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이용 마약 운반 급증…87세 등 144명 체포
국제 마약밀매업자들이 시민권자 노인을 마약 운반원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PB)은 최근 미국 국적 노인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경고를 발령했다. 국제 마약밀매업자들은 특히 마약관련 범죄 처벌이 엄한 호주와 뉴질랜드 같은 나라를 여행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관계당국은 밝혔다. 최근 몇 년 새 이런 사례로 적발되어 체포된 사람은 모두 144명으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59세이다. 최고령자는 87세로 나타났다. 97세 고령자가 이 같은 범죄에 이용당할 뻔했으나 관계당국의 노력으로 미국 출국 직전 여행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배달하다 적발된 마약은 메탐페타민 272킬로그램, 코캐인 209킬로그램, 엑스터시 4킬로그램, 헤로인 11킬로그램 등이다. 피해자는 대부분 소셜 미디어, 사이버 구걸(cyber begging), 텔레마케팅 사기 등을 통해 선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조직은 주로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 좀 도와주세요" "공짜 여행하실래요?" "쉽게 돈 벌 수 있어요"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현재 30명 이상의 미국인이 해외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투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라 살댜냐 ICE 국장은 "노인층을 포함해 취약한 대상을 타겟으로 하는 범죄는 가장 악질적인 범죄에 속한다"면서 "일부 사건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 둘이 아니다"라고 실상을 설명했다. 범죄 조직들은 선택된 여행자에게 해당 여행국에 도착해 변호사나 사업 관련 동업자를 만나 일상적인 배달 물건을 전해주면 모든 여행경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속이고 있다. 하지만, 배달 물건 안에는 마약이 들어 있다. 이들 마약은 초콜릿, 사진 액자, 마시는 차, 깡통 통조림, 샴푸 병, 비누, 나무 옷걸이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형태로 변형되어 숨겨져 있다. LA총영사관에서도 지난해 초 한인 여행객과 유학생, 노인 등을 노리는 국제 마약조직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인들의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당시 총영사관 측은 마약범죄 조직원들은 한인에게 접근해 항공기 탑승을 놓쳤거나 휴대물품이 너무 많다며 마약이 든 가방을 보관하거나 운반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에도 국제마약조직이 한국의 60~70대 노인에게 "수고비로 큰 돈을 주겠다"며 마약 운반책으로 악용해 일본에서 2명, 프랑스에서 1명 등 4명이 구속됐다. 김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