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바보 갈매기, 알바트로스

바보 갈매기, 알바트로스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보다 힘이 있고   움직이는 것이   정지된 것보다 강하다       부드러운 싹이 동토를 뚫고   가느다란 뿌리가   바위를 무너트린다       강한 바람은   옷을 여미게 하지만   부드러운 햇살은   겉옷을 벗게 한다       움켜쥔 꽃봉오리를 피운 것은   외압의 힘이 아니라   내면의 자율이다       부드러운 깃털을 가진 새는   날갯짓의 수고보다   바람에 기대어 날기에   두려움이란 힘을 빼고   나를 맡기면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다       사람의 삶도 그렇다   경계를 긋거나   담을 세우지 말라   이것들은 돌아서 당신을 가두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을 것이다   마침내 당신의   언어를 빼앗기게 된다      어떤 강한 말보다   조용한 문필의 힘이 강하다   그리고 명사보다 동사가 강하다   그리하여 명명되지 않은 시간에   바보 갈매기 *알바트로스는   바람에 기대어 긴 날개를 펴고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갔다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새       미시간 호수를 산책하다 여러 무리의 새들을 보았다. 하얀 깃털이 불어오는 바람에 한껏 부풀어 있다. 바다 갈매기도 보이고 작은 물새도 간혹 눈에 띄었다. 모래 위 세 갈래 발자국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덩치가 꽤 큰 갈매기 한 마리를 보았다. 호수 가까이 날다가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새를 보면서 두 발로 디딘 땅을 떠나 결코 날 수 없는 내가 초라해 보였다. 수면 위 높은 하늘로 날아간 새는 한동안 날갯짓을 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편안히 하늘을 날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 물음은 나에게 던진 물음이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향해 걷고 있냐고.    독서에 빠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방과 후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깜깜한 밤하늘에 뜬 별들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때 읽은 책 중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빠져 몇 번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 속에 나왔던 신의 이름, ‘아프락사스’를 기억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새는 힘겹게 싸운다. 마침내 나를 감싸고 있는 알, 세상을 벗어나 신에게로 날아가는 한 마리 새의 날갯짓을 상상해 보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수고와 노력도 이와 같지 않은가.     바보 갈매기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바보 갈매기의 이름은 알바트로스이다. 조류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새는 타조이지만 타조는 날 수 없는 새이기에 세상에서 날 수 있는 짐승 중에 가장 큰 것은 단연 알바트로스이다.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가 무려 3미터가 넘는다. 길고 폭이 좁은 날개를 편 채 바다 표면에 생기는 풍속 차를 이용해 날아오르는 알바트로스는 날갯짓을 하지 않고서도 어느 새보다 더 멀리 날고 더 높이 오른다. 커다란 날개로 미끄러질 듯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단 한 개의 알을 낳아 암수 교대로 알을 품는다. 새끼는 성장이 느리지만 수명은 30년 이상이나 산다. 한 마리의 짝과 평생 어울려 다니는 독특한 생태가 특이하다. 아마도 함께 기대어 하늘을 나는 데에는 한 마리의 짝이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알바트로스가 지상에 내려앉으면 큰 날개가 오히려 장애가 되어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일단 하늘에 오르면 폭풍우 속에서도 가공할 만한 용기와 담력으로 고도의 추진력과 힘을 얻어 속도와 높낮이를 자율 하는 능력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볼 때 시련과 어려움의 연속이었고 삶은 그 속에서 견디며 단련되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에게 찾아온 어떤 시련과 폭풍우 속에서도 다듬어지고 단단해져서 더 높이 더 멀리 역경을 헤치며 날아오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바보새 알바트로스처럼.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알바트로스 갈매기 바보새 알바트로스 바보 갈매기 바다 갈매기

2024-09-09

[살며 생각하며] 바람의 황제 알바트로스

나, 동식물에 완전 약하다. 자연 시간에 잤다. 어려선 모든 과일과 채소는 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줄 알았었다. 고등학교 때, 한 번은 생물 시간에 열심히 시를 쓰다, 선생님이 내 옆에 와 보고 계시는 줄도 몰랐다. 그 결과 남은 시간 서서 수업을 받았어야 했는데, 존경하는 나의 선생님 지금은 뉴저지 살고 계시는 내 칼럼 왕팬이시다, 훗훗. 북클럽에서 책을 읽을 때도, 자연을 묘사하는 부분만 나오면 나의 설명이 엄청 엄벙덤벙해지고 잽싸게 지나가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설교 시간에 본, 알바트로스라는 새의 영상은 이런 나의 머리를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알바트로스는 활짝 펴면 2~3미터 되는 커다란 날개를 가진, 날 수 있는 새 중 가장 큰 새이다. 물갈퀴 달린 작은 발 때문에 뒤뚱뒤뚱 걷고 손쉽게 잡히기도 해 바보새라고도 불리는 이 알바트로스가 사실은 활공의 명수다. 두 달이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세계 일주를 하는 우리 알바트로스씨, 하루에 거의 1000km까지도 날 수 있다니! 이건 서울-부산 왕복하고 다시 부산 가는 거리다. 심지어 오륙년, 혹은 십년까지도 땅을 밟지 않고 날 수 있다는 놀라운 비행의 황제다.     새 중에 가장 무겁고 덩치 큰 알바트로스가 이렇게 오래 멀리 날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가 그 큰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려면 아마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 것이다. 수시로 멈춰서 고등어를 몇 마리씩 잡아먹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자연 시간에 잔 나도 생각한다. 그러나 알바트로스는 날갯짓을 안하고도 바람을 이용하여 난다. 폭풍이 와, 모든 새가 바람을 피해 숨을 때, 알바트로스의 활공이 시작된다. 알바트로스는 이 때, 날기 위해 바람에 맞서 절벽에 선다. 날개를 펼치고 바람에 몸을 던진다. 이 때야말로 유일하게 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바람을 다루는 능력으로, 이렇게 날개를 펼치기만 한 채로 기류를 타는 알바트로스, 6일까지도 날갯짓 하나 없이 쭈욱 날 수도 있다고 한다. 수시로 변하는 기류의 부양력이 떨어지면, 고도(위치 에너지)를 낮추어 운동 에너지를 보존하면서 - 이유는 물리 시간에도 자서 이해 못함 - 다음 상승 기류를 기다린다. 해수면에서는 풍속이 느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빠른 것과, 바람층의 두께까지 잘 알고 있는 그는, 하강기류를 이용하여 다시 상승기류를 타는 바람의 황제다.   바람도 싫고, 절벽도 싫고, 산도 무서운 - 뱀과 송충이와 지렁이 때문에 - 도시의 여자인 내게도 바람은 불었고 때때로 절벽도 마주해야 했다. 나이가 들면서는 아직 불지도 않는 미래의 바람까지 예상하며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다 알게 된, 바람을 오히려 이용해 의연히 날아오르는 이 분, 기류가 약해져도 겁먹지 않고 하강/상승 기류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이 분, 어떤 기류를 타도 기초 심박수가 일정하다는 이 분, 바람이 안 부는 동안에는 육지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길 줄 아는, 이 멋진 알바트로스씨를 아주 많이 닮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살아갈수록 모든 크고 작은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성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절실함을 느낀다. 에고, 바람이 안 부는 동안도 쉴 줄 몰라 헉헉 대고, 바람이 불면 피하기 급급해 퍼덕퍼덕 날갯짓을 하는 이 새 가슴의 소유자인 나, 언젠가 갈라파고스에 가서 바람의 황제 알바트로스를 만나보는 꿈을 꾸어본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알바트로스 황제 황제 알바트로스 알바트로스 6일 상승 기류

2022-07-06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