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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혁명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탄생 순간 숨 막히게 재현

질투·마약·몸싸움 뒤엉킨
무대 뒤 현실 날것 전달
전설이 피어난 혼돈 포착

스케치 코미디 기원 SNL
그 번득이는 천재성·용기
위대한 90분에 바친 헌사

‘새터데이 나이트’는 스태프들과 출연진이 나누는 무대 뒤의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날 코미디의 전설이 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도 그들끼리의 알력과 갈등이 있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Columbia Pictures]

‘새터데이 나이트’는 스태프들과 출연진이 나누는 무대 뒤의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날 코미디의 전설이 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도 그들끼리의 알력과 갈등이 있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Columbia Pictures]

코미디의 전설은 고조된 긴장으로부터 시작됐다. 1975년 10월 11일 저녁 11시 30분 ‘Saturday Night Live’의 첫 방송을 준비하는 시간, 출연진과 스태프들에게 쇼의 시작이 임박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이제 막이 오르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 불과 90분.  
 
당시 하락세에 있던 네트워크TV NBC에게 새로운 부흥기를 가져다준 새로운 백스테이지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스케치 코미디의 기원을 알려주는 영화 ‘새터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수 노미니될 가능성이 크다. 작품상 후보군의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고 각본, 음악,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 의상, 메이크업 등의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록펠러 센터 8층 NBC 스튜디오. 코미디의 혁명적 순간, 그 90분간의 혼란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영화 ‘새터데이 나이트’는 오늘날 코미디의 전설이 된 SNL의 첫 방송이 시작되기 전, 쇼를 준비하는 제작진,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이 직면하고 있던 숨 막히는 90분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SNL에 바치는 헌사다. VHS 테이프에 늦은 밤 SNL을 녹화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많다. 그리고 유튜브에 떠도는 일회성 코믹 장면들을 보고 자란 오늘의 세대들에게는 무려 50년 동안 라이브로 방영되어 온 코미디의 원조 SNL이 첫 방송된 이후 코미디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케치 코미디를 라이브 TV쇼로 방영한다는 NBC의 기획은 획기적이었다. [Columbia Pictures]

스케치 코미디를 라이브 TV쇼로 방영한다는 NBC의 기획은 획기적이었다. [Columbia Pictures]

훌륭한 코미디는 언제나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우리들의 폭소 그 이면에는 번득이는 천재성과 기동성 그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누군가의 용기가 있었다. ‘새터데이 나이트’가 집중하는 대목이다. ‘주노’, ‘업 인 더 에어’(Up in the Air) 등의 수작들을 연출한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각본, 연출)은 이 과정을 스릴과 긴장감으로 전개해 나간다.  
 
10분 미만의 짧은 에피소드(스케치 코미디)만으로 구성된 ‘새터데이 나잇’은 코미디가 연출해내는 웃음 뒤에는 관객이 알지 못했던 인간사의 대립과 시기가 있었으며 코미디는 단순히 웃음을 선사하는 장르가 아님을 조명한다.  
 
영화는 록펠러 센터 앞 거리에서 아직 스튜디오에 도착하지 않은 배우 앤디코프먼(니콜라스 브라운 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총책임 프로듀서 론마이클스(가브리엘 라벨)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윽고 코프먼이 도착하고 그들이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카메라는 스튜디오의 곳곳에서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제작진, 서로 몸을 부딪쳐가며 대사 외우기에 골몰하고 있는 배우들의 분주한 모습들을 따라 다닌다.
 
존 벨루시(맷 우드)가 코카인을 흡입하고 있고 이에 당황한 동료 배우들은 패닉상태에 있다. NBC의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프로듀서 중 한명인 데이비드 테벳(윌렘 대포)의 잔소리! 그는 오히려 쇼가 망하길 바라는 듯, 자니 카슨쇼를 재방송하는 게 낫겠다며 핀잔을 준다. ‘MR. 텔레비전’이라 불리는 NBC의 실력자 밀턴 버리(J.K. 시먼스)는 스튜디오 구석에서 자니 카슨과 통화를 하고 있다.
 
작가 마이클 오도노휴(토미 듀이)는 SNL에 얽힌 NBC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스캔들화하려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다. 거의 모든 여성 스태프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댄 애크로이드(딜란 오브라이언), 유난히 분장에 신경을 쓰는 체비 체이스(코리 마이클 스미스), 자신이 잘생겼다고 믿는 그는 외모로 기회를 잡으려 한다. 줄리아드대 출신의 개럿 모리스(라몬 모리스)는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자문한다. 바바라 월터스 패러디로 유명한 길다 래드너(엘라 헌트), 여성 코미디언의 새로운 지형을 연 제인 커틴(킴 마툴라)의 모습도 보인다.  
 
‘새터데이 나이트’는 스태프들과 출연진이 나누는 무대 뒤의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날 코미디의 전설이 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도 그들끼리의 알력과 갈등이 있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Columbia Pictures]

‘새터데이 나이트’는 스태프들과 출연진이 나누는 무대 뒤의 이야기들을 통해 오늘날 코미디의 전설이 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도 그들끼리의 알력과 갈등이 있었음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Columbia Pictures]

스튜디오는 엉망진창, 혼돈 그 자체이다. 사방에서 터지는 사고들을 진화해야 하는 사람은 총책임 프로듀서 론 마이클스이다. 쇼러너로서의 그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다. 1시간 분량의 대본을 잘라내야 한다.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자신들의 출연이 무산된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직도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존 벨루시가 그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마지막 순간에 조명 감독이 그만두겠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사방에서 일어난다. 그 자신의 지나친 고집으로 인하여 쇼가 막을 올리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순간마저 있다. 그의 아내이며 쇼의 작가 중 한명인 로지 슈스터(레이첼 세노트)가 마이클스의 주변에서 조용히 그를 지켜준다.  
 
그러나 결국 마이클스의 혁명적인 아이디어, 각기 배우들의 독특한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투입, 활용하는 연출자의 능력이 극적인 순간에 최대치로 발휘된다. 그리하여 SNL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역사에 이름을 올린다.  
 
론 마이클스 자신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스토리에는 엄청난 양의 숨겨졌던 ‘팩트’들이 나열되어 있다. 당시 신인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털(니콜라스 포다니)이 쇼에 출연하기 위해 로비를 벌이는 일, 짐 벨루시와 체비 체이스 두 스타 간의 알력과 갈등, 마이클스가 술집에서 작가를 고용하는 일 등.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은 이 숨 막히는 긴장의 순간들을 16mm 필름에 담아내 70년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냈다.  
 
202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 ‘더 파벨만스’에서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여 인지도를 높였던 라벨이 또다시 엔터테인먼트의 큰 아이콘 론 마이클스를 연기한다. 라벨과 세노트 외 출연진 전원이 이루어낸 앙상블 연기는 배우조합(SAG)의 ‘캐스트 앙상블’ 연기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 풍자, 버라이어티쇼의 효시 격인 SNL은 빌 머레이, 존 벨루시, 짐 벨루시 형제, 댄 아키로이드, 블루스 브라더스, 체비 체이스 등 시즌 초기 스타들과 이후 티나 페이, 윌 페렐, 에디 머피, 아담 샌들러, 마이크 마이어스 등 수많은 코미디 스타들을 배출해냈다.  
 
오늘날까지도 가장 핫한 라이브 TV쇼로 인정받고 있는 SNL의 신화는 지금도 지속하고 있다. 2025년 2월 16일에는 SNL 50주년을 기념하는 3시간짜리 라이브쇼가 방영될 예정이다. SNL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올드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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