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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올해 떠난 사람들

부고 기사에 유달리 눈길이 머무는 것은 나이 탓이려니 싶다. 남의 일 같지 않기도 하다. 최근 몇 해 동안의 부고를 보면, 단순히 개인적 슬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실감이 강하다. 그래서 더 유심히 보게 된다.
 
2022년 올해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 때문에 별세한 분도 꽤 있어서 안타깝다. 일본의 인기 코미디언 시무라 켄 등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내가 아는 사람들도 몇 분 있다.
 
시대정신이 변하고 있다는 실감을 주는 별세도 적지 않았다. 영국 여왕의 별세, 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등은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상징으로 읽힌다.
 
한국의 경우를 정리하면,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 박사와 김동길 교수의 타계가 국민의 마음을 허전하게 했다. 든든한 어른이 간절한, 이 어지러운 시대에 큰 스승들이 떠났으니, 그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떠난 이들이 남긴 시대정신을 어떻게 이어받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큰 숙제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큰 별이 많이 졌다. 문학계에서는 ‘오적’의 김지하 시인, 소설가 이외수,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 미술계에서는 10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던 원로 김병기 화백, 뉴욕에서 오래 활동해온 김차섭 화백, 단색화 2세대 화가로 각광 받던 김태호, 독일에서 활동해온 노은님 작가, 민중미술의 대표적 이론가로 활약한 미술평론가 성완경 교수 등이 올해 세상을 떠났다.
 
한국의 대표적 극작가이며 연극연출가로 꼽히던 오태석씨도 별세했고, 연예계에서는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 강수연, 명사회자 허참, 전국노래자랑의 터줏대감 송해, 성우 김성원, 인기 드라마 ‘달동네’ ‘보통사람들’을 쓴 극작가 나연숙, 가수 오기택 등이 세상을 떠났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 시대정신이나 철학,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세대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 꼭 지켜야 할 전통적 정신세계 같은 것도 있는 법이다. 그런 소중한 가치관들이 기준 없이 무너질 때 우리는 중심을 잃고 당황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변해가는 것이 큰 문제다. 인간관계, 인정, 살아가는 도리, 사람냄새, 마음 움직임, 사랑….
 
특히, 최근의 혁명적인 변화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격하고 근본적인 것이어서, 나 같은 꼴통 아날로그 꼰대는 적응하기 벅차다. 낭패다. 생활방식의 변화는 곧바로 정신세계의 변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변하고 있고, 변했다. 예를 들어, 우리말은 무참하게 망가지고 있어 알아듣기 어렵고, 말과 글은 짧아져서 긴 글은 아예 읽지를 않는다고 한다. 글이 짧다는 것은 생각이 얄팍하다는 뜻이고, 세상이 가벼워진다는 말이다. 그 결과 글이나 그림이나 음악이나 모두가 감각적이고 달콤하고 예쁘장한 것에 치우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깊이 곰삭은 철학이나 짙고 진득한 정서적 교감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화학조미료 범벅의 인스턴트식품인 셈이다.
 
별세한 선배들이 남긴 정신적 가치를 소중하게 갈무리하는 마음가짐이 우리 문화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지난 것이라고 무조건 부정하고 버려서는 안 된다. 돌아가신 부모님 유품을 정리하는 자식의 마음으로 살펴보면 고물과 골동품의 차이, 소중하게 챙길 물건과 쓰레기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을까. 이어받을 것은 고맙게 이어받고, 지킬 것은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별세한 이의 추모기사를 눈여겨 읽는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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