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별난 공식
별난 공식나 만의 색깔을 갖는다는 것 / 수 천, 수 만의 소문으론 설명될 수 없지 // 꽃의 색이었던가 / 잎의 색이었다가 / 하늘의 색, 바다의 색은 기억날 듯 한데 /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색들은 / 오랜 시간을 인내한 후 가지게 된다는 / 은근히 풍기게 된다는 // 바라보는 시각을 뒤집어 보면 / 내 색이 아닌 당신 색으로 보여진다는 / 아픔이 반쪽만 보이기 시작한다는 // 시간을 먼 발치 별빛에 묶어두면 / 천 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 년 같은 / 슬픔에도 없는 공식이 존재한다는 //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건 실례가 아니랍니다 // 색보다 향기는 오래 남아 / 그 향기는 봄마다 넓고 낮게 퍼져 가고 / 꽃은 바람에 흔들려 색은 떨어지지만 / 향기는 남겨져 색으로 그려진다는// 얼굴이 달아 올랐지 // 슬픔에도 없는 침묵 이라는 / 개나리 꽃가지 바람에 춤추는데 / 이렇게 낯선 하늘이라니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건 실례가 아니랍니다. 나의 감정을 참다 보면 마음의 병을 가지게 되니까요. 이번 주는 무척 바빴답니다. 내 일에 집중할 수 없을만큼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돌아서면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했답니다. 살다 보면 만남과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성장하고 커가는 느낌을 가지게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좋을법한 경우도 종종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제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은 향기로 혹은 색깔로 남겨지는 것 같습니다. 한 순간을 만났든 오랜 세월을 살아왔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고 자기만이 풍기는 향기가 있답니다. 짧은 시간 만나도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답니다. 내가 꼭 필요한 시간에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내 곁에서 분신처럼 날 돕는 사람도 있답니다. 내가 좋은 날엔 내 곁에 있었는데 내가 힘들고 아플 때엔 나를 떠난 사람도 있답니다.
사람의 관계란 우연히 만나 서로의 필요를 채우고 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의 관심에 공감하면서 깊어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서로의 관계가 인연이 되고 필연이 되면 다행이지만 서로에게 아픔이 되고 무거운 짐이 된다면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되고 맙니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면 보고 싶은 사람이고 이름이 먼저 떠오르면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 사람이 아니면 채울 수가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반가운 소식에 하루가 빛났습니다. 이렇게 만나 뵐 수 있는 거군요. 오래 전 젊은 날 캠퍼스에서 만나 끓는 피를 나누었던 한 사람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공항엔 못나가지만 그날 저녁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경주에서의 만남과 서울역에서의 고마운 모습은 나의 남은 날 내내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책 출간을 앞두고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는 한 친구는 단 열흘밖에 만나지 못한 그야말로 막 알게 된 도반이지만 깊은 속내를 뒤집어 말해도 웃으며 받아주는 오래된 연인 같답니다.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친구는 출판기념회 장소로 고민하는 나에게 선뜻 이곳에서 하라며 시간과 장소를 비워놓겠다는 눈물 핑 도는 말을 보내왔습니다. 한 친구는 하모니카를 불어주겠다고, 몇 몇 시인들은 축사를, 대학동기는 사회를 자청하고 나섰답니다. 누우면 가슴이 저며오는 이름들이, 얼굴들이 있습니다. 오늘 밤하늘엔 유난히 고운 별들이 빛을 발합니다. 반평생을 살아도 낯설은 시카고의 봄은 언제나 오려나요. 비 같은 눈이 주룩주룩 내리는데….(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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