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이 아침에] 노예는 투쟁할 줄 모른다

얼마 전 신문에서 공감이 가는 글을 만났다. 현대 사회를 분석하며 ‘우리는 이미 지구라는 정신 병동에 함께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는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었다. 그래서 갇혀버리지 않는 일상이 되기를 꿈꾼다.   잘못된 습관에 저항하지 않아 결국은 악습이 된 두 번째 본성과, 존재로 지향하는 참된 자아로서의 본성이 대치 상태로 싸우는 것은 두 본성의 결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과 존재가 지향하는 자유는 확연히 갈라지는 길이다. 이 길을 뒤섞어 놓고 원하는 대로 선택하게 된 것은 판도라의 빗장이 풀렸음을 의미한다.   판도라는 끝을 모르는 욕망이다. 통제가 되지 않을 때는 파괴의 위력으로 다가온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 또한 점진적으로 높아져 미친 놀이판의 면적 또한 넓어져만 간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을 잠식하고 있는 이 사회적 불안감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밤의 어두움은 더 기괴한 느낌이다. 창조적인 영감을 주던 그때의 그 밤이 아닌 것 같아서 저녁 시간 교회에 나가는 일도 망설인다. 새벽에도, 대축일 늦은 밤에도 걸어가서 참석하곤 했는데….모든 스케줄이 태양이 떠 있을 때까지로 고정되어 버린 듯하다.   나 역시 태양의 빛을 따라서 일상을 시작하고 끝내기로 했다. 새벽 다섯시쯤에 일어나 명상 1시간, 스트레칭 40분, 그리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삶은 계란과 치킨 소시지, 전날 만들어 둔 샐러드와 커피 한잔이다. 9시쯤이면 손빨래를 하고 손글씨를 쓰고 신문을 읽는다. 점심 전까지 손과 두뇌를 움직이기 위해 꼭 하는 것이 필사와 독서다. 필사는 속도가 느리긴 해도 독서보다 기억의 기능이 좋아진다. 오후 3시쯤엔 요구르트와 넛 종류로 이른 저녁식사를 한다. 중간중간 레몬수를 마시고, 과일과 집에서 구운 팥 소가 든 홀그레인 호떡도 먹는다. 먹는 일이 심플해지면 삶의 짐에서도 가벼워진다.   자유는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덜어내는 행위이다. 소유하려는 것은 탐욕의 반복일 뿐 자신의 모든 것을 쓰레기통으로 만들게 된다. 정신병동의 면적이 넓어지도록 놔두고 싶지 않다. 너무 풍요로워서 불행해진다면 가던 길을 바꿀 것이다.   나에게는 가난과 자유가 터닝 포인트였다. 정신병동이나 다름없었던 늪을 빠져나오도록 다그치는 각성의 소리를 따르게 되었는데, 사막으로의 여정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텐트의 역할 그 이상이 되어주지 못하는 육신을 끌어안고, 적게 먹고, 쓰고 사용하는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공동의 유산임을 한시도 잊지 않아야 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마실 물 조차 모자라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미래는 생태학적 빚더미에 처해 있다는 것을 자성하도록 만든다. 개개인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자업자득이기에 그렇다.   온전해진 내면의 힘이야말로 창조목적으로 이끄는 것을 더욱 원하고 선택하게 한다. 파괴의 목적을 멈추고 생명 창조로의 전환을 위해서 정신병동에 갇히지 않으려면 생활 방식에 투쟁이 있어야 한다. 최경애 / 수필가이 아침에 노예 투쟁 본성과 존재 정신 병동 사회적 불안감

2024-10-31

[사설] ‘실시간 범죄 센터’ 확대 해야

귀갓길 여성이 지하철에서 노숙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고, 한인타운 쇼핑몰에선 새벽 근무를 하던 한인 경비원이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다. 그런가 하면 LA시장 관저 유리창을 깨고 침입하려던 괴한이 체포되기도 했다. 모두 이번 주에 발생한 강력 사건들이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까닭에 주민들의 충격은 크다.     LA지역의 심각한 치안 불안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개선 요구도 끊임없이 있었다. 경찰은 그때마다 대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절도 등 재산형 범죄는 물론  강력범죄도 증가 추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당연히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언제까지 예산과 인력 부족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무엇이라도 대책을 내놔야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 것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실시간 범죄 센터(real-time crime center)’ 확대 방안은 그나마 주목된다. 이 시스템은 사업체와 주거 지역에 설치된 CCTV 영상을 경찰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LAPD(LA경찰국) 산하 3개 경찰서에서 운영 중이며 범행 현장의 실시간 확인 가능, 신속 조치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LA시의회는 이 센터를 LAPD 산하 21개 전 경찰서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설치된 CCTV가 충분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다. 또 일부 인권단체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지금은 ‘안전한 LA’가 우선이다.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며 CCTV 설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LA시는 2026년 월드컵, 2028년 하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행사들을 앞두고 있다. 치안 문제는 LA시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시 정부는 노숙자 문제 해결도 필요하지만 주민의 치안 불안감을 없애주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사설 실시간 범죄 실시간 범죄 실시간 확인 치안 불안감

2024-04-24

국제유가 불안감 여전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 우려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유가가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28일 뉴욕상업거래소의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ITI) 가격은 전날보다 1.97달러 하락한 배럴당 91.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하락한 건 3거래일 만이다. 이날 장중 최고 배럴당 95.03달러를 기록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에 유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보다 하락했어도 이날 종가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다.   전날인 27일 WTI 가격은 배럴당 93.78달러로 작년 8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WTI 가격은 이번 달에만 9.66%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면서 수급 불안이 커졌고, 지난 8월 이후 가격이 계속해서 오름세다.   실제 원유 재고는 시장 예측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연방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2일 기준 원유 재고는 4억1628만7000배럴로 전주보다 216만9000배럴 감소했다.     일각에선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주유비 부담도 여전하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28일 기준 뉴욕주의 휘발유(레귤러 기준) 평균 가격은 갤런당 3.9달러, 뉴저지주는 3.67달러 수준이다.   앤드류 그로스 AAA 대변인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대를 유지하는 탓에 휘발유 가격도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하은 기자국제유가 불안감 국제유가 불안감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 기준 원유

2023-09-28

2달새 6번, 트레이더조 리콜 불안감

한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트레이더조가 두 달 새 여섯 번이나 리콜을 발표하면서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CN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레이더조는 지난 6월 24일부터 8월 30일까지 약 2달간 매장에서 판매된 식품 중 총 6개 제품을 자발적 리콜했다.   최근 리콜된 트레이더조 제품은 지난달 30일 텍사스 타말레 회사의 ‘고메 블랙 빈 타말레(UPC# 717725000580)’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제품이 제품 라벨에 표기되지 않은 채 판매돼 전량 회수됐다. 권장소비날짜(BEST BEFORE date)는 2025년 6월 19일까지이다. 텍사스, 앨라배마, 콜로라도 등 9개 주에 유통됐으며 가주에서는 판매되지 않았다. 〈표 참조〉   지난달 18일에는 제품 내 금속 조각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멀티그레인 크래커 해바라기와 아마씨(SKU# 76156)’ 제품도 리콜됐다. 제품의 권장소비기한은 2024년 3월 1일~3월 5일까지이다.     이외에도 지난 7월 28일 캘리포니아 랜치 푸드 컴퍼니의 ‘완전 조리 팔라펠(SKU# 93935)’에서는 돌이 발견돼 리콜 대상이 됐다. 제품은 코네티컷, 텍사스, 일리노이 등 3개 주에서 판매됐다.     또한 트레이더조는 6월 29일 윈터가든퀄리티 푸드오브뉴옥스포드에서 제조된 ‘언익스펙티드 브로콜리 체다 수프(SKU# 68470) 20온스’도 제품에서 벌레가 발견돼서 전량회수했다. 가주, 코네티컷, 플로리다,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워싱턴주에서 1팩당 4.99달러에 판매됐다. 소비기한은 2023년 7월 18일~9월 15일까지다.   지난 6월 24일에는 돌 조각이 들어있을 수 있는 ‘아몬드 윈드밀 쿠키(SKU#98744)’와 ‘다크 초콜릿 청크&아몬드 쿠키(SKU#82752)’ 등 쿠키 2종류가 동시에 리콜되기도 했다. 판매기한은 아몬드 윈드밀 쿠키의 경우, 2023년 10월 19일~10월 21일까지이며, 다크 초콜릿 청크&아몬드 쿠키는 2023년 10월 17일~10월 21일이다.     트레이더조 측은 “트레이더조는 식품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작은 문제에도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영업 원칙”이라고 밝혔다.   나키아 로데 트레이더조 대변인은 줄 이은 리콜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며 “트레이더조는 판매 제품에 문제 발생 시 가능한 한 빠르게 제품을 회수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6차례의 리콜과 관련해 현재(8월 31일 기준) 보고된 부상 또는 질병 발병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 안전 전문가들은 공정 과정이 복잡한 레디투잇(Ready-to-eat) 제품들은 제조 시 거치는 단계가 많아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트레이더조가 계약한 공급망의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인기를 끈 트레이더조를 애용하는 고객들은 이번에 발생한 식품 안전사고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리콜된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트레이더조, 연방식품의약국(FDA), 연방농무부(USDA)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레이더조는 리콜 대상인 제품에 대해 전액 환불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업체서 구매한 제품에 문제를 발견했다면 트레이더조 서비스센터(626-599-3817)에 문의하면 된다. 우훈식·정하은 기자트레이더조 불안감 트레이더조 제품 트레이더조 대변인 판매 제품

2023-08-31

[골프칼럼] <2249> 찍어 치는 느낌의 스윙 성공률 높아

골프백 속에 장식품처럼 수 년을 가지고 다니지만 상태는 ‘A’급이다.   그러나 그립(grip) 한번수리한 적이 없는 애물단지 롱 아이언, 많게는 서너 개 최소 2개는 휴대해야 심리적 불안감이 없다고 할 정도로 애착이 많지만 막상 사용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제조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아이언은 1번부터 4도씩 증가해 2번 아이언타면의 각도(loft angle)는 20도이며 그 각도는 4번우드(baffy)와 같다.   주말 골퍼들이 페어웨이에서 2, 3, 4번 롱 아이언보다, 페어웨이우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아이언보다 실수가 적고 볼을 띄우기 쉽다는 이점 때문이다. 그러나 비거리와 탄도를 조절하며 정확한 샷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언이 우드보다 용이하다.   단지 롱 아이언을 꺼리는 이유, 첫 번째는 볼을 띄우기 까다롭고 설상가상 볼을 친다 해도 비거리(carry distance)가 우드보다 짧아 아이언선택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미들 아이언(middle iron), 6, 7, 8번을 부드럽게 치는 사람이 롱 아이언에 겁을 먹는 것은 그 길이의 심리적 부담과 타면각도에 대한 불안감이 앞서 서두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골퍼들은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볼을 띄우지 못하고 탑핑(topping)이나 뒤땅을 치고 만다. 따라서통아이언에 자신이 없었던 골퍼는 분명히 연습테마를 달리해야 실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망설이는 골프보다 도전하는 골프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연습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습장에서 짧은 고무 티(tee) 위에 볼을 놓고 드라이버를 치듯 2번이나 3번, 혹은 4번 아이언으로 20여 개의 볼을 친 후 같은 템포로 바닥에서 쳐보면 다른 느낌으로 스윙에 접할 수 있다. 또 다운스윙에서는 양손보다 클럽헤드(club head)가 먼저 볼을 향하면 십중팔구 볼도 치기 전 뒤 땅을 먼저 치거나 볼의 상단부분을 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다운스윙에서는 클럽헤드보다 양손이 먼저 볼을 향하고 꺾였던 양손목이 풀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오른쪽 허리부위에서 양 손목, 특히 왼손의 주도하에 손목을 볼에 풀어줘야 한다.   또한 볼 하중(무게)에 의하여 잔디에 깊숙이 가라앉은 볼을 칠 때는 볼을 띄우려는 생각이 앞서 샷을 그르치고 만다. 따라서 띄운다는 생각보다 클럽 날이 예각으로 볼을 찍어 친다는 느낌의 스윙을 주도하면 정상적인 탄도도 얻을 수 있고 샷의 성공률이 높아진다.   특히 백스윙을 크게 하고 임팩트에서 힘을 조절하거나 백 스윙은작게, 볼을 치는 힘의 강약에 의존하는 이른바 손 힘 조절은 샷을 망치고 만다.   이러한 방법들은 볼을 칠 때마다 리듬과 템포, 몸의 컨디션에 따라 일정한 느낌이 없어 거리감과 방향성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게 되므로 리듬조절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줄넘기를 생각하면 그 답이 있다. 줄넘기는 손목이나 몸짓이 빠르면 줄이 엉키지만 리듬과 템포를 적절히 활용하면 오래 지속적으로 줄을 넘길 수 있다.     골프스윙은 기술이 아니다. 스윙 속에 리듬과 템포를 습득하면 롱아이언은 물론 드라이버 샷도 비거리 향상은 물론 컨트롤도 좋아진다.   ▶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과 동아리 골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성공률 느낌 스윙 성공률 미들 아이언 심리적 불안감

2023-07-06

오지 않는 경찰…자바가 위험하다

지난 주말 대낮 LA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한인 업주가 10대 강도들에게 피살된 사건〈본지 10월3일자 A-1면〉으로 인근 상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인근 업주들은 치안 공백에 분노마저 드러냈다. 이들은 노숙자 급증, 좀도둑 기승, 폭력 및 살인 사건이 빈발하는 현실을 지역 정치인과 LA경찰국(LAPD)이 직시하고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바시장 불안감 고조= 지난 3일 LA다운타운의 메이플가와 올림픽 불러바드 교차로 인근 메이플센터내 붙임머리(Hair Extension) 가발 가게의 문은 굳게 닫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업소 앞에는 이틀 전 무장강도에 피살당한 한인 업주 두 이(Du Lee·56)씨를 애도하는 꽃과 양초가 놓여 있었다. 주변 업소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메이플센터 인근에서 선글라스와 모자를 파는 업주 시저 오캄포는 “소소한 절도 피해는 우리 가게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지척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레스 도매업을 하는 케티 김씨는 “순찰하는 경비원들이 있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적”이라며 “잦은 강도 사건으로 걱정된다. 경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1시 15분 붙임머리 가발 가게에는 무장강도 2명이 침입해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당시 업주 이씨는 달아나는 강도를 붙잡으러 갔다가 몸싸움을 벌였고, 강도 용의자 1명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LAPD는 달아난 용의자 2명을 체포했고 라틴계 17세 남녀라고 밝혔다.   ▶강·절도 방관만 하나=자바시장 업소들에 따르면 손님인 척 가게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는 ‘들치기(shoplifting)’는 일상이라고 한다. 훔친 물건 액수가 950달러 미만인 절도범은 경범죄로 다루는 주민발의안47이 통과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업주들은 지적했다.   자바시장에서 경비 일을 20년째 한 김모씨는 “절도범이 옷 한두 벌을 훔쳐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며 “경찰에 신고해도 오지 않는다. 설사 경찰이 와도 피해액이 작다며 잡아가지도 않는다”고 현실을 전했다. 실제로 이씨 사건 목격자들에 따르면 신고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30분이 걸렸다.   김씨는 이씨 피살 사건도 결국 치안 공백이 빚은 비극이라고 봤다.     그는 “자바시장 인근 노숙자가 늘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되고 좀도둑까지 많아지니 시장 상인들은 시달리다가 지친 상태”라며 “최근에는 총격 등 살인사건도 잦아져 경비원들도 위협을 느낀다”고 전했다.   실제 자바시장에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9가와 샌훌리안 스트리트에서는 총격 사건이 발생해 20대 남성이 사망하고 여성 1명이 다쳤다. 지난 7월 10번 프리웨이 인근 이스트18가 한 상업용 건물에서는 납치·구금 신고가 접수됐고, 현장을 에워싼 경찰이 10명 이상을 구금했다.   지난 6월에는 자바시장에서 두 남성이 언쟁을 벌이던 중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1명은 도주했다. 지난 2월에는 피코 불러바드와 미를 스트리트 코너 상업용 건물에서 불이 나 한인 업소 두 곳이 전소했다.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입점한 한인 업소 5곳이 피해를 봤다.   ▶강·절도 맞서는 건 금물=한인의류 도매상이 밀집한 샌피드로 패션마트 등 의류 상가 관리업체는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패션마트 관리사무소 측은 “낮시간엔 경비원 6명이 상주하는 등 24시간 경비에 나서고 있다”며 “절도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부터 하라고 한다. 평소 가게 문단속 등도 강조한다”고 밝혔다.   반면 일반 손님이 무작위로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소매점은 상대적으로 경비에 취약하다. 숨진 이씨 가게도 소매점으로 알려졌다.   한인의류협회 리처드 조 회장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소매점은 ‘예방’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방범 카메라 설치 경고판 등을 눈에 띄게 부착해 ‘지켜보고 있다’는 분위기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손님과 갈등이 빚어졌을 때는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주들은 LA 시정부와 LAPD에 치안 강화를 호소했다. 메이플센터 인근에서 장사하는 오캄포는 “순찰하는 경찰도 별로 없어서 두렵다. 이씨 사건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옷가게 ‘씨모드’의 업주 브라이언 장씨는 “치안이 무너져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손님, 업주 모두를 보호해 줘야 한다. 강도들은 무기를 가지고 다니고 업주들은 무기가 없어 자기 방어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LAPD 드레이크 메디슨 공보관은 “비즈니스보다는 생명이 최우선”이라며 “강도가 들었을 경우 강도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고 저항하거나 맞서 싸우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형재·김예진 기자긴급진단 자바시장 치안공백 자바시장 노숙자 자바시장 불안감 자바시장 업계

2022-10-03

[오픈 업] 불안감으로 인한 강박증세

“우리 아이가 자신의 피부를 자꾸 뜯어요.”   열세살 된 소녀의 어머니가 애타는 음성으로 도움을 호소했다. 얼굴은 물론 팔이나 손등까지 상처를 낸다는 것이다. 또 상처가 아물만하면 다시 손이나 입으로 물어뜯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약 2년 전부터 증세가 시작된 듯한데 시험이나 생리 때에 더 심해지기도 하지만 ‘심심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 씩 이런 행동으로 인해 성적도 떨어졌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끝내 피부에 상처를 내고 마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창피스러움 때문에 집 밖에 나가는 것도 거부하다 보니, 친구들도 없어졌다.     이 소녀의 증상은 강박 증세와 관련된 ‘피부 뜯기 장애(skin -picking disorder)’다. 필자는 과거 비슷한 증상의 남자 대학생을 치료한 적이 있다. 다행히 그는 지금 유명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에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주의산만 증세가 있었지만 워낙 지능이 높고 열심히 노력하는 타입이라 아무도 그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집중이 힘들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는 스스로 꼬집거나, 피부를 비틀었다고 한다.  부부 싸움이 잦던 부모는 그가 청소년 시기 결국 이혼을 했고, 대학 진학 후 피부 뜯기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우선 그의 주의산만증이 본인 잘못이 아니라 가족력에서 비롯된 뇌의 화학물질 불균형에 의한 것임을 알려줬다. 또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힘든 생활을 하다보면  주의산만 환자의 약 70%가 불안이나 우울증 등의 증상을 갖게 된다는 것도….     우선 시험공부 등을 할 때면  부족하게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약물로서 보충할 수 있도록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문제는 피부를 뜯는 강박 증상이었다. 기숙사에서 공부하려고 애쓰다 보면 집중도 안 되고, 실패할 거라는 불안감이 너무 커져서 본인도 모르게 얼굴이나 팔을 뜯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잠시 마음이 후련해지기도 하지만, 금방 후회를 하게 된다고 했다. 상처를 볼까 봐, 친구를 사귀는 것도 피했다. 그리고 수면장애와 자살 충동까지 생겼다고 했다.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해야 할 것이 많고, 자신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보니 늘 걱정도 많다. 아무 이유 없이 심각한 재앙이나,죽을 것만 같은 두려운 느낌이 오는 경우를 정신과에서는 불안감이라 한다. 이런 감정은 외부의 어떤 변화나, 스트레스 때문에 올 수도 있지만 대부분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을 없앨 목적으로 손을 씻거나, 정리정돈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행동을 강박 행동이라 한다. 또 기도하기, 숫자세기, 단어 반복하기 등의 정신적 행위를 계속하는 경우는 강박 사고라고 부른다.  필자는 이 대학생의 ‘피부 뜯기 장애’는 강박 장애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 속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중 하나인 Fluoxetine(Prozac) 10 mg을 하루 한알씩, 일주일간 쓰며, 부작용이 생기나 관찰하다가, 별문제가 없어 두 알로 올렸고, 강박 증상에 큰 변화가 없어서, 4알, 즉 하루에 40mg까지 용량을 올리자 큰 효과가 있었다. 불안 증상은 상담 치료나 약물, 또는 두 가지 모두 사용시 효과가 크다.     불안 상태가 심각한 이들이 불안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해 생활에 큰 지장이 오는 경우를 강박 증세라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만큼 주위 분들의 격려나 환자 자신의 치료에 대한 용기가 중요하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강박증세 불안감 불안 증상 상담 치료 남자 대학생

2022-08-29

[오픈 업] 불안감으로 인한 강박증세

“우리 아이가 자신의 피부를 자꾸 뜯어요.”   열세살 된 소녀의 어머니가 애타는 음성으로 도움을 호소했다. 얼굴은 물론 팔이나 손등까지 상처를 낸다는 것이다. 또 상처가 아물만하면 다시 손이나 입으로 물어뜯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약 2년 전부터 증세가 시작된 듯한데 시험이나 생리 때에 더 심해지기도 하지만 ‘심심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 씩 이런 행동으로 인해 성적도 떨어졌다고 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끝내 피부에 상처를 내고 마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창피스러움 때문에 집 밖에 나가는 것도 거부하다 보니, 친구들도 없어졌다.     이 소녀의 증상은 강박 증세와 관련된 ‘피부 뜯기 장애( skin -picking disorder)’다. 필자는 과거 비슷한 증상의 남자 대학생을 치료한 적이 있다. 다행히 그는 지금 유명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에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주의산만 증세가 있었지만 워낙 지능이 높고 열심히 노력하는 타입이라 아무도 그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집중이 힘들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는 스스로 꼬집거나, 피부를 비틀었다고 한다.  부부 싸움이 잦던 부모는 그가 청소년 시기 결국 이혼을 했고, 대학 진학 후 피부 뜯기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우선 그의 주의산만증이 본인 잘못이 아니라 가족력에서 비롯된 뇌의 화학물질 불균형에 의한 것임을 알려줬다. 또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힘든 생활을 하다보면  주의산만 환자의 약  70%가 불안이나 우울증 등의 증상을 갖게 된다는 것도….     우선 시험공부 등을 할 때면  부족하게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약물로서 보충할 수 있도록 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문제는 피부를 뜯는 강박 증상이었다. 기숙사에서 공부하려고 애쓰다 보면 집중도 안 되고, 실패할 거라는 불안감이 너무 커져서 본인도 모르게 얼굴이나 팔을 뜯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잠시 마음이 후련해지기도 하지만, 금방 후회를 하게 된다고 했다. 상처를 볼까 봐, 친구를 사귀는 것도 피했다. 그리고 수면장애와 자살 충동까지 생겼다고 했다.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해야 할 것이 많고, 자신에 대한 기대도 크다 보니 늘 걱정도 많다. 아무 이유 없이 심각한 재앙이나,죽을 것만 같은 두려운 느낌이 오는 경우를 정신과에서는 불안감이라 한다. 이런 감정은 외부의 어떤 변화나, 스트레스 때문에 올 수도 있지만 대부분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이런 불안감을 없앨 목적으로 손을 씻거나, 정리정돈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행동을 강박 행동이라 한다. 또 기도하기, 숫자세기, 단어 반복하기 등의 정신적 행위를 계속하는 경우는 강박 사고라고 부른다.  필자는 이 대학생의 ‘피부 뜯기 장애’는 강박 장애와 관련된 정신 질환에 속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 중 하나인 Fluoxetine( Prozac) 10 mg을 하루 한알씩, 일주일간 쓰며, 부작용이 생기나 관찰하다가, 별문제가 없어 두 알로 올렸고, 강박 증상에 큰 변화가 없어서, 4알, 즉 하루에  40mg까지 용량을 올리자 큰 효과가 있었다. 불안 증상은 상담 치료나 약물, 또는 두 가지 모두 사용 시 효과가 크다.     불안 상태가 심각한 이들이 불안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해 생활에 큰 지장이 오는 경우를 강박 증세라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만큼 주위 분들의 격려나 환자 자신의 치료에 대한 용기가 중요하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강박증세 불안감 불안 증상 상담 치료 남자 대학생

2022-08-21

원숭이두창 확산에 불안한 동성애자들

동성애자들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1980년대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 창궐 당시처럼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월 17일 미국 내 첫 환자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거의 5200건의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면서 환자의 압도적 다수는 동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들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원숭이두창 자체는 에이즈나 코로나19처럼 심각한 질병이 아니지만, 가뜩이나 미국 내에서 동성애 반대 움직임이 고개를 드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동성애자 인권 활동가 에릭 소여(68)는 “원숭이두창 같은 질병이 대유행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계획적인 공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최근 일부 주에서 이른바 반 성소수자법이 시행되고, 성소수자를 겨냥한 폭력과 위협이 급증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붉은색이나 보라색의 육종이 피부에 발생하는 에이즈와 비슷하게 원숭이두창 역시 발진과 수포 등 외견상 쉽게 구별되는 증상을 일으킨다는 점도 동성애자들이 에이즈 시대의 트라우마를 자극받는 요인이다.   실제로 원숭이두창에 걸린 동성애자들은 상당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6월 중순 확진 판정을 받은 워싱턴DC의 한 감염병 전문가는 병변 부위에 심한 통증을 겪었을 뿐 아니라 “낙인과 수치심이 유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소수자 일각에선 동성애자가 원숭이두창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적절한 대응이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이즈 활동가 마크 S. 킹은 지난달 공개한 ‘원숭이두창은 동성애자 사안이다. 우린 그걸 말해야 한다’ 제하의 에세이에서 “낙인과 비판, 동성애 혐오가 있을 것이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중대한 사실을 모호한 메시지로 묻어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동성애자 원숭이 동성애자 불안감 동성애자들에이즈 시대 점도 동성애자들

2022-08-03

독립기념일 항공 승객, 결항 불안감

항공편 결항 지속으로 독립기념일에 항공편 예약을 한 승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지난 4~6일 사이 2653 항공편이 최소된 바 있다.     〈본지 7일자 경제 1면〉     지난 28일 독립 기념일 연휴에 항공편 예약이 되어 있는 한인 P씨는 델타 항공에서 이메일을 받았다. 이번 연휴에 계획된 일정을 다른 날짜로 변경할 경우, 항공료 차액과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내용이었다.     단, 항공 도시 변경은 불가능하고 7월 8일까지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항공사 측에서 올해 초여름부터 비일비재했던 항공편 결항에 미리 대비하는 내용이었다.     항공 트레킹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전 지역 공항에서 총 1500여 항공편이 취소됐다. 25일과 26일 각각 634, 868편이 운항을 하지 못한 것이다. 델타 항공 관계자는 “항공사 인력난, 평소보다 많은 병가, 날씨, 에어 트래픽 컨트롤 팀 인력난 등으로 항공편이 취소돼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연방 정부로부터 540억 달러를 지원받고도 항공사들이 원활한 운영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사들은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조기 은퇴를 권고했다. 조기 은퇴자 중에는 조종사가 많아 비행기를 운항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적은 조종사 인원으로 여름 성수기 비행 운행을 진행하는 조종사들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데니스 태제어 어메리칸 에어라인(AA) 노조원은 “AA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있다”며 “수백 편 항공이 취소돼 승객들을 실망시켰다”고 비난했다. 오는 30일에는 국제 항공 조종사 협의에 속한 비번인 델타 항공 조종사들이 임금 협상 시위를 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독립기념일 불안감 독립기념일 항공 항공편 결항 항공사 인력난

2022-06-2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봄은 향기로 온다

옷장을 정리한다. 두툼한 겨울 옷을 뒤로 밀고 산뜻하고 밝은 옷을 앞쪽으로 건다. 봄맞이 준비를 한다. 그동안 너무 움츠리고 살았다. 중서부의 겨울은 길고 춥다. 폭설이 내린 며칠을 빼고는 지구 온난화로 예전보다 날씨가 훨씬 덜 추웠는데도 하루하루 살얼음 딛듯 움츠리고 산다. ‘겨울’이라는 계절의 이름에 눌려 목도리 둘둘 감고 중무장하고 에스키모 사람들처럼 지낸다. 마음이 추워서 일까. 꽁꽁 얼어붙은 북해처럼 빙하 속을 떠돌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마스크 벗을 용기도 없어 친구도 안 만나고 고립무원, 고독을 씹으며 유배생활을 자처했다. 의미 없이 갇혀 산 날들. 정지된 시간은 고장 난 벽시계처럼 삶의 곳곳에 또아리 틀었다.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 폭설로 집이 무너지고 소통이 끊어질 것 같은 위기감. 전화벨이 울리면 누가 또 아픈가 죽었나 놀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어령 선생님 별세하셨다는 소식 듣고 인터넷에 들어가 스승님과 선배, 그리운 분들의 이름을 검색한다. 다행히 모두 살아계신다. 애들 돌잔치. 졸업식, 결혼식 초대 받아 가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 죽음을 검색하다니.   다시 사랑하고 품고 껴안고 함박꽃 웃음 날리며 살 수 있을까. 죽음이 아니라 생을 찬미하고, 작별이 아닌 만남을 기다리고, 슬픔 대신 별사탕처럼 달콤한 기쁨이 밤하늘을 수놓던, 너와 나의 일상에 작은 꽃망울로 터지는, 그런 행복한 날들이 남아 있기나 하는 것일까.     작가는 꿈꾸듯 흐느끼며 언어의 마술 소리를 적고, 화가는 무지개의 색깔로 꽃향기와 목마른 잎을 화폭에 담고, 바이올린의 현이 울릴 때마다 생명이 태어나는, 피아노 건반이 높낮이로 출렁일 때 생과 죽음이 하나 되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날들이 내일 속에 있을까. 겨울이 떠나가기도 전에 서둘러 봄 맞을 채비를 한다. 기다림의 시간을 아름답다. 길어도 길지 않다. 사랑은 추워도 따스하다. 시간은 번개처럼 지나가지만 사랑의 향기는 가을 저녁 마지막 모닥불이 꺼질 때까지 방울소리로 남아있다.   봄을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 두 손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한숨 짓지 않을 테다. 무거운 외투 벗고 시집가는 각시처럼 꽃단장 하고 봄을 맞을 생각을 한다. 어둡고 아픈 기억 지우고 아득한 사랑, 새로운 만남을 찿아나선다. 기억의 창고에 숨겨둔 보석보다 아름다운 말들로 한땀 한땀 수놓듯 적으리라. 계절은 스쳐 지나가는 슬픈 시간이 아니라 비슬산 중턱을 쓰다듬고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로, 낙동강 구비구비 돌아 긴 행렬로 서있던 플라타너스 사이 모래알로 반짝일 테니.   무기력은 영혼을 갉아먹는다. 봄은 등 푸른 민물고기처럼 창공으로 튀어올라 생의 목줄을 풀어 주리니. 사랑은 약속이다. 돌아오지 않아도 참고 기다리는 믿음이다. 청춘이 사라진 벌판에서 기다림은 참혹하지만 작은 성냥불을 지핀다.   봄은 향기로 온다. 먼 발자국 소리로, 비 오는 날 창 밖에서 작은 흐느낌으로 온다. 봄이 오면 눈부시게 하얀 산딸나무와 핏빛 아젤리아를 심을 작정을 한다. 제일 먼저 핀 꽃 꺾어 머리에 꽂고 사랑을 준비하리라. 혼자라도 잘 삭은 와인을 목이 긴 잔에 붓고 가지에서 떨어지는 다람쥐 보며 까르르 웃으리라. 겨울은 멈춤의 시간이 아니다. 봄을 잉태하기 위한 인고의 날들이다. 삭풍 몰아쳐도 목숨줄 놓지 않는 겨울나무처럼, 버티며 사는 시간 속에 봄은 향기로 온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향기 찔레꽃 향기 불안감 폭설 발자국 소리

2022-03-0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