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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예술계의 부끄러운 여성 차별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지난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고 한다. 좀 우습다. ‘여성의 날’이 왜 따로 필요한가? ‘아버지날’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거야 말로, 아직도 여성차별이 심각한 문제라는 증거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한국미술과 여성에 대해서 좀 살펴보자.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도 이제는 상당 부분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 덕이다. 큰 줄기는 그런대로 정리가 되었고, 이제부터는 균형 잡힌 각론 연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단계로 보인다. 특히 아직 연구가 덜 된 부분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리얼리즘 연구나 여성미술가에 대한 자료 발굴과 연구 등이다. 그중에서도 여성미술가에 대한 부분 집중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별대우에 대한 반성이요, 부끄러운 역사 공부다.
 
여성예술가에 대한 차별대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완고하게 존재해왔다. 생각해보면 참 잔인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인류의 절반이 여자인데 그 절반을 근거도 없이 홀대하다니! 야만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는 유교적 가치관 때문에 한층 심했지만 걸핏하면 ‘레이디 퍼스트’를 내세우는 서양 사회에서도 형편이 그다지 좋은 건 결코 아니었다.
 


문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가 말이 아니었다.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가령, 미국에서 여성의 투표권이 법으로 보장된 것은 1920년 8월26일 수정헌법 제19조가 통과되고부터란다. 100년 남짓밖에 안 됐다.
 
형편이 이러하니 예술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미술, 음악 등 각 분야에서 노골적으로 여성을 차별했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뛰어난 여성예술가들이 많이 나온 것은 참으로 고맙고 눈물겨운 일이다.
 
미술사의 관점에서 여성미술가들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고 새롭게 평가하는 기폭제가 된 것은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는가?’라는 논문이었다. 이 논문이 발표된 것이 1971년이었으니, 늦어도 터무니없이 늦었다. 그리고 이 글이 한국의 미술전문 잡지에 실린 것은 20년 뒤인 1990년 가을이었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주로 거론되는 여성미술가의 계보는 나혜석, 백남순, 박래현, 천경자, 김정숙, 이성자, 최욱경, 차학경, 윤석남 등으로 이어지고, 지금은 남자작가보다 더 많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몇 년 사이 박래현, 최욱경 같은 중요한 여성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활발한 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잊혀진 여성작가들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작가들을 발굴해서 다시 평가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우리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부 중의 하나로, 미국에서 배우고 활동한 여성미술가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들이 겪은 정신적 고뇌의 경험이 오늘의 미주 한인화가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대하는 낯선 현실, 생소한 가치관에 적응하려 애쓰는 한편으로, 강하게 저항하면서 자기정체성을 세우고 지켜가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 외로움, 어려움, 괴로움, 고뇌와 기쁨 등은 이론이 아닌 실전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50대의 나이에 과감하게 미국에 와서 공부한 박래현, 미국 현대미술의 격동기를 직접 체험한 최욱경, 1.5세 작가 차학경 같은 여성미술가들을 깊게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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