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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자이언 캐년과 헤세의 싯다르타

  자이언 캐년으로 가는 길의 건조하고 마른 벌판 한쪽에 버팔로들이 보였다. 색다른 정경이라 차를 세우고 수십 마리의 버팔로와 시선을 나누었다. 8년 전, 이 길을 지나 브라이스 캐년을 관광한 다음 날 큰사위와 작은딸이 탄 ATV가 전복한 사고가 있었다. 자이언 캐년 입구에서 눈요기만 하고 다친 두 사람을 가까운 도시의 응급실로 데려가며 우리는 여행을 마쳤었다. 그때 언젠가 다시 온다고 다짐했는데 자이언 캐년의 협곡으로 들어서는 굽이굽이 도로와 긴 터널을 지나면서 기분이 좋았다.     장엄한 암봉에 감탄하다 찾아간 학 두 마리가 우아하게 자리 잡은 숙소는 정갈했다. 2층 방에 가방을 두고 아래층과 집 안팎을 살펴보는 사이 손주는 발코니에 있는 모래 상자에 작은 목재 빗으로 일본 정원의 디자인을 만들었다. 조심스럽게 작은 돌들 사이로 움직이는 아이의 손놀림을 지켜보니 마음이 평안했다.     뒤뜰 의자에 앉아 병풍처럼 둘러싼 멋진 산줄기의 정경을 즐기다가 응접실 커피 테이블에 진열된 유타주 캐년의 사진 책들을 봤다. 그리고 책장을 훑어보다 가슴이 뛰었다.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셔틀버스를 타고 캐년 깊숙이 있는 종점에 들어가서 만만한 트레일, ‘리버사이드 워크’를 걸었다. 다른 언어들을 사용하는 많은 방문자들의 대열에 섞여서 층층이 겹진 암벽만 아니라 숲과 물의 신선함에 더위를 잊었다. 손주가 신발을 벗고 강물 속에 들어가 좋다고 첨벙대는 것이 부러워도 우리 부부는 감히 따라 하지 못했다. 되돌아오는데 반대편에서 오던 한 여자가 불쑥 “아직 목적지가 멀었어요?” 물었다. LA에서 혼자 왔다는 그녀의 한국어가 마치 청량 음료수 같았다. 작가 레이첼 카슨이 한 말, ‘지구의 아름다움을 숙고하는 자는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견딜 수 있는 기운을 마련한다’ 처럼 우리는 많은 기운을 마련하고 있었다.       딸은 ‘에메랄드 풀’을 찾아 다시 떠났고 남자들은 놀러 간 사이 나는 숙소에서 헤세의 책을 들고 소파에 앉아 시간을 잊었다. 밖이 어둑하니 가족들이 돌아오며 저녁을 가져왔다.     자정이 넘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 그리고 연인 카말라에 잡혀 있었다. 내면의 갈등을 겪으면서 자신의 본질에 목말랐던 싯다르타가 평범하게 살면서 스스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체험담이 잔잔한 공감을 줬다. 젊었을 적에 느꼈던 흥분이 아니고 이번에는 차분하게 내 삶을 돌아보게 했다. 더욱이 싯다르타의 연인 이름이 민주당 대선 후보와 같은 것이 재미있었다.     내가 밤하늘을 좋아하니 큰딸은 사진작가 크리스토퍼 이톤의 ‘밤하늘(Night Skies of the American Southwest)’ 사진 책을 구해와서 내 가방에 넣어줬다. 미국 대륙 남서부의 여름 밤하늘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절경이다. 밤하늘에 반했던 반 고흐도 “나는 가끔 밤이 낮보다 더 생생하고 풍성한 색깔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 않았나. 그리고 앨라배마 대학축구팀 모자를 쓰고 다닌 남편은 여러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Roll Tide!” 인사를 나눴다. 북부에 사는 한 남자가 앨라배마와 전혀 관련은 없지만 앨라배마 팀을 좋아해서 로고가 프린트된 셔츠를 즐겨 입는다고 하자 모두 웃었다.     집 떠난 후 노는데 바빴는데 작은딸이 우리의 안부를 물었다. 딸과 전화하다가 떠오른 것이 있어 말해줬다. 여행 시작부터 매일 좋은 숙소와 비싼 음식, 멋진 볼거리 많이 보고 다니지만 정작 내가 쓴 돈은 앤텔로프 캐년 여행안내자에게 팁으로 준 20달러 밖에 없다 하니 딸이 깔깔 웃었다. 흔히 말하는 ‘효도 여행’을 받는다며 나도 행복했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면서 양옆에 앉은 딸과 손주의 손을 꼭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첫날, 숙소의 뒤뜰에서 본 부처의 미소 지은 얼굴에 마지막 숙소인 두 학의 집에서 다시 본 만족한 부처의 얼굴이 겹쳐졌다.     알찬 여행일정을 잡은 딸의 세심한 배려에 싯다르타가 동참한 것 또한 오묘했다. “근검절약하는 큰 딸네가 우리 부부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 호강을 받았다”하니 앞자리에 앉은 남편이 맞장구쳤다. 돌고 도는 삶의 매 순간을 우리 열심히 즐기자 했더니 남편이 크게 웃었다.   영 그레이 / 수필가문예마당 싯다르타 자이언 헤르만 헤세 앨라배마 대학축구팀 여름 밤하늘

2024-10-17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별밤

여행자의 쉼 /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쉬고 싶은 곳 자리를 펴는 게 아닌가 싶으오 / 별이 아름다운 곳에 머물고 있소 / 작은 캐빈 다락방에 누우면 / 선루프 통해 쏟아져 내리는 별빛 아래 / 행복에 겨워 바람에 기대어 살다 /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 그의 생각에 꽃피우고 한없이 펼쳐진 / 그의 세계 속에 편안한 나의 스타치오를 펼치고 있소 /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따라 얼마나 걸었는지 / 하늘과 수평선 맞닿아 검은 푸루션 블루로 변해갈 때 즈음 / 시간은 멈추었다오 // 살아간다는 것 / 비밀스러운 문들을 열어가는, / 숨겨진 나와 얼굴을 마주하는, / 한 걸음 다가가지만 서먹해지는, / 빛이 그리운 날이오 / 뼈저리게 빛이 그리운 날 / 나도 모르는 발걸음은 호수로 향하고 있지 / 살아간다는 것 슬프지만도 / 그렇다고 행복에 겨워 사는 것은 더욱 아닌 것이오 / 삶을 시로 바꾸어 살고 싶은 사람이 있지 /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부러워지오 / 밤하늘 별빛과 함께 다가오는 얼굴 / 여행길에 만나 손잡아 주는 사람 / 노을 붉어지고 다음 이어가는 하늘 이야기 / 어둠 속 별빛 아래 걸으며 마음 뺏어가고 있소 / 별꽃 피고 바람 쉴 새 없이 / 밤 하늘 꽃향기 날라 주는 새벽 향해 / 별 꼬리 길게 내리는 별밤 / 멀리 교회당 보이고 시프러스 나무 / 눈 맞추는 고흐의 마지막 손놀림 / 그 떨림이 느껴지오 / 별꽃 피는 밤하늘 바라보다 잠이 들었나 보오 / 선루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소 / 새벽이 오고 있소 / 별밤은 내 안에 잊힐 리 없소     작은 호수와 전나무 숲 길이 있는 비밀정원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시카고에서 선명하게 볼 수 없는 별자리들을 보고 싶었다. 누워서 하늘에 아롱진 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촉촉이 물기를 먹은 나뭇가지가 봄을 향해 벌써 준비를 마친 듯 금방이라도 꽃눈을 터뜨릴 기세다.     봄날 같은 날 별을 보러 간다. 생각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시간을 붙잡았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포근하게 다가왔다. 앞선 풍경들을 뒤로 지우며 도착한 곳은 입구부터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들이 잔가지를 바람에 흔들리며 반겨 주었다. 작고 아담한 다락방을 가진 오두막은 낯선 동양인을 맞이할 완벽한 준비를 마친 후였다. 선루프가 있는 다락방에 누우면 별빛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새벽 커피를 내리면 작은 오두막에 커피향이 가득하겠지.   호수를 향한 길고 반듯한 데크에 앉아 호수 위에 펼쳐질 밤과 새벽과 아침 사이를 머리로 그리며 바라보고 있다. 새벽녘의 숲길은 청량하기만 하다. 모든 것들이 살아나는 시간이요. 잠든 것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북쪽 하늘 북극성이 작은 별자리들을 거느리고 별빛을 거두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둠이 걷히고 점점 붉은 하늘가로 떠오르는 달무리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당신의 선물이었다. 별밤에 별들을 가슴에 담고 먼동이 틀 때까지 밤하늘이 보여준 기막힌 장면들은 어둠 속에 펼쳐진 빛들의 향연이었고 하루가 태어나고 있는 생명의 움직임이었다. 무엇을 주고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기쁨이었고 내게 주어진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되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별밤 밤하늘 별빛과 하늘 이야기 하늘 꽃향기

2023-12-18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별난 공식

별난 공식   나 만의 색깔을 갖는다는 것 / 수 천, 수 만의 소문으론 설명될 수 없지 // 꽃의 색이었던가 / 잎의 색이었다가 / 하늘의 색, 바다의 색은 기억날 듯 한데 /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색들은 / 오랜 시간을 인내한 후 가지게 된다는 / 은근히 풍기게 된다는 // 바라보는 시각을 뒤집어 보면 / 내 색이 아닌 당신 색으로 보여진다는 / 아픔이 반쪽만 보이기 시작한다는 // 시간을 먼 발치 별빛에 묶어두면 / 천 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 년 같은 / 슬픔에도 없는 공식이 존재한다는 //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건 실례가 아니랍니다 // 색보다 향기는 오래 남아 / 그 향기는 봄마다 넓고 낮게 퍼져 가고 / 꽃은 바람에 흔들려 색은 떨어지지만 / 향기는 남겨져 색으로 그려진다는// 얼굴이 달아 올랐지 // 슬픔에도 없는 침묵 이라는 / 개나리 꽃가지 바람에 춤추는데 / 이렇게 낯선 하늘이라니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건 실례가 아니랍니다. 나의 감정을 참다 보면 마음의 병을 가지게 되니까요. 이번 주는 무척 바빴답니다. 내 일에 집중할 수 없을만큼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돌아서면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했답니다. 살다 보면 만남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커가는 느낌을 가지게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좋을법한 경우도 종종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제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은 향기로 혹은 색깔로 남겨지는 것 같습니다. 한 순간을 만났든 오랜 세월을 살아왔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고 자기만이 풍기는 향기가 있답니다. 짧은 시간 만나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답니다. 내가 꼭 필요한 시간에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내 곁에서 분신처럼 날 돕는 사람도 있답니다. 내가 좋은 날엔 내 곁에 있었는데 내가 힘들고 아플 때엔 나를 떠난 사람도 있답니다.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서로의 필요를 채우고 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관심에 공감하면서 깊어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서로의 관계가 인연이 되고 필연이 되면 다행이지만 서로에게 아픔이 되고 무거운 짐이 된다면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되고 맙니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면 보고 싶은 사람이고 이름이 먼저 떠오르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가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반가운 소식에 하루가 빛났습니다. 이렇게 만나 뵐 수 있는 거군요. 오래 전 젊은 날 캠퍼스에서 만나 끓는 피를 나누었던 한 사람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공항엔 못나가지만 그날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경주에서의 만남과 서울역에서의 고마운 모습은 나의 남은 날 내내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책 출간을 앞두고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는 한 친구는 단 열흘밖에 만나지 못한 그야말로 막 알게 된 도반이지만 깊은 속내를 뒤집어 말해도 웃으며 받아주는 오래된 연인 같답니다.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친구는 출판기념회 장소로 고민하는 나에게 선뜻 이곳에서 하라며 시간과 장소를 비워놓겠다는 눈물 핑 도는 말을 보내왔습니다. 한 친구는 하모니카를 불어주겠다고, 몇 몇 시인들은 축사를, 대학동기는 사회를 자청하고 나섰답니다. 누우면 가슴이 저며오는 이름들이, 얼굴들이 있습니다. 오늘 밤하늘엔 유난히 고운 별들이 빛을 발합니다. 반평생을 살아도 낯설은 시카고의 봄은 언제나 오려나요. 비 같은 눈이 주룩주룩 내리는데….(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공식 오늘 밤하늘 시인 화가 개나리 꽃가지

2023-03-27

[이 아침에] 추억의 별 잔치

밤하늘의 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많은 사람이 평생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한다고 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한밤중에도 하늘은 훤한 채로 남아 있어, 깜깜한 밤하늘을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산업화된 나라의 큰 도시의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은하수가 도시의 하늘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것은, 전기 없이는 잠시도 일상생활을 영위해 갈 수 없는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겠다.     이제는 잃어버린 밤하늘의 은하수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산업화에 편승한 채 무대책으로 있으면 도시나 근교에서는 밤하늘을 장식하는 ‘장엄한 별 잔치(Starry Majesty)’를 감상할 기회를 영원히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40억 년 전에 무한한 질량과 밀도를 가진 하나의 점이 폭발하여 생겨난 우주가 팽창을 계속하면서 신비롭고 황홀한 억겁의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고 천체 과학자들은  말한다. ‘빅뱅’으로 생겨난 원소는, 수천억 개의 별과 은하수의 탄생을 가져옴으로써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세계를 낳은 것이다.     미국 우주항공국과 유럽 입자연구소가 공동으로 확인한 암흑물질(Dark Matter)이, 우주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알려지면서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우주 질량의 1/4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암흑물질은, 아무런 빛도 발하지도 않고 반사하지도 않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암흑물질은 적외선, 자외선, 감마선, X선, 전파 등으로도 관측되지 않고 오직 중력을 통해서만 인지되는 신비의 물질이라고 하는 칼럼을 ‘타임’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1933년 캘텍 교수로 재직 중이던 스위스의 천체 물리학자인 프리츠 츠비키가 중력을 지닌 암흑물질의 존재를 인식하고 은하가 중력을 바탕으로 은하계의 중심을 공전한다고 처음으로 주장하였는데, 이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은 또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원리로도 검증될 수 있다고 한다. 높은 질량의 물질 옆을 지나는 빛은 휜다고 하는데, 이는 암흑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예측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이의 규명이 곧 우주생성의 신비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이 암흑물질이 어느 순간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기 시작한다면, 우주는 다시 하나의 조그만 점으로 환원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수축 팽창의 과정은 우주를 정적인 것이 아닌 역동적인 흐름으로 인식하게 하며, 이는 은하수도 영원히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태어난 모든 것은 죽는다. 별들도 예외는 아니다. 천체 과학자에 의하면, 수명을 다한 별이 엄청난 폭발과 더불어 최후를 맞게 되면 우주 공간에 뿌려진 원소가 이합집산을 거쳐 또 다른 새로운 별로 태어나게 된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밤하늘에 반짝이고 있는 수많은 별은 이미 자신의 몸을 불태우고 사라진 다른 별들의 후신인 셈이다.     잃어버린 은하수를 언제 다시 찾게 될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밤에 고향 집 앞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엄마와 함께 수박을 잘라먹으며 밤하늘에 펼쳐진 황홀한 별 잔치의 장관에 넋을 잃던 추억이 어제의 일처럼 떠오른다.   나만섭 / 전회계사이 아침에 추억 잔치 은하수가 도시 평생 밤하늘 존재 가능성

2023-02-26

[이 아침에] 나스카(Nazca)의 밤하늘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뻗은 판아메리카나 15번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6시간가량 달리면 황량하고 바람과 돌이 많은 팜파스 지역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남미의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나스카(Nazca)가 있다. 일명 나스카 라인즈(Nazca Lines)라고 불리는 이 형상들은 동물이나 기하학 모양이며, 어떤 형상의 길이는 200m나 되고 그 분포 면적은 500 ㎢에 달한다. 지표면을 깊이 파고 그린 이 형상들은 너무 커서 땅 위에서는 그 모양 전체를 볼 수 없다. 경비행기를 타고 최소한 2000피트 상공으로 올라가야 그 형상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독수리, 고래, 거미, 외계인, 원숭이, 온갖 기하학 형상들, 그리고 엄청나게 긴 활주로 등 수백개의 형상들이 광활한 팜파스 표면에 그려져 있어서 지난 반세기 동안 고고학자들에 의해 많은 이론이 소개 되었다.     어떤 학자는 이 형상들이 농작물 추수를 위한 농업 달력이라고도 하며, 1946년부터 52년 동안 나스카 라인즈를 연구한 마리아 리체 여사는 이 모든 형상들이 천문학 달력이었다는 이론를 펼쳤고 안토니 아베니 박사는 고대인들이 물을 찾기위한 수로였다는 색다른 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옛날 외계인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자신들이 지구에서 본 형상들을 팜파스 지역에 그렸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나스카는 우리의 두뇌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남미의 불가사의인 것만은 확실하다.     2500피트 상공에서 6인승 경비행기로 거대한 나스카 형상들을 구경하고 난 후, 다시 6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러나 나의 뇌리에는 “누가 어떻게 이런 거대한 형상들을 지표면에 그릴 수 있었을까? 그들은 왜 그렸을까? 거대한 형상들을 그린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긴 활주로를 팜파스 위에 만들었을까?”라는 의문들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팜파스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검은 벨벳 위에 누군가가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것 같았다. 육안으로 이렇게 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1000억개의 별을 감싸고 아득한 우주 공간을 날아가고 있는 우유빛 은하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은하 속에 촘촘히 밖혀 밝은 빛을 발하는 별들은 마치 어릴 적 논둑에서 흔히 보던 개구리 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장대로 이 찬란한 밤하늘을 한번 콕 찌르기만 하면 수천개의 별이 금방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고, 바위산에 그려진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내려올 것만 같았다.     별들이 총총히 빛나는 팜파스의 밤하늘은 창조주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일상에 묻혀 까마득히 잊혔던 커다란 의문들도 나의 의식 속에 조용히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이 우주를 올려다보며 피조 세계의 조화를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이 아침에 나스카 밤하늘 나스카 형상들 일명 나스카 동안 나스카

2023-02-01

[로컬 단신 브리핑] 구글 등 허위 광고로 IL에 벌금 150만불 외

#. 구글 등 허위 광고로 IL에 벌금 150만불     IT 기업 '구글'과 미디어 기업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를 내보낸 혐의로 일리노이를 비롯한 7개 주에 94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전체 합의금 가운데 최소 150만 달러는 일리노이 주에 내는 벌금이다.     크웨임 라울 일리노이 검찰총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구글은 자사 스마트폰 '픽셀4'(Pixel 4)의 광고 촬영을 위해 아이하트미디어에 소속된 유명인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해당 인사들은 광고 속에서 자신들이 직접 '픽셀4'를 사용했고, 기능 및 성능이 타 회사 스마트폰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들은 '픽셀4'를 소지 또는 사용해본 적도 없으며 단순히 광고를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하트 라디오 및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에서 진행된 광고들은 시카고를 비롯 애틀란타, 보스턴, 댈러스, 덴버, 휴스턴, 로스앤젤레스, 뉴욕, 피닉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방송됐다.     구글과 아이하트미디어는 앞으로 각각 3년과 10년동안 허위 광고를 제작하지 않겠다는 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 시카고의 12월 밤하늘 반짝 반짝 빛난다     크리스마스 불빛들과 함께 시카고 밤하늘의 별들도 12월 한달동안 특별하게 반짝인다.     시카고 애들러 천문대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에선 7일 달의 화성 엄폐(Lunar Occultation)가 펼쳐지고 크리스마스 즈음엔 5개의 행성을 한번에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애들러 천문대에 따르면 화성은 12월 첫 한 주동안 올 들어 가장 밝게 빛난다. 특히 7일엔 최근 15개월 중 가장 높은 하늘에 위치한다. 7일 보름달이 뜰 때 화성은 오후 9시경 달 뒤로 숨었다가, 약 한 시간 뒤 반대편에서 다시 나타날 예정이다. 이 같은 엄폐은 월식과 비슷한 현상이다. 올 초 화성 엄폐가 진행됐지만 당시는 아시아 일부에서만 관측할 수 있었고 이번엔 시카고서도 화성 엄폐의 관측이 가능하다.   또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 밤 달 주변에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모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화성은 북동쪽 하늘에서, 나머지 4개 행성은 모두 남서쪽 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애들러 천문대 웹사이트서 확인 가능하다.   한편 겨울이 깊어가면서 시카고 지역의 매일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지는 가운데 오는 8일 올해 가장 빠른 일몰이 발생한다.     이날 시카고서는 올 들어 가장 빠른 오후 4시21분 해가 질 예정이다.     이 날 이후 일몰은 매 8일 동안 1분씩 늦춰진다.     하지만 일조량이 가장 적은 날은 동지(winter solstice)인 오는 21일로 해가 9시간11분동안만 떠있게 된다.     이후 시카고는 오는 1월 30일까지 하루 10시간 미만 동안 해가 떠 있게 된다.    #. 2시간 사이 무려 무장 강도 사건 10건 발생     시카고 북부와 서부 지역에서 2시간 동안 무려 10건의 무장 강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 경찰이 이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다.     시카고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일 2명~4명으로 이뤄진 강도들이 총기를 이용, 최소 10명을 상대로 금품을 강탈했다.     사건들은 시카고 북서부 로건 스퀘어와 웨스트 타운을 중심으로 지난 3일 오전 12시 45분부터 오전 2시 30분 사이에 일어났다.     용의자들은 스키 마스크를 착용한 15세~30세의 흑인 남성들로 이들은 4일 오전 또 다른 4건의 강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구글 허위 허위 광고 시카고 밤하늘 시카고 애들러

2022-12-05

[문화산책] 몽골 밤하늘은 커다란 음악

올 더위가 정점을 찍을 무렵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몽골로 피서를 갔다. 도시의 빛 공해 없는 새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알래스카에서 자란 나는 어릴 적 자주 올려다보던 별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새삼 깨달았다. 도시 불빛에 가려져 별을 못 보게 되면 하늘이 주는 교훈도 쉽게 잊어버린다. 몽골의 빛나는 은하수를 바라보던 나는 마음이 겸허해지면서, 같은 행성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내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했다.   5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우주를 지구보다 조금 큰 정도로 여겼다. 중국 한나라 천문학자였던 장형(張衡·78~139)은 성표(星表)에 별자리 100여 개를 포함한 2500여 별들과 둥근 모양의 달을 묘사했다. 삼국시대(220~280)에는 별자리 283개와 1464개 별이 추가되었다.   한국의 경우 고려시대(918~1392) 역사서인 『고려사』는 1073년과 1074년의 신성폭발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일한 기록을 남겼다. 1392년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했을 때부터 17세기까지 조선은 명나라와 마찬가지로 ‘우주’보다 ‘하늘과 땅’에 더 관심이 많았다.   선야설(宣夜說)에 따르면 우주는 천체가 떠돌아다니는 무한한 공간으로, 인간은 우주의 심오한 법칙을 이해할 수 없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육안으로, 관측 도구로 볼 수 있었던 것을 기록하는 정도로 충분했다. 17세기 중반 명나라 사신으로 파견된 정두원이 예수회 선교사 로드리게스에게 받은 천리경은 조선의 첫 망원경이었다.   지난 7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서 전송된 첫 사진이 공개되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우주의 광대함과 그 역사가 되살아났다. 우주에는 최소 반경 460억 광년에 2조 개의 은하와 1024개의 별이 있고, 우리 은하만 해도 4000억 개의 별이 있다. 그러나 선조들에게 배운 바와 같이, 우주의 깊은 비밀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우주에 대한 지식이 넓어질수록 인간은 이 광활한 세계에서 현재 속한 장소와 목적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1990년대에 ‘신(新) 유교적 휴머니즘’으로 유명한 뚜웨이밍(杜維明·82)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뚜웨이밍은 가족·공동체·국가·우주로 확장되는 자아의 물결을 동심원으로 표현했다. “각 사람은 개인적인 정체성, 즉 열려 있고 창의적으로 변형되는 개성을 찾는 과제를 풀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노력은 역설적으로, 이기심과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는 능력에 근거를 두어야 합니다.” 가족의 과제는 족벌주의를 초월해 공동체적 결속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뚜웨이밍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민족중심주의와 문화우월주의를 극복할 때 사회적 통합을 이루며 부강해질 수 있습니다. 국가적 단결에 헌신하면서도 공격적인 국수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인류의 번영에 고취되지만 인류중심주의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인류애(humanity)의 참 의미는 인간-우주애(anthropocosmic)입니다. 인간-우주애적 정신을 가질 때 자아와 공동체가 소통하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인류와 하늘이 상호 관계를 맺습니다. 이런 이상에 근거한 수양이 유교 인본주의 사상의 핵심입니다.”   내 속에 뿌리를 내린 이 사상은 내가 자연에, 또는 음악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심취할 때 밖으로 표현된다. 음악(音樂)은 동양에서는 ‘건전한 소리’, 서양에서는 ‘뮤즈의 기예’(music)를 뜻한다. 현재 나는 네덜란드계 독일 작곡가 코드 마이어링과 가야금 연주곡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가 최근에 이런 말을 했다.   “악기는 우리 몸의 일부, 영혼의 일부와 같습니다. 우리는 악기를 만들어 신체적인 가능성을 확장하고 우리 내면의 상상, 미(美)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표현합니다. 악기를 연습하는 무수한 시간 동안 우리는 악기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꿈과 미에 대한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음악으로 인간-우주애적 자아에 도달함으로써 내면의 상상과 꿈을 공유하는 것. 나는 이것이 한국 풍류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몽골 자작나무 숲속에서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거닐었던 어느 날, 우리는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고 염소고기 만찬을 즐긴 뒤 부른 배를 안고 난롯가에 모여 앉아 악기를 조율하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동심원으로 퍼져 나가는 소리의 물결이 서로에게, 숙소를 둘러싼 산맥으로, 산자락의 목초지로, 산 너머 하늘로 확장되었다. 해 저물 무렵 세 쌍의 무지개가 떴고 구름이 곧 걷혔다. 맑게 갠 밤하늘에 수십억 개의 별이 펼쳐졌다. 은하수는 우리의 음악에 맞춰 진동했다. 조세린 / 클라크 배재대 동양학 교수문화산책 밤하늘 몽골 우주애적 자아 우주애적 정신 동료 음악가들

2022-10-23

독립기념일 밤 9시 밤하늘에 '불꽃' 핀다

인랜드 앰파이어 전역에서 불꽃놀이와 피크닉 퍼레이드 등 다양한 독립기념일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이벤트들은 이번 주말이나 공휴일 당일에 열리며 축하 행사는 다음과 같다.   리버사이드 카운티   ■코로나   -퍼레이드: 7월 4일 오전 9시. 온타리오 애비뉴에서 올리브 스트리트.     -불꽃놀이: 해질 녘. 산타나 공원(598 Santana Way) 주차비는 행사 당일 20달러. 무료주차(Crossroads Christian Church 2331 Kellogg Ave) 문의: (951) 736-2381 또는 (951) 736-2241   ■이스트베일   -공원 피크닉: 이스트베일 커뮤니티 파크(Eastvale Community Park 12750 Citrus St.)  7월1일~3일.   -불꽃놀이: 7월 1일 오후 9시. 티켓은 사전 1달러 행사 당일 5달러. 문의: (951) 727-3524   ■엘시노어 호수   -퍼레이드: 서머리 커뮤니티 파크(18505 Malaga Road) 7월 4일 오전 10시 30분.   -불꽃놀이: 7월 4일 오후 9시. 관람 장소(Lakepoint Park Summerly Park Swick & Matich Park Whiskers Fishing Beach). 유료 관람 장소는 상업용 캠프장 다이아몬드 경기장 및 호수 위의 보트. 주차 및 패키지 정보 (951) 471-1212.   ■모레노 밸리   -퍼레이드: 7월 4일 오전 9시 30분. 프레데릭 스트리트와 알렉산드로 불러바드.     -불꽃놀이: 당일 오후 9시. 원형 극장(14075 Frederick St.) 문의 (951) 413-3280     ■리버사이드     -영웅을 위한 콘서트: 7월 3일 오후 7시 30분. 리버사이드 국립묘지(22495 Van Buren Blvd)의 원형 극장. 음악감독인 토마스 골카(Tomasz Golka)가 이끄는 리버사이드 필하모닉(Riverside Philharmonic)이 연주. 불꽃놀이와 가능한 비행도 선보일 예정. 원형 극장에 좌석이 있지만 손님은 잔디 의자와 손전등 필요.   ■테미큘라   -스타 스팽글 퍼레이드: 7월 4일 오전 10시. 올드 타운 테미큘라. 주차(Old Town Parking Garage)는 멀시더스 스트리트를 통해 오전 9시 45분까지 이용 가능. 올드타운 프론트 스트리트는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폐쇄.   -불꽃놀이: 오후 9시. 축하 행사(Ronald Reagan Sports Park 30875 Rancho Vista Road)     샌버나디노 카운티   ■치노   -독립기념 축하행사: 루벤 아얄라 파크(Ruben S. Ayala Park). 7월 1일 오후 4시 2일 오후 1시. 라이브 공연 음식 부스 카니발 타기 및 게임 포함.   -불꽃놀이: 7월 2일 오후 9시. 공원(14225 Central Ave). 문의 (909) 334-3258   ■하이랜드   -퍼레이드: 7월 4일 오전 9시. 쳐치 애비뉴와 베이스 라인(Church Avenue와 Base Line Street).   -불꽃놀이: 임마누엘 침례 교회(28355 Base Line). 당일 오후 6시. 음식 음악. 담요와 잔디 의자 필요. 정보 (909) 864-6861 내선 203   ■레드랜즈   -퍼레이드: 7월 4일 오전 9시. 실반 파크(Sylvan Park 601 N. University St.)   -불꽃놀이: 무어 중학교(1550 E. Highland Ave). 라이브 음악 스카이다이버 비행 포함. 티켓은 학교 행사에 필요하며 사전에 12달러 또는 당일 15달러. 정보 또는 티켓 구매 redlandsfourthofjuly.com     LA동부 인근   ■클레어몬트   -퍼레이드: 7월 4일 오전 10시. 메모리얼 파크(Memorial Park 840 N. Indian Hill Blvd)     -키와니스 클럽 주최 콘서트: 오후 6시. 5시부터 바비큐 음식 제공. 새로운 물 제한으로 인해 취소된 불꽃놀이 쇼 취소.     ■라베른   -퍼레이드: 7월 4일 오전 10시. 10번가와 D 스트리트 모퉁이.   -불꽃놀이: 보니타 고등학교(3102 D St. Gates) 오후 7시 공연을 위해 오후 5시에 열린다. 5세 이상 티켓은 10달러 4세 이하는 무료입장.   ■포모나   -엔터테인먼트의 날: 포모나 페어플렉스(Pomona Fairplex)와 유니티 데이 LA(Unity Day LA)가 주관. 7월 4일 오전 10시. 1.5마일 걸어서 링컨 공원(400 Lincoln Ave)까지 이동. 해리엇 터브먼 동상 제막식.   -불꽃놀이 포함 오후 이벤트: 페어팩스(Fairplex 1101 W. McKinley Ave). 오후 2시 30분에 시작. 권투 라이브 공연 음식 제공.   입장료는 어린이 15.99달러 성인 39.99달러.  정리=황인국 기자독립기념일 밤하늘 독립기념일 행사 피크닉 퍼레이드 community park

2022-06-29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씨앗이 꽃에게

씨앗이 꽃에게       그대 한낮 뙤약볕은 견딜만 했소 퍼붓는 소낙비는 어떻고 그래 찾아드는 벌, 나비 지긋한 눈길 행복 했던 거요   얼굴 쓰담는 바람도   그대 어찌 꽃잎 떨구셨소 함부로 핀 세월 아니기에 저문 날 잠들지 못한 거요 그대 가고   그 자리에 내가 있소 보내고도 오래 잊지 못했소 여전히 내 안에 남은 숨결 까맣게 타는 내가 멋 적어 찬 바람에 곤두박질 친   눈감지 않아도   이곳에 빛은 없소 어둠은 두렵지 않소 환한 봄을 꿈꾸며 내 안에 꼭 그대를 품고 동그랗고 더 단단한 나를 만들고 있소 오늘도 소란하지 않은   하루가 천년 같이 지나가오 긴 잠을 청해야겠소 이제 나는 죽고 그대가 살아나야 할 차례     몇해 전부터 꽃씨를 받는다. 시월의 날들은 대부분의 꽃들이 지고 꽃잎이 떨어진 그 자리에 씨앗을 맺는다. 신기하게도 하나의 꽃 자리에 수백개의 씨앗을 맺는 걸 보며 바람과 햇빛, 벌과 나비, 무엇보다 꽃 자신의 결심과 수고에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아마도 밤하늘 달빛도, 새벽 안개도, 서쪽 하늘 지는 노을도, 보석같이 반짝이던 아침이슬도, 잘 자라달라 쓰다듬던 나의 손길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신문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검고 작은 꽃씨는 검은 비 같다. 손가락으로 잘 잡히지도 않는 작은 씨앗 속의 세상은 너무도 넓고 파한 하늘 같아서, 그 안에 담겨진 꿈들이 소중해서 하나도 헛되이 다룰 수 없다. 매년 봄 모종을 사서 심기도 하지만, 씨앗을 작은 컨테이너에 심어 모종을 낸 후 옮겨 심기도 한다. 사실 씨앗을 받고, 보관하고, 모종내고, 옮겨 심는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지만 그렇게 얻은 꽃들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에 찡한 서글픔과 함께 기쁨이 몰려온다. 꼭 뱃속에 아기를 오래 품다가 해산한 어미의 마음 같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슷한 꽃 모양, 같은 색상의 꽃이지만 작고 늦은 봄 피기 시작하는 데이지는 들꽃에 가까우리만큼 번식이 대단하다. 뒤란의 한쪽 편을 몇해만에 다 차지하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들녘에 앉아 있는 착각을 일으키기 충분하게 아름다웠다. 나는 작은 container에 마커로 나지막한 꽃모양을 그리고 그 옆에 white, late spring to fall이라고 적었다. 씨앗의 발아를 돕는 중요한 요소는 햇빛, 공기, 온도, 수분이라고 한다. 그러면 씨앗의 좋은 보관은 위의 네가지 요소를 제거해 주면 된다. 깊이 잠들게 하면 된다. 화사한 어느 봄 날 아름답게 피어날 그대들을 꿈꾸며….     우리도 때론 헤어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가슴을 누르는 답답함 속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삶의 추위를 맞기도 하며,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때 작은 씨앗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발아를 위해 잠든 씨앗처럼 봄이라는, 꽃이라는 희망 속에 살아야하지 않을까? 불평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죽어야 살겠고 살아낸 후 죽어야 하는 자연의 섭리를 겸허한 자세로 받아 들여야하지 않을까? 작은 한 톨의 씨앗에게 세상을 이기고 나를 이기는 비밀을 배우는 하루가 저문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씨앗 사실 씨앗 밤하늘 달빛도 결심과 수고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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