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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당신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최근 넷플릭스에서 ‘흑백 요리사’ 시리즈가 핫하다. 한국의 유명 셰프들이 나와서 대결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 많은 공인된 셰프들로 이루어진 백팀과 이제 막 떠오르는 유명 셰프들의 흑팀 간의 대결이다. 한국에서 외식업계의 요리 대가인 백종원 씨와 한국의 유일한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안성재 씨가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국에서 이렇게 유명한 셰프들이 많이 생긴 것에 놀랐다. 한국에는 워낙 식당이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국인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이렇게 개성 있는 셰프들을 탄생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 쇼를 보면서 안성재 심사위원이 셰프들에게 음식을 시식하며 던지는 질문이 있다: ‘당신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음식을 만드는 셰프들은 각자의 요리 철학과 목적, 그리고 의도가 있다. 맛도 중요하지만, 시식자들이 어떤 맛을 느끼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물어보는 것이다. 어떤 셰프들은 자신 있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의도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질문을 곱씹으면서 우리 인생에도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당신 삶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삶의 목적과 왜 사는지에 대한 고민은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신앙을 가진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그저 남이 주는 주입식 신앙생활을 하면 남의 의도대로 살기 쉽다. 기독교 교리도 기계적으로 주입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고 체험하며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하나님의 의도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에 열심히 다녀도 자칫 잘못하면 하나님의 의도가 아닌 나의 탐욕과 목사님의 의도대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나의 신앙생활의 동기가 무엇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교회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한다며 여러 활동을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전도와 교회 부흥이 교회의 성도 수를 늘리고 외형 확장을 위한 것인지, 진짜 영혼을 사랑해서 그런 것인지 의도가 있을 것이다.   선한 의도는 오래간다. 탐욕과 본인의 성공만을 위한 의도는 결국 탈이 난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타락이 그 본보기다. 요즘 한국과 미국 정치 현상을 보면 어지럽다. 권력을 위한 것인지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미국 이민 생활에서 단조로우면서도 바쁘게 살아가다가 아이를 키우고 은퇴하고 생을 마무리하는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당신의 의도는 무엇입니까’, ‘이게 당신의 의도였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의도 주입식 신앙생활 오늘날 한국 유명 셰프들

2024-10-14

[커뮤니티 액션] 한 달 뒤 민권센터 40주년 갈라

민권센터 40주년 갈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분이 고맙게도 일찍부터 후원과 참여의 뜻을 밝혀주었다. 남은 한 달 동안 더 많은 격려를 바란다. 민권센터 40주년 갈라는 10월 17일(목) 오후 6시 리버사이드처치(490 Riverside Drive 맨해튼)에서 열린다. 후원과 참여 정보는 웹사이트(www.minkwon.org)에서, 문의 전화는 917-488-0325로 하면 된다.   민권센터는 해마다 갈라 때마다 2~3명 개인 또는 단체를 선정해 정의구현상(Standing up for Justice Award)를 수여한다. 올해도 개인 1명과 2개 단체를 뽑았다. 한인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한인들도 알아야 할 그런 인물과 단체다.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은 아시안아메리칸법률교육재단(AALDEF) 스탠리 마크 상임 스태프 변호사다. 민권센터 창립 초기부터 함께한 그는 40여년간AALDEF에서 일을 하며 아시안 가정과 이민 노동자들을 위한 법률 옹호 활동에 평생을 헌신했다. 그는 한인 식당 종업원, 중국인 가정부, 필리핀계 호텔 종업원, 파키스탄 택시 운전기사, 방글라데시 저임금 노동자, 동남아시안 병원 직원 등 수많은 아시안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수십년간 큰 역할을 했다. 민권센터가 자체 스태프 변호사를 고용하기 전까지 스탠리 마크 변호사는 영주권과 시민권 등 이민 신청서 검토, 무료법률상담 등 민권센터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줬다. 오늘날 민권센터가 40주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두 번째 수상자는 제레미 린 재단이다. 제레미린은 옛 뉴욕 닉스 농구팀에서 활약했던 선수다. 미친 듯한 플레이로 ‘린새니티(미친 린)’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때 미국 농구계에 아시안 바람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제레미린이 설립한 이 재단은 아시아태평양계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식량 지원, 정신건강 대처, 청소년 권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시안 단체들을 후원한다. 물론 민권센터 청소년 권익 프로그램도 이 재단의 후원을 받아 큰 힘이 됐다. 제레미린은 청소년 교육뿐 아니라 반아시안 증오범죄 대처와 여러 아시안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세 번째 수상자는 메트로폴리탄 아시안 청각장애인협회(MADA)로 뉴욕 메트로 지역의 아시안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단체다. 아시안 청각장애인들이 차별을 겪지 않고, 공평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활동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민권센터가 이끄는 아태계정치력신장연맹(APA VOICE)에도 참여하며 청각장애인들의 선거 참여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 단체는 민권센터가 추구하는 커뮤니티 정의와 봉사 정신을 함께 나누며 활동한다. ‘바르게 살자, 굳세게 살자, 뿌리를 알자, 더불어 살자’는 민권센터의 구호를 이들에게 붙여도 하나 어색함이 없다. 그래서 올해 갈라의정의구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올해 민권센터 갈라는 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다. 이민자 권익운동에 앞장서는 민권센터는 선거를 휘감고 있는 이민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모든 이민자가 평등하게 대우받는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 주기 바란다. 김갑송 / 민권센터·미주한인평화재단 국장커뮤니티 액션 민권센터 오늘날 민권센터 민권센터 창립 노동자 동남아시안

2024-09-19

[삶의 뜨락에서] 한국인의 DNA

한류가 뜨고 있다. 처음에 K Pop, K Drama, K Food, K Beauty, 한글, 한국문학, 이제 냉동 김밥, 냉동 잡채, 냉동 떡볶이, 그다음은?     무척 궁금해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다. 우리 같이 1970년대에 이민 온 일 세대는 각자 분야에서 많은 고생과 설움을 참아낸 결과 오늘을 맞게 되었다. 그동안 미국 사회에 적응하고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앞만 보고 질주했던 우리 2세 3세들이 우리 조국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놀랐다. 그동안 그들이 표현은 못 했지만, 그들 또한 자라면서 그들의 정체성 확립에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들이 잘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 일세들의 어깨가 우쭐한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2세 3세들이 그들 정체성의 뿌리인 모국에 그토록 관심을 기울인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아이들이 7살, 9살쯤 되었을까. 동계올림픽 경기를 함께 보고 있었다. 아이스 스케이팅 종목에서 미국과 한국이 최종결승전을 겨루게 되었다. 한창 경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에 환호성의 타이밍이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내가 “얘들아, 너희는 누구를 응원하니?” 하고 물으니 어리둥절해 하던 표정을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은 당연히 미국이지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는 표정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딸아이한테 한국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딸아이는 인권변호사이다. 2019년에 출판된 ‘H 마트에서 울다’를 딸아이가 먼저 읽고 나는 2023년도에 읽었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물으니 ‘깊이가 없다’였다. 어쩜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 ‘깊이’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한국인의 DNA를 찾던 중에 김주혜 작가의 ‘Beasts of Little Land’ 작은 땅의 야수들로 번역된 책을 읽었다. 이 책 내용은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써 내려 간 장편의 역사 대하소설이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에게서 듣고 자라면서 한국의 역사를 배웠고 역사 속의 전쟁, 기아, 자연 파괴를 겪은 야수들이 어떻게 그 거친 삶을 견뎌왔는가, 책 제목에 걸맞게 작은 땅의 야수들인 우리 선조들은 그 힘든 시대(1917~1964)를 우정, 사랑, 정의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고전분투하며 독립 국가로서 주권을 찾았다. 나는 우리 선조들을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고 부르는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만이 가진 특징, 왜 한국이 이렇게 우수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H 마트에서 울다’에서는 한국 음식의 마력을, ‘파친고’에서는 4대에 걸친 한 가족사의 거친 삶과 여정을 그리고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는 한민족의 역사 중 가장 격동의 시기였던 1917에서 1964년까지를 얼마나 힘들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한 역사 소설이다.     지구본에서 보는 한국은 너무나도 작은 나라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우수성은 지금 한 겹씩 서서히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난 앞으로 우리 2세 3세 중에 오늘날 한국을 빛내는 이들의 DNA를 분석하여 왜 한국이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지를 해명하는 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선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인의 장점은 높은 IQ, 근면, 성실, 섬세함과 우아함, 은근과 끈기, 인내심과 인정이 많고 손재주가 뛰어나다. IMF 이후 최 단시간에 최대의 경제부국을 이룬 국가, IT 최강대국을 이룬 무제한 두뇌 자원이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얼마 전 UAE에서 사르자 국제 도서전이 열렸다. 여기 참가한 한국관의 주제는 ‘Unlimited imagination’ ‘Impossible is possible’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변화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한국의 국위 선양은 모든 한국인에 달려있다. 조국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해준 만큼 우리 또한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함께 고민해 보자.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화학반응 관계 우리 한국인 오늘날 한국 한국 음식

2024-03-08

청년 44% 부모에게 용돈 받아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 청년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은 30년 전보다 증가했다. 전보다 고학력에 정규직에 종사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부모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커진 모습이다.   퓨리서치센터는 25일 30년 전의 청년(18~44세)들과 오늘날 청년들의 삶을 비교한 ‘부모, 청년 자녀, 성인으로의 전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청년의 44%가 지난 1년 동안 부모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생활비(28%)와 휴대폰·구독 서비스 요금(25%) 등 자잘한 지출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8~24세 응답자의 57%가 부모의 집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30년 전인 1993년에는 53%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답했는데, 이때보다 증가한 것이다.   정작 오늘날 청년들의 삶은 여러 면에서 30년 전보다 나았다. 25~29세 청년 중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는 40%로 1993년 24%보다 훨씬 높다. 정규직 비율은 70%로 30년 전(65%)보다 5%포인트 높다.   임금 역시 연평균 4만3000달러로 30년 전(3만4790달러·이하 인플레이션 반영 조정)보다 무려 24% 많았다.   이런 현상은 급격히 오른 학자금과 집값의 영향일 수 있다. 1993년 학자금 대출 중윗값은 6000~7000달러였지만 2023년에는 1만6000~2만 달러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청년들이 짊어진 모기지 중윗값 역시 1993년에는 10만~12만 달러였지만, 2023년에는 17만~19만 달러로 급증했다.   다만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들의 대다수가 재정적 독립을 원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70%가 언젠가는 재정적으로 독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실제 부모와 함께 살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가계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65%가 식료품이나 공과금을 부담했고 렌트나 모기지를 함께 내는 경우도 46%에 달했다.   한편 모든 청년이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저소득층의 경우 거꾸로 청년 자녀가 부모를 지원했다. 저소득 청년 43%가 부모를 재정적으로 도운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중산층(28%)이나 고소득층(19%)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이번 조사는 18~34세 자녀를 둔 성인 3017명과 18~34세 청년 1495명을 상대로 진행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1월 5일까지다.   이하은 기자청년 부모 부모 청년 오늘날 청년들 청년 자녀

2024-01-25

[마켓 나우] 일본식 수십 년 장기침체에도 놀라지 말자

투자자들은 큰 경기침체 리스크 없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경제 연착륙을 기대하며 들떠 있지만, 놀라운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있다. 2024년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다섯 가지 쟁점을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의 귀환 가능성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경험한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의 기억이 생생하다. 수십 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의 경우처럼 세계 경제가 ‘일본화(Japanification)’할 수 있다는 주장이 아직은 소곤거림에 불과하다. 올해 글로벌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글로벌 긴축 통화정책의 영향이 경제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 재정부양책의 축소,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 의지 부족 등이 있다.   둘째, 우주산업이 뉴프런티어다. 무중력 상태는 화학공업을 포함한 혁신적 제조업, 특히 신약 개발에 사용되는 화합물 제조에 이상적이다. 또 결함률이 훨씬 낮은 반도체 개발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이 시도하는 상업용 우주선 발사를 계기로 올해는 우주산업이 ‘이륙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산업이 차세대 성장주 투자를 주도하는 핵심 부문이 될지 모를 일이다.   셋째, 혁신과 생산성 사이의 괴리는 오늘날 경제학 최대의 미스터리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1924~2023)는 “컴퓨터 같은 혁신은 모든 곳에서 눈에 보이지만, 생산성은 통계에서만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한 혁신은 통신과 교통 분야에서 일어났다. 근래 나타난 많은 혁신은 생산보다는 소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획기적인 혁신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최근 의료 분야에서 큰 발전이 있었지만 항생제나 실내배관, 냉장식품처럼 기대수명과 근로자 건강을 크게 향상시킨 과거의 혁신들과는 견줄 수 없다.   넷째, 유권자의 정치혐오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올해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는 40여 개국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선거 결과는 국가 재정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섯째, 비우량 회사채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양적완화 환경은 세계적으로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하였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어려운 경제 환경을 만나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였다. 언제 어느 섹터에서 문제가 터질지는 알기 어렵지만, 향후 12개월 이내에 부분적으로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이런 잠재적 불확실성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스티븐 도버 / 프랭클린템플턴 연구소장마켓 나우 일본 장기침체 혁신적 제조업 생산성 향상 오늘날 경제학

2024-01-15

"바닥서 위로 올라온 교회…신분 상승하니 안주"

두레마을 김진홍(82) 목사는 꿈이 있다. 통일이 되면 북한 땅에도 두레마을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목회자에게 설교는 울림이다. 말을 통해 영향력을 미친다. 그는 요즘 "90세가 넘어서도 설교를 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김 목사는 설교를 하면서도 한국 기독교의 문제를 서슴지 않고 말한다. 지난달 28일 집회차 LA를 방문한 김 목사와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는 한국 정치본지 11월29일자 A-2면〉에 대해 말하던 중 오늘날 교회가 가진 4가지 문제점을 지목했다.     4가지 문제가 무엇인가.   "요약하자면 무속화, 우민화, 물량화, 귀족화다. 한국 교회가 성장한 것을 보면 바닥부터 시작해서 위로 올라온 것 아닌가.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선교사들은 맨 처음에 사회 하층민들에게 다가갔다. 나중에 그들이 신분 상승을 하면서 성공을 하게 되니까 현실에 안주해버린 거다. 게다가 기독교가 엄청난 성장을 하는 가운데 목회자 양성 과정 자체가 매우 안 좋았다. 아무 목회자나 양산했다."   오늘날 교회들은 어떤가.   "예를 들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한국에서는 그 기간에만 1만여 개 교회가 없어졌다. 교인까지 감소했다. 과거에는 교회가 국가의 발전을 선도했는데 지금은 반지성주의로 인해 질적으로 하락했다. 사회는 지금 기독교를 외면하고, 기독교는 대처 기능을 상실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요즘 기독교는 정신을 차리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상황이 됐나.   "한국 교회는 그동안 좋은 세월을 오래 누렸다. 다시 말하면 교회가 좋은 세월을 보내면서 방심했다. 이 모든 건 기독교 본질에서 떠난 결과다. 지금 교회들은 병에 걸렸다고 봐야 한다. 대신 병은 치료할 수 있다. 우리에겐 신약과 구약, 성경이 있지 않나."   정치와 종교는 어떤 관계여야 하나.   "일단 교회는 정치 자체를 하면 안 된다. 좋은 정치가를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 정치 일선에 나서는 건 기독교의 본질과도 어긋난다. 오늘날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교회는 본연의 일에 충실하면서 인재를 성경적 가치관으로 키워내는 일에 힘써야 한다. 예를 들면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좋은 야당이 돼야 하지 않겠나. 여당도 엉터리 여당 말고 제대로 된 인재들이 모여 일을 해야 한다. 기독교 용어에 빗대자면 정치권도 '본 어게인(born again)'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교가 키워낸 유능한 인재들이 사회 각 영역에 필요하다."   평소 통일을 위해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지금 국제 정세는 통일에 유리한 분위기로 조성되고 있다. 통일은 박자가 맞아야 한다. 국내적으로 먼저 정비가 돼야 한다. 때문에 기독교는 북한과 통일이 될 경우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미리 해야 한다."   통일이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현재 동두천에 시니어타운인 '꿈꾸는 마을'을 준비중이다. 총 235세대다. 한국은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인 65세에 정년 퇴직을 하는 전문가도 많다. 그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계속 활용해야 한다. 꿈꾸는 마을에 연구소도 만들 예정인데, 뜻있는 사람들이 와서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이런 마을을 또 세우고 싶다."   평소 교육의 가치를 중시하는데.   "현재 한국 사회는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졌다. 이 때문에 대안학교인 두레국제학교를 만들었다. 토론을 통한 교육, 스포츠, 성경 큐티 등을 강조한다. 영어 수업도 병행하고 있다. 학생을 중학생 때부터 영어로 발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뉴저지 지역에서 진행된 창의력 대회에서 우리 학교가 금상을 수상했다."   교육 이슈는 왜 중요한가.   "예수님은 사역을 할 때 모든 걸 제자와 대화를 통해 하셨다. 오늘날 교회가 하는걸 보면 예수님의 사역을 제대로 벤치마킹하지 못하고 있다. 무조건 '일방적으로 믿어라' 식으로 했다. 이는 한국 교회에 반지성주의라는 폐해를 낳았다. 교회 내에서도 지성이 왕성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 아마 이 부분을 해결 못 하면 교회는 영원히 퇴출당할 것이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두레마을은 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데.   "땅은 정말 중요하다. 오염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우리가 창조된 때로, 우리 조상이 살았던 그때의 상태로 회복하자는 것이다. 노년층이 많을 것 같지만 이러한 가치 때문에 두레마을에는 젊은층도 많다. 20~40대까지 골고루 있다. 두레마을을 세운 건 13년 전이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 새 책을 냈다.   "'내 삶을 이끌어 준 12가지 말씀'이라는 책이다. 나의 80년 삶을 이끌어 주었던 12가지 말씀을 통해 살아온 지난 세월을 정리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고비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친 성경말씀으로 글을 썼다."   건강은 어떤가.   "나는 역경을 거치면서 살아남는 법, 한마디로 생존법을 몸으로 익혔다. 그러면서 건강을 관리하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나보고 건강 나이가 50대라고 하더라."   관리 비결은.   "일단 소식(小食)을 한다. 뷔페를 가도 마찬가지다. 딱 정해진 양만 먹는다. 그리고 천천히 먹고, 정해진 시간에만 먹는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음식에 대한 절제를 익혔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한다. 건강 관리에 자신감을 갖게 되니까 요즘은 하나님께 90세가 넘어도 계속 설교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교회 안주 오늘날 교회들 한국 교회 한국 기독교

2023-12-04

보수 기독교계, 추수감사절 앞두고 문화 전쟁

기독 학부모들이 '문화 전쟁'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유명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두고 보수 기독교계 부모들의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르는 사건이 있었다. 이는 최근 공립학교에서 성교육 관련 교과서 논쟁과 주 정부 통제 등의 이슈와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메이시스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로 인해 벌어진 논란을 통해 오늘날 기독교계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불만을 알아봤다.     메이시스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는 올해로 97회째다.   매년 추수감사절이 되면 인기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등을 중심으로 뉴욕 맨해튼 거리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다.   본래 메이시스 백화점이 추수감사절을 맞아 마케팅 이벤트로 시작한 이 퍼레이드는 오늘날 미국을 대표하는 행사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퍼레이드 역시 23일 오전 8시30분(동부 시간)에 진행된다.   이 퍼레이드를 두고 최근 기독교계 학부모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아닌 '성전환자들의 광상적인 오락물(transgender extravaganza)'이라는 주장이다.   전국의 기독교인 어머니들로 구성된 교육 활동 단체인 '원 밀리언 맘스(One Million Moms)'는 지난 8일부터 이 퍼레이드 때문에 행사 반대 청원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서 "추수 감사절 퍼레이드를 현장과 TV 등으로 지켜보는 사람만 수천만 명에 이르는데 이번 행사는 아이들이 적나라한 성소수자 어젠다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일 현재 4만 명 가까이 서명에 동참했다.   기독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공연들은 이렇다.   먼저, 메이시스에 따르면 이번 퍼레이드에는 유명 성인 뮤지컬인 '앤드 줄리엣(& Juliet)'과 '셕트(Shucked)'의 공연이 진행된다.   앤드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구성한 작품이고, 셕트는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이다.   문제는 이번 퍼레이드에서 이 두 작품에 '넌 바이너리(nonbinary)'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앤드 줄리엣에는 저스틴 데이브 설리번, 셕트에는 알렉스 뉴웰 등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배우들이 나선다. 넌 바이너리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구분법을 벗어나 자신이 남성과 여성 그 어떤 성에도 속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이번 퍼레이드에서도 넌바이너리 역할을 연기할 예정이다.   설리번의 경우 올해 초 토니 상 시상식 주최 측이 성별을 구분했다는 이유로 불참을 결정했던 인물이다. 뉴웰은 자신은 어느 성에도 속하지 않았다며 여성 복장을 한 채 토니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인물이다.   이 배우들이 퍼레이드에 나선다는 것이 기독 학부모들의 심기를 자극한 셈이다.   원밀리언맘스측은 "진보주의자들의 난센스 같은 행동"이라며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이런 이벤트를 홍보하고 후원하는 메이시스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며 우리의 아이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기독 학부모들이 이렇게 분개하는 것은 메이시스 퍼레이드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는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에는 성전환자 팝스타인 킴 페트라스가 메이시스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에는 레즈비언들이 키스를 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된 바 있다.   현재 청원자들이 단 댓글에는 기독 학부모들의 반대 목소리로 가득하다.   댓글에는 "메이시스는 신뢰를 잃었고, 한번 잃은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진보주의자들이 수천만 명이 보는 퍼레이드에서 성 소수자들의 어젠다를 내세우고 있다" 등 퍼레이드 개최를 비판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기독교 기관인 캐피털 리소스 협회의 캐런 잉글랜드 대표는 "그들은 어린 아이부터 성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추수감사절조차 성적 어젠다로 이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이들을 계속해서 노골적인 성적 어젠다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 단체인 자유수호연맹 크리스틴 와그너 대표 역시 최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관용과 포용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성소수자의 이데올로기가 사회, 문화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그러한 마케팅 전략에 우리 아이들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밀리언맘스의 청원 페이지에는 "불편하면 안 보면 되는데 반대를 왜 하는가"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은 원래 편협 적" "당신들이 있기 때문에 인권 증진이 어려운 것" 등 곳곳에서 기독교인들을 비판하는 내용도 눈에 띈다.   현재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논쟁들은 '문화 전쟁(culture wars)'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정부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가 상충하면서 반발 여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가주의 경우 얼마전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공립학교내 성중립 화장실 설치안, 공립학교 교직원에 대한 성소수자 교육 의무화, 성소수자 정체성 등을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에 대한 프로필 작성 등을 허용하면서 보수 기독교인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보수 성향이 짙은 치노힐스 및 테미큘라 지역 교육구에서 학부모들의 주장에 따라 성소수자 관련 도서 및 교과서 사용에 제한을 두자 주 검찰까지 나서 해당 교육구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뉴섬 주지사가 성소수자 등의 내용이 수록된 교과서 등을 교육구 차원에서 금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하자 논란이 확산했다. 자치권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주정부가 각 교육구와 학부모의 권리를 통제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기독교계 학부모들의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학부모 유진아(39.어바인)씨는 "요즘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성 소수자들의 어젠다가 많이 담겨 있다"며 "그런 것을 반대하면 차별과 증오의 프레임을 씌우는 시대에 있다 보니 부모로서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추수감사절 기독교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보수 기독교계 오늘날 기독교계

2023-11-20

최희만 회장 10주기 추모음악회 열린다

LA한인회관 건립에 큰 족적을 남긴 고 최희만 회장의 10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1970년대 초 LA한인회관 건립위원으로 활동한 최 회장은 당시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금 15만 달러를 끌어내는 데 일조해, 한인회관 건립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친척들로 구성된 ‘킹스 메신저 남성 사중창단’과 남가주 지인들은 15일 한인타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회장이 작고한 지 10주년이 되는 다음달 추모음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40년 지기로 돈독한 관계였다는 리처드 남씨는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최 회장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말로만 기리지 말고 그의 생전 한인사회를 위한 노고와 업적을 후세에 알리고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음악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에 순교한 고 최태현 목사의 7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최 회장은 1954년 도미 후 LA에서 한인회와 상공회의소 등 한인사회 주요 단체에서 활약했고 LA평통위원과 고문, 미주 한반도 평화협의회 회장, 웰빙 새생활운동본부 회장 등을 역임했다.   남씨는 “최 회장은 오늘날 500만 달러가 넘는 LA한인회관 건립의 초석을 세웠고  또 한인사회 기부왕이셨던 고 홍명기 회장을 한인사회 봉사 단체에 제일 처음 안내했다”며 “사심 없는 사랑과 봉사, 헌신으로 한인사회에 직접 모범을 보여준 분으로 음악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의 정신을 이어받고 추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추모음악회는 ▶12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로마린다 재림교회(11487 New Jersey St. Redland) ▶30일(토) 오후 3시 올림픽 재림교회(3300 W. Adams Bl. LA)에서 각각 열린다.     이번에 공연을 펼치는 킹스 메신저 남성 사중창단은 최 회장의 조카 가족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1980년대 LA한인 교계에서 공연을 진행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엘브라다 남성 사중창단과 빛소리 여성 대 합창단(지휘 최은향 교수) 등이 특별 찬조 출연할 예정이다.     추모음악회는 문자메시지(213-268-2860)로 예약한 후에 참석할 수 있고, 선착순 100명에게는 무료 증정품이 제공된다.     ▶문의:(213)386-8000    water3004@hotmail.com    장수아 jang.suah@koreadaily.comla한인회관 추모음악회 la한인회관 건립위원 오늘날 la한인회관 새생활운동본부 회장

2023-11-15

[보험칼럼] 수출입 사업자를 위한 필수 해상 적하보험

보험의 출발, 근본은 영국 로이드런던의 해상적하 보험이다. 수출입 무역업자들이 상호간 위험 분산을 위해 시작한 것이 보험의 효시를 이루게 된 전통적인 위험 분산 제도다.     수출입 업자는 자신의 선적물품을 해상 운송도중 혹은 도착·출발지의 내륙운송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위험(도난·해난·천재지변·부식·음식 변질 등)을 부보한다. 이는 통상 해상운송에 적용되지만, 긴급한 경우 사용되는 항공운송 위험도 대부분 같이 포괄적으로 포함해 커버된다.   이 보험의 계약 조건은 통상 무역거래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즉 FOB 거래 조건이라면 공급업자는 화물이 선적항에서 본선에 적재될 때까지의 위험을 부보하면 된다. 그러나 CIF의 경우라면 공급업자가 바이어를 위해 최종 목적항까지의 위험을 담보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지급하게 된다. 오늘날 적하보험은 대개는 도어 투 도어, 즉 출발지 문앞에서 최종 물건 인수자의 창고 문앞까지를 부보하는 조건이 일반화되고 있다.   해상적하 보험은 여러가지 면책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피보험자의 고의적 불법행동, 운송지연으로 인한 피해, 일반적인 자연 마모 혹은 감소, 통상적인 누손 혹은 감소, 부보대상의 물품의 고유적인 하자나 특성, 병해충 혹은 쥐, 곤충 등으로 인한 피해 등은 일반적으로 제외된다. 따라서 본인이 선적하는 제품이 상기의 일반적인 사례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가 많을 경우에는 사전에 커버리지 적정성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해상 운송도중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전손 혹은 분손에 따라 그 커버리지 기준이 달라진다. 전손은 말 그대로 적하 물품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경우이며, 분손은 그 피해액을 가입자가 단독으로 부담할 것인가 아니면 손해를 입은 그 배에 선적한 모든 화물주들이 공동으로 부담할 것인가로 나눠진다. 동일한 배에 선적돼 내 하물은 아무 피해를 입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음에도, 다른 화주의 물건이 화재나 급심한 풍랑으로 배의 무게를 줄여야 해서 바다에 투척했다면 그 손해 비용을 동일한 배에 선적한 화주들의 공동으로 지급하게 돼 손해 입지 않은 우리도 부담하게 되는 사례다.   중남미등을 통한 육로운송의 경우는 운송업체의 보안시스템이 아주 중요하다. 멕시코를 경유하는 육로운송 적하 보험의 경우는 그 클레임이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는 멕시코 지역도시를 운행할 때에는 꼭 보안회사가 에스코트하는 조건 그리고 컨테이너에 목적지에 도착해서 오픈이 가능한 볼트 록 사용을 강제하게 된다. 화주들은 이 조건을 충족시켜야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미국내 운송회사의 크레딧도 중요하다. 대형트럭 기사가 트럭을 일반식당이나 도로 등에 방치해 그 시간에 감쪽같이 컨테이너 차량이 사라지는 클레임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떤 보험사는 아예 약관에 장시간 컨테이너 트럭을 방치해 발생한 클레임 청구는 거부할 수 있다는 특약을 집어넣기도 한다. 의류 등을 육로로 운송하는 보험 가입자라면 이 조건을 검토한 후 가입해야 한다.     이외에 보험 가입시 보험사에 고지한 물품, 출발지, 도착지, 계약자, 피보험자, 화물의 가액, 화물의 품명, 수량, 운송용구, 보험조건, 포장방법 등의 여러가지 계약조건을 바꾸거나 수정할 때는 반드시 보험사에 미리 고지할 의무가 있다. 위반시엔 클레임이 기각될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박명근 / 이코노 보험 대표보험칼럼 적하보험 수출입 오늘날 적하보험 해상적하 보험 수출입 무역업자들

2023-10-02

[등불 아래서] 나보다 아래는 없다

어릴 적 부모님들의 관심은 성적이었다.     전쟁과 가난으로 공부에 한이 맺히신 분들도 많았고, 자식의 성공으로 자신을 찾으려는 분들도 있었다. 아이도 덩달아 공부를 잘하는 것이 벼슬이었다. 자라 보니 세상은 더 조건을 찾았다. 결국, 나를 인정받고 빛내기 위해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해졌다. 좋은 스펙을 쌓는 일이 왜 나쁘겠는가. 안타까운 것은 나와 내 조건이 한 인격을 세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펙이 인간에 앞섰다.   애석하게도 신앙도 그런 조건처럼 되지 않았나 싶다. 신앙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세상 사람이 되었다. 하나님조차도 필요하면 쓸 수 있는 나를 위한 '아빠 찬스'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가진 여러 조건 중 하나가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한 뒷배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를 변화시키거나 심지어 성숙시키기 위한 능력도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바꿀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환경이나 선물 혹은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만족이시며 우리 인생의 의미가 되시고 내 기쁨이며 나의 행복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아는 일이 우리의 만족이다. 그렇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한 시인은 기도하고 노래했다. "주님을 가까이하는 것이 내게 복이라."   신학자 본 회퍼는 유혹의 본질을 하나님 안에서 기쁨을 찾지 않고 우리와 피조물 안에서 기쁨을 찾는 것으로 보았다. 반짝이는 금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하면, 별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하나님은 나의 기쁨을 위한 들러리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신앙은 나를 빛내려는 장식물이 되었다. '믿음이 좋은 나, 기도 잘하는 나, 잘되는 나, 성경을 많이 아는 나'가 되었다. 겉으로 그럴 듯 빛나 보이지만 하나님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참된 복음은 자기 성취가 아니라 자기 부인이 아니었던가. 내가 만든 사과나, 가게에서 사 온 배를 달아 놓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열매를 맺는 것이다. 화려한 이력들을 더덕더덕 더 붙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 이력과 신념, 자랑을 떼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성도는 어떤 경우에도 이웃을 나보다 높게 여기는 것이다. 바울 사도의 말 그대로 우리는 죄인 중의 괴수다. 나보다 아래는 없다. 이 겸손이 자기를 낮추사 제자들의 발을 만지며 씻으신 예수님이 보여주신 마음이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것은 통계가 아니다. 업적도 능력도 아니다. 오직 주님을 사랑하며 정의를 행하고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당신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ㆍ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오늘날 신앙 업적도 능력 아빠 찬스

2023-10-02

[시조가 있는 아침] 권농가 -남구만(1629∼1711)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칠 아이는 여태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 청구영언   농지는 농민이 가져야 한다   해가 점차 일찍 뜨고 종달새가 운다. 농사일이 시작되는 계절, 소 여물을 먹여야 할 머슴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느냐. 고개 너머 긴 이랑 밭을 언제 갈려고 그러느냐.   조선 숙종 때 소론의 영수였던 약천 남구만이 장희빈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데 반대하다가 강원도 망상으로 유배되었다. 동해시 망상동 신곡 약천 마을에는 ‘재 넘어와 사래 긴 밭’의 지명이 있고 남구만이 이곳에서 이 시조를 지었다는 비석이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나라의 기반이었던 조선. 세종은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다. 약천은 유배 중에도 근면 성실의 미덕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시조는 농사는 머슴이 짓는 것으로 돼 있다. 양반인 내가 일찍 일어나 소를 끌고 밭을 가는 게 아니라 아이더러 농사일을 서두르라고 채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이 분명한 조선조 사대부의 인식이었다.   오늘날 농지는 농민이 소유하고 농사를 짓도록 돼 있다. 그런데 소유만 하고 농사는 짓지 않는 사람들,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개발 정보를 빼돌려 농지를 사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농민들의 피눈물을 자아낸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권농가 조선조 사대부 약천 남구 오늘날 농지

2023-08-31

[아메리카 편지] 진보라는 패러독스

기록을 깨는 무더위와 예상치 못한 폭우가 이어진 올여름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슬로베니아 등 중부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류의 가장 큰 숙제인 기후 변화 대처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폭염과 산불 등 지구의 종말 같은 재앙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8세기 계몽주의의 후손인 우리는 미래를 향한 전진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인류의 삶이 계속 진보(progress)한다는 생각은 19세기 들어서야 형성된 개념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재해가 줄을 잇는 오늘날, 인류가 과연 끊임없이 발전해서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호메로스와 더불어 그리스 서사시의 양대 전통을 이루는 헤시오도스는 『일과 날』에서 인류의 시대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티탄들(거인족)이 지배하던 태평스러운 황금의 시대에서 시작해 올림포스 신들이 지배했던 은의 시대를 거치고, 무섭고 사나운 종족이 전쟁을 일삼고 죽음의 테마가 특징적인 청동의 시대에 다다른다. 네 번째 영웅의 시대는 트로이 전쟁의 배경이 되는,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같은 그리스 신화 영웅들이 거닐던 시대다. 그리고 마지막 철의 시대는 전쟁·질병과 번뇌가 가득한 현재로, 헤시오도스 자신이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을 한탄하며 작품을 끝맺는다.   영웅의 시대를 제외하고는 인간세계가 점차 타락해 가는 이미지를 그린 헤시오도스의 역사관은 그 이후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인류 역사가 퇴화하는 관념을 지지했고, 주기적으로 재앙과 질병 또는 홍수로 인구가 숙청되었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는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는 고도의 기술과 과학만을 바라보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 결과로 타격받고 있는 인류의 웰빙과 참된 행복은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닐까.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패러독스 진보 인류 역사가 오늘날 인류 재앙과 질병

2023-08-18

[시조가 있는 아침]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이황(1501∼1570)   제11곡   청산(靑山)은 어찌하여 만고(萬古)에 푸르르며   유수(流水)는 어찌하여 주야(晝夜)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萬古常靑) 하리라   - 도산육곡판본(陶山六曲板本)     ━   정치의 기반은 철학     조선 유학의 대종(大宗)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 안동에 돌아가 도산서원(陶山書院)을 짓고 후진 양성에 전념하던 63세 때 지은 연시조 12수 가운데 열한 번째 작품이다.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영원히 푸르며, 흐르는 물은 또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가? 우리도 저 물같이 그치는 일 없이 저 산처럼 언제나 푸르게 살겠다는 학문 도야와 수양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만고상청’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자 이상으로, 진리가 내면화된 경지라고 하겠다. 도산12곡은 전6곡과 후6곡으로 구성됐는데 전6곡은 사물에 접하는 감흥을 노래한 언지(言志), 후6곡은 학문 수양에 임하는 심경을 노래한 언학(言學)이라고 명명하였다.   퇴계는 우주의 현상을 이(理)와 기(氣)의 이원(二元)으로 설명하였다. 인간의 순수이성은 절대선(絶對善)이며 여기에 따르는 것을 최고의 덕으로 보았다.   조선의 사대부에게는 도학 정치라는 지향점이 있었다. 정치의 기반은 철학이다. 철학이 없는 정치는 사회를 혼탁하게 하고 역사의 지향점을 오도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는 어떤 철학에 바탕하고 있는가?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도산 학문 수양 조선 유학 오늘날 한국

2023-07-27

‘50년 젼 그날의 영광을 다시’

      1973년 5월 30일 부터 닷새 동안 총 440만 명을 모으며 대한민국 기독교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빌리그래함 전도대회’가 50년 만에 다시 개최 소식을 알려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내달 3일 오후3시 서울 월드컵상암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번 집회는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래함이 설교하고, 손주인 윌 그래함 목사가 청소년 집회를 이끈다.  프랭클린 그래함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영향력있는 크리스천 지도자로서 구호단체 ‘사마리안 퍼스’와 빌리 그래함 전도협회를 이끌며 구호활동과 전세계 곳곳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은 “1973년 여의도 광장에서 백만명 이상 운집했던 부흥 집회 이후, 5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집회를 통해 ‘전도’를 사명으로 삼는 교회 본연의 모습이 되살아 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회는 오늘날 한국교회 부흥의 주역인 60~70대 믿음의 선대가 남긴 좋은 전통과 유산을 허리 세대인 40~50 세대 목회자들이 믿음으로 계승해 나아갈 것을 선언하고 이와 함께 청소년 집회를 통해 다음세대가 복음의 황금기를 꿈꾸는 미래를 열어가자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한기붕 극동방송 사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만 오천개의 한국교회가 문을 닫는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73년도 집회가 한국교회를 부흥케 하고 대형교회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 것처럼, 이번 집회가 또다른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대회 하일라이트로 꼽히는 ‘일만 명 찬양대’를 위해 사랑의 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연세중앙교회 등 130여개 교회 및 합창단, 기관, 극동방송 13개 지사 전속 합창단을 포함한 일만명이 무대에 오른다. 이를 위해 이화여대 음악대학장이자 한국교회음악협회 이사장인 박신화 교수가 찬양대를 이끌 예정이다.     홍희경 미동부운영위원장은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는 역사상 세계 최대의 전도 집회였다”며 “이번 집회를 통해 교회가 성장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영광 전도대회 오늘날 한국교회 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청소년 집회

2023-05-22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인공지능이 시를 쓰는 세상

1990년대 초, 인터넷이 세상에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삼성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이런 과제를 내준 적이 있다. “Internet으로 Search 하여 역대 올림픽 개최국을 찾아서 순서대로 나열하라.” 그런데 이런 조건이 붙었다. “어떤 사이트에서 어떤 검색어를 주고 어떻게 찾았는지 Search 과정을 함께 기술하라.” 오늘날 인터넷에 친숙한 우리들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곳에서 검색하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과제다.   하지만, 30년 전만 해도,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서 어떤 검색어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인터넷이 널리 보편화되기 전인데다가, 웹사이트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지식을 찾는 일이 지금처럼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2023년이 된, 요즘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에게 우리는 조금 더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소설을 써라,” “시를 써라,” ”영화 시나리오를 써라” 등등, 원하는 것은 거의 무엇이든지 시킬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Chat GPT의 시대가 열렸단다.   내가 쓰고 있는 중앙일보 칼럼의 제목이 “활력의 샘물”이다.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힘든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맑은 샘물과 같은 활력을 얻기를 기원하면서 지은 제목이다. 하여 Chat GPT에게 이런 명령을 해봤다. “활력의 샘물”이라는 주제로 한글로 시를 써주렴. 그랬더니 아래의 글이 나왔다.   “산속에서 피어나는 활력의 샘물, 맑고 선명한 기운이 쏟아지며 새로운 힘을 주는 물줄기. 생각하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며, 꿈을 꾸는 마음을 자극하는 기운 그 샘물은 우리 행복의 소중한 기쁨이 될 것이다. “   기가 막혔다. 내 혀끝을 맴돌던 단어들을 찾아내고 연결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준 것이다. 내가 이 칼럼에서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었던 선한 영향력이 바로 이것이었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며”, “꿈을 꾸는 마음을 자극하는 기운”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Chat GPT라는 것이 웬만한 글은 다 써주니 요즘 대학생들은 학교에 제출할 과제를 여기에 물어보고 그대로 베껴서 제출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콜럼비아 주에 있는 한 판사는 판결문에 넣을 내용을 Chat GPT에게 물어 본 후에 그 답을 참조했다고 실토를 했다. 자폐아에게 들어간 병원비를 의료보험회사가 전액 물어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내리는데 Chat GPT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Chat GPT가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을 하고, MBA 졸업 논문을 쓰고, 의사고시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자신의 창작물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글을 모방이나 인용한 것인지를 구분하기는 오래 전부터 이미 어려워졌다. 그런데다가 이제는 어떤 작품을 사람이 자기 힘으로 창조를 했는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는지까지, 구분해야 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인간의 글인지 인공지능의 글인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 Chat GPT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AI는 유창하고, 일관성 있고, 정확하지만, 인간의 글이 좀더 자연스럽고 창의적이고 감정의 깊이는 있을 것이다.” 아직 그렇게 답해 줘서 고맙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인공지능 글인지 인공지능 오늘날 인터넷 chat gpt

2023-02-16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이강희 작가 “경제와 부는 패턴이다. 패턴을 깨우쳐야”

Fed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0.75%)으로 세계가 고통 속에 있다. 우리 금리와 환율도 널뛰며 물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암담한 와중에 과거의 혼란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한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최근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인물과 사상사)’를 출간한 이강희 작가를 만나봤다.     이 책은 작가의 어떤 생각이 출판으로 연결되었을까요? -오늘날의 세계사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백인들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는 이런 백인들에 의해 움직였던 유럽이 어떻게 부(富)를 이루어갔는지에 대해 독자들이 안다면 세상이 움직이는 냉혹한 법칙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유럽의 부(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돈을 잃었을 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거의 돈과 부를 이루는 과정에 대해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모습과는 딴판인 유럽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유럽의 모습을 담아도 될 텐데 과거의 유럽을 언급한 이유는요? -모든 현실은 과거의 선택에 의해서 오는 겁니다. 그리고 현실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고요. 그렇기에 지금의 모습보다는 지금의 모습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리나 근원을 알면 맥락을 이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죠. 그들의 습성을 안다면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예상되는 거죠. 이 책은 직설적이기 보다 완곡하지만 그들이 부를 가지기 위해 서로에게 했던 모습을 담았습니다.     책에서 말한 대로 과거를 통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해결할 수 있다기보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변하는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다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오늘날의 코로나 사태 못지않게 중세 유럽의 경제와 사회를 흔들었던 흑사병을 비롯한 여러 경제 이야기를 책에서 다루었어요. 책에 나오는 사례를 읽어가다 보면 오늘날 발생하는 질병 외에도 버블, 물가상승 등이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를 알 수 있죠. 그래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말씀대로 과거의 역사에서 현재의 모습이 담겨 있나요? -오늘날의 코로나 사태 못지않게 유럽의 경제를 흔들었던 흑사병을 비롯한 여러 경제 이야기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책을 읽다 보면 형태만 다를 뿐 과거의 경제나 오늘날의 경제는 비슷하게 또는 거의 흡사한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일종의 ‘패턴’을 반복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정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어떤 것을 정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로트쉴트(로스차일드)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을 보시면 잘 알 수 있는데요. 정보는 첩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첩보는 소문입니다. 소문을 타고 첩보가 입수되면 입수된 첩보를 정보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많은 확인과 크로스체크가 일어납니다. 여기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거나 명확하지 않은 것들은 첩보 상태에서 버려지게 되지만 여러 경로를 거쳐 확인된 것들은 정보로 가공되는 것이죠. 모든 정보가 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보를 알아보는 식견이 필요하죠.     부를 얻는 사람이 있었다면 부를 잃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어떤 예가 있을까요? -흑인 노예를 다룬 내용과 유대인을 다룬 내용을 보시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세상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말씀하시다시피 얻는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있습니다. 게르만이 얻는 자였다면 흑인과 유대인은 잃는 자였죠. 특히 유대인들이 많이 빼앗겼죠. 그래서 그들도 또 다른 결핍이 생긴 겁니다. 결국 그들은 오늘날 미국상류사회에 가장 많이 진출해있습니다. 전체인구에서는 소수지만 상류층에서는 의미 있는 비율을 가지고 있죠.         부를 얻었다면 이를 과시하고자 했을 텐데요. 이때 했던 행동들이 있었을까요? -향신료와 굴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전형적인 부의 상징이었죠. 부유해지면 크게 변하는 게 먹거리 같아요. 굴이나 음식에 사용한 향신료는 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식재료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 외에 도움이 될 만한 키워드가 있을까요? -결핍입니다. 모든 게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욕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죠.     마지막이 아편전쟁이던데 아편전쟁을 맨 마지막 장면으로 삼으신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편전쟁이전에도 아시아에 대한 침략이 있었지만 그들의 야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비윤리적인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그림 때문입니다. 1826년에 발명된 사진은 빛에 노출되어야하는 시간이 길어서 오늘날과 같은 역할을 못하는데요. 1840년대 초반에 이를 극복하고 수 십초만 가만히 있으면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기술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아편전쟁은 그림이 역사를 담아내는 유일한 존재에서 조금씩 사진에게 자리를 내주는 시기인거죠.     이 책을 꼭 읽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왜곡되었던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기존에는 한쪽방향만을 강요했던 책들과 달리 진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게 다른 책들과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를 한 번만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번 읽은 다음 2~3번은 읽었으면 좋겠어요. 경제와 부(富)는 패턴입니다.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한번 제대로 패턴을 깨우치면 나머지는 활용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쉽죠?   향후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이번 책에서 유럽의 부의 모습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부족했던 북유럽과 동유럽 쪽을 보완하는 한편, 사진이 보편화된 이후의 유럽이 전 세계에 저지른 부의 침탈도 역동적인 사실들이 많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말씀드린 부분과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김진우 기자 (kim.jinwoo.ja@gmail.com)경제사 이강희 경제사 이강희 경제 이야기 오늘날 유럽

2022-10-31

"미주 한인 이민 교회도 형태, 역할 변해야 산다"

기독교의 교인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기독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과거의 영광은 옛말이 됐다.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한국 및 미국의 주요 교단이 발표하는 교세 통계를 보면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그렇다고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현실을 인지하고 대안을 찾으면서 미래를 대비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교세 감소의 원인을 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교계내 움직임 등을 알아봤다.   젊은 세대 종교 활동 줄어들어 "이민 교회 미래도 장담 못해"   차세대와 언어, 문화적으로 괴리 이민자 유입만으로 생존 어려워   미국화된 2세 위해 역할 고민해야 셀처치, 다민족 교회 등 추구 필요   교세 감소는 기독교만의 문제일까.   일단 큰 흐름에서는 기독교를 포함 종교의 영역 자체가 사회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보스턴 대학 낸시 애머맨 교수(사회종교학)는 최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시대적으로 사람들이 교회와 같은 종교 기관에 소속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고 종교에 대한 신뢰가 많이 약화한 상태"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세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는 각종 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례로 최근 퓨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는 부류가 2070년경 최대 52%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특정 종교에 소속되지 않는 이들을 종교사회학계에서는 '넌스(nones)'로 일컫는다. 넌스 부류의 급부상은 종교의 존재성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LA지역 대니 한(37) 목사는 "기독교에서는 요즘 캠퍼스 전도 활동 등이 거의 사라졌는데 젊은 세대가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히는 걸 기피하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종교적 도그마가 오히려 삶을 구속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영적인 활동을 종교가 아닌 개인의 삶에서 영위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종교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감소 추세라 해도 특히 기독교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최근 주요 교단들이 내놓는 교세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리버사이드 지역 필립 이 목사는 "기독교의 교인수 감소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계속 진행되고 있었는데 교계 내에서는 위기 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라며 "지금의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지 몰라도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오늘날 교회들이 미래에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주 한인 교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과거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확연하게 체감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한인교계는 청년 사역의 부흥기를 보냈다. 각 교회에서는 크고 작은 청년부가 활발하게 운영되다 보니 청년 관련 집회나 청년 사역 기독 단체들까지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갔다. 당시 남가주 지역 한인 교계에서만도 HYM(남가주청년연합회) 경배와찬양 R제너레이션 카약 등 여러 범교계 청년 사역 단체들이 활동했지만 지금은 관련 활동이 거의 없다.   UCLA 유헌성 연구원(사회학)은 "한인 교계는 이민 인구 증가 이민 사회의 확장성 등과 맞물려 양적 질적으로 팽창해왔다"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이민 인구 감소 교회의 신뢰도 하락 영어권 한인 2~3세의 증가 등으로 한인 이민교회의 영향력 역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 교회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타국에서 민족적으로 동질성을 가진 이민자가 종교라는 공통 분모 아래서 모이는 집단이다.     기존의 기독교가 고민하는 영향력 사회적 역할 등의 고민은 물론 세대간 언어의 괴리 문화적 차이 이민 사회의 변화까지 각종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킨 곳이 이민 교계다.   한인 교계 내에서도 이민자의 유입만으로 교회의 덩치가 커지는 시대가 지났다는 점은 부정하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새로운 한인 세대에게 1세 중심의 이민 교회가 어떤 의미일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2세 사역을 담당하는 케빈 김 목사는 "이민 1세대 중심의 한인 교회들이 이제는 덩치가 아닌 역할 적으로 확장하는 게 필요한 시기"라며 "앞으로 한인 사회는 2~3세 한인들이 더욱 증가할 텐데 한인으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지켜주면서 완전히 미국화된 그들을 어떻게 이민 교회에 동화시킬 수 있을지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외한인학회 조사에 따르면 실제 미주 한인 2세의 절반 이상은 이미 타민족 또는 타인종과 결혼하고 있다. 8세 이하 한인의 혼혈 비율은 무려 43%에 이른다. 이는 1세대 중심으로 모든 것이 구성된 한인 교회에 기능 역할 등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윤성 목사(LA)는 "한인교회들도 다음 세대를 교회에 붙잡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2세 교회를 산하에 두고 재정적으로 지원하거나 그들만을 위해 교회를 독립시키기도 한다"며 "다만 1세대 이민교회는 '한인'이라는 울타리를 갖길 원하고 2세들은 그보다 의미가 넓은 '아시아계' 또는 '다민족' 교회로 넓혀가길 원한다는데서 시각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교계에서는 이민 교회의 형태와 역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시대와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흐름에 맞는 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교회보다는 특색을 갖춘 셀교회 한인 중심에서 다민족화된 교회 Z세대(1997~2012년 출생자)를 위한 교회 등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맥알렌세계선교교회 조철수 목사는 "교회와 선교단체에서도 메타버스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수련회 예배 교육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탈봇신학교의 실천신학 교수인 더글러스 에스티스도 가상교회론(Sim Church)'을 주장하며 가상공간에서의 선교활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미주 한인 이민 교회 이민자 유입 오늘날 교회들

2022-10-24

[중앙시평] 트럼프보다 무서운 자가 온다

“로마가 불타는 게 보고 싶다.”   21세기 로마인 미국에 대해 마치 빈 라덴인양 증오를 표출하는 자가 있다. 아마 미 대사관에서 비자 받기 힘든 자일테다. 하지만 독일계 미국인인 그는 오늘날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혁신적인 투자가이다. 그의 이름은 피터 티엘이다. 혹시 주식 투자 좀 해본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거물이다. 온라인 지불 시스템 혁신을 일으킨 소위 페이팔 마피아의 리더이자 『제로 투 원』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말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름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도 스타일과 행보는 다르지만 이 마피아의 일원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인 그가 왜 미국이 불타는 걸 원할까?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티엘은 미국이 아니라 미국의 기득권 체제(딥 스테이트)를 불태우려 한다. 그는 구글 독점 기업, 바이든 민주당, 아이비리그 대학 등을 기득권의 진앙지로 지목한다. 이들 리버럴 기득권이 중국과의 패권 싸움이 아니라 중국과 결탁해 미국의 국익을 배신했다고 고발한다. 심지어 그는 바이든을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 비시 정부의 수반인 페탱에 비유한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칼 슈미트, 레오 스트라우스, 르네 지라르 등 서구 비주류 사상계보에 대한 극우적 해석을 통해 자유주의와 여성주의를 극히 혐오하는 일베 스타일의 세계관을 형성해 왔다.   아직도 트럼프 현상을 단지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의 반란이고 실리콘밸리는 이를 견제하는 민주당의 기반이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은 좀 더 넓은 그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때 실리콘밸리는 68 혁명의 유산 속에서 군산복합체 이미지보다는 더 쿨한 세상에 대한 혁신의 열기로 기억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시대정신은 맥스 채프킨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자의 2021년 책 『Contrarian-티엘처럼 관습적 견해와 반대로 베팅하는 자』에 따르면 티엘 식의 정보 감시 기업 이미지와 좀 더 닮아 있다. 티엘이 만든 벤처 기업 팔란티어는 미국 국방부와 경찰 등에 이어 전 세계에 정보 감시 기술을 팔며 천문학적 돈을 벌고 있다. 더구나 이제 그는 스티브 배넌 등 워싱턴 정가의 극우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걸 넘어 자기 사도들을 선거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인 오하이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인 밴스는 당선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티엘 추종자이다.   트럼프가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건 상대적으로 덜 두렵다.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은 그래도 트럼프와 같은 즉흥적인 마피아 보스 스타일과는 싸울 체력이 아직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도구로 미국과 전 세계를 자신의 사기업 팔란티어의 이윤과 극우 세계관의 실험장으로 바꾸고자 하는 티엘과 같은 세력은 매우 두렵다. 왜냐하면 그는 다가올 혼돈의 세상과 기술을 미리 꿰뚫어 보는 천재적 안목과 천문학적 자본, 그리고 일관된 파시즘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주류가 경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고 헛소리를 할 때 이미 2007년에 1년 후 다가올 경제위기를 예견했다. 그리고 이미 2010년경부터 트럼피즘의 시대를 예고해 왔다. 정작 티엘을 비웃던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리버럴 기업가들은 그가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바로 옆자리에 앉는 현실을 씁쓸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무능하기보다는 차라리 사악해지자.’ 티엘의 인생 좌우명이다. 사실 그는 민주당의 큰 정부론을 혐오하고 자유지상주의를 설파하면서도 자신의 사기업과 국가의 거대한 결탁은 자랑할 만큼 얼굴이 두껍다. 그리고 상대를 끝까지 파멸시키는 음험한 계략의 귀재이다. 위에서 언급한 책에 따르면 민주당에게 대선을 몇 번 헌납해 결국 무리한 정책을 추구하게 하다가 이를 핑계로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사석에서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는 ‘반지의 제왕’ 광팬이자 파시스트인 멜로나가 총선에서 승리했다. 피터 티엘도 반지의 제왕 덕후라서 그의 팔란티어 기업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다. 온갖 기행과 모험을 거듭하는 그가 향후 베팅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자신의 통제를 받는 대선후보와 정치세력을 만들 경우 우리는 진짜 두려운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티엘 유형의 ‘감시 자본주의’ 기업 제국 대 시진핑 유형의 디지털 스탈린주의가 대결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보호주의나 트럼프의 재집권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분들은 사실은 너무 낙관주의자들이다. 바이든은 그래도 좋은 인품을 가진 분이고 트럼프는 마초인척 해도 사실은 겁쟁이다. 미국의 진짜 위험성은 사악해지는 걸 두려하지 않으면서 보호주의와 기술 디스토피아에 대한 천재적 본능을 결합한 티엘 같은 이들이다. 이들 군산복합체의 거대한 욕망과 냉혹한 계산 속에서 한반도는 지금 더 위험한 구렁텅이로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연 미국과 한국은 이 국수주의와 감시자본주의 제국, 그리고 극우 세계관이 기묘하게 결합한 괴물의 성장을 제어할 수 있을까? 안병진 /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중앙시평 트럼프 트럼프 현상 한때 실리콘밸리 오늘날 자본주의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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