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취재 수첩] 정보 사각지대의 한인 시니어들

한인 시니어들에게 정보는 곧 혜택이다. 문제는 영어 때문에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워 혜택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은퇴 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한인 시니어들의 현실이 그랬다.   본지가 올해 처음으로 주최한 은퇴 박람회는 시니어들이 건강 관리, 은퇴 준비 등과 관련해 한국어로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자리였다. 〈본지 11월18일자 A-1·3면〉   현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들의 목소리를 취재수첩에 빼곡히 적었다.   시니어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이렇다.   “와, 내가 이런 혜택도 받을 수 있었네.”   상당수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사전 지식조차 없었던 셈이다. 그간 정보의 부재로 인한 시니어들의 마음고생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미국에서는 의사를 만나려면 스케줄을 잡고 몇 날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이날 현장에는 전문의들이 직접 나와 일대일 상담까지 제공했다. 건강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럽게 삶의 고민을 털어놓는 ‘인생 상담’으로도 이어졌다.   주름진 얼굴의 한 시니어가 “의사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개인적인 얘기도 많이 나눴다”며 환하게 웃는데,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넘어 위로와 소통의 시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인 시니어들은 자식들에게 매번 도움을 부탁하는 것도 은근히 눈치가 보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손주한테 물어보긴 했는데, 제대로 알아듣질 못했다”며 쓴웃음을 짓는 이도 있었다. 은퇴 박람회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말이다.   취재수첩을 덮고 행사장을 떠나려는데 한 시니어가 이렇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거 없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요. 이런 행사가 자주 열리면 좋겠어요.”   한인 사회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목소리다.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인 시니어가 너무나 많다. 강한길 기자 사회부취재 수첩 사각지대 시니어 한인 시니어들 정보 사각지대 한인 사회

2024-11-19

[사설] LA한인회장의 '세대 협력' 주목

37대 LA한인회장에 로버트 안 변호사가 무투표로 당선됐다. LA한인회는 현 제임스 안 회장에 이어 2세가 계속 회장을 맡게 됐다. 이는 한인회뿐 아니라 LA 한인 사회가 점차 차세대 중심으로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안 차기 회장의 당선 소감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한인회 2.0’ 청사진이다. 1세와 1.5, 2세들 간 세대 협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한 방향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1세들의 경험과 노하우, 차세대의 활동력이 결합하면 효율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에도 세대 간 협력의 필요성은 강조됐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1세들은 권위 의식을 앞세웠고, 차세대는 경험과 이해 부족으로 알력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안 차기 회장은 부친도 LA한인회장을 역임한 바 있어 세대 협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인 세대 협력의 첫 단추는 공감과 신뢰의 형성이다. 공감과 신뢰는 상호 이해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회장과 보조를 맞춰야 하는 차기 이사회의 구성이 중요하다.     안 차기 회장은 정치력 신장도 강조했다. 한인 사회의 영향력을 높이고 한인 타운 현안 해결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안 차기 회장은 연방 하원 출마 경험과 함께 LA시정부에서 다양한 커미셔너 직도 맡았었다. 그만큼 정계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그의 장점은 정치력 신장은 물론 한인회의 재정 확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회의  중요한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인 각종 봉사 업무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LA한인회는 세계 최대 한인회라는 상징성이 있다. 안 차기 회장은 LA한인회장이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을 느끼며 취임 준비를 해야 한다. 사설 la한인회장 협력 세대 협력 한인 사회 노하우 차세대

2024-11-13

[발언대] 외화내빈의 한국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권에 올랐고 한국의 문화도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내며 보편화 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옷을 갈아입은 후, 한국인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용수철처럼 세상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요즘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미국에서도 ‘K’자만 들어가면 새롭게 떠오르는 매력적인 나라로서 한국을 연상할 정도다. “내 자녀가 내년에 한국에 연수차 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타인종 부모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한국의 민낯은 어떤가.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 같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안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운 일이 많다는 의미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하는 한국 사회는 기쁨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 등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불평과 불만, 분열과 불신 등 부정적인 모습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과 시청역 일대는 정부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는, 대규모 집회가 일 년 내내 지속하는 듯하다. 이로 인한 소음과 차량 정체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 공백이 일 년 가까이 지속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분단국가의 숙명인지는 몰라도 좌우의 이념대결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감정과 세대 간 갈등 역시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해외에서는 화려하게 뜨고 있는 한국이 국내적으로는 주춤거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정치 때문이다. 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 나라의 정치고, 정치의 주체는 바로 국민이 선택한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인들의 의정 활동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오로지 자신과 자기 진영의 유익만을 추구한다.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토론은 없고, 상대방 헐뜯기에 열을 올리며, 대화보다는 갈등을 조장하는 3류 정치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3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정치인 각자가 열심히 노력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정치인을 위한 노벨상이나 오스카상은 없다. 정치인의 상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되겠지만, 그동안 국제적인 상을 받아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에게 걸맞는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때 대한민국은 외화내빈이 아닌, 안과 밖이 일치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것이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외화내빈 한국 한국 정치인들 한국 사회 정치인 각자

2024-11-12

[문예마당] 인간의 잔인함·뻔뻔함은 어디까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늦더위에, 가을장마까지 겹쳐 푹푹 찌던 날씨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고 화창한 날씨로 변했다. 한국의 가을 하늘은 맑고 푸르러 눈이 시릴 정도다. 무겁고 우울했던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쾌청한 하늘을 보던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세상은 엉망진창이다.   세상이 날로 더 악해지고 있다. 한국이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살기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각종 재해와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도 사악하게 흘러간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한국 사회가 총체적 난국처럼 느껴졌다. ‘마약 청정국’도 옛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묻지마 살인’ 등 끔찍한 뉴스가 끊이지 않더니 급기야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 하나가 밝혀졌다. 이 사건은 여고 시절 공포에 떨며 읽었던 애드거 앨란포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를 소환하게 했다.     ‘검은 고양이’는 단순한 공포 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한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던 고양이를 학대하고 죽인 후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다 아내까지 살해하고 발각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그 경험들이 ‘검은 고양이’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요약하자면, 온화한 성격에 동물을 아주 좋아하던 평범한 남자가 술에 중독되면서 점점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인물로 변한다. 술에 취해 자신이 기르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나중에는 풀로토를 나무에 매달아 죽이기까지 한다. 그 후, 그는 술집에서 플루토와 닮은 고양이를 발견하고, 그 고양이를 데려와 또 기르기 시작한다. 이 고양이 역시 그의 폭력적인 성향을 자극한다. 결국 이 남자는 두 번째 고양이도 도끼로 죽이려다 실수로 아내까지 죽이게 된다.     아내의 시신을 지하실 외벽과 내벽 사이에 감추고 벽을 새로 발라서 범행을 숨긴다. 아내가 죽자 기르던 고양이도 자취를 감춘다. 아내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경찰이 집을 방문한다. 경관들이 집을 훑어보고 무심히 지나치려는데, 그는 자신이 완전범죄를 저질렀다는 교만한 마음에 벽을 두드린다. 그 순간 벽 뒤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수상히 여긴 경관들이 벽을 허물게 되고 그 안에서 아내의 처참한 시신이 발견되고, 아내의 시신과 함께 산 채로 묻힌 두 번째 검은 고양이도 발견된다. 결국 그는 체포되고 만다.     공포와 긴장 속에서 읽었던 소름 끼치는 ‘검은 고양이’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지난 9월 하순 경남 거제의 한 주거지에서 16년 만에 발견된 시신 때문이다. 한 남성이 말다툼 중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유기한 사건이다. 그는 동거녀와  살던 옥탑방 바로 옆 베란다에 가로 39cm, 세로 70cm, 높이 29cm 크기로 벽돌을 쌓은 다음 시신이 담긴 가방을 넣고 10㎝ 두께의 시멘트를 부어 범죄를 은닉했다.     그 후 그는 그곳에서 무려 8년이나 더 살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범행은 16년간 아무도 몰랐다. 10㎝ 두께의 시멘트로 은닉한 탓에 별다른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 그리고 존엄을 훼손하는 장면을 드러낸 사건이다.   그의 범행은 옥상 누수공사를 하던 중 드러났다. 작업자가 콘크리트 구조물을 파쇄하다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발견하면서다. 시신은 백골 상태가 아닌 미라처럼 된 상태였다. 다행히 지문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     ‘완전범죄는 없다’, ‘반드시 잡힌다’는 말이 있다. 특히 과학의 발달로 범인 체포에 지문 감식과 DNA 분석이 큰 역할을 한다. 과학수사팀 사무실에는 ‘모든 시신에는 흔적이 남아 있다’,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문구가 곳곳에 걸려 있다고 한다. 과학 수사 요원들은 ‘스치기만 해도 흔적이 남는다’고 말한다.     “하늘이 무섭지 않으냐?”는 말은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또는 해서는 안 될 고약한 짓을 했을 때 하는 말이다. 천인공노(天人共怒)라는 말도 있다.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할 일이나 인간을 두고 쓰이는 낱말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일이 있는데 앞의 사례도 그런 경우다. 사람을, 그것도 한때는 사랑해서 함께 살았던 동거녀를 잔인하게 살해해서 암매장한 집에서 태연하게 8년씩이나 일상생활을 했다는 게 소름 끼친다. 인간의 잔인함과 뻔뻔함은 어디까지인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순자의 ‘성악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관점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하다”가 아니라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악으로 기우는 경향을 지닌다”라는 의미이다.     순자는 예의 같은 인간의 도덕적 행위는 본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인 노력으로 도덕적으로 교정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이 선하게 되기 위해서는 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규범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말한 암매장 사건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생명과 법을 경시하는 풍조와 개인의 분노가 사회 전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더욱 강력한 법 집행과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 위의 사건을 통해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의 한 소절이다.  한국의 가을 하늘은 티 없이 맑고 쾌청한데 세상은 왜 이리 혼탁하기만 할까? 배광자 / 수필가문예마당 잔인함 수필 한국 사회 가을 하늘 다음 시신

2024-11-07

[중앙칼럼] 내가 던지는 한표의 의미

우리는 어떤 이유로 정치인에게 주머니를 열고 어떤 근거로 표를 줄까.     다음 주 민심의 심판을 앞둔 많은 후보의 재정보고를 보면 법적으로 허용된 최고액을 기부한 사람들도 있지만 20~30달러의 소액 기부자도 많다. 아니면 지지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거나 집 앞에 선거 홍보용 팻말을 설치하는 일에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것을 알면서도, 그의 당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게 흥미롭다. 왜 그럴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믿음과 신뢰를 갖고 군소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들의 기부나 활동, 그리고 한표의 행사가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것이다. 표를 많이 받아 당선되는 것도 정치지만 숫자는 적어도 의미 있는 표를 받는 후보도 분명히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는 뜻이다.     11월5일 선거에서 LA 한인타운이 포함된 가주하원 54지구에 출마한 존 이 후보의 후원금 모금 상황은 형편없다. 상대 후보가 100만 달러 가까이 모금하며 세를 과시하는 동안 이 후보가 모은 돈은 그와 같은 또래 직장인의 1년 치 연봉 정도에 불과했다. 그의 후원자 가운데는 20달러 기부자도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는 예선에서 돌풍에 가까운 표를 얻었다. 같은 당 소속의 경쟁자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경쟁 후보가 1만9600여 표를 얻을 때 그는 1만4900여 표를 얻었다. 미시간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비영리단체 직원으로 일하던 신출내기 정치인이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경쟁 후보는 이 후보가 한인이라는 사실을 감안, 발 빠르게 한인 인사들의 지지 확보에 나섰다. 선거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유세 막바지인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그와 잠깐 만날 때면 항상 땀방울이 가득한 얼굴이었고, 전화 통화를 하면 길거리 소음이 들려왔다.      한인이라고 무조건 한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억지일 수 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소위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제시한 정책과 정치적 소신에 공감한다면 ‘낙선할 가능성’이 높더라도 그를 후원하고 그의 메시지를 전파하려고 노력하는 유권자들은 자본이 지배하는 오늘날 미국 선거판에서 보석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한인 정치력 신장을 표방하는 단체에 이 후보 지원 여부를 물었더니 ‘될 사람에게 얼굴도장을 찍는 것이 낫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식의 접근이라면 한인 사회는 항상 얼굴도장만 찍고 돈만 주는 ATM을 자처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 후보에 대한 한인들의 지지는 어떻게든 한인 정치인이 가주 의회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열망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모인 에너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선이 안 되면 모든 것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커뮤니티 밖에서는 강력한 결집력과 구심점으로 여기며 주시한다.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같은 목적으로 모이는 한인표는 한인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선거 때면 한인 유권자들은 또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뭔가 용기 있게 바꿔보려는 사람들이 새크라멘토와 워싱턴 DC에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세상에 ‘사표(死票)’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지 후보의 당락만큼이나 한인 사회 일원으로 내가 던진 한 표의 의미도 되새겨보면 좋겠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한표의 의미 한인 정치력 지지 후보 한인 사회

2024-10-31

[사설] 데이비드 류 전 LA시의원의 오판

데이비드 류 전 LA시의원이 연방하원에 출마한 데이비드 김 후보의 경쟁자를 공식 지지하고 나서 비난을 사고 있다. 김 후보는 LA한인타운이 포함된 연방하원 가주 34지구에 세 번째 도전 중이다.  한인들 제보에 따르면 류 전 시의원은 한인 유권자 수천 명에게 김 후보 경쟁자의 지지를 부탁하는 한글 편지를 보냈다. 류 전 시의원의 이런 행동은 선거 일이 임박한 시점에 나온 것이라 더 충격이다. 더구나 김 후보와 류 전 시의원은 같은 정당 소속이다. 설령 김 후보의 경쟁자와 정치적으로 더 가깝다고 해도 ‘중립’의 명분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한인 사회의 바람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의 이런 처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존 이 LA시의원(12지구)이 출마했을 당시에도 그는 경쟁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물론 이 시의원과는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점은 있었지만 당시에도 한인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류 전 시의원은 한인 사회의 적극적인 후원 덕에 정계 진출에 성공했던 인물이다. 그가 2015년 LA시의원 선거(4지구)에 나섰을 때 많은 한인이 한인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후원했다. 정책이나 소속 정당도 중요하지만 ‘최초의 한인 LA시의원 배출’이라는 공감대가 더 컸다. 심지어 공화당원인 한인도 민주당 소속의 그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한인 사회 전체가 나서 그를 시의원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당선 후 그의 행보는 한인 사회의 기대를 저버렸다. 한인 사회의 권익보다는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더 생각하는 듯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한인들에게 실망감을 줬고, 결국 현직이라는 이점에도 불구 재선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류 전 시의원의 이번 ‘지지 파문’은 또 한 번 실망감을 주고 있다. 만약 그의 이번 행동이 본인의 정치적 재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제는 한인 사회가 그의 본모습을  알았기 때문이다.사설 데이비드 la시의원 한인 la시의원 la시의원 선거 한인 사회

2024-10-30

[문화산책] 우리 사회의 시각적 표정

남가주 한인사회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인 이상모 씨가 ‘Logo LA+plus’라는 제목의 흥미롭고 의미도 깊은 책을 발간했다. 그가 지난 50여년간 디자인한 수없이 많은 기업체, 회사의 로고, 심볼 마크 디자인 중 234점을 엄선해서 실제 사용사례와 함께 소개한 아담한 책이다.   이상모 씨는 남가주 한인사회 광고와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터줏대감이자 산 증인이다. 50년도 넘는 긴 세월을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고집스럽게 외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감탄스럽고 존경스럽다.   이 책은 한 디자이너의 작품집이라는 의미를 훨씬 넘어서서, 남가주 한인사회의 성장 과정, 특히 경제 발전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로도 가치를 갖는다. 기업체와 회사의 변화무쌍한 흥망성쇠를 구체적인 조형을 통해 실감 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노라면 “아, 옛날에 이런 회사가 있었지…로고를 보니 생생하게 기억나네”라고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한 사회의 미의식이나 품격을 보여주는 시각적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생활 속의 미술들이다. 크게는 도시계획부터 작게는 점포의 간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광고나 다양한 인쇄물에 이르는 그래픽 디자인들….그런 시각적 요소들은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기업을 위한 그래픽 디자인이나 광고 디자인은 그 사회의 역사, 특히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의 역사를 살펴보고 갈무리하는 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흔히 상업적 광고 디자인 작품은 소비되어버리고 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 사회, 한 시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 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LA코리아타운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에 이르는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민의 활성화로 한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상권이 형성되고, 한국 대기업이 지사를 개설하고, 언론사도 문을 열고, 한인 은행 같은 규모가 큰 업체들이 설립되면서, 수준 높은 디자인에 대한 요구도 생겨났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광고기획사들이 문을 열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활동도 본격적으로 활발해졌다. 대부분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이민 온 전문가들이 사무실을 열고 활동했는데,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준 높은 디자인 작품을 남겼다. 디자이너 이상모 씨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대표적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초창기부터 활약하던 디자이너 중 아직도 현역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이상모 씨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한인사회 초창기의 그래픽 디자인 자료들은 별로 남아있지도 않고,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하기 이전의 자료들은 없어져 버린 것이 많다.   이런 현실에서 이상모 씨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작품을 깐깐하게 갈무리하고 정리해 놓아서, 그 작품들을 통해 한인사회 디자인 역사의 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흔히 남가주 한인사회를 평할 때, ‘서울시 나성구’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사회의 판박이, 그것도 변두리 수준의 베끼기라고 평가하는 시각이 많은데, 그것은 그릇된 편견이다. 실제로 살펴보면 그 시대 우리 사회의 특성이 잘 녹아 있고, 한국의 장점과 미국사회의 좋은 점이 조화 융합을 이루거나, 한국적 가치관에 미국적 정신세계를 더한 바람직한 예들도 적지 않다.   이상모 씨의 그래픽 디자인 작품들도 그런 긍정적 사례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사회 시각 그래픽 디자인들 한인사회 디자인 남가주 한인사회

2024-10-24

[기고] 한인 후보 지원이 한인 정치력 신장

올해는 ‘미주 한인 이민 121주년’이다. 첫 한인 이민자가 하와이에 도착한 것이 1903년 1월13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 연방의회는 1월13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기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법정 기념일’이 됐다.     ‘미주 한인의 날’ 결의안은 한인 정치력 신장의 쾌거였다. 한인들이 거주 지역의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움직여 얻어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인 사회는 ‘정치력 신장’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정치력 신장의 첫 단계는 선거 참여 캠페인이었다. 한인 단체와 언론들의 주도로 선거 때가 되면 투표가 ‘한인 정치력 신장’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한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결과로 연방의회에는 ‘친한파’ 의원 수가 늘어 갔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가 한인 정치인의 배출이다. 한인 로컬 선출직 공직자 및 연방 의원 숫자가 늘면서 ‘한인 정치력’도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선거를 통해 ‘한인 정치력’이 실질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오는 11월 5일, 대선을 포함해 또 한 번의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이미 사전투표가 시작됐으니 선거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카말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 경쟁이 뜨겁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열기를 더하는 것이 연방 의원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원을 다시 뽑게 된다. 이밖에 각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투표도 이뤄진다.   이번 선거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한인 정치인이 11월 결선 투표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연방의회를 비롯해  주의회와 각 로컬 정부에 출마한 한인 후보가 16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인 사회의 자산임이 분명하다. 한인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한인 사회에서는 당적을 떠나 한인 사회의 권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한인 정치인을 선출직에 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인 정치력’은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차세대에 물려 줄 자산이다. 차세대가 자부심을 갖고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요람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일부 한인 정치인이 한인 후보의 경쟁자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유감이다. 이는 그동안 한인 사회가 외쳤던 ‘정치력 신장’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생전에 ‘기부왕’으로 불렸던 고 홍명기 회장은 본인은 공화당원이었지만 민주당 소속 한인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것이 진정한 ‘한인 정치력 신장’이 아니겠는가. 때론 당선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있더라도 한인 후보를 도와야 하는 이유는 후세들에게 도전 정신을 갖게 하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앤디 김(뉴저지주)의 연방 상원의원 도전은 우리의 미래를 향한 메시지다. 연방하원에 도전하는 데이브 민(캘리포니아 47지구) 후보와 데이비드 김(캘리포니아 34지구) 후보의 선전도 기대된다. 설령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인 사회도 당락을 떠나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3선 도전에 나선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 45지구), 영 김(캘리포니아 40지구) 연방 하원의원도 승리해야 한다.   한민족은 은근과 끈기, 그리고 끝없는 도전 의식이 특징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해리스가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것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존심과 선조들이 일군 터전이 있어 가능했다. 한인 사회도 언젠가는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번 선거는 한인 사회의 힘을 보여줄 때다. 이것이 진정한 ‘한인 정치력 신장’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한인 정치력 한인 정치력 한인 후보 한인 사회

2024-10-15

[함께할 50년:한인 정치력 신장의 길] “10년 안에 한인 주지사 배출도 가능하다”

▶태미 김 어바인 부시장  “한인들 정계에서 선전하면 하와이 한인 주지사 나올수도”   ▶존 이 가주하원의원 후보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인타운은 지역적 기반 돼야”   ▶폴 서 팔로스버디스 시의원  “2세들의 높은 윤리 의식이 사회 참여로 이어지게 될 것”   시간이 지나 이민역사가 170년(50년 후)을 맞이하면 우리 한인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리더들이 어떤 꿈을 꾸며 어떤 활동을 해나갈까.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갖게될까.     본지 창간 5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 50년을 이끌어갈 정치 신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물었다.     질문들에는 ‘한인 가주 주지사는 언제 나올까’. ‘주지사와 연방상원 의원을 배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른 커뮤니티와 경쟁하면서 도우며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가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등이 포함됐다.     향후 50년 동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청년들에게 가장 크게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커뮤니티를 위해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지금의 정치력으로 보면 큰 도전일 수 있지만 50년, 아니 10년 안에 한인 주지사는 반드시 나올 것이라는 희망이 분출됐다. ‘희망 사항’이 아닌 근거 있는 바람이다.     오는 11월 어바인의 최초 한인 여성 시장을 꿈꾸고 있는 태미 김 부시장은 “일단 향후 10년이 가장 유력하지 않나 싶다. 올해 11월 앤디 김 의원이 희망과 축포를 쏘아 올리고 실바이 루크 하와이 부지사가 4~8년 후에 나선다면 하와이발 최초 한인 주지사 승전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반 침하 사태로 바빠진 폴 서 랜초팔로스버디스 시의원도 한인 주지사를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서 의원은 “현재 청년층 2세들이 가진 윤리적인 잣대와 관리는 매우 높은 수준의 것이며 이는 70~80년대 미국에 온 1세들의 노력과 자세에서 전수된 것”이라며 “이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폭넓은 참여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첫 한인 가주 주지사는 지금 고등학교에 재학중이지 않을까 상상한다”고 웃음지었다.   신진으로 가주 하원에 출마한 존 이 후보는 “향후 20년 안에 데이브 민 의원이 가주 주지사로 유력하다고 본다. 연방하원에서 활동하고 다시 돌아오면 연방 상원이나 주지사직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후보는 “비근하게 지난 대선에서 중국계인 앤드루 양이 출마했을 때 그가 얻은 지지율을 내다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한 돌풍이 있었고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잠재력을 가진 것이 우리 아시안 커뮤니티이며 한인 사회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좋은 인물과 캠페인만큼 더 많은 한인들이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찬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직이 필요하며 조직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제들을 감당하기 위해서 청년 정치인들이 내세운 것은 ‘2세 역할론’이었다. 1세와 1.5세 선배들의 레거시(legacy)를 이어받아 실력있는 일꾼으로 커야하고, 이를 한인 사회 밖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태미 김 부시장은 “2세들이 크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고 양육에 나서야 한다. 더 많이 후보로 나서서 선출될 수 있도록, 더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해보니까 이 길은 매우 어려운 길이며 커뮤니티 차원의 투자가 없이 개인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에 대한 지적에 2세 정치인들은 매우 적극적인 예까지 들며 전했다.     태미 김 부시장은 “아직은 우리끼리 싸우고 경쟁할만큼 한인사회가 커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바탕으로 에너지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과정에는 타인종 이웃들에게 존중과 예의를 지키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누구나 많이 출마하면 좋지만 지역과 도시마다 다른 이웃들도 정치적, 사회적 파워를 갖고 있으며 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은 우리가 더 성장하는데 더 큰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런 것들이 큰 그림 아래 정리되지 않는다면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그는 한인 후보들을 상대로 뛰는 몇몇 타인종 민주당 후보들이 공식 지지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속내를 전했다. 외부로 비쳐지는 내부분열의 모습이 좋지 않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 서 의원도 “한인이라는 명함으로만은 해결되기 힘든 것들이 여전히 많다”고 같은 의견을 전했다.     LA 내 2세 정치 지망생들에게 주요 대화 소재 중 하나는 ‘리틀 도쿄’다. 한인타운도 그 진화의 끝에는 일본인들이 사라지고 이름만 남은 도쿄 타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존 이 후보는 “한인들이 살 수 있는 타운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대 기업 자본에 밀려 잰트리피케이션이 자리를 잡았다”며 “경제 논리에 한인타운을 터전으로 지키지 못한다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 진다”고 진단했다.     지역적인 힘은 정치권에서 무시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다. 아무리 이름을 알려도 지역 기반이 없다면 원동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힘을 다져온 LA, 주거 공간으로 확대된 OC 등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힘을 쌓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태미 김 후보는 “아직 LA에서 축적된 힘을 OC에서 만들기는 힘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부에나파크나 어바인, 풀러턴 등에서 관련된 성과들이 나와주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연방 의회까지 더 나아가 백악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멀리 보고 달리지만 발이 놓인 기반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앞으로의 50년 정치를 이어가고 지켜볼 신진 정치인들의 희망은 크고 깊다. 오늘도 이들은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뛴다. 한인사회 모두가 이들을 끊임없이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한인 정치력 한인 주지사 우리 한인사회 한인 사회

2024-09-22

[함께할 50년:한인회 과제는} 1세와 한인 사회 넘어, 2세와 주류 사회로

미주 한인 이민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던 한인회들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이민 1세대와 한인 사회 문제에 치중했으나, 요즘에는 더 많은 2세와 3세를 포용하고 주류 사회에서 한인의 권익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단체들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LA한인회가 그 변화의 선두에 서있다.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2세 한인회장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내가 한인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라고 말했다.     LA한인회는 올해 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인데 30~40대 젊은 한인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후보로 거론되는 스티브 강과 로버트 안은 모두 LA 커미셔너를 지냈고 한인 사회에서 다양하게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LA한인회는 잦은 회장 변경에 따른 예산 지원 문제 등을 이유로 회장직을 봉사직이 아닌, 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CEO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21주년을 맞이한 미주 한인 이민 사회는 2세대, 3세대가 중심세력으로 성장하면서 한인회의 세대교체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고 있다.     연방 의회는 1903년 1월 13일 102명의 한인이 하와이 호놀룰루를 찾은 것을 기념해 2005년 이날을 ‘미주 한인의 날’로 선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후 백악관은 이날을 기념하는 성명을 발표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성명에서, “오늘날 한인들은 기업가, 변호사, 공무원, 군인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미국을 풍요롭게 한다”며 “우리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인 이들이 미국의 발전을 위해 했던 모든 일을 계속해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 성명에서 알 수 있듯 미주 한인 사회의 위상은 121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한인 사회에서만 주로 활동하던 과거 이민 1세대의 시대가 저물고 영어가 더 친숙한 2세대, 3세대로의 세대교체가 큰 이유 중 하나다.     세대교체 변화는 역설적으로 한국어 위주의 한인 사회는 쇠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회의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한인회의 역할과 미래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과거 사랑방에서부터 번역 회사, 동사무소 업무 대리 업체, 법률 자문까지 한인 이민자들의 일상생활 고충 해결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힘써온 한인회들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미주한인회총연합회를 비롯한 여러 지역 한인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에만 약 150개에서 180개의 한인회가 존재한다. 이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는 100여 곳 정도라고 한다.   재외동포청이 관리하는 ‘코리안넷’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한인회의 수는 112개다.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단체가 자체적으로 등록 및 삭제를 할 수 있고 새로 생겼거나 해체됐어도 이를 알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미국 내 한인회 관계자들은 전체 한인회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활동을 늘리는 곳들이 많다고 말한다. 많은 한인회들이 내부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젊은 세대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인회의 미래는 밝다고 입을 모았다.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젊은 사람들은 한인 사회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한인회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서로 싸우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로만 구성돼 있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바꿔 젊은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단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석 뉴욕한인회장 역시 한인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비영리단체인 한인회가 회장 선출에 따라 이사회가 바뀌는 것을 미국에서 자란 2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젊은 세대에 설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스티브 리 워싱턴한인회장은 1세대 이민자 수의 감소로 한인회에 위기가 찾아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단연코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며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는 “1세대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베이비부머 세대 이민자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고 기회만 있다면 사람들이 다 이민을 오고 싶어하는 나라”라고 했다. 이민 2세와 3세가 늘어나듯 새롭게 이민을 오는 한국 ‘이민 1세대’가 계속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 회장의 전망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하는 통계가 있다.  2세도 한인으로 포함되는 미국 내 재외동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재외동포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재외동포 수는 2011년 207만 5000여 명에서 2017년 249만 200여 명으로, 2023년에는 261만 5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약 10년 사이 5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주 한인회장들은 ‘함께 할 50년’ 미래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김광석 뉴욕한인회장은 한인회의 역할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보건, 법률, 봉사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단체가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이는 오히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한인회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 사회의 한인들 전체를 대변하는 운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특화된 단체와 서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한인회는 한인 전체의 권익 옹호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민 2세들은 미국 생활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인 사회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오히려 3세들은 할아버지 세대가 활동하던 한인 사회가 어떤지 궁금해 다시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지역 내 소수계끼리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똘똘 뭉쳐야 했던 끈끈함은 없어지겠지만 한인 사회라는 네트워크가 끊어질 일은 없고 이런 역할을 한인회가 담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티브 리 워싱턴한인회장은 “한국 음식과 음악 등 문화는 미국에서 절대 사라질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며 “차별과 갑질이 가장 덜한 미국으로의 이민은 계속 늘 것이기 때문에 ‘이민 1세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이민자들은 네트워크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한인회의 역할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도계 대통령 후보까지 나온 곳이 미국”이라며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한인 사회가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게 될지 기대된다고 했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사회 한인회 지역 한인회 한인 사회 한인 이민자들

2024-09-22

서울메디칼그룹(SMG), 어센드 파트너스(Ascend Partners), 그리고 한인커뮤니티재단(KACF), 시니어 복지에 힘써온 한인 비영리 사회적기업에 기부금 쾌척

 2024년 9 월 18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독립 의사 네트워크(IPA)인 서울메디칼그룹(SMG)과 의료시스템 혁신기업 어센드 파트너스(Ascend Partners, 이하 어센드), 그리고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이 협력하여 한인 사회 비영리 사회적 기업인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KSCC,이하 시니어센터)’와 ‘소망 소사이어티 (Somang Society)’에 기부금을 지원한다.   30년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헌신적인 한인 의사들이 설립한 서울 메디컬 그룹(SMG)은 미국 전역의 아시안 아메리칸들에게 수준높은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메디컬 그룹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리고 2023년 어센드와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재원이 부족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번 기부금은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을 통해 선정된 기관에 전달하게 된다.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은 미 전역으로 한인 사회 내 기부와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온 비영리 단체이다. 한인커뮤니티재단의 윤경복(Kyung B. Yoon, KACF President & CEO) 회장은 “이번 로스엔젤레스에서 서울메디칼그룹 그리고 어센드와 함께 기부자 조언(donor-advised) 파트너쉽을 맺은 것은 그 의미가 큽니다. 기부금의 사용 목적과 취지에 맞게 안내하여, 지역사회의 필요한 곳에 환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니어 센터와 소망 소사이어티는 이번 기부금을 2024 년 하반기부터 2025 년 상반기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인 사회 시니어들을 위한 문화적, 교육적 공동체 활동을 제공해온 시니어센터의 ‘2025 년 어버이날 행사’와 2007 년부터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알츠하이머 및 치매 예방 및 실천 프로그램을 소개해온 소망 소사이어티의 ‘웰에이징(Well-aging)’사업이 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 지원은 시니어센터와 소망 소사이어티가 그간 한인 시니어들을 지원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해 가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고자 하는 서울메디칼그룹과 어센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일환이다.   서울메디칼그룹과 어센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더 많은 한인 시니어들이 더욱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서울메디칼그룹 이명선(Myong Lee)대표는 "이민자의 자녀로서 부모 세대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든 노력, 헌신, 희생을 직접 보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시니어 센터와 소망 소사이어티와 같은 단체들이 우리 부모님 세대와 소외된 이웃들을 돌본 것처럼 이제 저희가 그 단체들을 지원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라고 이번 기부의 취지와 의미를 강조했다.   시니어 센터와 소망 소사이어티는 서울메디칼그룹과 어센드의 지원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한인 커뮤니티의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메디칼그룹과 어센드는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소외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커뮤니티와 많은 시니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계획이다.   서울메디칼그룹 (Seoul Medical Group) 서울메디칼그룹 (SMG)은 미국 지역사회 의사들의 전국 네트워크로, 아시안 아메리칸 환자들의 헬스케어 시스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메디칼그룹의 주치의 및 전문의 네트워크를 통해 환자의 건강을 촉진하고 종합적인 진료를 관리하고 있다. 1993년에 설립된 서울메디칼그룹은 의사들이 주도하는 주요 독립 의사 네크워크(IPA) 중 하나로, 4,800명의 주치의와 전문의가 임상 및 비임상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에서 환자들을 돕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SeoulMedicalGroup.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센드 파트너스 (Ascend Partners) 취약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접근이 가능하고 수준 높은 헬스케어를 제공하고자 하는 비전으로 설립된 어센드 파트너스는 2019년 Warburg Pincus의 글로벌 헬스케어 대표이자 경영진이었던 황인선(In Seon Hwang) 대표와 뉴욕 및 뉴저지 지역의 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를 해온 CityMD의 창업자이며 CEO를 역임한 리차드 박 박사(Dr. Richard Park)가 공동 창립했다. 환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의료 전문가들 및 기업들과의 협력과 투자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어센드 파트너스는 의사들이 모든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자본, IT및 의료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Ascend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인커뮤니티재단(Korean American Community Foundation)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은 재미동포 자선 활동을 독려하여 한인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선도적인 비영리 단체이다. KACF는 2002년부터 수천 명의 재미동포 기부자들이 모인 기부 문화를 조성하여 재미동포 및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제적 안정을 강화하는 데 1,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kacfny.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KSCC, Korea Town Senior and Community Center)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KSCC)는 2011년부터 로스엔젤레스 한인 노인들을 위한 문화, 교육 및 지역 사회를 지원하고 제공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ksccl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망 소사이어티(Somang Society) 소망 소사이어티(Somang Society)는 ‘웰빙(Well-being), 웰에이징(Well-aging), 웰다잉(Well-dying)’ 의 통합 노인 복지 플렛폼을 통해 노화, 치매, 그리고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사전 연명 치료 계획등에 대한 정보 및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somangsociety.org/donate에서 확인할 수 있다.한인커뮤니티재단 서울메디칼그룹 한인타운 시니어 kscc이하 시니어센터 한인 사회

2024-09-19

한인 리더 “K팝·드라마 이어 이젠 K기빙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이 14일 라인 LA 호텔에서 200여 명의 한인 리더들과 함께 기부와 나눔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빙 서밋(Giving Summit)’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 LA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인 첫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민주·뉴저지), 킴버 림 코리안아메리칸리더스 인 할리우드 설립자, 캐서린 염 한인가정상담소장, 줄리 하 ‘프리 철수 리’의 감독 등이 패널로 참석해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한인 사회가 이제 남을 위해 베푸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경복 KACF 회장은 “힘든 위치에 있는 개인과 가정이 자립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이미 K팝과 K뷰티, K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제는 K기빙(Giving·나눔)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앤디 김 하원의원은 나눔이라 함은 대부분 돈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치인으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가 원하는 것을 듣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함께 이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인 사회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들이 많다며 ‘입양인 시민권 법안(Adoptee Citizenship Act)’, 반아시안 정서 퇴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한인이라고 해서 한인 사회 문제에만 국한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미국 전체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더 많은 지지와 동의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티 차 이블린앤월터하스 펀드 대표 역시 한인 리더들이 나눔 정신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한인만을 위한 나눔으로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인의 투표 독려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다른 19개 언어로도 똑같은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더욱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판매된 200석이 매진됐다. KACF측 관계자는 “한인 1세는 물론, 1.5세와 2세 등 다양한 리더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기빙 서밋은 2017년 뉴욕에서 시작된 KACF의 연례행사다. 김영남 기자미국 드라마 한인 리더들 한인가정상담소장 줄리 한인 사회

2024-09-15

[중앙칼럼] 같은 비극, 다른 반응

뉴저지의 한인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공분했고 이어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난 7월 뉴저지주 포트리에서 경찰 총격으로 숨진 빅토리아 이(25)씨 사건 얘기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LA에서 발생한 양용씨 사건과 닮은 데가 많다. 이씨도 정신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증세가 심해지자 가족은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씨가 마주한 건 구급 대원이 아닌 경찰이었다.   경찰이 온다는 소식에 이씨는 칼을 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사실을 인지한 가족은 경찰이 접근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하지만 경관은 현관문을 10여 차례나 두드렸고, 이씨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경관들은 문까지 부수며 진입했다.     이씨는 왼손엔 흉기, 오른손엔 물통을 들고 있었다. 경관은 두려움에 떨던 이씨가 다가오자 가차 없이 발포했다. 이씨는 범죄자가 아니었다. 정신적인 아픔을 겪는 환자였을 뿐이다. 경찰은 그런 이씨를 범죄자 다루듯 했다. 경찰 총탄에 또 하나의 생명이 사그라졌다.   경찰은 과잉대응 논란에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보디캠을 공개하며 원칙대로 대응했고 조사가 진행 중이란 말뿐이었다. 과연 뉴저지의 한인들이 경찰의 대응 규정을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다. 무고한 시민에게 무분별하게 적용했다는 점에 분개한 것이다.   뉴저지 한인회, KCC, 민권센터 등 수많은 한인 단체 관계자들은 곧바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인 사회가 움직이자 여러 아시아태평양계 단체들과 주류 기관들이 목소리를 보태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건 발생 지역 인근인 포트리 커뮤니티센터 잔디광장에는 한인 단체를 비롯해 여러 소수계 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그리고 경찰의 정신질환자 대응 절차 검토를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더는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빅토리아 이가 양용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적이다. 양씨는 영주권자, 이씨는 시민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김의환 뉴욕 총영사는 검찰총장실에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당부했다. 포트리시의 마크 소콜리치 시장도 만나 빅토리아 이 사건을 언급하며 시스템 개선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정부의 개입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총영사는 미국 내 한인의 60% 이상이 시민권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국가적 차원을 떠나 인도적 면에서 접근했다. 편지조차 못 보내면 총영사로서 왜 앉아 있겠는가”라며 뉴욕과 뉴저지 지역 한인 사회의 단합된 대응까지 당부했다.   압박 여론이 거세지자 뉴저지 검찰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새로운 프로토콜까지 발표했다. 의분이 결국 변화를 끌어낸 셈이다.    LA 한인 사회는 어떤가. 양용 사건 규탄 집회에 한인 단체장이나 정치인은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 국민인 영주권자가 피살됐음에도 영사관 관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거 때만 되면 한인 사회를 찾는 존 이 LA시의원(12지구),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45지구), 영 김 연방하원의원(40지구) 등 현역 정치인은 공식 성명 하나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LA경찰국 임시 책임자가 한인인 도미니크 최 국장인데 그에게 부담을 주면 되겠느냐고 말한 전직 한인 단체장도 있었다.     잘못된 공권력 사용으로 인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피해자가 한인이라서가 아니다. 그들의 죽음을 계기로 더는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라고 목소리를 내자는 말이다.     17일(내일) LA시의회에서는 양용 씨를 기리는 추모 시간을 갖는다. 유가족은 시의원들과 주민들 앞에서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이날 시의회 관람석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한인 사회의 침묵은 멸시를 자초하는 것이고 무관심은 양용에 대한 2차 가해다. 지금이라도 목소리를 높이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장열 / 사회 부장중앙칼럼 비극 반응 뉴저지 한인회 한인 사회 한인 단체

2024-09-15

[중앙칼럼] ‘블랙 잡’과 ‘캣 레이디’

정치적으로 말할 때는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이로 인해 정치인이 뉴욕에서, 몬태나에서, 가주에서 연설할 때 장소에 따라 내용과 접근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듣는 유권자들의 심정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라도 오해나 상처를 받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그런 배려를 잘하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부정적으로는 항상 핵심을 피해가며 누구나 듣기 좋은 두루뭉술한 발언을 꼬집는 표현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후보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블랙 잡’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혹시 잘 못 들었나 싶어 영상을 돌려봤지만 정확히 ‘블랙 잡(black job)’이 맞았다. 이후 그는 ‘라티노 잡’이라는 말도 썼다.     물론 일상에서 흑인들이 주로 하는 일들과 라티노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들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다. 흑인들이 식당과 공장,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업종에 많이 종사한다고 흑인 전체에게 그런 표현을 썼다면 정치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영입한 밴스 후보는 과거 연설에서 ‘자녀 없이 고양이와 사는 여성들(childless cat lady)’을 겨냥했다가 거센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 미국에는 자녀가 없는 20~40대 여성이 무려 22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는 최근 해당 발언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여성들의 불편함은 없어지지 않았다.     밴스는 한 방송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가치가 사라지고 반가족적인 정서가 미국 내에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조소적인 표현이긴 했지만 이런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인이 어떤 형태로 가족을 꾸리고 살아가는지는 정치인이 결정하거나 꼬집을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 민주당의 반박이다. 더 나아가 높은 렌트비와 물가로 가정을 꾸리고 싶어도 꾸릴 수 없는 여성들에게는 적잖은 상처를 준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맞다. 한때 ‘코리안 잡’도 있었다. 세탁소, 샌드위치 가게, 리커스토어, 주유소 등은  80~90년대 이민생활을 한 한인들에겐 친숙한 업종들이다. 하지만 이제 한인 사회는 많은 정치인을 배출하고 큰 단체를 만들어 미국 사회에 기여도 하고 있다. 만약 특정 정치 세력이 ‘코리안 잡’이라는 표현으로 한인 사회를 경시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사과와 이의 수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표를 얻을 수 있다면 영혼도 내다 판다는 말이 있다. 표를 얻기 위한 분명한 자기 철학과 주장은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실망한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할 수 있으며 이런 부정적인 에너지는 결코 미국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누구를 찍었건,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건 미국인들은 미국이 온전하게 강대국의 자리를 유지하게 되기를 원한다. 비싼 주거비에 시달리지 않고, 저녁 길거리 치안도 걱정하지 않으며, 지구촌의 평화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11월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들은 여성, 소수계, 특정 그룹을 멸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증오 유발 발언으로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한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거가 갈등만 키우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번 대선은 편 가르지 않고, 차별하지 않으며, 결과는 겸허히 수용하는 제대로 된 선거가 되길 바란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레이디 블랙 한인 사회 부통령 후보 여성 소수계

2024-08-26

[뉴스 포커스] 미국 한인 사회는 왜 못할까?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감동이다. 경기에 나서는 팀이나 선수가 스토리를 갖고 있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정적 동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의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학교가 화제다. 전일본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의 맹활약 덕분이다. 이 학교 야구팀은 일본 최고 권위의 고교 야구대회에 참가해 승승장구했다. '여름 고시엔'은 대회 참가 자체가 영광일 정도라고 한다. 올해도 전국 3100여개 고등학교 야구팀 가운데 겨우 49개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런데 중학교까지 합쳐도 전교생이 겨우 160명인 교토국제학교가 본선 진출은 물론 연전연승을 한 것이다.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감동으로 충분하다.         교토국제학교는 1947년 재일 한인들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모태다. 이후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1963년엔 고등학교 과정도 개설했다. 하지만 일본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학교 인가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개교 56년이 지난 2003년에야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교토국제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일본인 학생도 받았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교 명맥을 이어온 재일 한인들의 끈기와 저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해외 최대 한인 사회가 있는 LA에도 한국계 학교가 있었다. 윌셔 초등학교와 멜로즈 중·고등학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학교는 이제 이름만 남았다. 1985년 개교했던 윌셔 초등학교는 2018년 문을 닫았고, 멜로즈 중·고등학교는 1994년 개교한 후 5년 만인 1999년 폐교를 했다.        재일 한인 사회는 해낸 일을 LA 한인 사회는 실패한 것이다. 조건과 상황은 일본 한인 사회가 훨씬 열악했을 텐데도 말이다. 윌셔와 멜로즈의 폐교엔 여러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교를 이끌던 이사들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이사들은 학교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의 실행 방안을 찾기보다 자리보전에 더 급급했다. 이사들 가운데는 교육 문제와 전혀 관계없는 인물들도 있었다. 학교 측은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런 학교에 자녀를 맡길 부모는 없었다. 결국 학교는 '학생 수 감소-예산 부족-교육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졌고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폐교 위기가 알려지면서 한인들 사이에는 논란도 벌어졌다. "기금을 모아 학교를 살리자"는 측과 "왜 사립학교를 지원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맞섰다. 하지만 "왜"의 목소리가 훨씬 컸고   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도 이사회라는 조직은 별 역할을 하지 않았다. 만약 당시 이사회가 한국계 학교의 필요성을 각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생존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에게는 두고두고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  단순히 한국계 학교 하나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 교육의 핵심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웨스트 LA 지역에 갈 때면 유달리 유대인 학교들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2세들에게 늘 정체성을 강조한다.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라고. 그런데 정작 그들이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체화할 수 있는 수단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관심 있으면 필요한 내용물은 알아서 채우라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체성을 강조해봐야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다.     지난해 재외동포청 출범에 잠시 기대감을 가졌었다. 2세들의 정체성 함양이 역점 사업의 하나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내부 역량으로 어렵다면 외부 지원을 받아서라도 풀어야 할 과제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부연 설명 한 가지, 교토국제학교의 교가는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되는 한국어 가사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미국 한인 고등학교 야구팀 한인 사회 고등학교 과정

2024-08-22

위기의 한인 언론, 나아갈 길은?

텍사스대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한국학 학회지인 ‘한국언론저널(Korean Journal of Communication)’ 2024년 여름호에 게재된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 겸 발행인의 글이 한인 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학회지는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곳 중 한 곳인 존스홉킨스대학의 ‘뮤스 프로젝트’에도 등재된 학회지다.   그는 ‘현장의 소리: 기로에 선 한인 신문(Voice from the Field: Korean Ethnic Newspapers at a Crossroads)’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미국 내 한인 언론이 처한 어려움을 통계 및 사례로 설명하면서 한인 언론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변화하는 시대와 문화에 발맞춰 한인 언론도 변화할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선 노스웨스턴대의 메딜 언론대학의 자료를 인용, 미국 내 지역(로컬) 신문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을 소개했다. 2005년 1,472개였던 지역 신문이 2023년에는 1,213개로 줄었고 이는 매년 13개 신문이 폐간됐다는 뜻이다. 2023년에만 17개의 지역 신문이 폐간했는데, 이는 3주에 신문사 하나가 문을 닫는 셈이다.   그는 미주중앙일보가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이하는데, 이민자의 모국어로 발행되는 신문이 반세기 동안 발행돼 온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했다. 다만 지역 언론 중에서도 특히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문들의 경영이 크게 악화되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성장하는 한인 사회, 약화되는 한인 언론    그는 한인 언론이 처한 가장 큰 어려움은 빠르게 변화하는 이민사회라고 했다. 과거 한인 언론은 이민 1세대와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광고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인의, 한인에 의한, 한인을 위한’ 언론사의 사업 구조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초점을 바탕으로 한인 언론의 편집 방향도 특화됐다고 설명했다. 한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뉴스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는 편집회의가 진행되면 사건 및 사고 관련 뉴스가 있을 때, ‘당사자가 한인인지 확인하라’는 지시사항이 빠지지 않고 하달된다 점을 소개했다.   그러나 한인사회는 최근 들어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성공한 한인 사업체들은 한인 사회뿐만이 아닌 미국 주류 사회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려 하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해 크게 성장한 한인 마트 및 가전제품 마켓, 식당 등은 이제 한인이 아닌 타인종을 대상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광고나 홍보 역시 한인 매체가 아닌 주류 언론을 통해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이 수천 달러 수준인 한인 언론의 전면 광고는 하지 않지만 1초당 20만 달러가 넘는 슈퍼볼 광고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인 경제의 성장은 좋은 일이지만 한인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한인 언론은 작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한국어 사용자에 따른 수요 감소   그는 또 하나의 큰 변화로는 한인 사회의 세대교체를 꼽았다. 이민 1세대의 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늘어나는 한인 2세대와 3세대 가운데에는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는 상황이다. 한국어로 쓴 신문 기사를 그들이 읽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LA 한인 사회 주요 인사의 장례식에서 경험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거의 대부분의 장례식의 경우 한인 2세 자녀들은 추모사를 한국어로 하지 못해 영어로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언어 장벽이 무너져가며 한인 사회 역시 더욱 미국화되고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주류사회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한인 식당 등 사업체를 방문하면 한국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해당 매장을 관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어로 발행되는 신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며 “”최근 선거를 비롯한 정치 문제, 한국의 문화 등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신호 역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선 미국 정치권에 대한 한인 사회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인 정치인은 물론, 다른 미국 정치인까지 한인들을 중요한 유권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한인 정치인들은 최근 주요 선거에서 여럿 당선되기도 했다.   그는 “한인 언론이 특정 후보에 대한 한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결집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인이 아닌 정치인들이 한인 언론의 공식 지지를 받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주중앙일보가 2020년 한인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특정 후보자들에 대한 공식 지지를 밝힌 점을 상기시켰다.   한인 정치인뿐만 아닌 다른 인종의 후보에 대한 지지 역시 밝힌 바 있는데 이런 이유에서 2024년 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가 미주중앙일보의 공식 지지 발표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야가 한인 언론이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만 쓸 수 있는 특화된 영어 기사   그는 한국의 문화, 즉 이른바 K-컬쳐 역시 한인 언론의 확장성을 이뤄낼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 음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미국 주류 매체들이 이런 현상을 보도하기는 하지만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심층 보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 등에 대해 알고 싶은 미국인들이 많지만 이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매체는 사실상 한인 언론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류 언론이 이런 현상의 역사와 배경 등을 정확하게 소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설명한 뒤, 현재 한인 매체는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성장 동력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인 사회가 아닌 외부로부터 발생하는 수요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지체 없이 낡고 협소한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주중앙일보가 내린 결론은 영어 매체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인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거나 미국 주류 언론과 경쟁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영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류 언론이 잘 다루지 못하는 한인 지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영어로 보도하는 매체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라고 했다. 젊은 한인뿐 아닌 다른 인종들을 독자로 만들어 한국의 문화와 한인 사회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가 성공으로 꼭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또 다른 도전과제에 부딪힐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과거에 머무는 것은 옵션이 아니다”라며 “물이 끓는 줄도 모른 채 천천히 죽어가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가 돼서는 안 된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했다.  김영남 기자 [kim.youngnam@koreadaily.com]한인 사회 한인 신문 지역 신문 LA 한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2024-08-09

엔시노, 이번엔 상가건물 털렸다…5인조 털이범 여러 곳서 범행

연쇄 강도 사건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엔시노 지역에서 이번엔 상가건물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LAPD에 따르면 7일 새벽 3시쯤 5인조 털이범이 벤투라 불러바드 17000 블록에 위치한 ‘이큅밸런스’ 신발 가게 등 여러 상점에 침입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은 가게에 침입해 물건을 훔쳤으며 경찰이 출동하자 현금을 그대로 두고 도주했다”고 전했다. 용의자들은 두 대의 흰색 카마로와 한 대의 회색 콜벳을 타고 도주했으며 추격 중인 경찰을 따돌렸다. 경찰은 용의자들의 차량을 추적하던 중 101번 고속도로에서 용의자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발견했지만 놓쳤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연쇄 범죄가 지역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큅밸런스의 주인은 “절도 피해를 본 것이 이번이 세 번째라 매우 불안하다”며 “지난달에도 절도 사건이 발생했으며, 작년 12월에는 15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리디야 라만 LA 시의원은 “우리 사무실은 이번 사건들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지역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choi.joonho1@koreadaily.com상가건물 la경찰 용의자들 로스앤젤레스 시의원 지역 사회

2024-08-07

그 여자의 평온함 아래 미칠듯한 내면이 날뛴다

고립감이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올해 미국의 약 5780만 명의 성인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매년 4만 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존 카사베츠 감독의 1974년 작품 ‘영향 아래 있는 여자(A Woman Under the Influence)’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압력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특히, 70년대 여성의 정신 건강 문제를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섬세하게 다루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흐릿해지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은 몽타주 기법인 시점 쇼트와 반응 쇼트를 교차하며 관객을 주인공의 시선에 몰입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반면 카사베츠는 시점 쇼트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특징을 보인다. 그는 시점 쇼트 이후 인물의 반응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관객 스스로 인물의 심리를 추론하고 영화의 의미를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일상적인 공간을 뒤틀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인물의 불안정한 심리를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으로 생생하게 표현하여 관객을 깊은 심리적 혼란 속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 메이블은 신경쇠약으로 고통을 받는 세 아이의 엄마다. 그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낄뿐더러 불안과 고독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그녀의 불안정한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모성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단순히 ‘비정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감정과 욕망을 가진 인간임을 시사한다.   남편 닉 역시 마찬가지다. 성실하고 정이 많은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가부장적인 태도와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서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관계는 금이 간 유리처럼 뒤틀려 있다. 닉은 표면적으로 메이블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형적인 가족의 이미지를 연기하는 데 집착한다. 메이블이 정신 병원에서 퇴원했을 때, 가족과 밥을 먹을 때조차 그는 부인을 생각하기보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메이블을 통제한다.     이는 정신적으로 괴로운 메이블이 의자에 올라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부르며 날갯짓을 하자 정점에 달한다. 닉은 이상행동을 하는 그녀를 보고 화를 누르지 못하고 힘으로 제압한다. 무력이 사용된 순간 이 관계는 수평적인 이해관계로 성립되지 않는다. 메이블의 절규는 정신적인 고통을 넘어,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억압에 대한 묵언의 항변처럼 들린다. 메이블은 날 수 없는 백조나 다름없다. 사회적으로 부여된 여성의 역할과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에 갇혀 자유롭게 날 수 없는 것이다.     영화를 구성하는 건축적인 특징 또한 메이블의 억압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층에 위치한 메이블의 침실은 곧 식당으로 사용된다. 이는 메이블이 개인적인 공간 없이 가족을 위한 헌신만을 강요받는 상황을 보여준다. 침실, 계단 옆 통로, 부엌, 화장실까지 이어져 있는 주택의 구조는 메이블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자유를 억압한다. 통 유리된 메이블의 방 또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그의 삶을 반영한다.   영화는 부부가 아이들을 재우고 집안을 정리하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다만 그 이면에는 깊은 균열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내면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씁쓸함과 함께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카사베츠는 이 영화를 통해 70년대 여성들이 겪었던 사회적, 심리적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메이블의 정신적인 불안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영향 아래 있는 여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정하은 기자 chung.haeun@koreadaily.cominfluence 비정상 사회적 심리적 사회 구조 가족 구조

2024-08-07

도시가 죽인 ‘경아’ 커다란 사회적 반향 일으켜

어니언스의 ‘편지’, 양희은의 ‘내 님의 사랑은’, 한대수의 ‘물 좀 주소’가 가장 인기 있는 노래로 각광받던 해, 육영수 여사가 암살당한 ‘8.15 저격사건’으로 대변되는 1974년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   70년대 한국영화계는 창조성 결여로 60년대의 부흥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70년대 시대적 상황을 통속적으로 그려낸 영화 ‘별들의 고향’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는 ‘별들의 고향’의 개봉을 계기로 침체기를 끝내고 다시 대중들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검열관인 아버지 덕에 신필림에 입사, 신상옥의 조감독으로 활동하던 이장호는 1973년 어린 시절 친구이며 서울고 동창인 소설가 최인호를 찾아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신문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을 영화화하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그의 천재성과 돌파력은 이듬해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영화 ‘별들의 고향’을 탄생시킨다.   ‘별들의 고향’은 시간순으로 이어지지 않고 화가 문오(신성일)가 호스티스 경아(안은숙)를 만나면서 경아의 과거 남자들(윤일봉, 하용수, 백일섭)과의 관계를 플래시 백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비연대기적 진행 방식은 당시 영화계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시도였다.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경아는 남자들에게 무척 의존적인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는 4명의 남자들의 품을 전전하며 버림받고 자학과 술로 세월을 보낸다. 눈 내리는 어느 날, 산속을 헤매다 수면제를 먹고 눈밭에 쓰러져 영원한 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경아의 불행은 가부장적 남성중심의 사회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그녀를 죽게 한 건 4명의 남자들이었지만 어쩌면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른다. 작가 최인호는 ‘도시가 죽이는 여자의 이야기’로 자신의 소설을 표현했다. 경아는 작가의 말대로 남성적 문화, 남성적 폭력성을 상징하는 도시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영화는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이장희), ‘나는 19살이에요’(윤시내) 등의 노래들이 삽입되어 빅히트를 기록했고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영화 음악만을 따로 모아 독립 앨범으로 출시했다. 이후 OST 앨범 붐이 일기 시작했다.   ‘별들의 고향’ 이후 젊은 여성의 삶을 다루는 영화들이 대거 발표됐다. 그 흐름은 ‘영자의 전성시대’(1975), ‘겨울여자’(1977)로 이어졌다. 그리고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효시가 되어 1980년대 ‘애마부인’이 등장하는 시기까지 지속됐다.     비운의 여주인공 경아 역에 아역배우 출신 안인숙이 본격적인 성인 연기를 시도하며 16년 연상의 수퍼스타 신성일과 알몸을 드러내는 베드신을 촬영, 노출 연기를 꺼리던 당시 영화계에 가히 획기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반향 사회 사회적 반향 한국영화 사상 사회 구조

2024-07-0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