 세상이다. 제 잘난(?) 맛에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한 것을 뽐내며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주의, 물질주의의 세상이다. 가진 것 없고, 이룬 것 없는 사람들은 아예 기를 펼 수 없는 추운 세상이다.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위로받을 곳 하나 보이지 않는 외롭고 힘든 세상이니 말이다. 기술 문명의 혜택으로 먹고사는 것은 더 풍요로워지고 있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춥고 외롭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추운 계절인데도 12월은 ‘성탄’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마음 한구석에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그것은 온 우주, 모든 것을 소유하신 만물의 주인께서 가장 ‘낮은 데’로 오셨다는 사실이 많은 위로가 된다. 더욱이 아무도 눈여겨 주지 않은 ‘나’를 찾아 인간이 되어 오신다는 꿈(?)같은 사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징글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온통 축제다. 모든 이를 가슴설레게 하는 ‘성탄’의 신비 때문이다.
 
성탄은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기에 죄의 아픔과 두려움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어두운 나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한 줄기 밝은 구원의 빛이다. 우리네 처지보다 더 춥고 보잘것없는 외양간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가난한 구유 안으로 영광의 하느님이 ‘낮은 자리’를 찾아 임하셨다는 사실이야말로 나에겐 완전한 위로며 힘이며 구원이다. 아니 대박 중의 대박이다.  이것 말고 세상에 그 무엇이 못나고 기죽어 사는 나를 인간답게 대접해 주고, 죄의 두려움으로 움츠러든 영혼에 구원과 힘과 따뜻한 용기가 되어 줄 수 있겠는가!    
 
이 사실을 아는 한 주위에서 아무리 가진 것을 뽐내며 제 잘난 맛에 목에 힘주며 떵떵거리며 사는 겁주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다 하여 기죽고 살 일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성탄은 나를 찾아오시는 ‘그분’을  만나는 것이며, 마음의 문을 열고 그분을 주님으로 받아 모셔 들이는 관계성이다. 문제는 그분(그리스도)을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이는 우리가 모두 풀어야 할 각자의 몫이다.  알고 보면,  하느님이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을 때 몸 풀 곳을 헤매는 가난한 부부를 딱하게 여긴 어떤 사람이 내어준 ‘외양간’이 바로 내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며 구세주가 내 안에 들어오실 수 있는 내 마음의 문이다.  우리 주변의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마음을 열 때, 그곳은 바로 하느님이 오시는 또 하나의 ‘외양간’이 될 수 있으며, 그곳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영성 신학자요 사제인 헨리 나우웬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하버드 대학 교수직을 떠나 이름 없는 작은 양로원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15년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몸을 씻어주는 등 봉사하며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라는 저서에서 “나는 하버드대학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하느님을 가난한 양로원에서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했다 한다.  높은 명성 대신 낮은 데로 내려온 그의 삶이 성탄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김재동 /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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