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 물들인 상큼한 ‘봄의 전령’
[LA 인근 야생화 명소]
야생화 군락지 테혼랜치
화려한 색깔로 발길 유혹
랭캐스터엔 파피꽃 바다
이번에 소개하는 야생화 군락지는 캘리포니아 곡창지대 샌호아킨 밸리 가장 남쪽 끝의 소도시 알빈(Arvin)에서 가까운 곳이다.
알빈은 히스패닉이 도시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곳으로 평범한 시골 도시이지만 가주 농산물의 산지이다.
도시 주변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농장과 과수원들을 보면서 풍성한 우리의 식탁이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된다.
LA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를 손에든 채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면 5번 프리웨이에서 99번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테혼 랜치(Tejon Ranch)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테혼 랜치 아울렛으로 내려 소도시 알빈으로 향한다. 알빈을 지나면서 223번 국도를 따라 둥그스름한 산등성이가 오렌지색을 띄고 있는 게 보인다.
가까이 가보면 저절로 환호성이 터질 만큼 만개한 오렌지색의캘리포니아 파피, 보라색의 루핀, 노란색의 피들넥, 그리고 하야 팝콘 플라우어 등이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테혼 랜치는 오래전부터 수목이 울창하며 넓은 목초지가 있어 목축업이 활발하고 농장과 포도원이 여럿 있는 곳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토종 야생화 군락지로도 잘 알려져있어 산등성이에 사람의 손길은 전혀 닿지 않았지만 찬란한 봄이 선사하는 야생화들이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피어오른다. 우리가 캘리포니아 양귀비꽃 자생지로 알고있는 랭캐스터파피 보호구역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들판에 핀 야생화들은 오래가지는 않는다. 피어있는 기간이 길어야 한두 달 정도지만 매년 봄이 오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꽃들이 피어오르는 것이 신기하다.
올해도 비가 적어 야생화가 있을까 하고 걱정을 했지만 한두 번 내린 많은 양의 비 덕분에 땅속에서 씨를 틔우고 준수한 모습으로 야생화가 피어올랐다.
223번 국도가 인상적인 이유는 야생화 외에도 산등성에 있는 화강암 바위와 오크 나무들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잘 정돈된 랜드스케이프는 무척 공을 들인 정원처럼 그 아름다움이 별천지와 같아 보인다.
223번과 58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 베이커스필드 국립묘지가 있다. 나지막한 동산을 배경으로 나란히 배열된 묘비가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봄철에 산등성이로 피어오르는 야생화가 그 엄숙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포근하고 부드럽게 한다.
58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면 4계절이 있다는 테하차피를 지난다. 고도 4000피트로 지대가 높아 사과 농사를 하는 한인들이 있다는 곳이다.
이곳은 전기동력 풍차로 알려진 바람개비들이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고 있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58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면서 테하차피를 지나 랭캐스터 파피 보호구역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올해는 랭캐스터 파피 보호구역에도 이미 많은 양의 파피들이 피어오르고 있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즐거운 야생화 나들이 장소가 될 거 같다.
이번 여행은 LA 출발 기준으로 약 7시간 정도 소요된다. 특별한 준비 없이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고 간단한 도시락만 챙기면 다녀올수 있는 멋진 당일 여행 코스이다.
테혼 랜치에서는 4월 말까지 많은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으며 제한된 투어가 제공된다. 웹사이트(tejonconservancy.org)에서 야생화 뷰잉을 예약할 수 있으며 프라이빗 소그룹 투어도 전화(661-248-2400)로 예약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김인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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