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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나스카(Nazca)의 밤하늘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뻗은 판아메리카나 15번 고속도로를 자동차로 6시간가량 달리면 황량하고 바람과 돌이 많은 팜파스 지역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남미의 불가사의라고 불리는 나스카(Nazca)가 있다. 일명 나스카 라인즈(Nazca Lines)라고 불리는 이 형상들은 동물이나 기하학 모양이며, 어떤 형상의 길이는 200m나 되고 그 분포 면적은 500 ㎢에 달한다. 지표면을 깊이 파고 그린 이 형상들은 너무 커서 땅 위에서는 그 모양 전체를 볼 수 없다. 경비행기를 타고 최소한 2000피트 상공으로 올라가야 그 형상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독수리, 고래, 거미, 외계인, 원숭이, 온갖 기하학 형상들, 그리고 엄청나게 긴 활주로 등 수백개의 형상들이 광활한 팜파스 표면에 그려져 있어서 지난 반세기 동안 고고학자들에 의해 많은 이론이 소개 되었다.  
 
어떤 학자는 이 형상들이 농작물 추수를 위한 농업 달력이라고도 하며, 1946년부터 52년 동안 나스카 라인즈를 연구한 마리아 리체 여사는 이 모든 형상들이 천문학 달력이었다는 이론를 펼쳤고 안토니 아베니 박사는 고대인들이 물을 찾기위한 수로였다는 색다른 이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은 옛날 외계인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자신들이 지구에서 본 형상들을 팜파스 지역에 그렸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나스카는 우리의 두뇌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남미의 불가사의인 것만은 확실하다.  
 
2500피트 상공에서 6인승 경비행기로 거대한 나스카 형상들을 구경하고 난 후, 다시 6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러나 나의 뇌리에는 “누가 어떻게 이런 거대한 형상들을 지표면에 그릴 수 있었을까? 그들은 왜 그렸을까? 거대한 형상들을 그린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긴 활주로를 팜파스 위에 만들었을까?”라는 의문들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팜파스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검은 벨벳 위에 누군가가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것 같았다. 육안으로 이렇게 많은 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1000억개의 별을 감싸고 아득한 우주 공간을 날아가고 있는 우유빛 은하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찬란했다. 그리고 은하 속에 촘촘히 밖혀 밝은 빛을 발하는 별들은 마치 어릴 적 논둑에서 흔히 보던 개구리 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장대로 이 찬란한 밤하늘을 한번 콕 찌르기만 하면 수천개의 별이 금방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고, 바위산에 그려진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내려올 것만 같았다.  
 
별들이 총총히 빛나는 팜파스의 밤하늘은 창조주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일상에 묻혀 까마득히 잊혔던 커다란 의문들도 나의 의식 속에 조용히 떠올랐다. 그리고 인간이 우주를 올려다보며 피조 세계의 조화를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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