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시즌, 반지하 주민들 “폭우만 오면 불안”
허리케인 시즌을 맞으면서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뉴요커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와 비싼 렌트 때문에 한인들도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폭우나 화재 등에 취약한 데다 합법적인 렌트 계약을 못 해 세입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퀸즈 어번데일역 인근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장모 씨는 지난 6일 밤부터 이어진 폭우 소식에 일주일 내내 마음을 졸였다. 그는 “월 150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살고는 있지만, 여름만 되면 마음이 불안하다”며 “비가 오면 입구에 물이 고여 잘 안 빠지는 데다, 침대보다 위쪽에 설치된 창문으로 행인의 소리나 담배 냄새 등이 고스란히 들어와 항상 창문을 닫고 산다”고 말했다. 특히 장 씨는 “허리케인 ‘아이다’로 지하층 거주자들이 대거 사망한 후 비만 오면 신경을 더욱 곤두세우게 된다”고 덧붙였다. 플러싱 머레이힐 주택가에 위치한 반지하 주택. 이곳은 퀸즈·롱아일랜드 일대의 전형적인 반지하 주택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 외곽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입구가 나온다. 이 주택을 소개한 부동산 중개인은 “직전 거주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했고, 뉴욕에서 월 1300달러에 이만한 렌트를 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제점은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이날 기온이 화씨 86도에 육박한 가운데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중개인은 땀을 뻘뻘 흘렸다. 창문 높이는 11인치 정도에 불과해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한 곳이었고, 정상적인 렌트 계약도 불가능했다. 중개인은 렌트 계약서를 보여줬지만, “그렇다고 이 계약서가 리스 계약은 아니다”라고 했다. 뉴욕시에서 인정한 합법 매물이 아니라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중개인들은 양심상 반지하 주택 렌트를 중개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한인 중개인 박모 씨는 “주택 매매를 했던 고객이 재정적인 이유로 본인 집 반지하 렌트를 놓겠다고 하면, 거절하기도 어려워 불법인 줄 알면서도 세입자를 구해 준 적이 있었다”며 “화재나 홍수가 나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거래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뉴욕시에서는 폭우 예보가 있으면 드론을 띄워 홍수위험 지역(퀸즈 자메이카·라커웨이, 브롱스 스록스넥,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 등)에서 영어와 스페인어로 대피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불법인 반지하 주택을 합법화하고, 창문이나 천장 규격을 마련해 지키도록 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씨는 “물론 합법화 과정에서 규격을 맞추려면 집주인들이 집을 개조해야 하고,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렌트가 오를 수는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안전 문제를 위해선 합법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정적 상황 때문에 반지하 주택에 거주한다면, 최소한 합법 여부를 온라인으로 확인하고(hpdonline.nyc.gov/hpdonline) 폭우 시에 대피할 경로, 즉 사람 몸이 통과할 수 있는 창문 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뉴욕주는 약 38만개로 추정되는 뉴욕시 불법 반지하 주택을 합법화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그중 40%가 퀸즈에 있다. 글·사진=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허리케인 폭우 렌트 계약서 허리케인 시즌 반지하 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