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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예술, 현대미술로 재해석

샤토 갤러리(관장 수 박)가 아태계 아티스트 및 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 마음(MAUM·공동 설립자 아놀드 변·박기오)과 손잡고 한인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협업 전시 ‘원 하트 원 마음(ONE HEART ONE MAUM)’을 개최한다.     샤토 갤러리는 “한국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형태와 재료를 혁신적으로 사용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한 현대 도예가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미를 널리 알리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는 전시회에 한국의 전통적인 조각보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아트보(Artbo)의 신예진 작가, 달항아리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무원세라믹스(Moowon Ceramics)의 도예작가 안토니오 김, 한국의 전통적인 느낌을 살린 삽화를 선보이는 지서희 작가가 참여한다.     마음의 주력 사업인 ‘마음 마켓’은 LA를 비롯해 다양한 도시에서 팝업 마켓을 개최하며 아태계 이민자 아티스트 및 브랜드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천 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는 마음 마켓의 설립 2주년 기념 전시이기도 하다.     수 박 샤토 갤러리 관장은 “한인 예술계의 유망한 신진작가들에게 전시 기회 등 혜택을 제공해 그들의 실험 정신과 잠재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장기적으로 LA 내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선을 끌어내고자 한다”며 “샤토 갤러리의 ‘신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소: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213)277-1960 이은영 기자현대미술 재해석 한국 현대미술 한국 전통 한인 예술계

2024-01-14

예술계 신선한 바람…젊은 작가 8인 그룹전

갤러리 웨스턴(관장 이정희)이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는 8인의 젊은 작가 그룹전 ‘뉴웨이브’를 개최한다.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기성세대 전시 느낌과 사뭇 다른 작품 간의 경계, 레이블, 형식의 한계를 넘어 다음 세대의 다양한 실험적인 조각, 회화, 디지털 매체, 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가 소개된다.     갤러리 웨스턴 이정희 관장은 “요즘 같이 불황 속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 더 많은 관람객을 만나도록 전시의 장을 마련했다”며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젊은 작가들이 앞으로 예술계에 큰 돌풍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참여 작가는 재미 한인 청년 예술가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커뮤니티 작가들로 양승성, 이형모, 로버트 리, 김민주, 카미 큐블로스, 에드윈 바스퀘즈, 홍한나, 이상훈 등 총 8인이다.   갤러리 웨스턴 측은 “자신만의 예술적 세계를 개척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드문 기회”라고 강조했다.     오프닝 리셉션은 17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주소:210 N. Western Ave. #201. LA   ▶문의:(323)962-0008 이은영 기자예술계 그룹전 작가 그룹전 갤러리 웨스턴 관장 이정희

2023-11-12

[문화산책] 올해 떠난 사람들

부고 기사에 유달리 눈길이 머무는 것은 나이 탓이려니 싶다. 남의 일 같지 않기도 하다. 최근 몇 해 동안의 부고를 보면, 단순히 개인적 슬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실감이 강하다. 그래서 더 유심히 보게 된다.   2022년 올해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때문에 별세한 분도 꽤 있어서 안타깝다. 일본의 인기 코미디언 시무라 켄 등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도 몇 분 있다.   시대정신이 변하고 있다는 실감을 주는 별세도 적지 않았다. 영국 여왕의 별세,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등은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상징으로 읽힌다.   한국의 경우를 정리하면,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 박사와 김동길 교수의 타계가 국민의 마음을 허전하게 했다. 든든한 어른이 간절한, 이 어지러운 시대에 큰 스승들이 떠났으니, 그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떠난 이들이 남긴 시대정신을 어떻게 이어받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큰 숙제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큰 별이 많이 졌다. 문학계에서는 ‘오적’의 김지하 시인, 소설가 이외수,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 미술계에서는 10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던 원로 김병기 화백, 뉴욕에서 오래 활동해온 김차섭 화백, 단색화 2세대 화가로 각광 받던 김태호, 독일에서 활동해온 노은님 작가, 민중미술의 대표적 이론가로 활약한 미술평론가 성완경 교수 등이 올해 세상을 떠났다.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이며 연극연출가로 꼽히던 오태석씨도 별세했고, 연예계에서는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 강수연, 명사회자 허참, 전국노래자랑의 터줏대감 송해, 성우 김성원, 인기 드라마 ‘달동네’ ‘보통사람들’을 쓴 극작가 나연숙, 가수 오기택 등이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 시대정신이나 철학,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세대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 꼭 지켜야 할 전통적 정신세계 같은 것도 있는 법이다. 그런 소중한 가치관들이 기준 없이 무너질 때 우리는 중심을 잃고 당황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변해가는 것이 큰 문제다. 인간관계, 인정, 살아가는 도리, 사람냄새, 마음 움직임, 사랑….   특히, 최근의 혁명적인 변화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격하고 근본적인 것이어서, 나 같은 꼴통 아날로그 꼰대는 적응하기 벅차다. 낭패다. 생활방식의 변화는 곧바로 정신세계의 변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변하고 있고, 변했다. 예를 들어, 우리말은 무참하게 망가지고 있어 알아듣기 어렵고, 말과 글은 짧아져서 긴 글은 아예 읽지를 않는다고 한다. 글이 짧다는 것은 생각이 얄팍하다는 뜻이고, 세상이 가벼워진다는 말이다. 그 결과 글이나 그림이나 음악이나 모두가 감각적이고 달콤하고 예쁘장한 것에 치우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깊이 곰삭은 철학이나 짙고 진득한 정서적 교감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화학조미료 범벅의 인스턴트식품인 셈이다.   별세한 선배들이 남긴 정신적 가치를 소중하게 갈무리하는 마음가짐이 우리 문화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지난 것이라고 무조건 부정하고 버려서는 안 된다. 돌아가신 부모님 유품을 정리하는 자식의 마음으로 살펴보면 고물과 골동품의 차이, 소중하게 챙길 물건과 쓰레기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을까. 이어받을 것은 고맙게 이어받고, 지킬 것은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별세한 이의 추모기사를 눈여겨 읽는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철학 가치관 별세 아베 문화 예술계

2022-12-01

[문화 산책] 나이를 이겨낸 열정

 원로화가 장정자 화백의 개인전이 잔잔한 화제가 되었다. 평생 그림을 그렸는데 8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첫 개인전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검은색 위주의 그림들이 내뿜는 곰삭은 연륜의 향기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도 높이 평가할 만했다.   이번 장정자 개인전은 나이 탓하며 의욕을 잃어버린 노년층에 용기를 주었고, 타성에 젖어 게을러진 후배 작가들에게는 따끔한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미주한인 예술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령화에도 작은 희망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날이 갈수록 노령화되어가는 미주한인 예술계의 현실에서 90대의 고령에도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지런히 시를 써서 발표하는 박복수 시인이나 80대 중반의 나이에 미주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고 첫 소설집을 펴낸 민원식 작가 같은 분들은 큰 힘이 된다. 그밖에도 나이를 잊고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노익장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 같은 원숙하게 농익은 열정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비로소 가능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이 나이에 뭘 하랴?”고 퍼질러 앉아버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나이 먹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과감한 변신이 어려워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겁이 많아지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관성(慣性)이 강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습관으로 작품을 하는 ‘언어 기능공’이나 ‘조형 기능공’으로 전락하기 쉽다.   어느 분야나 비슷한데 일단 자기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어느 정도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이 만들어진다.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거기에 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매너리즘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말년에 과감하게 변신하여 멋지게 성공한 작가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 점화(點畵)는 생애 마지막 몇 년 뉴욕에서 활동할 때 피어났다.   박생광(1904~1985년) 화백 같은 작가도 좋은 예다. 내고(乃古) 박생광 화백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장르를 구축해낸, 수묵채색화의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그런데 이런 성취가 생애 마지막 8년 동안의 놀랍고도 대담한 예술적 변신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에서 오랜 동안 공부하고 해방 후 귀국하여 지방에서 활동하면서 일본풍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평가 받다가 70세가 넘어서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주제를 수묵화에 강렬한 오방색의 채색을 혼합하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 구성을 통해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와 민족성이 생명력으로 들끓어 오르는 그의 작품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 박생광 화백의 말이다.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호를 ‘그대로’로 바꿨고, 작품에 적는 제작연도도  서기가 아닌 단기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작품세계를 연지 얼마 안된 1985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 산책 나이 열정 박생광 화백 미주한인 예술계 장정자 화백

2022-06-08

[문화 산책] 나이를 이겨낸 열정

원로화가 장정자 화백의 개인전이 잔잔한 화제가 되었다. 평생 그림을 그렸는데 8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첫 개인전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검은색 위주의 그림들이 내뿜는 곰삭은 연륜의 향기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도 높이 평가할 만했다.   이번 장정자 개인전은 나이 탓하며 의욕을 잃어버린 노년층에 용기를 주었고, 타성에 젖어 게을러진 후배 작가들에게는 따끔한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미주한인 예술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령화에도 작은 희망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날이 갈수록 노령화되어가는 미주한인 예술계의 현실에서 90대의 고령에도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지런히 시를 써서 발표하는 박복수 시인이나 80대 중반의 나이에 미주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고 첫 소설집을 펴낸 민원식 작가 같은 분들은 큰 힘이 된다. 그밖에도 나이를 잊고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노익장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 같은 원숙하게 농익은 열정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비로소 가능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이 나이에 뭘 하랴?”고 퍼질러 앉아버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나이 먹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과감한 변신이 어려워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겁이 많아지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관성(慣性)이 강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습관으로 작품을 하는 ‘언어 기능공’이나 ‘조형 기능공’으로 전락하기 쉽다.   어느 분야나 비슷한데 일단 자기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어느 정도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이 만들어진다.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거기에 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매너리즘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말년에 과감하게 변신하여 멋지게 성공한 작가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 점화(點畵)는 생애 마지막 몇 년 뉴욕에서 활동할 때 피어났다.   박생광(1904~1985년) 화백 같은 작가도 좋은 예다. 내고(乃古) 박생광 화백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장르를 구축해낸, 수묵채색화의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그런데 이런 성취가 생애 마지막 8년 동안의 놀랍고도 대담한 예술적 변신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에서 오랜 동안 공부하고 해방 후 귀국하여 지방에서 활동하면서 일본풍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평가 받다가 70세가 넘어서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주제를 수묵화에 강렬한 오방색의 채색을 혼합하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 구성을 통해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와 민족성이 생명력으로 들끓어 오르는 그의 작품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 박생광 화백의 말이다.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호를 ‘그대로’로 바꿨고, 작품에 적는 제작연도도  서기가 아닌 단기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작품세계를 연 지 얼마 안 된 1985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박생광 화백의 예는 고령화로 날이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우리 미주 한인문화계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 산책 나이 열정 박생광 화백 미주한인 예술계 장정자 화백

2022-06-02

[문화 산책] 예술계의 부끄러운 여성 차별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지난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고 한다. 좀 우습다. ‘여성의 날’이 왜 따로 필요한가? ‘아버지날’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거야 말로, 아직도 여성차별이 심각한 문제라는 증거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국미술과 여성에 대해서 좀 살펴보자.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도 이제는 상당 부분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덕이다. 큰 줄기는 그런대로 정리가 되었고, 이제부터는 균형 잡힌 각론 연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단계로 보인다. 특히 아직 연구가 덜 된 부분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리얼리즘 연구나 여성미술가에 대한 자료 발굴과 연구 등이다. 그중에서도 여성미술가에 대한 부분 집중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별대우에 대한 반성이요, 부끄러운 역사 공부다.   여성예술가에 대한 차별대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완고하게 존재해왔다. 생각해보면 참 잔인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인류의 절반이 여자인데 그 절반을 근거도 없이 홀대하다니! 야만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는 유교적 가치관 때문에 한층 심했지만 걸핏하면 ‘레이디 퍼스트’를 내세우는 서양 사회에서도 형편이 그다지 좋은 건 결코 아니었다.   문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가 말이 아니었다.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가령, 미국에서 여성의 투표권이 법으로 보장된 것은 1920년 8월26일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되고부터란다. 100년 남짓밖에 안 됐다.   형편이 이러하니 예술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미술,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노골적으로 여성을 차별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뛰어난 여성예술가들이 많이 나온 것은 참으로 고맙고 눈물겨운 일이다.   미술사의 관점에서 여성미술가들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고 새롭게 평가하는 기폭제가 된 것은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는가?’라는 논문이었다. 이 논문이 발표된 것이 1971년이었으니, 늦어도 터무니없이 늦었다. 그리고 이 글이 한국의 미술전문 잡지에 실린 것은 20년 뒤인 1990년 가을이었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주로 거론되는 여성미술가의 계보는 나혜석, 백남순, 박래현, 천경자, 김정숙, 이성자, 최욱경, 차학경, 윤석남 등으로 이어지고, 지금은 남자작가보다 더 많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몇 년 사이 박래현, 최욱경 같은 중요한 여성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활발한 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잊혀진 여성작가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작가들을 발굴해서 다시 평가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우리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부 중의 하나로, 미국에서 배우고 활동한 여성미술가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들이 겪은 정신적 고뇌의 경험이 오늘의 미주 한인화가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대하는 낯선 현실, 생소한 가치관에 적응하려 애쓰는 한편으로, 강하게 저항하면서 자기정체성을 세우고 지켜가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 외로움, 어려움, 괴로움, 고뇌와 기쁨 등은 이론이 아닌 실전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50대의 나이에 과감하게 미국에 와서 공부한 박래현, 미국 현대미술의 격동기를 직접 체험한 최욱경, 1.5세 작가 차학경 같은 여성미술가들을 깊게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예술계 여성 세계 여성 한국 현대미술 각론 연구가

2022-03-24

작가가 일군 소우주에 초대

 미주 지역 한국 미술 전시 기획사인 HK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가 한인 작가 기획전 ‘교감(Interaction)’을 다음 달 3~9일 파크뷰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HK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는 “예술을 본다는 것은 작가의 기억, 경험, 생각으로 일구어진 소우주에 초대되는 것”이라며 “이번 전시 속에서 소통과 공감이 만연한 미적 체험을 교감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팬데믹으로 문화 예술계의 활동이 침체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 문화 예술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강다영.홍한나 공동 대표는 “다양한  전시 기획을 통해 한국 미술의 세계 진출을 위해 성실한 협력자 역할을 해나가겠다”며 “한국 고유 감성의 세심함과 젊은 작가들의 대범함은 현대미술을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는 강유주, 구도원, 권노은, 권여진, 김도위, 김민우, 김소향, 김연희, 김은경, 사도세자, 설유정, 안진경, 오대경, 우포, 유지연, 이수진, 이은솔, 이지은, 이효지, 정윤선, 정은정, 정혜성, 조성철, 조휘연, 지희구, 최예지, 한지민, 헤뮤, 홍련, 홍선미, 황체상, 래티, H.레드 등 총 33명이다.   오프닝 리셉션은 3월 4일 오후 5시.     ▶장소: 2410 James M Wood Blvd, LA     ▶문의: (213)437-3238 이은영 기자소우주 일군 일군 소우주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문화 예술계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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