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야생 레드베리 예찬

    이맘때(6월말~7월중순)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서면 길을 걸으며  빨갛게 열매 맺은 야생 레드베리를 찾곤 한다.    산책길에는 야생 레드베리 나무가 한 100그루도 넘게 자라고 있다. 베리는 마음이 간절한지 유난히 빨갛게 열매 맺고 눈길을 기다리는 듯 하다.  야생 레드베리는 그로서리에서 파는 레드베리보다 1/5도 안되는 크기지만 나무에서 직접 따 먹을 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오묘한 맛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비타민이 충만해서인지 아니면 이슬에 맺힌 신비한 맛이 주는 기분인지 잘 모르지만 자연이 주는 기막힌 축복의 선물임은 틀림없다.   찬송가 'How Great Art'를 흥얼거리며 아침을 연다.  산책길 끝자락의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다다르면 맨손체조와 요가를 한다. 심호흡을 하며 눈길을 돌리니 시냇물 내려가는 언덕 위로 빨갛게 잘 익은 야생 레드베리가 보인다. 체조를 중단하고 언덕을 타고 내려가다 비탈진 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엉거주춤으로 일어나 조심스레 손을 뻗어 레드베리를 따서 먹는다.   누군가는 그깟 레드베리를 따려고 목숨까지 걸고 비탈길을 내려가느냐며 비웃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데 가치는 충분하다.  퇴근해 저녁 식사 후 집 주변의 베리를 50-60개쯤 따서 물에 헹구어낸다. 한 10개를 먹었을 즈음 아침에 맛보았던 이슬을 머금은 레드베리의 신비한 맛이 더이상 나질 않는다. 일전에 산책길에 피어 오른 깻잎에 관한 수필을 쓴 적이 있다. 이맘때 나의 관심은 온통 베리에 쏠려 있다. 아침에는 레드베리와 블루베리를 꼭 먹는다. 지난 5월에는 블루베리 4뿌리를 사다 산책길에 심어 놓았었다.   매일 열매가 맺히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유심히 들여다 보아도 아직 열매를 맺기에는 나무의 성장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참 신기하게도 이 기막힌 맛의 야생 레드베리를 사슴이나 기타 동물들은 따먹지 않는다. 듬성듬성 있는 이웃들도 관심이 없는지 베리를 따가는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어느 누구도 길쌈도 안하고 가꾸지도 않지만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 불쌍한 생에게 내려 주시는 야생의 만나 열매가 아닐까.   올해도 7월 중순까지 열매 맺는 야생레드베리를 먹으며 혹서의 여름을 무난히 극복하면서 나만의 작지만 행복한 여름을 지내고자 한다.  레드베리 야생 야생 레드베리 산책길 끝자락 블루베리 4뿌리

2023-07-18

[삶의 뜨락에서] 오디를 따서 풀잎에 담다

6월 하순의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5마일 트레일을 걸었다. 햄스테드 비치 트레일은 요즘 오디가 한창 익어 가고 있다. 일주일 전부터 따기 시작했다. 소주를 부어 술을 담그고, 잼을 만들었으며 망고와 함께 믹서로 갈아 드링크를 만들어 마셨다. 나는 이날 오디를 딸 생각을 하지 않아 플라스틱 백을 준비하지 않았다.   트레일을 걷다가 오디나무에 눈이 갔다. 크게 잘 익은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담을만한 용기도 없고, 고무장갑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아까워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냥 두면 떨어져 내릴 것이다. 혹시 쓸만한 비닐 백이 없을까. 찾으면 바닷물에 깨끗이 씻으면 되겠지. 이날 따라 눈에 띄지 않아 누군가가 버린 물병을 주웠다. 병은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질 수 없을 정도였다. 포기할 생각을 하고 가는데 넓은 풀잎이 보였다. 두 개를 꺾어 새까맣게 익은 오디를 백여개 따서 정성껏 풀잎에 싸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오디를 따면서 문득 생각했다. 높은 나무에서 익은 오디가 저절로 떨어질 때 풀 위에 안착하기를 바랐다. 땅바닥에 떨어져 개미떼와 모기가 달려들지 않았으면 했다.   풀잎으로 싼 오디는 질식할 만한 비닐봉지에 갇히는 것보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와서 주머니에서 오디를 꺼냈다. 바지 주머니가 온통 오디 물로 들어 있었고 속옷까지 붉게 물들어 갈아입었다. 올해는 오디가 많이 열리고 산책로에 토끼가 많아 어느 날은 마흔 마리를 만났는데 그중 일부는 갈 때 보고 올 때 또 본 것들일 것이다. 특히 새끼 토끼가 많아 마이크로소프트 빙 챗에 물어봤다. 들 토끼의 수명은 2년, 집토끼는 5년 정도 산다고 알려 주었다. 산책길 토끼는 뉴잉글랜드 산으로 무척 귀여운데 숲속에서 나와 뛰노는 공간(나는 이곳을 코트 야드라고 부른다)에 특히 흔하다. 나는 매일 일기에 오늘 몇 시간 걸었는지, 토끼를 몇 마리 만났는지 기록한다.   내 시의 반 정도는 아침 산책길에서 건진 것이다. ‘구도시에 살던 토끼들이 신도시로 이사한 것 같다. 살던 집은 팔았을까, 그냥 버리고 왔을까’(토끼들의 이사), ‘트레일에 해바라기가 만발했다. 늦가을, 해바라기는 해를 붙들고 놓아줄 생각을 안 한다. 산책을 마치고 공원 주차장으로 갔다. 그곳에도 해바라기기 있었다. 노인들이 담벼락에 의자를 놓고 앉아 해를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해바라기), ‘공원 쓰레기통을 들여다보았다. 빈 물병, 소다 병이 있었다. 청소원들이 쓰레기를 수거한다. 왜 내가 버린 아픈 기억, 후회는 가져가지 않았을까’(공원 쓰레기통).   산책로에서 가끔 사슴을 만난다. 사슴은 문득 나타나 힐끔 쳐다보고는 어딘가로 달아난다. 정을 주지 않는 항상 낯선 동물이다. 산책로에는 드물게 흰머리독수리 집이 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신기해서 카메라로 추적한다.   한때는 골프에 빠졌다. 15년 전 이곳으로 이사해 100분 산책을 하면서 시간 덜 걸리고, 안 맞는 공을 쫓아다니는 스트레스 안 받고, 돈 안 드는 트레일 워킹을 일과로 삼고 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는다. “10년도 넘었는데 그대로군요. 무슨 비결이 있으세요?” 그냥 매일 걸어요. 추워도 걷고, 더운 날도 걸어요. 비가 오면 우산을 받치고 걸어요. 생각하면서 걷는 것이 좋아요. 트레일에는 모든 것이 있어요. 오늘같이 오디를 따서 풀잎에 담는 날도 있어요.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오디 풀잎 이날 오디 요즘 오디 산책길 토끼

2023-06-29

[독자 마당] 산책길의 맹견

아침에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산책을 하다 보면 개와 함께 나온 주민들을 자주 본다. 개의 종류가 그렇게 많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개들과 산책을 한다. 작고 귀여운 개들에게는 눈길이 간다. 주인들 따라 작은 발을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개들 중에 핏불이 있다. 덩치도 크고 사나운 견종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종류의 개를 데리고 나오면서 끈을 제대로 묶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개를 피해 길 옆으로 비켜가거나 맞은 편 길로 돌아가기도 한다. 주인의 입장에서는 그 개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만 처음 개를 마주치는 입장에서는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 경우에는 어린 시절에 개한테 공격을 당한 적이 있어 큰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개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는 위생 문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개를 기르는 입주자들이 많다. 저녁 무렵이 되면 개들을 데리고 아파트 앞길로 산책을 나온다. 그런 사람들의 손에는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한 검은 봉투가 손에 들려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배설물을 잘 수거해 가서 정해진 장소에 버리는데 종종 처리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개를 키우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다. 개를 비롯한 동물과의 공감은 사람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하지만 개를 키우는 것이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덩치 큰 맹견을 풀어서 데리고 다니고, 개의 배설물을 방치해 위생 문제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개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공동주택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일훈·LA독자 마당 산책길 맹견 위생 문제 아파트 앞길 정신적 신체적

2022-05-1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