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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노래로 슬픔을 잊는다 -발틱 3개국, 폴란드 여행기 1

새벽에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심각한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독자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해서 띄운다. 지난달 24일 밤늦게 도착해 몇 시간 잤다. 아침 4시, 폴란드와 6시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하고는 7시간 시차가 있다. 이번에 독일 비행기 루프트한자를 탔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크고, 청결하고, 능률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공항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고, 유료 샤워장과 몇 시간 잘 수 있는 유료 취침실이 있다.
 
바르샤바에서 출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4시간을 기다렸다. 활주로에 독일 비행기와 유나이티드에어가 사이좋게 서 있었다. 2차 대전을 생각했다. 독일 전투기는 미군기에 격추당했고, 프랑크푸르트는 공습으로 잿더미가 되었다. 비 내리는 공항, 거의 80년이 지났지만 그 하늘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종전 후 베를린이 동서로 분할되고, 한때 소련은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봉쇄에 대한 보복으로 베를린을 군대로 포위하고 독일 사람들을 굶겨 죽이려고 했다. 이때 미국, 영국 등 우방 비행기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분 단위로 식량 등 생필품과 의약품을 싣고 가 베를린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이번 발틱 3개국, 폴란드 여행기는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와 번영을 이룩하고 행복하게 사는 추운 나라 사람들을 보고, 만나고, 깊은 감동으로 느낀 스토리이다.
 
발틱해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작은 나라가 바다 건너 스칸디나비아 3개국(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와 마주 보고 있다. 발틱 세 나라를 합한 인구는 550만(에스토니아 120만, 라트비아 150만, 리투아니아 280만), 바이킹 후손 스칸디나비아 세 나라(스웨덴 1000만, 덴마크 550만, 노르웨이 530만) 보다 훨씬 적다. 발틱 3개국은 독일, 스웨덴, 러시아의 침략을 받아 왔고 2차 대전 후 소련 연방에 편입되어 고생하다 1991년 완전한 자유를 되찾았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압력으로 공산주의 체제를 도입했으나 소련 연방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 중 이 세 나라 사람들의 반러시아 감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꼈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Riga), 러시아 대사관 바로 건너편에 라트비아 뮤지엄이 있는데 벽에 흉측한 푸틴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리가와 리투아니아 수도 빌듀스에는 옛 KGB 만행을 볼 수 있는 뮤지엄과 고문실이 보존돼 있다. (리가 사람들은 큰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고 해서 Corner House라고 부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발틱 3개국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군사적, 정치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EU, NATO 회원국이며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발틱 국가에서는 여름에 송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에스토니아 축제는 1869년에 시작, 150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축제는 온종일 열리는데 인접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 나라 인구의 거의 두 배인 200만 명 관중이 서로 어울려 노래하고, 껴안고 키스해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축제를 연상케 한다.
 
러시아, 독일 등 외세에 눌려 살아온 발틱인들이 한 데 모여 노래로 상처를 치유하고 우정을 돈독히 하는 한여름 밤의 축제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에서도 송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그 규모와 열기는 에스토니아 축제에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발틱 3개국 중 핀란드와 러시아에 가장 가까운 에스토니아는 헝가리, 핀란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몽골의 칭기즈칸 군대는 튀르키에, 헝가리까지 진출, 언어와 문화를 전파했다. 에스토니아는 몽골의 지배를 받지 않았다. 작은 나라지만 IT 산업과 국제 금융 시스템이 잘 돼 있어 국민소득이 세 나라 중 제일 높다. 사람들은 키가 크고 잘생겼으면 젊은이들은 대개 영어를 잘한다. 모든 면에서 서유럽에 못지않은 선진국 대열에 속해 있다.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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