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로 4500km 달려 66시간만에 베트남 도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오전(LA시간 25일 오후) 베트남에 입국했다.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이날 오전 8시 10분(현지시간·LA시간 오후 5시 10분)쯤 중국과의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진입, 14분쯤 플랫폼에 멈춰섰다. LA시간으로 지난 22일 오후 11시 30분쯤 평양역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4500여㎞에 달하는 거리를 65시간 40분 동안 달려 베트남에 입성한 것이다. 열차가 중국에서 단둥(丹東), 선양(瀋陽), 톈진(天津), 스자좡(石家莊), 우한(武漢), 창사(長沙), 헝양, 구이린(桂林), 류저우, 난닝(南寧)을 종단하며 걸린 시간은 58시간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22분께 '장도'에 다소 지친 기색으로 열차에서 하차했다. 평양역에서 출발했을 당시 입었던 검은색 모직 코트를 벗은 채 인민복 차림이었으며, 내렸던 앞머리도 포마드를 이용해 뒤로 넘겼다. 앞서 의전과 경호를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열차 위치를 세세하게 조율했으며,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먼저 내려와 주변 상황을 살폈다. 김 위원장은 옅은 미소를 띤 채 베트남 공산당 서열 13위인 보 반 트엉 선전담당 정치국원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베트남 측 통역은 팜 빈 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이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즈엉 찡 즉 외교부 동북아국 부국장보가 맡았다. 이어 그 뒤에 도열해 있던 마이 띠엔 중 총리실 장관 등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베트남 측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노란색 꽃다발을 건네기도 했다. 김 위원장 뒤로 수행단인 김영철·리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뒤따랐다. 북한 매체에서 수행단으로 호명하진 않았으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오전 8시 25분께 동당역 앞에서 대기 중이던 벤츠 전용차량에 올라탔으며, 북측 경호원 12명이 차를 둘러싼 채 출발 전까지 주위를 살폈다. 김 위원장의 차는 국도 1호선을 따라 하노이까지 170㎞ 구간을 2시간 30분에 걸쳐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을 '공식친선방문'하는 김 위원장을 위해 군 의장대 사열을 준비했으며, 동당역 주변에는 양국 국기를 게양하고 바닥에는 레드카펫을 깔았다. 트럼펫을 비롯한 악기 연주도 역 안팎에 울려 퍼졌다. 베트남 주민들은 한 손에는 베트남 국기를, 다른 한 손에는 인공기를 손에 쥔 채 흔들며 김 위원장을 환영했다. 김 위원장도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으며, 차 안에서도 창문을 열고 주민들과 눈을 맞추며 손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