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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잡초

온 세상이 초록빛이다. 기다리던 봄비가 마음껏 와준 덕분이다. 우리 집 나무들이 싱그럽게 연한 잎을 뿜어내고 물기 머문 꽃들이 꽃망울을 품는다. 작년 겨울에 선물 받아 심은 개나리가 더욱 선명한 노란 빛을 드리운다. 추운 겨울을 견뎌 지나온 탓이리라.   은퇴 후 우리 집 한 모퉁이에 만들어진 텃밭은 우리 부부의 일터다. 텃밭을 돌보는 건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우리에게 수고 이상의 기쁨을 주는 곳이다. 생명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하며 결실의 희열을 몸 전체로 맛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도 초록빛으로 자라 젊어지는 듯하다.   거름을 주어 옥토를 조성했다. 잎의 성장에 좋은 것, 꽃을 피우게 하는 것,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는 것 등 용도에 맞는 여러 가지 거름을 뿌렸다. 누렇던 떡잎이 짙푸르게 자라는 모습에 흐뭇해진다. 오이와 호박은 넝쿨을 내밀어 뻗어나려 한다. 고추는 흰 꽃, 가지는 보랏빛, 토마토는 노란 꽃을 맺는다. 그런데 불청객이 힘을 얻어 왕성하게 곁에서 같이 자란다.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바로 잡초다. 너를 어떻게 하면 좋겠니?   하는 수 없이 군데군데 모종을 심고 가까이에 있는 잡초만 뽑아 주었다. 잡초를 하루 뽑고 나면 사흘 동안 팔다리가 아파 절절매는 형편이다. 아∽ 며칠이 지나면 여전히 잡초로 뒤덮이고 만다. 미처 뽑지 못한 잡초가 때를 만난 듯 마구 자란다. 노란 꽃까지 피워내 야생화 동산으로 변하는 걸 막을 수 없다. 텃밭이 유난히 넓어 보이는 건 무슨 이유일까.     생존하려는 질긴 근성을 막을 수 없어, 그냥 너도 같이 자라라고 어쩔 수 없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까? 지인의 조언대로 필요하지 않은 풀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검정 비닐로 덮어야 하나? 아니면 제초제를 뿌려야 할지? 우후죽순 올라오는 잡초만큼이나 나의 머릿속도 헝클어진다. 어지러운 혼돈 속에서 호미는 해결사로 한몫한다. 잡초는 날카로운 호미 날에 뽑히고 말 처지다.   소중히 여겼던 노란 민들레가 지천으로 흔하다. 초록 잔디밭 가운데 노란 꽃들이 수를 놓는다. 영토를 넓혀갈수록 하찮은 존재로 여겨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필요와 수요에 의해 가치가 정해지는 건가? 어떤 게 들꽃이고 잡초인가? 기준이 모호해진다.   잡초는 이름 없이 향기도 없이 사랑받지 못한다. 생존했다는 것만으로 의미를 주지 못한다. 우리의 삶 역시 같은 비유가 되지 않을는지. 윤택하지 못한 환경에서 억세게 살아가는 사람이 뽑히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어려움을 극복해 사회의 일원으로 자기 몫을 다한다면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이다. 분명 소중한 가치를 지닐 테니까.     옥토가 아닌 곳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성실한 생명체가 있다. 심고 거두는 자에게 기쁨을 나누게 해 준다. 이것이 잡초와 구분되는 경계라 생각한다. 목적에 맞게 이루어 가는 삶이리라.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잡초 보랏빛 토마토 초록 잔디밭 야생화 동산

2024-06-04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운무 자욱한 야생화 들판, 여긴 천국…라호야 밸리 말리부

LA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20분을 운전하면 샌타모니카 해변이 나온다. 이곳에서 1번 국도인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PCH)를 따라 북상하면 왼편으로는 태평양 바다를 보면서 오른쪽은 샌타모니카 산맥이 나타난다.   나지막한 샌타모니카 산맥은 아담한 구릉에 초장이 펼쳐지고 수많은 등산로가 산재해 있어 처음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특히 봄여름에는 야생화들이 풍성하게 피어올라 등산로를 따라 걷는 재미가 좋다.   이 가운데 무구픽(Mugu peak)으로도 잘 알려진 라호야 밸리는 산 너머로 초장과 연못이 있고 산 전체가 수많은 야생화와 허브들이 피어 올라 가히 야생화의 천국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다.   5월을 접어들면서 도심지는 햇볕이 뜨거워지지만 이곳 말리부 인근은 해안에서 형성된 운무로 인해 촉촉하면서도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라호야 밸리를 가장 잘 둘러볼 수 있는 길은 츄매쉬 트레일(Chumash Trail)이다. 수년 전까지는 인근의 레이 밀러 등산로가 가장 유명했지만 산사태로 길이 유실되면서 레이 밀러 등산로 일부 구간이 폐쇄된 상태이다.   츄매쉬 등산로는 1번 국도변에 있는데 주말에는 주차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 등산로는 처음 0.7마일을 조금 가파르게 올라간다. 하지만 초입부터 펼쳐지는 야생화의 물결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숨이 차오르면 잠시 쉬면서 형형색색의 꽃들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약 30분 정도 오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은 풍광이 뛰어난 무구픽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며 왼편은 라호야 밸리로 이어진다.   라호야 밸리는 광활한 초장으로 수많을 야생화들과 허브가 지천으로 피어 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사한 꽃들도 있지만 고즈넉하면서도 우아하게 피어오른 야생화와 허브가 대부분이다.   등산로를 따라 1.7마일을 가면 트레일 캠핑장이 나온다. 트레일 캠프는 많이 사용하지 않아 잡풀로 가득하지만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되어있어 점심을 하거나 잠시 휴식하기에 아주 좋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무구픽을 올라보자. 오르는 길목에 수많은 야생화들이 조화롭게 피어 올라 등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기회에 일부 야생화 이름을 짚어보자.   무구픽에 오르면 커다란 성조기가 서있다. 미국의 표상인 성조기는 미국인들의 자부심으로  옆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부동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맑은 날 무구픽을 오르면 정상에서 태평양 바다가 훤히 펼쳐지고 아래편 옥스나드 해군기지도 보인다.   무구픽에서 내려올 때는 지름길을 이용해보자. 길이 급하지만 무척 짧다. 트레일 캠프와 무구픽을 돌아나오는 츄매쉬 트레일의 총거리는 약 7마일 정도이다.   조금 힘든 구간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수많은 야생화를 보고 허브의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어 라호야 밸리는 힐링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리부는 아름다운 해안으로도 유명하다. 1번 국도변에 무구픽 해변, 리오 캐리오 해변, 엘 마타도 해변들이 있어 잠시 둘러보아도 좋다.   LA시민들의 아름다운 휴식처 라호야 밸리 방문은 야생화들로 가득한 봄 여름철이 특히 좋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말리부 야생화 야생화 들판 밸리 말리부 일부 야생화

2024-05-16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진짜 야생을 만나다, 옐로스톤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1872년,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옐로스톤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와이오밍 주, 몬태나 주, 아이다호 주에 걸쳐 있다. 자그마치 90만㏊(헥타르), 서울의 10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광대한 국립공원에서 그리즐리불곰, 흑곰, 회색늑대, 바이슨(아메리칸들소), 엘크 등 온갖 희귀 동물과 다양한 식물들이 생생한 자연의 생태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현재도 활동 중인 화산대에 위치하고 있어 온천과 간헐천이 즐비하며, 특히 전 세계 간헐천의 60~70%에 해당하는 500여 개의 간헐천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옐로스톤은 미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136평방마일의 산정호수와 알래스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야생동물, 나이아가라 폭포의 2배가 넘는 폭포, 1만여 개가 넘는 온천, 그리고 1만피트가 넘는 산봉우리도 45개나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전 세계 여행자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버킷리스트 여행지로 통한다. 평생소원을 이루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 해에만 400만명에 달한다.   옐로스톤을 대표하는 간헐천은 올드 페이스풀이다. 19세기 탐사대가 물이 솟는 주기가 일정하다며 '오래된 믿음'이란 이름을 붙였다. 뿜을 듯 안 뿜을 듯, 여행자들의 속을 애태우는 올드 페이스풀은 보통 90분가량마다 8000갤런 이상의 온천수를 160피트 높이로 약 3분간 뿜어내는 환상적인 분출쇼를 펼쳐 보인다.   '물 구경'과 함께 여행자들이 열광하는 건 '동물 구경'이다. 멸종위기종인 그리즐리부터 1930년대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돌아온 늑대, 바이슨 등 TV에서나 봤던 야생동물들을 예사롭게 마주치니 마치 세렝게티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옐로스톤를 소개하는 사진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랜드 프리즈매틱, 예측하기 어려운 증기 분출을 보여주는 스팀보트와 영롱한 옥색 물빛이 매력적인 에메랄드, 2단 폭포가 절경인 캐년 컨트리의 아티스트 포인트, 진흙 웅덩이들이 모여 부글부글 끓는 머드 볼케이노 등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옐로스톤은 남쪽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레이크, 캐니언, 루스벨트, 매머드, 가이저 컨트리가 8자 형태의 도로로 연결돼 있다. 5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가 옐로스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시기이고 이왕 옐로스톤까지 갔다면 그랜티톤 국립공원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옐로스톤에서 191번 하이웨이를 타고 직진하면 만년설 얹은 산봉우리, 바닥이 보일 만큼 투명한 호수, 야생화 만발한 초원의 그랜티톤 국립공원이다. 엽서와 달력에 자주 등장하던 바로 그 비경이며, 200마일에 이르는 등산로까지 품고 있어 '미국의 알프스'로 평가받는다. 대부호 록펠러 가의 별장이 있던 곳으로 이 지역 52평방마일 상당의 땅을 기증하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옐로스톤 야생 옐로스톤 국립공원 야생동물 나이아가라 호수 야생화

2024-04-25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카리조 평원은 지금 황금빛 풍경화

수퍼 블룸(super bloom)은 건조한 사막이나 초장에 야생화가 화려한 색채와 생명력을 뽐내며 피어나는 자연 현상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이 놀라운 현상이 나타날 때면 수십 마일에 걸친 광활한 지역에 다양한 야생화들이 풍성하게 피어 오른다. 하지만 수퍼 블룸은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10년에 한번 정도 경험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남가주는 예외적으로 2019년과 2023년 풍성한 수퍼 블룸의 야생화 시즌을 경험했다. 겨울 강우량이 많았던 2024년에도 산야가 화려한 야생화로 뒤덮이는 수퍼 블룸이 올까.   전통적으로 남가주의 수퍼 블룸 명소로 알려진 몇 곳을 알아보자.   먼저 안자 보레고(anza borrego) 사막 주립공원이다. 거대한 사막지형이지만 봄철에는 들판이 화사한 꽃들로 덮인다. 특히 보레고 스프링스 로드와 핸더슨 캐년 로드는 전통적으로 많은 야생화가 피어오르는 장소다.   지난해 늦여름부터 남가주에 상당한 비와 홍수를 가져온 허리케인의 영향과 잦은 겨울비로 인해 2024년에도 야생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꽃이 풍성하게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에 목격한 안자 보레고의 야생화는 2023년에 비해 그 모양이 무척 빈약하다.   두 번째로 조슈아 트리(joshua tree) 국립공원 또한 야생화의 보고로 알려져있다. 현재 조슈아 트리에는 노란색 파피(poppy)가 평지를 뒤덮었다. 3월 말에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 파피꽃은 우윳빛 민들레와 보라색 치아와 함께 메말랐던 대지를 은은한 색감으로 수놓고 있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특유의 형이상학적인 돌산을 배경으로 정갈하면서도 고귀한 품격을 보여주는 파피 물결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여 한동안 쉬어가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준다.   기억해야할 점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의 남쪽입구인 코튼우드 로드에 야생화가 피어난다. 공원 북쪽이나 서쪽입구로 들어서면 수많은 조슈아 트리를 만나지만 야생화는 드물다.   세 번째로는 중가주에 있는 카리조 평원(carrizo plain)이다. 2024년 이곳에도 충분한 강우량으로 인해 산야가 온통 초록으로 변했다. 그리고 3월 중순부터 야생화들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다.   그 속도도 지난해와 비슷하다. 3월 말에 황금색 데저트 골드(desert gold)가 평원을 덮기 시작했고 연보라색의 파셀리아(phacelia)는 서서히 그 색채를 나타내고 있다.     카리조 평원은 가운데로 소다 레이크 로드를 두고 동편으로 엘크혼 로드 서쪽으로는 칼리엔테 산맥이 있다. 소다 레이크 로드는 일반 승용차로도 운전 가능하지만 다른 지역은 바닥이 높은 사륜구동 차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파피꽃으로 유명한 랭캐스터는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좀 늦어지고 있다. 군데군데 조금씩 파피가 올라왔지만 2019년과 2023년의 화려했던 장관에는 못 미친다는 예견이다.   꽃이 피는 조건은 일조량, 바람, 물, 온도, 고도의 조합에 따라 정해진다.   우선은 겨울 동안 충분한 비가 필요하다. 비가 너무 적게 내리면 씨앗이 발아하기에 좋지 않고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씨앗이 썩거나 씻겨 내려갈 수 있다. 또한 너무 일찍 또는 너무 늦게 비가 내려도 꽃이 피는데 도움이 안 된다.   온도도 중요하다. 따뜻하고 화창한 날은 꽃이 만개할 것이라는 좋은 신호이다. 하지만 햇볕이 너무 뜨거우면 씨앗이 마르고 풀이 타버릴 수 있다. 서늘한 밤은 꽃 모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추운 기온은 나쁜 소식이다.   꽃은 언제 만개할는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 매년 꽃의 종류와 수량 개화 시기는 각기 다르다.   수퍼 블룸은 꽃의 양뿐만 아니라 종의 다양성과 놀라운 색채의 강도로도 특징지어지며, 이를 목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숨막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수퍼 블룸이 일반적인 야생화 시즌과 다른 점은 꽃의 규모와 강렬함이다. 꽃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생생한 색채의 풍경화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강우량이 많았던 2024년 겨울을 지나면서 올 봄에도 수퍼 블룸을 목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황금빛 풍경화 수퍼 블룸 야생화 시즌 조슈아 트리

2024-04-04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우리 꽃길만 걷자, 봄의 유혹 속으로…

캘리포니아에 야생화 시즌이 돌아왔다. 많은 비가 내린 덕에 올해도 수퍼블룸이 예상된다. 지난해 야생화 개화 모습을 바탕으로 3·4월 꼭 가봐야할 꽃구경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첫 번째 3월의 야생화 명소로 포인트 듐 주립 해변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는 코레옵시스라는 노란 꽃이 피어난다. 언뜻 보면 국화꽃 같기도 한데 한국명으로 금계국이라고 소개된다.   온천지에 노란 꽃으로 뒤덮인 해안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태평양 바다와 어우러진 꽃동산에 취하게 된다. 해안선 아래편으로 바다표범 가족이 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다.   두 번째로 3월에 야생화가 절정을 이루는 장소로 치노 힐스 주립공원이 있다. 1만4000에이커에 달하는 구릉에 60마일이 넘는 하이킹 코스, 피크닉 장소, 캠프장이 치노 힐스 주립공원은 야외활동을 위한 천혜의 장소다.   공원 곳곳에 노란 겨자꽃이 피어오르고 군데군데 주황색 양귀비, 보라색 루핀, 캔터베리 등 다채로운 꽃들도 많이 피어난다. 치노힐스 주립공원은 출입구가 총 3곳인데 야생화 탐방을 위한 입구는 4721 Shpire Road Chino Hills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봄철 주말에는 많은 인파가 모이는데 출입구가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 주차전쟁을 치러야 할 각오를 해야한다. 방문시기는 3월과 4월이다.   세 번째로 엘시노어 호수 근처의 워커 캐년(Walker Canyon)도 캘리포니아 양귀비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하지만 교통 및 안전 문제로 인해 2023년 시즌에는 하이킹 트레일이 폐쇄됐는데 올해는 아직 개방 여부가 발표되지 않았다.   네 번째로 헤밋(Hemet)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밸리 호수(Diamond Valley Lake)다. 이곳은 모레노밸리와 주변 지역의 필수 식수 공급원이지만 21마일의 등산로와 함께 낚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봄철 야생화가 만개하는 시기에는 산등성이가 온갖 야생화들로 뒤덮인다. 매년 남가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수에 입장할 때는 차량당 일반 11달러, 시니어 5달러의 주차료를 내야한다. 그리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침 5시 45분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봄철 야생화 시즌에는 입장하는데만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하므로 아침 일찍 혹은 오후 늦게 방문하는 게 좋다. 이곳 야생화 시즌은 3월초부터 4월초까지다.   다섯 번째, 베이커스필드 아래편에 위치한 테혼 랜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넓은 사유지인데 봄철이 되면 하얀 팝콘 플라워, 보라색 루핀, 노란색 피들넥, 주황색 양귀비가 조화롭게 피어나는 또 다른 야생화의 보고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생동감 넘치는 야생화들을 통해 캘리포니아 야생화의 진면목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다.   여섯 번째, 베이커스필드 서쪽에 위치한 25만 에이커의 카리조 평원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초원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 되면 초원과 산등성이로 황금빛 야생화들이 피어오른다. 일반 승용차로도 꽃 구경이 가능하지만 사륜구동 차량이 있다면 산등성이로 올라가 지천으로 펼쳐진 꽃을 구경하면서 나만의  호젓한 피크닉도 즐겨 볼 수 있다.   평원 한가운데에 소다 레이크라는 큰 호수가 있다. 평소에는 하얀 미네랄 가루로 덮인 마른 호수지만 비가 많이 오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큰 호수로 변한다. 카리조 평원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다.   일곱번째로 카리조 평원에서 58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45분 정도 달리면 캐년 랜치 또는 아브나일스 랜치라고도 알려진 사유지가 있는 셸 크릭 로드(Shell Creek Road)에 도착한다.   셸 크릭 로드에서는 보라색 루핀, 올빼미 클로버, 베이비 블루 아이, 포피 등 다채로운 야생화가 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간이 넓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주차하고 피크닉을 즐기며 야생화밭을 감상한다. 방문 시즌은 3월에서 4월이다.   여덟 번째는 앤탈로프 밸리 양귀비 보호구역이다. 랭커스터에 있는 이곳 양귀비 보호구역은 주황색 양귀비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꽃이 만개한 때는 멀리서 봐도 들판과 언덕이 불타오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양귀비와 함께 블루 딕스, 보라색 루핀, 노란 피들넥이 드넓은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7마일의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 보호구역을 탐험해보아도 좋고 공원 바깥의 들판에서 꽃을 감상할 수도 있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다.   아홉 번째는 한때 20세기 폭스의 야외 세트장이었던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이다. 초록의 구릉이 펼쳐지면서 아늑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곳 주립공원은 할리우드의 수많은 영화를 촬영했는데 1968년작 혹성탈출과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매쉬(MASH)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공원 중앙의 주요 도로를 따라 약 2~3시간 걸으면서 언덕에서 피어오르는 푸른색 루핀을 즐겨보자. 흰색과 주황색 꽃들도 함께 피어 오른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이다.   열 번째는 말리부에 위치한 솔스티스 캐년으로 노란 겨자꽃의 본고장이다. 약 3마일의 하이킹 코스를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입구 위쪽에 겨자꽃이 만개해 있어 하이킹을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야생화 시즌은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다.   이외에도 안자 보레고 주립공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도 야생화가 피어난다. 이곳 지역은 워낙 광활하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관련 웹사이트에서 미리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화사하게 산과 들을 뒤덮는 야생화만큼 우리를 위로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도 드물다. 이번 봄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즐거운 나들이를 즐겨보자.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꽃길 다이아몬드밸리호수 야생화 시즌 야생화 명소 캘리포니아 양귀비

2024-03-07

가주 올봄 야생화 만개 '수퍼블룸'…기록적 폭우에 "장관 이룰 것"

올봄 지천에서 꽃이 만개하는 ‘수퍼블룸(superbloom)’ 기대감이 커졌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립공원관리국(California State Parks&Recreation)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봄 남가주 등 가주 전역에서 눈에 띄는 야생화 만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립공원관리국은 올겨울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대지가 충분한 수분을 머금었고, 봄철 개화시기 수많은 야생화가 꽃을 피울 것이라고 전했다.     수퍼블룸은 봄철 일정시기에 야생화가 만발하는 보기 드믄 자연 현상이다. 그동안 가뭄에 시달렸던 가주에서는 수퍼블룸 현상이 손에 꼽힌다.     가주에서는 지난 2017년, 2019년, 2023년 수퍼블룸 현상이 나타나 남가주 등 구릉지대 곳곳에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드넓은 대지에 셀 수 없는 야생화가 만개해 인공위성 사진으로 찍힐 정도.   특히 수퍼블룸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비만 많이 와서도 안 된다. 땅속에 야생화 씨앗이 알맞게 자리를 잡고, 봄날 햇살이 싹을 틔우도록 일정해야 하며, 땅과 대기의 수분 상태도 적당해야 한다. 여러 종의 꽃이 동시에 개화하도록 계절별 기온변화폭도 알맞아야 한다.   주립공원관리국에 따르면 올봄 수퍼블룸 기간(3월 중순~4월 중순) 방문객은 ‘주황색빛 파피꽃, 알록달록한 루피너스, 노란빛 큰금계국, 프림로즈, 사막 해바라기, 사막 백합’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수퍼블룸이 예상되는 명소는 ‘안자보레고 사막 주립공원, 앤텔로프 밸리 파피 보호구역, 레드록캐년 주립공원, 치노힐스 주립공원, 포트 테혼 주립역사공원, 카리조 대평원’ 등이다.       주립공원관리국 아르만도퀸테로 국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주 공공 대지에는 야생화가 장관을 이루는 ‘행운’이 찾아왔다”며 “가주민은 주립공원 등 곳곳에서 위대한 자연현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립공원관리국은 수퍼블룸 기간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며 자연보존을 당부했다. 주립공원관리국 측은 수퍼블룸 예상지 방문 전에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야생화를 꺾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릉지대나 가파른 곳을 오를 때는 낙석 등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웹사이트:parks.ca.gov/WildflowerBloom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수퍼블룸 야생화 올봄 수퍼블룸 올봄 야생화 수퍼블룸 현상

2024-03-05

수퍼블룸 특수, 한인 여행사 신바람…남가주 곳곳 야생화 장관

남가주 곳곳에 야생화가 만발하며 여행사들이 오랜만에 꽃투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예년과 달리 지난 겨울철 비가 많이 내린 덕분에 주요 야생화 명소에는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수퍼블룸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명소로는 랭커스터 앤텔롭밸리 파피꽃 보호지를 비롯해 카리죠 플랜 내셔널 모뉴먼트, 칼스배드 플라워필드 등이 손꼽힌다.   이에 따라 LA지역 한인여행사들이 지난달 말부터 이달 말까지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꽃투어에 한인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푸른투어는 야생화 시즌을 맞아 1+1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앤텔롭밸리 파피꽃 투어와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바스케즈록스 자연지역공원 산책, 50가지 메뉴 중식 뷔페가 포함된 특별 상품과 칼스베드 플라워필드와오션사이드 투어가 포함된 상품을 내놓았다. 총 7차례 출발하는 1일 상품으로 가격은 각각 150달러, 200달러인데 1명 예약하면 1명이 무료다. 푸른투어의 이문식 이사는 “고물가 시대에 파격적인 1+1이다 보니 한인들이 몰리면서 15일, 19일 앤텔롭밸리 파피꽃 투어를 제외하고 모두 매진됐다. 지난해보다 100%가 늘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특히 기후 조건이 맞아야만 볼 수 있는 데스밸리 야생화와 레드록캐년을 이틀간 돌아보는 특별 투어도 매진 가운데 어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삼호관광 신영임 부사장은 “이달 들어 매주 토요일 랭커스터 파피꽃 투어와 레드록 주립공원 투어를 믹스한 1일 상품을 내놨는데 호응이 좋아 매출이 지난해의 두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와이파이 서비스가 가능한 32인승 퍼스트클래스 VVIP 리무진 버스 4대가 동원되며 공원 입장료, 점심식사까지 포함해 1인당 129달러다. 예약이 몰리고 있어 이달 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주투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꽃투어 참가자가 40% 이상 늘어 지난달 말 호황 속에 투어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춘추여행사도 랭커스터 인근의 앤텔롭밸리 주립공원 투어와 점심 뷔페가 포함된 당일 여행 상품을 1인당 99달러에 내놓았다. 그레이스 이 팀장은 “지난 1일, 8일에 걸쳐 100여명이 다녀왔다. 오는 15일에는 단체 예약으로 100여명이 투어에 나선다. 예약 문의가 몰리고 있는데 버스 좌석 제한으로 마감돼 아쉬워하는 한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베이커스필드 아몬드꽃 투어 상품에 250여명이 몰렸던 미래관광의 스티브 조 부사장은 “랭커스터 파피꽃 투어도 이달 초까지 4회에 걸쳐 진행해 150여명의 모객을 기록했다. 5월에는 테미큘라 온천 투어 특선상품을 내놓고 모객 중”이라고 밝혔다.   야생화 투어 수요가 이어짐에 따라 개별 맞춤 투어 상품까지 출시됐다. 엘리트투어의 빌리 장 대표는 “1인당 99달러로 최소 4명이면 수시로 출발할 수 있다. 이번 주부터 매주 토요일 출발하는 상품은 1인당 75달러, 야외 바비큐가 포함된 오는 18일 출발하는 상품은 1인당 100달러다. 현재까지 40여명이 모집됐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6차례에 걸쳐 앤텔롭밸리, 카리조 플랜 등으로 야생화 출사를 다녀온 사진작가 양희관씨는 “기온이 상승하면 꽃이 빨리 질 수도 있지만, 당분간 야생화 수퍼블룸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낙희 기자수퍼블룸 여행사 la지역 한인여행사들 데스밸리 야생화 야생화 시즌 꽃투어 꽃구경 한인여행사 특수 파피꽃

2023-04-12

가주, 폭우로 꿀벌 살리기 안간힘

최근 가주 지역의 잇따른 폭우 때문에 양봉 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겨울 폭풍으로 인해 양봉 업자들의 피해가 막심하지만, 반면 많은 양의 비로 야생화 등이 만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AP 등 주류언론은 10일 “낮은 기온과 강풍, 폭우 등으로 꿀벌이 꿀을 모으기 위해 벌통에서 나오는데 예년보다 더 시간이 걸렸다”며 “가주 지역 양봉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꿀벌을 살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가주 지역 진 브랜디 양봉업자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양봉 비용이 많이 증가하더라도 벌통 자체가 죽는 것보단 낫다”며 “올해 가주에서 비가 자주 내리고 추운 날씨 등이 지속하면서 양봉 업계는 꿀벌을 먹이기 위해 설탕 시럽 구매 비용 등에 평소보다 두배나 많은 돈을 썼다”고 말했다.   꿀벌이 감소하면 가주 지역 아몬드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몬드 나무의 수분 활동은 꿀벌에 의해 이루어지고, 아몬드 꽃가루는 꿀벌에게 필요한 10종류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생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양봉업자들은 매년 2~3월이 되면 아몬드를 비롯한 아보카도, 체리 등의 수분 촉매 역할을 돕고 양질의 꿀을 생산하기 위해 꿀벌을 가주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가주아몬드협회 관계자는 “양봉 업계의 피해가 가주 지역 아몬드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하기 이르다”며 “물론 아몬드 업계 역시 3년간의 가뭄, 최근 잇따른 겨울 폭풍 등으로 재배 상황이 좋지 않아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물론 지난 폭우가 암울한 현실만 가져다준 건 아니다.   AP는 양봉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비가 많이 내려서 야생화 등이 만발하고 있어 꿀벌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야생화 등 꽃이 만발하면 양질의 꿀이 생산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전국양봉연합회 댄 윈터 회장은 “겨울 폭풍으로 피해도 크지만 반면 양봉 업계에는 올해가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가뭄 끝에 정말 오랜만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렸기 때문에 꽃들이 많이 피면서 프리미엄 수준의 꿀을 양산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봉업자인 브랜디도 “우리는 프리미엄 제품인 ‘세이지 꿀(sage honey)’을 마지막으로 생산했던 것이 2019년이었다”며 “올해는 세이지 꿀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양봉업계 막심 양봉업계 최근 막심 야생화 아몬드 업계

2023-04-10

찬란한 봄풍경에 마음을 빼앗기다…캘리포니아 꽃구경 '핫플'

봄이 코앞이다. 캘리포니아 사막 한 가운데 야생화가 만발 하는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개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은 봄꽃은 그래서인지 더 마음이 가고 안쓰럽고 찬란하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봄꽃 여행은 그 어느 나들이보다 마음이 들뜬다. 그러나 야생화 만발한 들판을 매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해 봄 가주 야생화가 얼마나 만발할지는 지난 겨울 강수량과 초봄 날이 얼마나 따뜻한가에 달려 있기 때문. 현재 국립공원측은 지난 겨울 폭우와 따뜻한 기온으로 미뤄 올 봄 그 어느 해보다 아름다운 야생화 군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가주에서 야생화를 감상하며 산책도 즐길 수 있는 꽃구경 핫플레이스를 알아봤다.    ▶앤틸롭 밸리 파피꽃 보호구역   남가주에서 야생화 꽃구경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앤틸롭 밸리 파피꽃 보호구역(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다. 파피꽃이 보호구역 언덕을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것을 보고 있노라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만큼 환상적이다. 파피꽃이 만발하는 시기는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파피꽃 만발한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8마일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 절로 힐링이 된다. 그러나 파피꽃은 비가 너무 적게 와도 너무 많이 와도 개화에 영향을 미쳐 파피꽃이 만개하는 풍경을 구경하려면 사전에 공원 웹사이트를 통해 최신 개화 정보를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방문시 반려견을 동반해서는 안되며 꽃을 따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입장료는 없지만 주차비 10달러를 내야 한다.   ▶parks.ca.gov/?page_id=627   ▶카리조 플레인   300년 전 센트럴 밸리는 영양과 엘크가 풀을 뜯고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광활한 초원이었다. 이후 산업화를 거치며 그 아름다운 모습은 사라졌지만. 샌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 카운티 남동부에 위치한 카리조 플레인(Carrizo Plain)에서는 300년 전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야생화 흐드러지게 핀 초원 위에 서면 바람 소리만 지나가는 태초의 고요함을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풍경이 소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초원을 뒤덮은 야생화 군락은 보는 순간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또 이곳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아메리칸 원주민에게는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식사 간식 물 음료 등을 파는 곳이 없으므로 가기 전 간단한 음료 및 스낵 등은 미리 챙겨 가는 것이 좋다.   ▶blm.gov   ▶팔로스 버디스 페닌슐라   이곳에선 1년 내내 야생화를 볼 수 있지만 성수기는 역시 3~4월. 봄 야생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팔로스 버디스 자연 보호구역(Palos Verdes Nature Preserve) 린든 챈들러 보호구역(Linden H. Chandler Preserve) 조지 캐년(George F. Canyon) 화이트 포인트 자연 보호구역(White Point Nature Preserve)으로 향하는 것이 좋다. 이곳에선 내로우 리프 밀크위드 캘리포니아 부시 선플라워 퍼플 세이지 마리포사 백합 등 가주 야생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또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나비로 알려진 멸종 위기에 처한 팔로스 버디스 파란 나비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사우스 코스트 보태닉 가든(South Coast Botanic Garden)을 방문하면 이곳에서 서식하는 야생화를 보다 더 자세한 정보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pvplc.org   ▶데스밸리 국립공원   봄 야생화를 논할 때 데스밸리 국립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광활한 데스밸리에서 매년 만발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겨울과 봄의 강수량 봄에 얼마나 기온이 올라가는지 사막 바람이 얼마나 잔잔한 지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곳 야생화는 1년생이 대부분으로 사막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충분한 비가 내리면 빨리 싹을 틔우고 자라 너무 더워지기 전 씨앗으로 돌아간다. 만약 올해 꽃이 제대로 피기 시작한다면 2월 중순부터 개화를 시작해 해발 고도에 따라 6월 중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야생화 종류는 월별로 해발 고도별로 데저트 골드에서부터 퍼플 세이지 로즈 세이지 골든 이브닝 프림로즈 등 다양하다.   ▶nps.gov/deva/learn/nature/wildflower-seasons.htm 이주현 객원기자캘리포니아 봄풍경 야생화 군락 캘리포니아 사막 가운데 야생화

2023-02-23

2023년에 여행하기 좋은 콜로라도 최고의 소도시 -1

 크레스티드 뷰트는 세계적인 스키와 산악자전거로 유명한 역사적인 광산도시다. 이스트 리버 밸리의 외진 위치때문에 콜로라도의 다른 도시들보다 인파가 그렇게 많이 붐비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단 방문을 하게 되면, 크레스티드 뷰트만이 가지고 있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문화행사에 흠뻑 빠진다. 겨울철에는 스키, 스노우모빌링, 그림 같은 산의 경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겨울철 레저로 가득 차 있다. 여름철 방문도 적극 추천한다. 6월에 열리는 자전거 주간(Bike week)과 야생화 축제(Wildflower Festival)는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연례행사이다. 산악자전거는 크레스티드 뷰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750마일의 자전거와 하이킹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야생화 축제에서는 2백여 종류가 넘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깊은 산과 넓은 들에서 볼 수 있는데, 올해는 7월 7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다. 크레스티드 뷰트시 측은 매년 3월경에 야생화 축제 관련해 조기 등록을 받고 있다. 또, 옛 광산도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시내 국립역사 지구에는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특히 중심 거리인 엘크 애비뉴를 거닐면 맛집과 갤러리, 부티크 호텔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크레스티드 뷰트는 웨스턴 슬로프(Western Slope)로 알려진 지역의 일부로 135번 고속도로의 거니슨(Gunnison)에서 북쪽으로 약 3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전설적인 산악 자전거 길, 아름다운 야생화, 가파른 경사면 스키 등을 즐기고 싶다면 크레스티드 뷰트를 찾아가보자.                         김경진 기자콜로라도 소도시 콜로라도 최고 야생화 축제 스키 스노우모빌링

2023-01-09

눈앞에 펼쳐지는 ‘은빛 알프스’

스위스는 국토의 4분의 1이 알프스산맥이다. 그런 만큼 스위스 하면 산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여행해 보고 싶어 하는 스위스의 알프스까지 갔다면 관광객처럼 정상만 찍고 내려올 것이 아니라, 응당 산을 이용한 다채로운 체험을 즐겨야 한다.   알프스에서 최고로 전망 좋은 봉우리로는 단연 해발 9744피트의 쉴트호른(Schilthorn)을 꼽을 수 있다. 쉴트호른 전망대에서는 알프스 3대봉인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 등 쟁쟁한 영봉들이 그리는 알프스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알프스의 풍경은 압도적인 아우라를 뽐낸다. 정말이지 몇 번을 가봐도 전율에 떨게 하는 풍경이다. 분명한 것은 아름다움 그 이상의 어떤 영험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를 맞은편에서 파노라마로 감상하는 것과 밑에서 올려다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정상까지 힘들게 오를 일도 없다. 쉴트호른은 초대형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어 약 30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창밖으로 알프스 전경이 펼쳐지기에 지루할 틈 없이, 눈 깜짝할 새 도착이다. 운이 좋으면 절벽을 기어오르는 알프스 산양 아이벡스도 볼 수 있다.   이 케이블카를 만든 이는 뮈렌 마을에 살던 에른스트 포이츠(1908~1988)다. 본래 이 지역은 철로나 케이블카 설치가 불가능한 봉우리였는데 에른스트가 기술적인 난관을 모두 극복하고 1967년 알프스 최장의 쉴트호른 케이블카를 완공시켰다. 케이블카가 완공된 이듬해 영화 007 시리즈가 촬영됐고 쉴트호른은 세계적인 여행지이자, ‘제임스 본드의 산’으로서의 명성을 확고하게 다졌다.   정상에 위치하는 회전 레스토랑 피츠 글로리아에서 360도 파노라마 뷰를 배경으로 하는 식사는 쉴트호른에서의 또 다른 추억이다. 또한 본드 월드 007이란 전시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헬리콥터와 봅슬레이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쉴트호른 전망대에 착륙하거나 악당을 쫓아가며 총격전을 벌이는 등 액티비티도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스카이라인 워크라는 이름의 전망대와 전망용 구조물인 스릴 워크도 있다. 까마득한 절벽 위에 설치된 스릴 워크는 유리 바닥, 로프, 터널 구간 등을 포함하고 있어 막간 담력 테스트를 하는 듯한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또한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뮈렌 마을에서 산책도 즐길 수 있다. 산비탈에 둥지를 틀고 있는 뮈렌 마을은 가파른 절벽 위에 세워졌다. 휘발유 차량 진입이 금지된 진짜 무공해 마을이며, 특히 여름 시즌에는 흐드러지게 핀 알펜로즈와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150종이 넘는 알프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난다.     야생화들을 따라 하이킹 코스가 조성돼 있어 상쾌한 알프스 공기를 마시며 여유로운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알프스 눈앞 알프스 스카이라인 알프스 야생화 알프스 최장

2022-05-19

푸른 들판 물들인 상큼한 ‘봄의 전령’

LA 인근 산야에도 3월이 되면 산등성이가 초록으로 변하고 한국의 유채꽃을 닮은 노란색 머스타드 꽃들이 피어오른다. 자세히 살펴보면 장소에 따라 보라색이나 오렌지빛 색채가 비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야생화 군락지는 캘리포니아 곡창지대 샌호아킨 밸리 가장 남쪽 끝의 소도시 알빈(Arvin)에서 가까운 곳이다.     알빈은 히스패닉이 도시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곳으로 평범한 시골 도시이지만 가주 농산물의 산지이다.     도시 주변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농장과 과수원들을 보면서 풍성한 우리의 식탁이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된다.   LA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를 손에든 채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면 5번 프리웨이에서 99번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테혼 랜치(Tejon Ranch)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테혼 랜치 아울렛으로 내려 소도시 알빈으로 향한다. 알빈을 지나면서 223번 국도를 따라 둥그스름한 산등성이가 오렌지색을 띄고 있는 게 보인다.   가까이 가보면 저절로 환호성이 터질 만큼 만개한 오렌지색의캘리포니아 파피, 보라색의 루핀, 노란색의 피들넥, 그리고 하야 팝콘 플라우어 등이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테혼 랜치는 오래전부터 수목이 울창하며 넓은 목초지가 있어 목축업이 활발하고 농장과 포도원이 여럿 있는 곳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토종 야생화 군락지로도 잘 알려져있어 산등성이에 사람의 손길은 전혀 닿지 않았지만 찬란한 봄이 선사하는 야생화들이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피어오른다. 우리가 캘리포니아 양귀비꽃 자생지로 알고있는 랭캐스터파피 보호구역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테혼랜치 주위로는 철조망이 설치돼있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구경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야생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간절한 사람들이 철망을 뚫고 들어간 흔적이 있다. 사유지이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찬란한 야생화의 물결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끌어당긴다.   들판에 핀 야생화들은 오래가지는 않는다. 피어있는 기간이 길어야 한두 달 정도지만 매년 봄이 오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꽃들이 피어오르는 것이 신기하다.     올해도 비가 적어 야생화가 있을까 하고 걱정을 했지만 한두 번 내린 많은 양의 비 덕분에 땅속에서 씨를 틔우고 준수한 모습으로 야생화가 피어올랐다.   223번 국도가 인상적인 이유는 야생화 외에도 산등성에 있는 화강암 바위와 오크 나무들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잘 정돈된 랜드스케이프는 무척 공을 들인 정원처럼 그 아름다움이 별천지와 같아 보인다.   223번과 58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 베이커스필드 국립묘지가 있다. 나지막한 동산을 배경으로 나란히 배열된 묘비가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봄철에 산등성이로 피어오르는 야생화가 그 엄숙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포근하고 부드럽게 한다.   58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면 4계절이 있다는 테하차피를 지난다. 고도 4000피트로 지대가 높아 사과 농사를 하는 한인들이 있다는 곳이다.     이곳은 전기동력 풍차로 알려진 바람개비들이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고 있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58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면서 테하차피를 지나 랭캐스터 파피 보호구역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랭캐스터에 위치한 앤텔롭밸리 파피 리저브는 봄마다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는 캘리포니아 파피(양귀비)로 유명하다. 특히 강수량이 많은 해에는 산 전체가 온통 불바다로 변한다.     올해는 랭캐스터 파피 보호구역에도 이미 많은 양의 파피들이 피어오르고 있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즐거운 야생화 나들이 장소가 될 거 같다.   이번 여행은 LA 출발 기준으로 약 7시간 정도 소요된다. 특별한 준비 없이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고 간단한 도시락만 챙기면 다녀올수 있는 멋진 당일 여행 코스이다.     테혼 랜치에서는 4월 말까지 많은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으며 제한된 투어가 제공된다. 웹사이트(tejonconservancy.org)에서 야생화 뷰잉을 예약할 수 있으며 프라이빗 소그룹 투어도 전화(661-248-2400)로 예약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김인호 여행작가레저 여행 Week& NAKI 야생화 김인호 박낙희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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