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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워스 뮤지엄서 한국문화 알려

어바인한인학부모회(IKPA, 회장 고화영)가 최근 샌타애나의 바워스 뮤지엄이 개최한 중추절(추석) 축제에 참여, 한국 문화를 널리 알렸다.   IKPA는 산하 학생 봉사단체인 IKPAVC, 학생 펀드레이징 팀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축제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한국 문화 부스를 마련해 옛날 어린 여자아이들이 사용하던 배씨댕기, 머리띠, 딱지 등을 소개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만들어 보도록 했다. 또 불고기, 수정과, 달고나 등 전통 음식과 다과를 판매했으며, 두드림 사물놀이패, 카마(KAMA) 합창단 등을 섭외해 한국 문화 공연을 선보였다.   고화영 IKPA 회장은 “중추절 축제에 중국계, 베트남계만 참가한다는 말을 듣고 한국 문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흔쾌히 동의해 열심히 준비했는데 뮤지엄과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아 우리 모두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IKPA 측은 지난 8일 행사를 마친 후 K-푸드 판매 수익 전액을 바워스 뮤지엄 측에 발전 기금으로 기부했다.   IKPA는 어바인 내 공립 고등학교 한인 학부모들이 주축이 돼 1997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IKPA는 어바인통합교육구와 협력하며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 지역 사회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도 한다. 한인 학생들의 정체성 확립을 돕고 교육 환경 향상을 위한 기부 활동도 활발히 펴고 있다.   또 어바인 한국문화축제, 글로벌빌리지페스티벌 등 지역사회 행사에 참여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현재 IKPA엔 어바인, 노스우드, 유니버시티, 우드브리지, 포톨라 등 5개 고교 한인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임상환 기자한국문화 뮤지엄 어바인 한국문화축제 지역사회 행사 한인 학생들

2024-09-29

한인 작가, 그래미 뮤지엄에 벽화 그린다

LA다운타운에 있는 그래미 뮤지엄의 얼굴에 한인 작품이 걸린다. 유명 작가 콜레트 밀러(Colette Miller) 등의 작품이 걸렸던 입구 바로 왼쪽의 벽면 자리다.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 속 ‘다송이 그림’으로 작품으로 각인시킨 작가 지비지(ZiBEZI·본명 정재훈·44)다. 작품은 다음 달 2일(금)부터 뮤지엄 외벽에 전시된다.     지난 5월 그래미 뮤지엄 측으로부터 벽화 의뢰를 받은 그는 이번에 ‘K팝’과 ‘LA’의 자유롭고 다채로운 특성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그래피티 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보안상 현장 작업이 아닌 아이패드로 작업을 진행했다. 공개될 작품은 가로 212인치, 세로 117인치 크기다. 지비지는 작품을 프린팅한 뒤 외벽에 벽화 형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벽화가 걸릴 곳은 한때 콜레트 밀러의 작품 ‘날개들(Wings)’가 전시됐던 곳이다. 관광객들의 사진 스폿으로도 유명했다.     지난 24일 그래미 뮤지엄 앞에서 만난 지비지는 “팬데믹 때 이곳을 지나가며 ‘여기에 내 그림이 걸리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루어졌다”며 벅찬 심정을 전했다.     영화 ‘기생충’ 속 작품으로 한국에서 큰 주목을 받은 그는 LA 그래미 뮤지엄의 대문을 장식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발돋움을 시작한다.   ‘K팝’을 주제로 그린 이번 작품에는 지비지만의 통통 튀는 색감이 잘 묻어나 있다. 그의 시그니처인 마주 보는 남녀의 모습을 중심으로, 색감있게 그려낸 장난기 넘치는 아이콘들은 밝고 활기차며 역동적인 LA를 표현하고 있다.     또 K팝 주제에 맞게 ‘사랑해요’, ‘케이팝’, ‘그래미’,‘아이돌’ 등 다채로운 한글 단어들은 팝아트적 요소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지비지는 “그림을 본 그래미 측에서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며 “특히 한글로 적힌 ‘아이돌’의 뜻을 듣고는 흥미로워하며 호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평소 자유로운 직선과 곡선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그의 그림 스타일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래미 뮤지엄과 의도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그는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딱히 없었다. 평소 주제로 삼는 5가지 요소인 사랑, 패턴, 자화상, 캐릭터, 추상을 작품 하나에 모두 녹여내 봤는데 생각보다 잘 어우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부터 낙서를 좋아했고 나이 먹은 지금도 좋아한다”며 “그림만큼은 고상하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나는 솔직한 것을 추구하며 어린이의 순수함과 또 다른 어른의 순수함을 찾는 과정은 참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지비지는 LA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림에만 집중하면서 활동 무대를 넓혀가는 중이다.     그는 “내년 초에 진행될 아카데미 뮤지엄의 봉준호 감독 상설전에 ‘기생충’에 나온 다송이 그림도 전시되는데 2년 동안 보관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어  “팬데믹때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갔더라면 이런 기회들은 없었을 것이다. 거리 예술의 진가를 볼 수 있는 LA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새로운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개인전이나 콜라보 작업도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기생충 그래미 그래미 뮤지엄 기생충 한인 아카데미 뮤지엄

2024-07-29

개관 10년 브로드 뮤지엄 1억불 증축…야외 공간 갖춘 3층 건물 추가

LA 다운타운의 브로드 뮤지엄(사진)이 1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확장에 나선다.   지난 27일 브로드 뮤지엄 측은 기존 공간의 70%에 해당하는 5만5000평방피트 증축 계획을 발표했다. 박물관 개관 10주년인 오는 2025년 초 착공해 2028년 LA 하계 올림픽 전 완성된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증축 취지에 “기존의 박물관의 개방적이고, 혁신적이고, 환영하는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박물관의 새로운 측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증축으로 방문객 휴식 공간을 확장하고 야외 예술 공간이 조성된다. 이를 위해 야외 공간을 갖춘 3층 건물을 추가로 짓는다. 박물관 측은 “증축하는 공간에 대중과 박물관 사이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공연이나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라며 “멀티미디어 설치물을 전시하고 라이브 프로그램 공간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물관 측은 미술품 보관 금고를 컨셉으로 한 갤러리를 신설해 방문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증축 설계는 기존의 박물관 건물을 설계했던 뉴욕의 설계사인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가 맡았다. 설계사 측은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인 컨셉이 ‘금고’”라며 “박물관의 핵심인 미술품들이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다가 대중에게 노출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확장 계획에 대해 조앤 헤일러 브로드 뮤지엄 사장 겸 창립 디렉터는 “박물관이 2015년 설립 이후 짧은 시간 내 LA의 문화 및 시민 환경의 아이콘이 되었다”며 “이번 확장으로 모든 사람이 현대미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물관의 사명을 지키고 대중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지역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준 기자 kim.kyeongjun1@koreadaily.com브로드 뮤지엄 브로드 뮤지엄 야외 공간 박물관 건물

2024-03-28

[삶의 뜨락에서] 노래로 슬픔을 잊는다 -발틱 3개국, 폴란드 여행기 1

새벽에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심각한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독자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해서 띄운다. 지난달 24일 밤늦게 도착해 몇 시간 잤다. 아침 4시, 폴란드와 6시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하고는 7시간 시차가 있다. 이번에 독일 비행기 루프트한자를 탔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크고, 청결하고, 능률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공항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유료 샤워장과 몇 시간 잘 수 있는 유료 취침실이 있다.   바르샤바에서 출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4시간을 기다렸다. 활주로에 독일 비행기와 유나이티드에어가 사이좋게 서 있었다. 2차 대전을 생각했다. 독일 전투기는 미군기에 격추당했고, 프랑크푸르트는 공습으로 잿더미가 되었다. 비 내리는 공항, 거의 80년이 지났지만 그 하늘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종전 후 베를린이 동서로 분할되고, 한때 소련은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봉쇄에 대한 보복으로 베를린을 군대로 포위하고 독일 사람들을 굶겨 죽이려고 했다. 이때 미국, 영국 등 우방 비행기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분 단위로 식량 등 생필품과 의약품을 싣고 가 베를린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이번 발틱 3개국, 폴란드 여행기는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와 번영을 이룩하고 행복하게 사는 추운 나라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깊은 감동으로 느낀 스토리이다.   발틱해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작은 나라가 바다 건너 스칸디나비아 3개국(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마주 보고 있다. 발틱 세 나라를 합한 인구는 550만(에스토니아 120만, 라트비아 150만, 리투아니아 280만), 바이킹 후손 스칸디나비아 세 나라(스웨덴 1000만, 덴마크 550만, 노르웨이 530만) 보다 훨씬 적다. 발틱 3개국은 독일, 스웨덴, 러시아의 침략을 받아 왔고 2차 대전 후 소련 연방에 편입되어 고생하다 1991년 완전한 자유를 되찾았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압력으로 공산주의 체제를 도입했으나 소련 연방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 중 이 세 나라 사람들의 반러시아 감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꼈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Riga), 러시아 대사관 바로 건너편에 라트비아 뮤지엄이 있는데 벽에 흉측한 푸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리가와 리투아니아 수도 빌듀스에는 옛 KGB 만행을 볼 수 있는 뮤지엄과 고문실이 보존돼 있다. (리가 사람들은 큰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고 해서 Corner House라고 부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발틱 3개국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군사적,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EU, NATO 회원국이며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발틱 국가에서는 여름에 송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에스토니아 축제는 1869년에 시작, 15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축제는 온종일 열리는데 인접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 나라 인구의 거의 두 배인 200만 명 관중이 서로 어울려 노래하고, 껴안고 키스해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축제를 연상케 한다.   러시아, 독일 등 외세에 눌려 살아온 발틱인들이 한 데 모여 노래로 상처를 치유하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한여름 밤의 축제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서도 송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그 규모와 열기는 에스토니아 축제에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발틱 3개국 중 핀란드와 러시아에 가장 가까운 에스토니아는 헝가리, 핀란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몽골의 칭기즈칸 군대는 튀르키에, 헝가리까지 진출, 언어와 문화를 전파했다. 에스토니아는 몽골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작은 나라지만 IT 산업과 국제 금융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국민소득이 세 나라 중 제일 높다. 사람들은 키가 크고 잘생겼으면 젊은이들은 대개 영어를 잘한다. 모든 면에서 서유럽에 못지않은 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폴란드 여행기 폴란드 여행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라트비아 뮤지엄

2023-11-01

"체스터 장이 남가주에 큰 선물"…희귀 미술품 등 총 1000점

LA카운티 미술관(LACMA)이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 미술 소장품을 기증받는 가운데, 기증 내용이 구체적 윤곽을 드러냈다.   20일 LACMA는 홈페이지에 LA 한인 커뮤니티의 올드타이머 체스터 장 박사와 의사인 아들 카메룬 장 박사가 평생 모은 미술 소장품을 LACMA에 기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증품은 그림부터 도자기, 서예, 조각품과 고가구까지 총 1000여 점이라고 밝혔다.     앞서 장 박사는 본지에 지난 3월 초 LACMA에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을 모두 기증하기로 서약했으며 LACMA와 최근 마무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장 박사는 “그동안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보다 사회환원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예술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뜻을 세우고 아내(완다 장)와 아들 부부(카메룬·니콜 장)와 함께 기증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LACMA에 따르면 장 박사 가족이 기증하는 미술품 중 LACMA가 받는 첫 100점 중 한국 미술품은 삼국시대에 제작된 고미술품 외에 고려청자 등 도자기, 서예 작품과 청동 불상 등으로 총 95점이다. 불상 그림의 경우 조선시대 중기부터 후기까지인 17세기부터 19세기 사이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고미술품의 경우 조선 시대 말기(1392-1897년)에 장 박사의 어머니(민병윤)에 이어 장 박사 부자가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라고 LACMA는 덧붙였다. 나머지는 중국과 일본, 티베트에서 수집한 미술품이다.   LACMA 동양국 국장인 스테판 리틀 큐레이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체스터 장 가족의 대규모 기증 소식은 LACMA 뿐만 아니라 남가주에 아주 거대한 선물”이라며 “남가주의 한인 후손들뿐만 아니라 남가주 주민과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배울 기회가 될 것을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LACMA는 체스터 장 가족의 기증품을 정리해 책으로 출판한 후 이를 알리는 기념식과 특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특별 전시회는 오는 2024년 개관하는 새 건물에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장연화 기자사설 체스터 기증품 관련 la카운티 뮤지엄 뮤지엄 조감도

2021-10-21

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25>캔자스시티 트루먼 도서관&박물관

   옛말에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뒤집어 약 주고 병 줬다면 어떻게 될까?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겠지만 트루먼 대통령을 떠올리며 필자가 생각해 본 말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나라가 된 대한민국이지만 한 때는 국토가 채 손바닥보다도 작게 남은 풍전등화 같던 때가 있었다. 6·25 때 이야기다. 그런 나라를 살려준 사람이 트루먼이고, 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 정전협정으로 한반도를 두 동강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분단의 고통을 주고 있는 장본인도 트루먼이다. 그러니 약 주고 병 주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1884~1972)은 청렴과 강직한 직업윤리로 표상되는 인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했고, 한국전쟁 참전도 결정했다. 그는 6.25가 발발했던 1950년 6월 24일(미국시간) 고향인 미주리주 인디펜더스에 있었다. 이곳은 캔자스시티 바로 인근이다.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뮤지엄 (Truman Presidential Museum and Library)은 이곳에 있다.      그는 북한의 전면 남침 소식을 듣고 참전을 반대하는 참모들의 의견을 뿌리치고 곧바로 파병을 결정했다. 이후 전쟁을 치르면서 맥아더 장군과 수많은 이견과 갈등을 겪었다. 그는 특히 중공군이 참전할 때 원자폭탄을 사용하자는 맥아더의 주장에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참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맥아더를 해임하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한마디로 원폭 투하를 반대했다.     트루먼 뮤지엄에 가 보면 트루먼과 맥아더와 당시 주고받았던 편지가 여러 장 벽면에 붙어있다. 젊은 생명을 수만 명씩 죽여가며 계속 전쟁을 해야 하는지 고뇌하는 그의 사진 앞에 서니 저절로 숙연해지는 심정을 가눌 수가 없다.     트루먼은 부통령이 된 뒤 82일 만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시어머니한테 제대로 살림 배울 시간도 없이 대통령직을 승계받았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바로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의 항복을 받았고 태평양 전쟁에서도 일본의 쇼와 천황(지금은 일왕이라 부름)부터도 항복을 받았다. 그 과정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 사용 명령을 내려야만 했던 고뇌의 결단이 있었다.     트루먼은 어렸을 때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시력이 극도로 나빠졌으며 집안이 어려웠을 때는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하기도 했다. 결혼 후 옷 가게를 하였으나 3년도 못 가 망하고 1922년부터 12년간은 판사로, 이후 1944년까지 10년은 연방 상원의원을 역임했다. 그의 사주팔자는 필자가 알 수 없지만 성격이나 외모로 봐서 장사나 사업을 할 사람은 아니고 관직으로 승승장구할 팔자였던 것 같다. 그러니 사업 실패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게 아닐까.      트루먼 뮤지엄과 그의 생가는 인디펜던스에 있지만 캔자스시티 방문자들은 꼭 들러보는 캔자스시티의 명소가 되었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뮤지엄에 들어가면 트루먼 대통령이 타고 다녔던 승용차와 사용했던 집기 비품,  그리고 그가 소장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트루먼 대통령 집무실 말고도 그의 부인 집무실도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부인이 워낙 사업수완이 좋아 모든 비즈니스와 재정문제는 그녀가 도맡아 했다고 한다.    트루먼 로드와 델라웨어 애비뉴 코너에 있는 그의 생가는 면적이 9000스퀘어 피트 크기로 별채나 2층은 방문객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본채 아래층만 관람이 가능하다. 그것도 보존 문제 때문에 카펫 위로만 통행이 가능한데 당시 쓰던 냉장고, 오븐, 히터 등을 보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검소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 번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우리의 목표는 당대의 평화가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다.”  트루먼 대통령이 남긴 말들인데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만난 이 구절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 여행 메모   캔자스시티는 미주리주와 캔자스주 두 곳에 있지만 나고 자란 곳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다. 더 정확히는 이곳 인근 인디펜던스라는 작은 도시다. 캔자스시티는 재즈와 바비큐가 유명하며 200개 이상의 분수가 있는, 로마 다음으로 분수가 많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김평식 / 여행 등산 전문가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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