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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떠나는 학부 유학, 학비 저렴하지만 영어 이외 현지어 배워야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국 대학 교육시스템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획일적이지 않고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다양성이 바로 문명의 발전 원동력이라고 본다. 그래서 미국 대학은 교환 학생, 제휴 캠퍼스 등의 여러가지 방법으로 학생들의 다양성 함양을 돕고 있다. 이런 기류 덕분인지 미국 고교 출신 학생들이 유럽 및 타국 대학으로 아예 유학을 떠나는 것이 드물지 않다.     학생들은 캠퍼스 생활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어디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몇 가지 주요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 온 유학생의 사례를 우선 살펴보자. 파키스탄 국적의 한 학생은 예비 학부생으로서 미국의 20개 이상의 대학, 터키의 몇몇 대학, 영국의 여러 학교에 지원했다. 그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 영국 셰필드대 , 웨일스 카디프대 등 유럽 학교에서 합격과 장학금 제의를 받았지만 미국 노던 아이오와대를 선택했다. 2019년에 화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노던아이아와(UNI)는 양질의 교육, 많은 기회, 평화로운 캠퍼스 환경으로 중서부 지역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고 만족했다. 이 학생의 사례와 다르지 않게 시간과 비용, 전공, 학교와 프로그램, 대학생활 측면에서 정리해 봤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유학 가는 백인 학생도 있는데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시간과 비용   유럽과 미국의 고등 교육을 비교할 때 고려해야 할 한 가지 요소는 학위를 취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미국 대학은 일반 교육 과정을 요구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폭 넓은 교육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유럽 대학은 특정 연구 분야에 더 집중하는 심도 있는 교육을 선호한다.   미국과 영국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4년이 걸린다. 스코틀랜드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학위를 취득하는 데 일반적으로 3년이 걸린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학사 학위가 4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CLEP 또는 AP(Advanced Placement) 또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통해 고교에서 취득한 여름 강좌나 대학 학점을 통해 빠르게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반면 전공 변경이나 추가, 연구나 해외 유학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기회로 인해 졸업하는 데 4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학위 취득 기간은 또한 비용 문제를 야기하는데, 미국 대학과 유럽 대학을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독일의 대부분 공립 대학은 실질적으로 등록금이 없다. 심지어 하이델베르그 대학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기관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경우 학사 과정의 경우 연간 3000달러, 석사 프로그램의 경우 4000달러가 들어간다.     그러면 백인 학생이 한국에 유학한다면 어떨까. 유학생을 위해서 내국인 학생과 다른 장학제도가 있어 미국 보다는 학비가 저렴하지만 학위 취득기간은 프로그램에 따라 매우 다르다. 한국인만 듣는 수업을 수강한다면 재학 기간을 연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공   미국 대학과 유럽 대학의 전공 선택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학생들에게 엄청난 유연성과 자유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학사 프로그램에는 일반 교육 과정이 포함돼 있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고 특정 전공에 대한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한다. 심지어 추가 시간도 준다. 전공이 지정되지 않은 대학에서 공부하면 평생 직업 결정을 내리는 것과 병행하여 성장하고 배울 수 있다. 미리 결정하고 나중에 후회하기보다는 세상을 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할 수 있는 유연한 시간을 제공한다. 추가 전공 이나 부전공을 추가하여 프로그램을 다양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럽 대학에서는 학생들은 특정 학위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즉시 그 분야를 시작해야 한다. 학생의 의사 결정 과정에는 졸업 후 목표가 포함돼야 한다. 인턴십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취업이 가능한 도시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미국식보다는 유럽식에 가깝다. 융통성 있는 과정을 추구하지만 전공과목 수업중 영어 강의에 대한 불만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학교 및 프로그램 유형   미국과 유럽 모두 오랜 역사를 지닌 고등교육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학생들이 옵션을 비교해 보면 제공되는 학교와 프로그램 유형의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수백 개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가 있는 반면, 유럽에는 비교적 적은 숫자만이 있다.   미국의 프로그램을 보는 많은 학생들은 교육 기관의 다양한 유형에 매력을 느낀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대규모 공공 연구기관, 소규모 민간 교양 교육기관, 도시 또는 교외 교육 기관에서 공부할 수 있다.   유럽의 인기 여행지 중 하나인 영국에서 학생들은 대도시 중심지부터 외딴 교외까지 다양한 위치에 있는 매우 다양한 대학을 찾을 수 있다. 영국에는 다양한 전문 분야를 다루는 160개 이상의 대학이 있다. 11세기에 설립된 대학, 산업 혁명 이후 발전한 대학, 학생들에게 새로운 산업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1960년대에 설립된 학교가 포함되어 있다.   모두 비즈니스 및 산업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학생들이 선택한 직업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전문가들은 유럽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을 수 있으므로 예비 유학생들은 외국어를 배워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가급적 명문 대학을 다니는 것이 좋다. 최소한 서울에 있는 대학을 추천한다.   대학 생활   예비 유학생들은 미국과 유럽 대학의 캠퍼스 생활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일부 유럽 대학에서는 캠퍼스 기숙사를 제공할 수 있지만 강력한 캠퍼스 문화는 없다. 그래서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도시 생활에 더 많이 통합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유럽 대륙에서는 모든 활동 또는 대부분의 활동이 한 캠퍼스 위치에 집중돼 있는 대학이 거의 없으며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학생 기숙사는 캠퍼스와 가깝지만 도시 어느 곳에나 위치할 수 있으며, 대학 학과도 다른 지역에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함부르크 대학교에는 하나의 대규모 중앙 캠퍼스가 있지만 다양한 학과가 도시 전역에 분산되어 있다. 이것은 또한 학생들이 강의 사이에 이동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유럽에서 매우 흔한 일이다.     대조적으로, 미국 대학은 일반적으로 기숙사, 대학 스포츠 , 남학생 클럽, 여학생 클럽 및 클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캠퍼스 생활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캠퍼스 커뮤니티와의 강력한 정체성을 개발하고 대부분의 사회생활은 캠퍼스를 기반으로 한다.     안전은 일반적으로 캠퍼스 생활을 논의할 때 주제다. 자녀의 안전이 걱정되는 부모에게는 유럽의 도시가 더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다. 북유럽 국가의 수도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이며, 학생들은 미국에 비해 훨씬 낮은 등록금으로 더 높은 순위의 대학을 찾을 수 있다.   결국 학생은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 살면서 자기에 맞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핀란드 헬싱키에서의 몇 년은 교육이 아무리 좋더라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어와 한국어 이중 언어 능력자라고 해도 한국은 생활하기가 만만하지가 않을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생활하므로 이점이 있다. 장병희 기자미국 현지어 프로그램 대학생활 대학 교육시스템 캠퍼스 생활

2024-04-21

아동 수면시간 적으면 뇌에도 악영향

 콜로라도대(CU) 연구진이 최근 신경과학 및 정신의학 전문 학술지인 ‘뇌와 행동’(Brain and Behaviour)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모들이 자녀에게 일정한 취침시간을 갖도록 하고 식사나 책 읽기, 놀아주기 등을 규칙적으로 생활화하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불규칙적인 생활로 수면시간이 적게 되면 뇌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밀리 머츠 교수가 주도한 CU 연구진은 다양한 생활 환경을 가진 5~9세 어린이 94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MRI 스캔을 통해 아이들의 뇌 구조를 관찰하고 부모에게는 자녀의 수면시간과 가족의 일과에 대해 물었다. 질문에는 아이가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지,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가족이 식사를 하는지, 부모가 퇴근 후에 자녀와 규칙적으로 놀아주는지, 책이나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가족과 규칙적으로 생활하지 않는 아이일수록 주중 수면시간이 짧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짧아진 수면시간은 아이의 뇌 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 수면시간이 짧은 아이들은 언어, 행동 조절, 감각 지각과 관련된 뇌 부위가 더 얇고, 감정 처리와 관련된 뇌 부위의 부피가 더 작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머츠 교수는 “수면 부족이 뇌 구조는 물론 아이의 감정처리 뇌 회로의 기능과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혜 기자수면시간 악영향 아동 수면시간 주중 수면시간 생활 환경

2024-04-08

초기 이민자 애환 서린 스왑밋이 저문다

‘스왑밋(swapmeet)’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그곳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치열하게 살았던 한인 이민자들의 삶과 역사가 녹아있다.   스왑밋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지난 수년 사이 유니언 스왑밋(LA), 알파인 스왑밋(토런스), 사우구스 스왑밋(샌타클라리타), 피에스타 스왑밋(사우스 LA), 서니사이드 스왑밋(프레즈노) 등 유명 재래시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이런 가운데 LA타임스는 40년 가까이 운영된 LA지역 유명 스왑밋인 슬라우슨 수퍼몰의 한인 업주들에게 마지막 챕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스왑밋의 많은 업주가 은퇴를 앞두고 있고 고객층이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면서 스왑밋도 쇠퇴하고 있다”며 “업주들은 그동안 스왑밋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자녀의 학비 등을 마련했지만, 자녀 세대는 그 자리를 이어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본지도 8일 이 스왑밋을 찾아가 업주들을 만나봤다. 스왑밋은 80년대 한인 이민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슬라우슨 스왑밋은 지난 1985년에 개장했다.   1988년부터 이곳에서 신발 등을 포함한 가죽 제품 등을 판매해온 크리스틴 나 사장은 올해로 65세가 됐다. 나 사장은 “이곳에서 돈을 벌어 집도 사고 애들도 잘 키웠다"며 “예전보다 스왑밋 상황이 많이 안 좋아져서 2~3년 후에 은퇴하려고 생각 중인데 나에게는 이민 생활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는 약 120개의 업소가 있다. 이중 한인 업주들이 운영하는 곳은 80여개다. 이곳에는 각종 한식을 파는 작은 한식당도 있다. 그만큼 한인 이민자들의 일상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곳이다.   슬라우슨 스왑밋의 업주들은 4.29 폭동(1992년)의 역사도 거쳐 갔다. 당시 한인 이민자 중심으로 운영됐던 이 스왑밋을 함께 지켰던 건 흑인들이었다.   나 사장은 “그때 이곳도 3주 가까이 문을 닫았었다”며 “한인 업주들과 흑인 경비원 10여명이 스왑밋에 남아 지켜줬는데 폭동은 너무나 큰 아픔이지만 그들 때문에 이곳을 지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인 업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이민자의 삶이 생생하게 스며있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티모시 정(75) 사장은 “공항에서 누가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 이민 생활이 정해진다는 말이 맞다”고 했다.   정 사장은 “1983년에 미국으로 왔는데 당시 공항에 픽업하러 나온 친구로 인해 스왑밋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며 “그동안 쉬는 날 없이 일만 했는데 아들 둘은 약사와 바이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게를 물려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슬라우슨 스왑밋도 한때 전성기가 있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차할 곳이 모자라 고객들이 인근 교회 주차장을 이용할 만큼 북적였다.   다른 스왑밋에 비하면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그래도 상황은 낫지만 예전만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젊은 층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개발 붐으로 인한 건물 철거 등으로 스왑밋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민자에게 스왑밋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한 고된 삶의 현장이었다. 이민생활의 희로애락이 배어있다.   지금은 철거된 유니언 스왑밋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이해진씨는 “한인과 라틴계 등 수많은 이들이 스왑밋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며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며 “스왑밋이 쇠퇴하는 것을 보니 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왑밋에는 한인들의 이민사가 있다. 치열했던 그들의 이민 생활은 이제 추억으로 저물고 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스왑밋 슬라우슨 스왑밋 이민 생활 이민자 LA 로스앤젤레스 장열 미주중앙일보 아메리칸 드림 한인 슬라우슨 수퍼몰 80년대

2024-03-10

1년 은퇴 생활비 크루즈가 더 저렴

은퇴 생활비용이 가주에서보다 크루즈 승선이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사이트 고뱅킹레이트는 최근 가주 등 10개 주에서 은퇴를 앞둔 경우 연간 생활비 기준으로 크루즈 선박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절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크루즈 전문 온라인여행사 크루즈웹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1년 이상 크루즈에서 생활하면서 비용을 절약하는 고객들이 있으며 제한된 기간 동안 바다에서 생활하는 것이 은퇴자에게 잠재적인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   ‘바다에서 은퇴하기’라고 불리는 이 같은 트렌드는 크루즈 기간이 갈수록 더 길어지면서 생긴 부산물로 알려졌다.   25년간 은퇴생활을 할 때 드는 비용이 가장 비싼 주는 코네티컷으로 약 11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연간 4만4000달러꼴이 된다. 이에 비해 크루즈는 연간 3만2000달러 수준에 이용할 수 있어 코네티컷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27.3%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뉴욕, 가주, 매사추세츠, 워싱턴, 메릴랜드, 알래스카, 뉴저지, 콜로라도의 경우 연간 은퇴 생활비가 크루즈보다 더 비싼 지역으로 드러났다.   크루즈 선상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숙식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액티비티, 적절한 기본 의료 서비스까지 포함된다는 것으로 은퇴 후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동체적인 매력도 있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크루즈 여행객 2850만 명 중 50세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아이오와, 델라웨어, 웨스트버지니아, 미주리, 미시시피 등은 물가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크루즈 생활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생활비 크루즈 은퇴 생활비용 크루즈 생활 연간 생활비

2024-03-10

[아름다운 우리말] 겸선(兼善)하다는 말

비슷한 부류의 단어이지만 어떤 단어는 왠지 더 많이 쓰이고, 어떤 단어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습니다. 참 묘한 일입니다. 단어의 선택에도 언중의 선호도가 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독선이라는 말은 자주 쓰이는 편이지만, 겸선이라는 단어는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오늘 글에서는 겸선이라는 단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겸선하다’라는 말을 자주 쓸 것을 권합니다.   저는 독선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경계를 합니다. 독선이라는 말은 내가 착한 것이 아니라 나만이 착하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내가 착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나라도 착하니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나만이 옳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악으로 취급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사람과는 도대체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독선적이라는 말만큼 꽉 막힌 말이 없는 듯합니다. 독선적인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독선적인 사람은 상대편일 수도 있지만, 나일 수도 있다는 점이 늘 경계를 하게 합니다. 독선적인 사람의 공통점은 내가 아니라 상대가 독선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나는 너그럽고, 치우치지 않는데 상대가 이기적이어서 문제라고 말하는 겁니다. 늘 나를 돌아봐야 합니다. 상대를 평가하는 나의 자세를 봅니다. 그런데 독선이라는 말은 나쁜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선에도 귀한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은 맹자에 나옵니다. 맹자 진심장(盡心章)에는 ‘궁즉독선기신(窮則獨善其身) 달즉겸선천하(達則兼善天下)’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어려울 때는 혼자서 몸을 선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세상에 나아가게 되면 천하가 함께 선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독선의 참 의미를 보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혼자만 옳다고 생각하면 나쁜 독선입니다. 하지만 홀로 있을 때 자신의 몸을 선하게 하면 좋은 독선이 되는 겁니다. 좋은 독선은 홀로 있을 때조차 삼간다는 ‘신독(愼獨)’으로 옮겨갑니다. 아니 거꾸로 신독이 곧 독선일 수 있겠습니다. 혼자의 시간은 때로 고독하지만, 때로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독선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수행해서 독선을 이루고 난 다음에는 ‘겸선(兼善)’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다른 분의 해석을 보면 겸선 부분을 슬쩍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이 잘 되면 천하를 좋게 만든다는 해석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겸선은 나만 좋아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줍니다. ‘겸선하다’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 말은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감화하여 착하게 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나만 착하면 안 됩니다. 주변도 착하게 하여야 합니다. 그게 좋은 세상입니다.   저는 주변에서 겸선하다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좀 아쉽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독선은 두 의미 중에서 나쁜 의미만 남아있고, 겸선이라는말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왜 이런 말은 살아남지 않을까요? 저는 적극적으로 겸선하다와 같은 말을 사용하였으면 합니다. 살려냈으면 합니다.   다시 마음속으로 단어의 뜻을 새깁니다. 나 혼자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은 멀리하고 싶습니다. 힘들고,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는 혼자서 선함을 수행하는 독선의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그리고 일이 잘되어갈 때는 나만을 위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함께하는 겸선을 하기 바랍니다.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겸선하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맹자 진심장 우리 생활

2024-03-10

[실학산책]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한다”

1797년 음력 윤 6월 2일 다산 정약용은 황해도 곡산(谷山) 도호부사로 임명되었다. 생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목민관 생활, 조선이라는 나라로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자 『목민심서』라는 위대한 고전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1799년 음 4월 24일 부사직을 마치고 내직으로 들어오기까지의 1년 11여개월 간의 목민관 생활은 다산에게 『목민심서』를 저술할 경험과 지혜를 제공하는 결정적인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산은 본디 왕조 국가에서의 목민관은 작은 나라의 임금에 비길 정도로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여겼다. 목민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세상은 반드시 좋은 정치가 이룩되고 국태민안의 나라가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직접 체험한 곡산의 목민관 생활은 조선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의 하나였다. 그런 이유에서 다산은 곡산에서 행한 목민관의 업무를 참으로 섬세하게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해지도록 정성을 기울였다. 부임해서 퇴임하기까지의 보람 있는 업적들을 모두 기록하고, 목민관이라면 그렇게 행정을 해야 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줘 목민관의 전범으로 남게 되었다. 『목민심서』에도 대부분 옮겨 기록하여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 행정의 지침서임을 알게 해주고 있다.   다산은 자서전 격인 ‘자찬묘지명’(집중본)에 모든 사실을 기록했고 『사암선생연보』라는 책에도 그대로 기록했다. 목민관이라면 이런 정도의 일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모든 일의 전말을 자세하게 적었다. 가장 획기적인 일이고, 선진적이면서, 혁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큰 사건이 부임지인 곡산에 도착하면서 바로 일어났다.   “부임하자마자 이계심(李啓心)의 결박을 풀어주었다(旣赴任解李啓心之縛)”라는 기록이 곡산에서 행한 첫 번째의 일로 나와 있다. 이어서 이계심 사건의 전말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계심이라는 자는 곡산의 백성이다. 앞의 원님이 다스릴 때 아전들이 농간을 부려 포보포(砲保布) 40자의 대금으로 (본래 200냥의 4.5배인) 900냥을 대신 거두었으므로 백성들의 원성이 시끄럽게 일어났다. 이때 계심이 우두머리가 되어 농민 1000여 명을 모아 관에 들어와 호소하였는데, 말이 매우 공손하지 못했다. 사또가 계심에게 형벌을 내리고자 했으나 1000여 명이 둘러싸고 대신 고문받기를 원하니 벌을 내릴 수가 없었고, 이계심은 탈출하고 말았다….”   점잖은 표현이지만 사실은 곡산에서 민란이 일어난 것이다. 주동자 이계심에 농민 1000여 명이 합세하여 관아에 쳐들어가 ‘원님 물러가라’고 천지가 흔들리도록 구호를 외치며 위협을 가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상부로 보고하여 이계심은 5영에 수배가 내렸으나 민간들이 숨겨주어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조정에서는 부사를 파면하고 다산을 후임으로 임명한 것이다. 다산이 부임차 곡산 땅에 도착하자 이계심이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 12조목을 적은 서류를 제출하며 신임 사또 앞에 자수하였다. 군청에 따라온 이계심을 심문하고 판결을 내린 정약용, 그야말로 200년 전의 일로는 혁명적인 재판을 하기에 이른다. 곡산으로 부임차 조정을 떠날 때 대신들은 모두 “민란의 우두머리 몇 사람은 반드시 죽이라”고 당부했건만, 다산의 판결은 분명히 달랐다.   주문: “오늘 너를 무죄로 석방한다(今日汝白放矣).”   참으로 파격적인 판결이었다. 주문에 이어지는 판결 이유는 더욱 놀랍다. 어찌 200년 전의 재판이라고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목민관이 밝은 정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백성들이 자신의 몸보신에만 영리하여 백성들이 당하는 고통을 관에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官所以不明者 民工於謨身 不以?犯官也).”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한 고을에 모름지기 너와 같은 사람이 있어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백성을 위해 그들의 원통함을 폈으니, 천금은 얻을 수 있어도 너와 같은 사람은 얻기 어려운 일이다.”   민란을 일으킨 주모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나라의 기강을 세우라던 중앙의 대신들 분부까지 묵살하고, 벌을 주기보다는 천금으로 사야 할 사람이라고 칭찬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잘못하는 관(官)에 강력히 항의할 때에만 관이 밝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국민 저항권. 200년 전 전제군주 국가에서 일어난 일이니 혁명적인 판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독재시대, 관의 잘못에 항의하다가 얼마나 많은 국민이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가. 비록 200년 뒤이지만 우리는 이계심의 전통을 이어 촛불로 항의하여 대통령을 파면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4.19, 5.18, 6.10항쟁 모두 국민 저항권의 발동으로 역사를 바꾸었다. 오늘의 현실에서 이계심의 외침이 새롭다. 형벌이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외침, 시대고 해결의 열쇠는 거기에 있을 뿐이다. 박석무 / 다산학자"우석대 석좌교수실학산책 석방 무죄 부임차 곡산 목민관 생활 부임지인 곡산

2024-03-08

[보험 상식] 은퇴 계획의 중요성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은퇴 기간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 65세를 은퇴 시점 기준으로 20세기에는 10년에서 20년 정도를 은퇴 기간으로 봤다면 지금은 그 기간이 훨씬 길어졌다. 90세까지 산다면 무려 25년이 되고 60세에 은퇴하면 30년이다. 보통 학업을 마치고 20대 초반에 경제 활동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40년 안팎으로 일하고 30년 정도가 은퇴 기간이 되니 인생의 3분의 1을 보내는 셈이다.   요즘엔 칠순을 맞아 파티를 여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60세를 맞아서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대대적인 잔치를 하는 것은 보기 어렵다. 믿어지지 않는 얘기지만 지금부터 불과 90년 전인 1930년 한국에 살던 남성들의 평균 수명은 37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남자들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고 있다. 과거엔 60세만 넘겨도 오래 잘 살았다며 동네잔치를 열었지만, 지금은 60세는커녕 70~80세를 넘기는 게 당연시될 뿐 아니라 90세를 넘기는 게 일반적이다.   생활 환경과 과학의 발달은 사람들을 보다 오래 살도록 만들고 있다. 심지어 요즘 태어나는 신생아들의 예상 평균수명은 110세를 넘고 있다니 앞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살게 될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서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꿈꾸지만 정작 은퇴를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가는 한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후 대책은 무엇인가. 어떤 이는 부동산이 노후 대책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은행에 있는 저축계좌를 노후 대책으로 여긴다. 하지만 전문적인 관점에서 얘기하는 노후 대책이란 은퇴 후부터 고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수입을 얘기한다. 다시 말해 은퇴 기간에 어떤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해도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도록 튼튼한 보장을 해놓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변수에는 경기 변화도 해당하고 본인의 건강문제, 가족 문제 등 다양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상담하며 만나온 수많은 한인은 재산을 모아놓는 것이 노후 대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물론 재산 축적은 노후대책의 기본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꼬박꼬박 받아낼 수 있는 고정소득을 만들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65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무조건 한 달에 3000달러씩 받을 수 있는 어뉴이티 인컴 플랜을 갖고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노후 대책이다. 하지만 건물 소유주가 월 임대수익으로 한 달에 5000달러씩 받고 있다면 이는 불완전한 노후 대책이다. 그 이유는 언제 어떤 이유로든 건물을 처분할 수도 있고 경기가 나빠져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면 수입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 부모의 도움을 바란다면 이 건물을 처분해 도와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미래에 변동될 수 있는 소득은 노후 대책을 위한 고정 수입으로 간주할 수 없다.   노후는 더는 돈을 벌고 저축할 수 없는 시기다. 은퇴 전에는 모두 자신감이 충만하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살지만, 막상 피부로 겪게 되는 은퇴생활은 그렇게 너그러운 모습이 아닐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살면서 모아놓은 재산을 슬기롭게 정리하고 분배해서 평생 안정적으로 사용하다가 남은 재산을 안전하게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의: (213)503-6565 알렉스 한 재정보험 전문가보험 상식 중요성 은퇴 은퇴 계획 은퇴 기간 은퇴 생활

2024-03-06

[세상만사] 환상 속의 귀농, 귀촌

아무래도 귀촌의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은 윌리엄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로 가리’일 것이다. 그가 런던에 살면서 고향 아일랜드의 이니스프리섬을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그 노래는 정작 본인은 갔는지 말았는지 알 바 없지만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귀농, 귀촌 다 쉽지가 않다. 지옥 밑바닥까지 간다는 각오 없이 그곳으로 갈 수 없는 법이다. 귀촌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시골에 살면서 농사나 지으며 시골 생활을 만끽한다는 뜻에서 권장할 만 일이다. 내가 아는 몇몇 은퇴 교수들도 시골에서 옥수수, 호박, 가지도 심고 월동용 장작을 만들며 이런 일과를 페이스북에 올리는데 재미가 있지 싶다. 국화주를 담아 놓고 친구가 오면 한잔하며 인생과 문학을 논하는 재미가 왜 없겠는가.      귀농은 농업을 통한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뜻인데 말이 그렇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꿈이 아니다. 꿈꾸는 상상 속 세상과 현실은 너무나 먼 곳임을 실감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요즘처럼 기후변화가 심하면 작물에 병도 잘 걸리고 한번 문제가 생기면 작물 전체가 다 결딴나기 때문에 그 피해는 귀농 시 한 고랑 옥수수 심는 시절과 비교할 수가 없고 경제적으로 파탄이 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금이 많지 않은 경우 그 앞날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돈, 돈, 돈 원수 같은 돈 문제로 잠 못 자는 나날이 계속될 것이 뻔하다. 내가 농업을 시작한 1983년 늦가을 이후 그 악몽이 없어지기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10년도 더 걸렸지 싶다.   귀농은 한마디로 권하고 싶지 않다. 그 속에는 시적 낭만은 없고 전쟁터 한복판 지옥도 속으로 추락한다고 말하고 싶다. 꼭 귀농하겠다면 몇 년간 무보수로 꼴머슴이라도 살면서 배우고 난 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한번 결딴이 나는 것은 아주 쉬운데 그 후에 돈이 나올 형편이 못될 경우는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시골 생활이 좋다고 소개하는 기사나 TV 프로그램에 현혹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 성공 사례가 있다고 쳐도 한번 성공이 계속되라는 법이 없다.     한마디로 농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것은 지옥도 속이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게 현실이다. 절대로 쉽게 결정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라 말하고 싶다. 친구들이랑 국화주를 권하며 인생을 논하는 낭만이 없다는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쉽게 결정했다가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연금을 받거나 수입원이 확실한 은퇴자들의 귀촌은 권장할 만 하지만 돈 없는 젊은이들의 귀농은 한사코 말리고 싶다.  김호길 / 시인세상만사 환상 귀농 시골 생활 전쟁터 한복판 옥수수 호박

2024-03-06

[우리말 바루기] 판이하게 다르다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우리 부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문제가 생기면 매번 싸움으로 끝난다” “판이하게 다른 취향 때문에 취미 생활을 같이할 수 없다”와 같이 푸념하는 글이 많이 올라 있다. 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성향과 성격을 지니고 있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판이하게 다른 취향 차이로 인해 다양한 취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으니 받아들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점이 나쁘기도 하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판이하게 다른 성격’ ‘판이하게 다른 취향’ ‘판이하게 다른 성향’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판이한 성격’ ‘판이한 취향’ ‘판이한 성향’으로 고쳐 써야 바르다.   ‘판이(判異)하다’는 ‘판가름할 판(判)’ 자에 ‘다를 이(異)’ 자를 써서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상태 등이 아주 다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판이하게 다르다”고 하면 “아주 다르게 다르다”와 같이 중복된 형태가 되므로 ‘판이하다’ ‘다르다’ 중 하나를 선택해 써야 한다.   많은 이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쓰는 이유는 ‘판이하다’를 ‘아주’ ‘매우’ 정도의 뜻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이하다’는 ‘다르다’와 의미가 중복되므로 같이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우리말 바루기 판이 취미 생활 취향 차이 취향 때문

2024-02-23

['1세대 대학생'의 모든 것] '사회 문화적 자본' 부족…지원 찾아봐야

대입 지원서를 쓰면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이 바로 지원자가 '1세대 대학생'(First Generation College Student)이냐고 묻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족 중 처음으로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냐는 것이다. 한국 같으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은 오히려 선발을 위한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지원자 당사자도 매우 보람 있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평소에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우리 자녀의 '1세대 대학생'의 의미를 알아봤다.   한인 사회도 1세대들이 은퇴하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자녀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지 않은 가장이 꾸리는 가정이 아직도 많다. 이런 가정은 미국이 이민을 받아들이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민 가정에서 처음 교육과 관련해 힘든 때는 어린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낼 때다. 대부분의 한인 가정에서는 다른 이민 가정과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자녀를 한국어로 훈육한다. 영어가 유창해서 갓난아기부터 영어로 가르치는 가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이민 가정은 자기 모국어로 자녀를 기른다. 심지어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 출신들도 모국어로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고 학교에 입학해서야 비로소 영어를 습득하게 한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자녀가 학교에 가서 영어를 습득하는 모습을 보고 대개의 부모는 대견해 하지만 실제 어린 자녀의 속으로 들어가 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나마 비슷한 모습의 한인 아이가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최소 한 달간은 영어로 진행되는 학교 생활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집에 와서는 힘들여 고생하며 이민 생활을 시작한 부모들의 고생을 생각해서 울지 않고 굿굿하게 이겨내는 것이 이민자 가정의 자녀다. 그냥 쉽게 영어도 배우고 공부도 잘하고 우등생이 되고 쉽게 의대에 들어가고 법대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자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영어를 몰라서 우는 시기와는 수준이 다르지만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대입 지원서부터 이들을 따로 분류하는 것이다. 대입에 가산점을 주는 지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연구에 따르면 1세대 대학생들도 대입 지원부터 졸업까지 과정 각 단계에서 종종 경제적, 사회적 요인과 관련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사회 문화적 자본'이 부족하다.   ▶누가 1세대 대학생인가   연방 프로그램 및 펠그랜트에 대한 적격성을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1세대의 정의는 1965년 고등 교육법 개정에 따라 부모가 학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은 고등 교육을 받는 학생이다. 또한 유펜과 같은 일부 대학에서는 예외적으로 부모가 미국 이외의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학생에게도 이 정의를 확장해 적용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 대학에서는 부모가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북경대, 홍콩대를 나왔어도 그 자녀는 1세대 대학생으로 분류된다. 또한 혼돈이 되는 사항이 바로 언니나 오빠가 미국에서 대학을 들어갔을 경우, 동생이 첫 대학생(first student)이냐는 단어에 걸려 아니라고 착각하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연세대 출신 어머니와 고려대 출신 아버지가 미국에서 낳은 3남매가 있다면 그들 3명은 모두 '1세대 대학생'이다. 첫째가 '1세대 대학생'을 써먹었기에 둘째부터는 '첫번째'(first)가 아니므로 '1세대 대학생'에 체크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첫 번째'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세대'가 중요한 것이다. 부모의 영향력이나 가정 교육이 중요한 것이지 공부하기 위해서 집을 떠난 대학생 오빠 언니는 집에 남은 동생의 가정 교육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정의가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여러가지 기회를 모를 수 있다. 심지어 대학에서 1세대 커뮤니티에 가입하라는 초대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1세대 대학생인지 모르기도 한다. 그래서 대입 지원자는 대학에서 사용하는 정의를 확인해야 하며,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은 경우 입학 사정관에게 문의하여 1세대 학생 기회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한다.     ▶알맞은 대학 찾기   1세대 또는 저소득 배경의 학생들은 커뮤니티 칼리지, 직업 학교 및 기타 직업 경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1세대 학생들이 고등 교육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대학 검색에 대해 도움을 주는 손길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 한인들은 당연히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민 가정이 많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커뮤니티의 경우, 저소득층 1세대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한 부모가 없기 때문에 고등 교육의 중요성을 모를 수 있지만 한인들의 경우에는 모국의 높은 대학 진학률처럼 대학 교육이 의무 교육처럼 꼭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학비가 부족해서 대학을 못 가는 경우는 없다. 특히 1세대 대학생들은 1세대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추가적인 지원과 캠퍼스 내 기회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희망하는 대학이 사회적 경제적 측면으로도 지원하는지 알고 대입 지원서를 쓰는 것이 좋다.     ▶대학 학비 조달   대학 학비 조달 과정에서 모든 학생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특히 1세대 지원자들에게는 혼란스럽다. 퓨 리서치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1세대 학생들은 대학 빚을 지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1세대 학생은 등록금 및 기타 생활비 외에 생활비까지 지원하는 장학금과 1세대 학생들에게만 제공되는 장학금도 찾아볼 수 있다.     ▶서머 브리지 프로그램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2~4주 동안 진행되는 여름 브리지 프로그램은 1세대 학생과 가족이 1학년으로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을 심층 오리엔테이션에 초대하고, 가족과 소통하고, 학업 조언을 제공하고, 여름 강좌를 제공한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1세대 학생들을 비슷한 배경을 가진 교수진이나 상급생들과 연결해주기도 한다. 신입생을 대학이나 캠퍼스 전체의 1세대 학생 그룹과 연결하고 사교 및 학술 행사를 주최하는 데 도움을 준다. 1세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학에서 제공되지 않는 경우, 학생 단체, 동아리 등 다른 동호회를 찾아 보는게 좋다.     캠퍼스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1세대 학생들은 다른 많은 학생도 대학에 입학할 때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대학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곳이고 모두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     ━   공부에 도움되는 팁     고교생 시간관리 요령   ▶준비 작업=시간 관리를 시작하기 전 현재까지 어떻게 시간을 활용했는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다.시간표를 적어보자. 1주일 동안 15분마다 한 번씩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간단하 적어본다. 1주일 후 이 기록을 토대로 다음 사항을 검토해보자. 1. 내가 해야 할 과제를 다 성취하였나. 2. 시간에 쫓기며 과제를 성취했나. 3. 모든 과제를 마감시간에 늦지 않게 성취했나. 4. 목표를 달성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던 나의 습관은 무엇인가. 5. 하루 중 어느 시간에 가장 생산적인가. 혹은 비생산적인가.     ▶새벽형 vs 올빼미형=대부분 사람은 하루 중 가장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피크 타임이 정해져 있다. 이 시간은 가장 활기가 넘치고 가장 생산적이며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을 말한다. 고교생도 마찬가지여서 공부하기 좋은 시간이 있다. 자녀가 새벽형인지 올빼미형인지 빨리 파악해서 습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엄청난 집중이 가능해져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장병희 기자1세대 대학생의 모든 것 사회 문화 대입 지원서 대학 생활 지원자 당사자도

2024-02-18

[발언대] ‘천사의 도시’ LA가 어쩌다

나는 LA 한인타운에 산다. 매주 산행도 하지만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7시부터 유니온에서 하바드 길 사이를 걷기도 한다. 그런데 아침마다 타운 거리를 걸으면서 실망과 함께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너무 지저분한 거리 모습 때문이다.     40년 전 LA에 처음 왔을 때는 그야말로 천사의 도시였다. 한국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도 이렇게 좋은 곳에 살게 되다니, 정말 미국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만 해도 가난했던 한국에 비해 그야말로 천당에 온 느낌이었다.   물가도 저렴해 그때 오렌지 한 자루 가격이 겨우 99센트였고, 마켓에서 50달러어치 장을 보면 고기와 생선을 포함해 자동차 트렁크로 한 가득이었다. 당시 막노동하는 사람의 일당이 20달러 정도였고, 도로에는 휴지나 쓰레기 하나 없었다. 물론 노숙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주변 생활환경은 너무나 열악해졌다. 한인타운에서 다운타운 쪽으로 길을 걷다 보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쓰레기와 오물이 나뒹굴고 있다. 노숙자 숫자가 늘면서 그들의 배설물과 생활 쓰레기, 토악질해 놓은 것들로 인한 냄새 때문에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역겹다.   불안한 치안 상황도 문제다.  LA는 저녁이 되면 집밖 출입을 꺼릴 정도로 위험한 도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누구도 LA를 천사의 도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LA가 이대로 방치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의 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나부터도 이대로는 도저히 더는 LA에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자유가 좋고 노숙자의 인권이 중요하다 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 소수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다수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LA시 당국은 주민들의 고충을 헤아려 어떠한 방법으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예전처럼 어디든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 ‘천사의 도시’라는 명예를 되찾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중식 / 수요자연산악회 회장발언대 천사 도시 생활 쓰레기 노숙자 숫자 la 한인타운

2023-12-12

[삶의 향기] 포기의 지혜

필자가 속한 종단은 생활과 동떨어진 진리공부를 배격한다.     생활불교를 지향하다 해도 출가자의 모습이 일반인과 같을 수는 없다 보니, 출가를 위해서는 고치거나 포기해야할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필자도 세속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출가 생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는 습관이 있었다. 처음 4~5차례 실패를 했을 때만 해도 크게 걱정을 안 했다. 10차례 정도 실패를 하고 나니, '이 습관을 고칠 수 있을까'하고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20번 정도 실패를 한 이후에는 '출가를 포기해야하나'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 때 '억만 번'이라는 표현을 경전에서 접했다. 좌선이든, 경전 공부든, 계율 수행이든 될 때까지 억만 번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하긴, 영겁의 세월동안 익혀온 습관을 고작 '20번'만에 끊을 수 있을까. 경전을 '이해'가 아니 '연습'하라 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심기일전해서, 결국 50여 차례 실패를 더 한 후에야 마침내 습관을 고치고 출가를 할 수 있었다.   평생을 평화운동에 매진해 오신 분이 있다. 세속에 대한 의무나 유혹에 자유로운 편인 출가자임에도 마음을 안 챙기면 초심을 잊기 쉽다. 속세에 살면서도 평생 특정 이상과 가치 실현에 일생을 바치신 분들이 더 존경스러운 이유이다.   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도가는 물론 사회에서도 중요한 가치이다. 대종사께서 "정성은 중단 없는 마음을 말하고,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그 목적을 달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하셨다.   "포기하지 마"는 모든 경우에 만병통치약일까.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마침내 성공한 가수가 무명가수 오디션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자신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절대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무명가수들에게 하는 것을 들으면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성공확률이 얼마나 될까. 만약, 그 무명가수가 객관적으로 실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면 어떤가. 게다가, 결혼을 해서 부양할 가족들이 있음에도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가.     의사가 꿈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에서 0.1%의 우수한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다는 최고의 의대에 10년 동안 지원하고 있는 중위권 성적의 학생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세요"라고 조언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 경우 모두 재벌가 자손이라면 예외일 수 있겠지만, 보통의 서민이라면 때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대종사께서는 "어린이나, 노인, 환자가 아니라면 사람으로서 면할 수 없는 자기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힘 미치는 대로 자력 없는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가르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의무와 책임은 꿈 못지않게 중요하다. 생활을 위해 일방적으로 꿈을 포기하는 것도 신중해야 하지만, 꿈을 위해 일체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노력만 한다고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세계평화 같은 궁극적 가치 추구나, 성불제중의 서원과 마음공부에 있어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여전히 의미가 있겠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때에 따라 포기의 지혜와 용기도 필요해 보인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지혜 무명가수가 객관적 출가 생활 무명가수 오디션

2023-12-11

[문장으로 읽는 책]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내가 존재, 그러니까 무(無)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체감한 것은, 아득한 옛날의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은 내가 ‘사람’이 된 날이었다. 무의 아우라가 없는 것은 아직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령기 전인 것은 확실하지만, 4살이었는지 혹은 6살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나는 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느 곳을 걷고 있었고, 그 사이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청명한 야밤으로 별들이 많았다. 죄다 익숙한 존재물로, 바로 이 ‘존재라는 틈’의 틈입이 아니라면 아예 언급할 일이 없는 범상한 것들이었다. 나는 별(들)을 쳐다보았는데, 그 순간, 무엇인가가 내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았다. 이상한 말이지만 그것은 ‘무’, 무의 가능성이었다.  나와 내 어머니와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없었을 수도 있었고, 없어질 수도 있으리라는 절절하고 공포스러운 체감이었다, 존재의 틈으로 무가 번개처럼 찾아들던 순간이었다. 내가 비로소 사람이 된 날이었다. 내게 ‘영혼’이 생긴 날이었다.   김영민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제도권 대학을 떠나 30년 가까이 인문학 공동체와 공부 모임을 이끌고 있는 철학자·시인 김영민의 책이다. ‘무가 찾아온 날, 영혼이 생긴 날’이라는 제목의 윗글에 저자는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는 『팡세』의 문장을 달았다. ‘공부의 철학자’로 유명한 저자는 수행자처럼 공부하고 실천하는 삶을 강조한다. 그에게 공부란 “매사에 진짜를 구하는 애씀” 혹은 “스스로 밝아지는 것이고, 그 덕으로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사는 일”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생활 철학 공부 모임 시인 김영민 무가 번개

2023-11-29

쪼들리는 LA 중산층…식품·양육비도 벅차다

지속된 물가 상승과 소득 정체로 LA 중산층도 거주비, 식품, 양육비 등 필수생활비(essential expenses)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드윅 공유경제번영연구소(LISEP)가 최근 전국 50개 메트로 지역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LA지역 필수생활비가 100이라고 하면 중산층 소득은 80으로 20%가 부족했다. 즉, LA의 4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 거주비, 식품, 양육비 등 필수생활비로 총 10만7371달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소득은 이보다 20%가 모자랐다는 것이다. 〈표 참조〉 전문가들은 “이는 LA 중산층 가정마저 소득이 부족해서 생활비를 줄여야 하는 쪼들린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LISEP는 LA메트로 지역의 비싼 물가와 많은 저임금 일자리가 중산층도 필수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주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LA지역 저임금 직업의 비율은 전국 중위 수치인 34.5%보다 10.6%포인트 높은 45.1%이었다. 반대로 고임금 직업의 중위 수치는 17.8%로 전국 수치(19.2%)보다 1.4%포인트 낮았다. LA에서 중간 수준의 임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비율은 37.1%로 전국 수치인 47.8%보다 10.7%포인트 밑돌았다.     LA처럼 필수생활비가 소득보다 많아 생활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전국 메트로 지역 50곳 중 10곳이나 됐다.   이중 LA메트로 지역보다 생활여건이 더 나쁜 지역은 가주 프레즈노와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파라다이스 지역이었다. 프레즈노는 소득이 생필품 등 꼭 필요한 지출보다 21.5%, 라스베이거스 지역 역시  22.1%나 부족해서 50개 지역 중 중산층이 가장 살기 어려운 도시로 꼽혔다.   이밖에도 뉴욕의 버팔로-나이아가라폴스, 로체스터, 가주 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하와이 호놀룰루, 뉴욕-뉴저지-롱아일랜드, 샌디에이고-칼스배드-샌마코스 순으로 소득이 필수생활비보다 모자랐다.   이와는 반대로 50개 지역 중 중산층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는 가주 샌호세-서니베일-샌타클라라 지역이 꼽혔다. 필수생활비를 소득에서 제하고도  25.4%의 소득이 남았다.   샌호세 지역의 4인 가구는 생활에 필요한 지출이 LA보다 1000달러가량 많은 11만7456달러였지만 고임금 일자리가 많아서 소득이 지출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샌호세 메트로 지역의 고임금 일자리 비율은 LA의 두 배를 웃도는 42.4%였다.     텍사스 오스틴-라운드록 지역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25.2%, 워싱턴DC도 소득이 지출보다 22.1% 많았다. 가주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프리몬트 지역의 경우, 필수생활비를 지출하고도 소득이 18.2%가 남아서 중산층이 살기에 쾌적한 지역이었다.   조지아의 애틀랜타-샌디스프링스-마리에타, 일리노이 시카고-네이퍼빌-졸리엣,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위스콘신 블루밍턴도 각각 소득이 생활 필요 지출보다 10% 중반대 수준으로 많았다.   LISEP은 필수생활비에서 렌트비 등 주거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주거 비용이 너무 올라서 일상생활을 꾸리기 힘들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년간 주거비에 대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4% 올랐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주거비의 경우, 같은 기간 무려 149% 가파르게 올랐다.   보고서는 임금 상승 폭이 주거비를 포함한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해서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도 필수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온라인 엠바고 중산층 생활 지출 la 중산층 파라다이스 지역

2023-11-26

소득 부족 Z세대<18~26세> 짠물 소비로 변화

수년간 지속된 고물가에 Z세대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생활 패턴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최근 18~26세의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명 중 3명꼴인 73%는 최근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소비 습관을 바꿨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방법은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하기다. 응답률이 43%나 됐다. 또 40%는 옷 쇼핑에 소비를 줄였다고 답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로서리 및 생필품 구매를 생활 필수 품목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택한 이들의 비율도 33%였다.     전문가들은 타 연령대보다 소득이 비교적 적은 젊은층이 최근 급격히 오른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생활에 필수인 의식주 중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주거비를 제외하고선 모든 소비를 줄인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에 Z세대의 평균 소비도 지난 2022년 5월과 2023년 5월 사이 2% 감소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1946~1964년생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소비가 되레 2.5%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전통주의 세대 혹은 침묵의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는 소비가 무려 5%나 늘었다.   더욱이 젊은 근로자의 경우, 경력직이 아닌 엔트리 수준의 직위여서 임금 상승 혜택도 적었고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소득도 뒷걸음친 것도 Z세대의 짠물 소비에 일조했다.   물가 상승 영향으로 Z세대의 재정 건전성도 퇴보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37%는 저축이 줄거나 빚이 느는 등 재정 관리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과반인 56%는 비상시를 대비한 저축도 없는 상태였다. 재정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에 일반적으로 3개월분의 일반 소비를 비상금으로 저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27%는 부모 또는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고 답했다.   짠물 소비에도 은퇴나 자산 증식 플랜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퇴를 잘 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45%로 절반이 채 안 됐으며, 주식으로 투자에 나선 Z세대의 비율은 29%에 그쳤다. 우훈식 기자 woo.hoonsik@koreadaily.com인플레 생활 생활 패턴 생활 방식 해당 생활

2023-11-23

[이 아침에] 어느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밥상

얼마 전 한국 언론에도 소개된 45세 일본 남성 ‘절대퇴사자’의 밥상. 직장 생활 20년간 ‘짠내 나는’ 식단으로만 생활하며 9630만엔(약 63만 달러)을 모았다는 그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저녁 메뉴는 밥과 매실 장아찌 1개, 계란말이가 전부였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월세 3만엔 정도의 낡은 공동주택에서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생활한다. ‘절대퇴사자’는 돈을 악착같이 모아 퇴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아이디. 취미 생활에 쓰는 돈은 당연히 ‘0’이다.   그는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며 최악의 취업난이 찾아왔을 당시 사회에 나온 ‘취업빙하기 세대’다. 현재 40~50대 초반의 이들을 일본에선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으로도 부른다. 그는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을 졸업하던 2002년 유효구인배율이 0.51로, 50군데가 넘는 회사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1명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의 수를 뜻한다. 내년 일본 대학 졸업자들의 유효구인배율은 1.71이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는 월급도 적고 복지도 형편없었지만 이직은 꿈도 못 꿨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직장이 없는 친구들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당시 제대로 된 직장에 안착하지 못한 이 세대는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가난하다. 집도 사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나이지만 40대 임금의 중간값은 30대보다 낮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절반 이상은 저축액이 200만엔 이하다. 취업 실패로 집안에 틀어박혔다가 수십 년 그 생활을 이어가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도 40만 명에 이른다.   새삼 이들의 오늘을 떠올린 건 연일 바닥을 찍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지지율 때문이다. 일본도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한국과 비교해도 아직 괜찮은 수준 같은데 “살기 힘들다” “정부는 뭐하는 거냐”는 비판이 드높다. 한 일본인 친구는 “일본 중년은 정말 가난하거든”이라고도 했다. ‘절대퇴사자’ 같은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계란값·채소값 상승은 치명적일 터. 최근 TV아사히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0%가 “고물가로 가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고, 그 대책으로 식비를 줄이고 있다는 답변이 48.7%였다.   한국에서도 취업 실패 등에 좌절해 고립·은둔하는 청년이 51만 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청년기에 시작된 은둔이 중년·노년까지 이어져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의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이영희 / 도쿄 특파원이 아침에 제너레이션 로스트 로스트 제너레이션 직장 생활 취미 생활

2023-11-13

[독자 마당] 삶의 지혜

얼마 전 미국의 한 언론이 ‘한국 사람들은 바쁘게 보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고 보도한 것을 봤다.  하지만 나는 한국 사람들이 늘 바쁘게 생활하는 것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생활 환경에서 온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는 겨울이 길고 추운 지역이다. 이로 인해 농산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따라서 가능한 날씨가 따듯할 때 먹을거리를 많이 비축하려면 늘 바쁠 수밖에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채소라고 할 수 있는 배추와 무도 날이 추워지면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배추와 무를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하기 위해 생각해 낸 저장법이 김치다.     음식은 최대한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나 한 지방의 음식은 그곳에서 자라는 음식 재료를 주로 사용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의 음식이 특별히 더 좋고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말하고 미국사람들은 미국 음식이 맛있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특정 음식을 먹게 되면 입맛도 그 음식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테니스를 열심히 하다 보면 테니스를 잘하게 되고, 테니스가 운동 중에서 제일 좋다고 말한다. 골프도 축구도 비슷하다.     바쁘게 움직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바쁜 것이 삶의 패턴이다. 따라서 바쁘지 않을 때는 무언가 이상하고 허전하고 불안하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남의 눈에 들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 가지 측면만 본 것이다. 한국 사람이 늘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생존 수단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가장 중요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지혜 한국 음식 음식 재료 생활 환경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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