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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 엘리트 체육이 성공하는 이유

금메달 20개를 목표로 나선 일본 대표팀은 ‘개최국 이점 없이’ 이번에도 종합 3위의 성과를 올렸다. 한국도 당초 금메달 5개란 목표를 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두 나라 모두 신통한 성적 탓에 긍정적인 분위기 일색이지만, 양상은 조금 다르다.
 
먼저 메달의 쏠림 현상이다. 한국은 32개의 메달을 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와 동률인 역대 2위 성적을 냈지만, 메달은 11종목에 쏠렸다. 이른바 ‘총·칼·활’ 3종목에서 전체 메달의 절반을 획득했고, 금메달 80%가 몰렸다. 종합 10위 안에 드는 나라 중 가장 종목 집중도가 컸다. 일본은 16개 종목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다양한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구기 종목과 육상 종목에서 일본은 확실한 우위를 점해나가고 있다. 한국은 농구와 축구, 배구에서 출전권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 남자 농구에서 유일한 아시아팀은 일본이었는데, 예선에선 은메달의 주인공인 프랑스를 꺾을 뻔했다. 4쿼터 종료 16초를 남기고 4점 차로 리드하다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 끝에 패배했다. ‘오심’ 논란만 아니었다면 이겼을지도 모르는 경기였다. 남자배구도 8강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다잡은 경기를 역전패했지만, 세계 무대에서 대등하게 겨룰 수 있음을 증명했다. 육상 트랙 종목에서도 일본 선수들이 결승 무대에 등장하는 모습은 결코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었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앞둔 지난 2015년 스포츠청을 신설하며 엘리트 체육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전엔 선수 경기력 향상을 종목별 협회가 책임졌다면, 국가가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튼 것이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사업 예산은 현재 연간 100억엔(930억원)에 달한다. 2014년엔 50억엔을 밑돌았지만, 2019년 100억엔을 넘은 뒤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꾸준히 해외 경기와 합숙에 참여하고, 기술분석팀이나 우수 코치진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는 넓은 생활 체육 저변 하에서 시너지를 일으켰다. 일본에선 학교 내 부 활동을 ‘부카츠’(部活)라고 하는데, 학창시절 부 활동에 전념을 다 해보는 경험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 특히 1987년 이후 교과 내용과 교육시간이 대폭 줄어들자 이후 태어난 세대는 체육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다 그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비인기종목이라고 해도 체험해보고 도전해보는 이들이 생겨났다.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넓은 저변의 존재는 벌이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이 돼 주고 있다. 전환점을 맞은 한국의 엘리트 체육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정원석 / 한국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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