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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저택 철거될 위기 모면…LA시 문화재 지정

마릴린 먼로의 브렌트우드 집(사진)이 철거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26일 LA타임스에 따르면, LA시의회는 만장일치로 마릴린 먼로가 사망 전까지 살던 브렌트우드 집을 역사적 문화 기념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트라시 파크 시의원은 “LA에서 마릴린 먼로와 브렌트우드 집만큼 상징적인 사람이나 장소는 없다”며 “역사적 보존과 여성 유산과 관련된 역사적 지정 건수가 전체의 3%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A시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위해 부동산 소유주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집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릴린 먼로가 1962년 7만5000달러에 매입한 스패니시 스타일의 이 집은 그가 생을 마감한 곳이자 유일하게 소유했던 주택이다. 그는 이 집에 산 지 불과 6개월 만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작년 9월 7일 LA시는 이 집의 철거 허가를 발급했지만, 보존 운동가들과 대중들의 압박에 이 집의 문화적 중요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게 됐다. 이 집의 소유주는 랜드마크 지정이 위헌이라며 LA시를 고소했다. 소유주는 이 집은 수년 동안 여러 차례 리모델링돼 원래 모습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관광객과 팬들이 집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어 이웃에게 방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바로 옆에 있는 집을 835만 달러에 매입했으며 마릴린 먼로 주택과 함께 철거해서 그 자리에 새 저택을 신축할 계획을 세웠다.   정하은 기자 chung.haeun@koreadaily.com마릴린 문화재 마릴린 먼로 la시 문화재 철거 위기

2024-06-27

생육신 남효온 선생 '추강집' 목판 발견

한인이 세대를 이어 소장한 한국 문화재가 빛을 보고 있다.     한국 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은 LA에서 조선시대 생육신(生六臣) 남효온 선생의 추강집 문집 목판 2점(권1, 권7)을 발견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문화유산회복재단에 따르면 해당 문화재는 조선시대 단종의 생육신 중 1명인 남효온(1454~1492)의 ‘추강집’ 목판 2점이다. 해당 목판은 LA 한인이 소장해오다 재단 측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문화유산연구소 ‘길’ 조사 결과 1921년 남효온의 3번째 책을 인쇄하기 위해 제작한 목판으로 확인됐다.     기호철 소장은 “추강집은 1511년 편찬해 필사본으로 만들어진 후 외증손 유홍에 의해 1577년 초간본이 간행됐다”며 “1921년 후손 남상규가 청도군 신안에서 문집을 삼간(三刊)했다. 한인 소장 목판은 권 1, 29면과 30면이 앞뒤로 새겨진 것 1매와 권7, 32면과 33면이 새겨진 것 1매로 각 판본과 비교하면 1921년 삼간본 목판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남효온은 1478년 25세 임금(성종)에게 상소를 올려 계유정란을 통해 임금이 된 세조와 그로 인해 배출된 공신의 명분을 직접 부정했다. 당시 목숨을 잃은 사육신과 달리 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김시습, 원호, 이맹전, 조려, 성담수, 남효온을 생육신이라 부른다.   추강짐 목판 2점은 익명을 원한 LA 거주 한인이 지난해 12월 의뢰하면서 빛을 봤다. 목판 2점은 두 세대에 걸쳐 한인 가정이 소장해 왔다고 한다. 의뢰인은 한인들이 소장해 온 문화재를 세상에 알리고, 필요할 경우 한국 환수에 동의한 소식을 듣고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문화유산회복재단 남지은 연구원은 “재외동포는 한국 문화유산을 소중히 간직해 언젠가는 고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마음으로 고국 사랑을 표현한다”며 “이번에도 한인 동포 덕분에 남효온 선생의 목판 유산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해당 문화유산 조사와 연구가 끝낸 뒤 LA 등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문화유산재단은 지난해 9월과 12월에도 각각 ‘환수 문화유산 공개전시회’와 ‘동포의 고국 사랑 특별전-내 손으로 지킨 우리 문화유산’ 전시회를 열고 LA에서 발견된 문화재를 공개했다.     당시 전시회에서는 왕실 등에서 사용한 문청인화무늬 대접 등 전통공예품, 조선 후기 명필 창암 이삼만과 독립운동가 김가진의 서예, 조선 후기 학자 이광려의 시문집 〈이참봉집〉, 동학 교주 최재우가 쓴 〈동학대전〉 및 조선시대 고지도, 우암 송시열의 〈송자대전〉, 한주 이진상의 〈한주집〉 목판, 한국 환수가 결정된 문화유산 ‘조선시대 문인 문집 목판 12점’이 전시됐다.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 환수 운동을 펼치는 문화유산회복재단은 한인들에게 소장한 문화재 제보와 감정의뢰를 당부했다.     ▶문의: (323)525-0400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월요일 예비 문화재 한인 한국 문화유산회복재단 한국 문화재 한인 소장

2024-02-19

미국서 문화재 환수 3.3%뿐…전체 22만9655점…미국 28%

미국 등 해외로 유출된 한국 문화재의 소재 파악은 늘고 있지만, 환수율은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으로 유출된 한국 문화재는 전체의 30% 가까이 차지했다.   10일 한국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윤상현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2023년 기준 해외 유출 한국 문화재’ 자료에 따르면 한국 문화재는 미국 등 27개국 784개처에 총 22만9655점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 문화재를 가장 많이 소장한 국가는 일본이다. 도쿄국립박물관 등 393곳이 9만5622점(41.6%)을 소장하고 있다.   미국은 두 번째로 170곳이 6만5241점(28.4%)을 소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독일 27곳 1만4286점(6.2%), 중국 76곳 1만3010점(5.7%), 영국 31곳 1만2804점(5.6%) 순이다. 〈표 참조〉   반면 올해 1월 1일 기준 해외 유출 문화재 중 1만1034점이 12개국에서 환수됐다. 이는 전체 해외 유출 문화재 중 4.8%에 불과하다. 환수된 문화재는 일본 6638점, 미국 2190점, 스페인 892점, 독일 724점, 프랑스 303점 순이다. 이중 미국에 유출된 문화재의 환수율은 3.3%에 불과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에 따르면 최근 대표적인 환수 문화재는 ‘앙구일구(2020년 미국서 환수), 독서당계회도(2022년 일본서 환수), 대동여지도(2023년 일본서 환수)’로 해당 문화재는 보물 등으로 지정돼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문화유산회복재단은 미국으로 반출돼 수십 년 동안 찾지 못했던 조선문신 문집목판 12점을 환수해가며 LA한인타운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한편 해외유출 한국 문화재 소재파악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단은 지난 2012년 설립 후 해외 유출된 한국 문화재 소재파악 및 실태조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 재단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미국 등 해외 소장기관에 파견해 한국문화재로 분류된 모든 유물을 조사하고 있다.   재단에 따르면 2017년 해외 유출 한국 문화재는 16만8330점(미국 4만6404점), 2021년 20만4693점(미국 5만4171점), 2023년 22만 9655점(미국 6만5241점)으로 소재파악이 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해외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주권의 산물인 만큼, 외교적 접근과 협력 방안을 강구해 체계적으로 환수해야 한다”이라며 “외교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 문화재 환수 및 활용 방안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미국 문화재 한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환수 문화재 문화재 환수

2023-10-10

[아메리카 편지] 문화재 ‘테러’

2015년 중동 무장 테러단체가 고대 유물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문화재와 예술품을 존중하는 서양인의 감수성을 공격한 사건이었다.   이들이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아주 전략적이었다. 금전적 이익을 얻지 못할 예술품이나 기념물만 골라서 파손했다. 그리고 오히려 대규모 문화재 불법거래를 주관해 테러기금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에게 도굴 작업을 시켜 수집한 유물을 인터넷 혹은 암시장을 통해 체계적으로 판매한 것이다. 시리아 지역의 위성사진을 통해 구덩이투성이로 변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말문이 막힌다.(사진)   지금도 이베이에서 시리아에서 출토된 로마시대 동전을 검색하면 ‘사막의 녹청이 깃든’ 갓 발굴된 물품이 허다하다. 마우스 몇 번 찍으면 누구나 간단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그 돈은 테러단체에 직접 기부하는 셈이 된다.   고고학 유물 불법거래는 테러단체들의 모금 여부를 떠나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불법 발굴작업이 고고학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영원히 파괴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 발굴작업을 하면서 중요한 발견을 했거나 유물이 많은 층에 다다랐을 때는 꼭 작업 현장에 텐트를 치고 보초를 서야 했다. 안 그러면 다음 날 새벽에 여기저기 구멍이 파진 장면을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고고학은 단지 박물관에 보관할 귀중품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층층이 기록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조사하면서 역사적인 퍼즐을 푸는 작업이다. 역사적 유물을 수집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한, 고고학은 비상식적인 환경 속에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생존이 급급한 로컬 주민에게 문화재 보호를 강요하는 것도 아이러니지만, ‘발굴은 파괴’라는 사계(史界)의 논리도 항상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문화재 테러 대규모 문화재 문화재 보호 불법 발굴작업

2023-09-20

[아메리카 편지] 문화재와 범죄

학생 시절 뉴욕 메트로폴리탄 전 박물관장인 디에트릭트 폰 보트머 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을 때였다.   관장이 점심 먹으러 간 사이에 양복을 점잖게 빼입은 두 명의 남자가 느닷없이 들어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요즘 보스에게 이상한 행동이나 분위기가 있었는가”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전화가 왔는가” “근래 ‘체르베테리’라는 지명에 관심을 가진 바가 있는가” 등등. 나는 얼떨결에 고문당하는 느낌이었다. “어… 글쎄요…”라며 어깨를 으쓱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보스 모르게 그런 단서 좀 찾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사라졌다.   이 이상한 일을 나는 기억에서 흘려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2년 후인 2006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30여 년 동안 갖고 있던 그 유명한 ‘유프로니오스 크라테르’라는 그리스 도기를 출토 국가인 이탈리아로 반환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1972년에 100만 달러라는, 그 당시로는 선례가 없는 거금으로 구입한 이 도기는 최근에 FBI가 동원된 수사 끝에 체르베테리라는 고고학 유적지에서 불법으로 발굴돼 스위스 암시장을 통해 유출됐다고 밝혀졌다. 나는 번갯불처럼 FBI 요원임이 분명한 그 두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닥터 폰 보트머가 당시 그리스·로마담당관이었을 때 그 도기를 구입했고, 그들은 보트머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에 관한 1970년 유네스코 협약 이후에 출토된 유물은 출토 국가 외부에서 구입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매년 총 1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문화재가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 IS 테러 단체가 판매 수익을 위해 행하는 유물 밀거래만을 탓할 게 아니다. 개인 수집가는 물론 일류 박물관에서 구입하는 예술품도 1970년 이전의 거래 내력으로 조작되어 기록이 첨부되어 오기 때문이다. 김승중·고고학자 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문화재 범죄 양의 문화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그리스 도기

2023-09-15

[아메리카 편지] 엘긴 마블스

최근 영국박물관(브리티시 뮤지엄)에서 소장품 2000여 점이 오랜 기간에 걸쳐 도난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더욱 놀라운 건 주요 용의자가 박물관에서 30년간 일한 수석 큐레이터라는 점이다. 용의자는 지난 20년에 걸쳐 기록이 부실한 소장품을 빼돌려 인터넷 등 여러 통로로 꾸준히 팔았다고 한다. 세계 최정상급 박물관 명성답지 않게 유물관리 및 보안시스템이 부실한 사실도 쇼킹하지만, 그동안 도난 의심 경고 등을 무시하고 비슷한 사건을 묻어두는 형식의 경영 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박물관의 신뢰도가 떨어졌다. 그 결과 지난 40여 년간 그리스와 영국의 갈등을 일으킨 이른바 ‘엘긴 마블스(Elgin Marbles)’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엘긴 마블스는 현재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파르테논 신전 장식 조각물을 일컫는다. 19세기 초에 오토만 제국의 영국 대사로 있던 토마스 브루스(엘긴 경)가 뜯어간 조각물의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그리스 정부가 이번 영국박물관 도난 스캔들을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측은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고학적 유물이 한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고 인류 공동의 문화적 구성물이라는 ‘문화국제주의’를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과거, 즉 제국주의적 문화재 침탈 행위를 옹호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엘긴 마블스를 돌려준다는 것은 너무나도 중대한 선례가 되는 일이기에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엘긴 마블스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세계의 유수한 박물관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1970년 문화재 불법 거래 방지에 관한 유네스코 협약 이후로 불법적으로 획득된 소장들이 하나둘씩 본래 출토 국가로 반환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이는 극도로 상징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현재 계속되는 불법 유물 거래의 총액은 전 세계적으로 무기 거래 못지않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마블스 마블스 하나 제국주의적 문화재 문화재 불법

2023-09-08

"환수 문화재 관람하세요"…8일까지 리수갤러리 전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환수 문화재 관람하세요.”   미국으로 반출돼 수십 년 동안 행방을 찾지 못했던 문화재 12점이 한국으로 돌아간다. 해당 문화재는 환수를 앞두고 4일 동안 LA에서 전시된다.   5일 LA한인타운 리수갤러리(4012 W. Olympic Blvd)에서 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8일까지 ‘환수 문화유산 공개전시회-돌아온 조선문신의 문집목판’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본지 8월 22일자 A-3면〉   문화유산회복재단은 한국 국회 등록 비영리재단으로 일본, 미국 등 과거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 조사 및 환수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재단 측이 이번에 환수하는 문화유산은 조선 시대 문인 문집 목판 12점이다. 해당 문화유산은 조선시대 대표 유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송자대전’ 목판 4본, 조선 후기 대표 성리학자인 한주 이진상의 ‘한주문집’ 목판 4본·이학종요 목판 1본·사례집요 목판 1본, 조선후기 학자 문해구의 시문집인 ‘묵산문집’ 목판 1본, 조선 후기 학자 이제겸의 시가와 산문을 엮은 시문집 ‘두릉집’ 목판 1본이다.     재단 측은 “이진상의 유학을 계승한 한주학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산실 역할을 했고, 우암 송시열의 대의는 의병운동의 선봉에 선 인물들이 추앙했다”며 “문화유산이 환수되기에 앞서 남가주 한인들은 송자대전과 한주문집 등 목판 원본을 직접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집 목판은 책자를 출간하기 위해 제작한 나무 책판이다. 금속활자 제작 이전부터 전해온 인쇄기술로 조선 시대 문중이나 학파에서 제한된 문집을 편집할 때 사용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문화재 환수 환수 문화재 환수 문화유산 문화재 조사

2023-09-05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강임산 미국사무소장

      지난 3월 21일 부로 부임한 강임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장이 본보를 방문해 공사관의 역할과 문화재 보존에 관해 설명했다.     강 소장은 한국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대중문화를 타고 헤리티지(전통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때라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소개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1년,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 받고 한국정부 차원에서 문화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그동안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환수에 지지부진했던 해외 우리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해외문화재 전담 조직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강 소장은 두 개 이상 국가가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유유산(Shared heritage)’에 관해 설명을 이어 갔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한.미 간 대표적 공유유산인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과 서울 정동에 소재한 주한미국공사관은 140년간 이어져 온 한.미 교류 역사의 교집합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889년 한국 역사상 최초로 서양 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인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일제강점기에 헐값에 매각됐으나 2012년 문화재청이 구입해 현재는 한.미 수교의 역사를 알리는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강 소장은 “19세기 말, 워싱턴 DC에는 32개 재외공관이 있었지만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개방하는 곳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유일하다”며 “이는 미국인들에게도 세계와 미국이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역사적 공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로만 그칠것 아니라 미국인들도 함께 공감하고 가치를 느껴야 관심이 지속돼 발전이 가능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도네이션 문화가 정착돼 보존,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소장은 다민족, 다인종 이민자 사회인 미국서 100년이 넘는 동안 한인들이 이뤄낸 발자취는 매우 클 것이라며 지난 아태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미 언론에 소개된 안수산 커디(도산 안창호의 장녀) 여사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방송은 안 여사의 삶을 여실히 조명하며 다양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어떻게 미국에 와 함께 미국사회를 건설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는지를 소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이민 와 온갖 차별을 딛고 한인사회가 형성되고 성장하기까지 수 많은 사연과 사건, 인물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보존해 물성화한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 역사 유적”이라고 덧붙였다.     강 소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을 비롯해 LA 대한인국민회 총회관, 필라델피아의 서재필 기념관 등 세곳이 옛날 역사적 건축물을 한국 전시관으로 꾸민 유일한 공간이다. 여기에 독립운동을 지원하던 공간으로 쓰였던 ‘뉴욕한인교회’와 LA ‘흥사단’도 기념관 조성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미국의 한국역사 기념관은 다섯군데로 늘어난다.     강 소장은 “일본과 중국 사례를 보면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많은 연구가 이뤄져 미 연방급으로 지정된 역사 건축물이 50-60개나 되는 반면 한국은 동포, 이민사, 역사 부문에 미흡해 아직까지 연방급 문화재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선행 연구조사한것을 토대로 밸류가 정해지고 필요성을 따져 법적 검토를 거쳐 의회에 올려 문화재로 지정되는 만큼 이를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강 소장은 “역사는 흔적이 없으면 기억에서 지워지고, 지워지면 잊혀지게 된다”며 “동포들의 주재국과의 단절은 세대간의 단절을 의미하며, 세대간 공감과 유대를 공고히 하는 역사 유산에 관심을 갖고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미국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강임산 주미대한제국공사관 해외문화재 전담 문화재 보존

2023-06-12

[기고] 3·1절에 돌아본 한·일교류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 (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기미 독립선언문 중)   올해는 3·1운동 104주년을 맞는 해이다. 1919년 3월 1일 손병희·한용운 등 민족대표 33인은 조선의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기미 독립선언서 (3·1 독립선언서)를 선포한다. 1918년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받은 3·1운동은 이후 전국적으로 번졌으며 대한독립의 의지를 세계에 선포한 최초의 시민주도 운동이자 비폭력 평화주의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앞서 매년 3월 1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이 하나 더 있다. 2·8 독립운동을 주도한 조선청년독립단이다. 당시 도쿄에서 유학하던 한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선청년독립단은 2·8 독립선언서를 작성해 일본 내 각국 대사관과 정치권·언론사에 발송하고, 유학생 대회를 열어 일제의 국권 침탈을 규탄했다.   3·1 독립선언문이 인간의 감성적 측면에 호소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2·8 독립선언서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비판, 투쟁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2·8 독립선언서는 일본의 눈을 피해 국내로 들어와 3·1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3·1운동 104주년을 기념하며 같은 해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일어난 2·8 독립운동 또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민족의 자랑스러운 독립투쟁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일본 내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일본의 일부 고등학교에서 약탈 문화재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과거사 교육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던 일본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이 반갑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현재 외국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재 총 16만342점이다. 그중 일본에 있는 게 6만7708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 중 우리가 특히 눈여겨봐야 할 유출 문화재는 도쿄 우에노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오구라 컬렉션일 것이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에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한반도에서 반출한 1000여점의 한국 유물을 말한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때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측에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개인 소장품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당시에는 개인 소장품이었으나 이후 국립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이제는 엄연한 국가의 소유이다.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 일본 내 약탈 문화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지금, 한·일 양국의 협력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하루빨리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길 바란다.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 일대의 의병 활동을 기록해 놓은 북관대첩비는 러·일전쟁 때 일본으로 유출되었다. 이후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되었는데 당시 일본 유학생이던 조소앙이 발견하고 대한흥학보를 통해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1978년 재일 한국인 최서면이 이를 읽고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되었던 북관대첩비를 찾아내어 한국 정부 측에 알리게 되면서 양국 간에 반환 논의가 처음으로 진행되으나 진전되지 못했다.   북관대첩비는 2000년대에 들어 한·일 불교계와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북한의 참여를 끌어내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남과 북이 서로 합의해 일본에 북관대첩비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일본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원래 자리인 북한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2006년 남북 공동 노력으로 되찾은 북관대첩비가 우리나라를 통해 북한으로 건너간 날도 3월 1일이라 더욱 뜻깊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과거를 직시하되 보다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한·일 관계는 크게 변화했다. 문화예술 교류가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대중예술계뿐만 아니라 순수예술 분야의 교류도 활발히 일어나는데, 2004년 우리나라 국립오페라단과 일본의 후지와라 오페라단이 공동기획한 오페라 ‘카르멘’ 공연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한·일 간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은 정치권의 이슈만은 아니다. 양국 간 민감한 정치적 사안과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서로 소통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면 모든 가능성은 닫혀버린다. 모처럼 감지되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보다 신중하고 지속적이길 희망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그리고 그 내일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기고 일본 일교류 기미 독립선언문 한국인 유학생 유출 문화재

2023-02-28

문화재급 포함 유물 324점, LA 한인 세종시에 기증

  겸재 정선의 ‘선면산수도’, 심전 안중식의 ‘화조영모도십폭병풍’, 운보 김기창의 판화 등 LA 거주 한인이 소장하던 유물 324점이 한국 세종시에 무상으로 기증됐다.   기증자는 한인 1세 사업가로 알려진 김대영(91.사진)씨로 세종시에 따르면 김씨는 회화 144점, 도자 113점, 공예·기타 67점 등 총 324점의 유물을 무상으로 기증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경복고 재학 중 미군 통역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1956년 미국 유학 중 LA에 정착해 무역업과 부동산업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미술품과 공예품 등을 수집하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한국에 돌아온 겸재 정선(1676~1759)의 ‘선면산수도’는 부채형 화면에 그린 산수화로 노년기 겸재의 원숙하면서도 정제된 작품으로 꼽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 3면 '문화재 기증'으로 계속       이 때문에 세종시는 ‘선면산수도’를 세종시 지정문화재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종시에 따르면 김씨가 소장한 유물의 존재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19년 실시한 해외소재 한국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처음 확인됐다. 재단 측은 코로나19팬데믹이 시작된 후 김씨와 연락이 잠시 중단됐으나 올해 5월 세종시와 재단 간 해외 문화재 발굴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중 유물 기증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애초 고향인 서울에 소장품을 기증하려 했으나 오랜 협의 과정을 거쳐 기증자 가족들은 향토유물박물관과 행정수도인 세종의 역사·문화발전을 위해 세종시에 수집품 일체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세종시는 공개했다. 세종시는 김씨의 소장유물이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회화, 도자기도 상당수 포함돼 ‘행정수도’라는 정체성에 부합하는 점을 들어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립민속박물관과 2025년 개관 예정인 향토유물박물관의 존재도 기증자 가족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세종시는 밝혔다.     세종시는 기증이 결정된 후 지난 6월 LA에 직원을 급파해 유물 포장 및 운송작업을 했으며, 지난달 세종시립민속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했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기증된 유물 중에는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많아 등록과 보존 처리를 한 뒤 상시 공개하고 특별전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세종시립민속박물관 특별전시 및 향후 건립될 향토유물박물관 상설·기획 전시, 열린 수장고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해외에 있던 유물이 수도권이나 국립대형박물관이 아닌 우리 시에 자리 잡은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la한인 문화재 la한인 세종시 문화재 기증 세종시립민속박물관 수장고

2022-08-18

[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의 씨앗, 언어

우리에게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에서도 끝까지 남아있을 문화의 씨앗은 언어입니다. 문화를 후손에게 이어온 수단 역시 언어였습니다. 언어는 인간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인간이 곧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어가 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팔, 다리 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말 중에는 새로 생긴 말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을 형성해 온 것입니다. 인간과 함께, 인간 속에서 소통되어 온 도구입니다. 인간과 불가분의 도구인 셈입니다.      그래서 언어는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고,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고, 인간 지혜의 정수(精髓)이기도 합니다. 언어를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세포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DNA를 통해 인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의 모습입니다. 인간 문화의 모습을 확인하는 방법은 언어를 살피는 일입니다. 말이 ‘피’이고, 말이 ‘세포’인 셈입니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는 말 속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만의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람과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더 커진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말을 공부해야 합니다. 말이 문화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유형의 문화와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그래서 문화재도 유형과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저는 유형 문화재의 꽃은 기록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의 성경 그리스 로마의 신화, 사서삼경, 수메르 문명의 기록들,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해례 등 기록 유산은 당시 사람들의 문화를 알게 합니다. 기록이 인간의 지혜이고 역사이고 삶의 흔적입니다.      무형 문화재의 꽃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가는 언어나 방언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방언이 사라지는 속도는 상상 이상입니다.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어는 현대 이후에 사용자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의 원주민어나 오세아니아의 원주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인류학자들이 조사하였던 언어들도 문명의 침탈과 함께 사라져 갔고, 사라져 갑니다. 큰 손실입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는 관점에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연구가 깊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우리의 몸을 통해서 전해져 온다면 문화의 유전자는 언어를 통해서 전해 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연구하듯이 인간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어에는 어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가 담겨있을까요? 인간의 유전자가 그러하듯이 한국인만의 유전자는 아닐 겁니다. 문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끊임없이 바뀌어 왔습니다. 자라온 것입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속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살피면서 한국인의 삶에 대한 태도, 가치관, 감정 등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인과 한국어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지도를 그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 재외동포가 있습니다. 동포는 핏줄로도 한국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는 그야말로 문화 유전자로 작용합니다. 한국어를 알고, 한국어 속에 담긴 조상의 생각을 아는 것은 자신의 핏속을 흐르고 있는 문화를 아는 지름길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본인의 문화 유전자를 찾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씨앗 문화 유전자 유형 문화재 무형 문화재

2022-08-14

[마음 읽기] 오늘은 내가 문화유산 지킴이

어려서부터 눈이 많이 안 좋았던 나는 항상 밝은 곳을 찾았다. 심지어 하늘 가득 별이 총총한 시골의 밤조차도 싫었다. 밤이 되면 꼼짝없이 어둠에 갇힌 듯 나는 늘 무서웠다. 그런데 절에 들어와 보니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골집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처음 스님 따라 들어가 살던 토굴도, 몸이 아파 머물렀던 산속 절도 밤이 되면 칠흑같이 어두워서 곧잘 침착함을 잃었다. 해진 뒤에 해우소(화장실)라도 한번 갈라치면, 깜깜한 도량(절 경내)에서 만나는 것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아니면 귀신인지 확인하려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때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 밝은 곳으로 나가 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입산한 지 30년이 넘도록 내 맘에 들게 밝은 도량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큰 도량이라고 해서, 문화재가 있는 고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문화재일수록 융통성이 없어서 더 많은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아름다움 이면에 겪어야 하는 출가자의 불편은 어느새 수행이란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었다. 물론 그것이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내해야 할 불편함이라는 것도 잘 안다. 다만 전통의 기반 위에 오랜 세월동안 그것을 지켜내 오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교토에 살 때, 고류지(광륭사)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일본 국보1호)을 보러 가곤 했다. 반가사유상은 교토에 사는 사람이라면 절대 한 번만 보고 말 수 없는 아름다운 문화재다. 어떻게 이런 미소를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결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가져갔다는 설도 있고, 우리나라 나무(적송)를 구해 일본에서 조성했다는 설도 있어 여러모로 내겐 친근한 보살상이었다.   반가사유상을 처음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찬바람이 불어 절은 썰렁했고, 법당은 어두컴컴했다. 마침 날씨까지 흐리고 삭막해서 이런 날 보기엔 너무 어두운 조명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도가 낮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래도 보살상의 미소를 더 명확히 볼 수 있도록 얼굴 조명을 따로 설치해 놓았다.   드디어 마주한 미륵반가사유상, 그야말로 넋을 홀랑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운 순백의 부처님 미소를 담고 있었다. 그 심오하고도 신비로운 미소에 반해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 앞에 서있었는지 모른다. 눈물이 났다.   20여 년 전 처음 갔을 때만 해도 그렇게 미소만큼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몇 해 뒤엔 그마저도 없애고 보살상 전체를 비추는 은은한 조명만이 남아있었다. 당시 그 절 비구니 스님과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도 있었는데, 어쨌든 나무가 상할까봐 얼굴 조명을 없앴다고 들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 미소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몹시 아쉬웠으나,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은 오히려 장하고 귀히 여겨졌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절에는 반가사유상 못지않은 아름다운 불상과 탑이 많다. 절뿐만 아니라, 임야까지 포함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다. 팔만대장경을 모신 합천 해인사만 해도 해인사를 포함한 가야산 일원 1000만평이 모두 ‘명승 62호’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다. 임야까지 문화재일 줄은 아마 대다수 국민들이 몰랐을 것이다.   양산 내원사 살 때, 천성산이 참 좋았다. 이른 아침 포행(산책) 다니면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곤 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그저 산이 좋아서, 비닐 하나도 산자락에 끼어있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한 스님이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도 이리 고운데, 다음 생에 얼마나 더 예쁘게 태어나려고 그리 쓰레기를 줍나? 안 되겠다. 나도 주워야겠네.” 아침마다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스님들은 절에서 수행만 하지 않는다. 도량 정비에, 산 지킴이까지 할 일이 참 많다. 물론 절도 스님도 나름 나름이겠지만, 대체로 변화무쌍한 자연에 휘둘리지 않고 문화재를 지켜내려 소임을 다한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와 불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한국은 이제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 사는 나라가 되었고, 서울은 어느덧 미래 도시로 인식된다. K팝, K드라마 등이 세계문화에 영향을 끼친단다. 그 근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에 있다. 특히 1700여년을 이어온 한국의 불교문화에 깊은 영향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음과 사물이 따로 존재할 수 없듯, 한국불교는 이미 종교를 넘어 우리의 전통문화요 역사이며,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이란 사실을 부디 기억했으면 좋겠다. 원영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문화유산 지킴이 문화유산 지킴이 우리 문화재 얼굴 조명

2021-11-14

체스터 장 LACMA에 한국 미술품 1000점 기증

  한국 현대 미술사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은 물론 조선 시대 그려진 한국의 고미술품을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영구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LA 한인 커뮤니티의 올드타이머 체스터 장(82) 박사는 평생 수집한 한국 미술품 1000여점을 LACMA에 기증한다고 12일 밝혔다. 장 박사가 LACMA에 기증하는 한국 미술품 규모는 미국 내 미술관으로는 최대 규모다.   장 박사는 지난 3월 초 LACMA에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을 모두 기증하기로 서약했으며 LACMA와 최근 마무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장 박사는 “그동안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것보다 사회환원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예술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뜻을 세우고 아내(완다 장)와 아들 부부(카메룬ㆍ니콜 장)와 함께 기증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LACMA에 기증하는 1000여 점 중 720점은 장 박사가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이며, 350여 점은 아들 부부가 소장한 미술품이다.     장 박사에 따르면 LACMA는 1차로 지난 6개월 동안 정리한 작품 100여 점에 대한 감정을 맡긴 상태이며, 나머지 기증품도 단계적으로 정리, 감정 단계를 거쳐 미술관으로 이동하게 된다.    1차 기증 목록을 보면 한국 조선 시대 중기와 후기에 이름을 날린 김득신·유은홍·김명국의 작품과 이중섭·박수근 등 한국 근대미술 작품 외에 도자기, 고지도, 자개 등 공예품까지 방대하다. 또 신라, 고려 시대 작품부터 중국과 일본, 티베트, 베트남 미술품과 공예품도 포함돼 있다.    장 박사에 따르면 LACMA의 중국과 한국 미술부 수석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이 직접 직원들과 함께 매주 한 차례씩 장 박사의 자택을 방문해 기증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LACMA는 기증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장 박사 소장품 전시회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주류 미술계뿐만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에도 한국 예술 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사회에서 한국 문화재 기증자로 잘 알려진 장 박사는 한인으로는 처음 연방항공청(FAA) 검사관직을 맡았으며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교(NDU) 재단과 LACMA 이사로 활동하면서 USC, 하와이대 한국학센터 등에 꾸준히 한국 미술품을 기증해왔다.     "내가 수집한 작품 모든 사람과 보고 싶었다" LACMA에 한국 미술품 기증 체스터 장 박사    추산 가치 5000만불 북한 미술품도 있어    체스터 장 박사로부터 미국 미술관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 미술품을 기증받는 LA카운티미술관(LACMA)은 중국과 한국 미술부 수석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이 직접 나서 챙길 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박사는 처음에는 스미소니언 미술관을 기증 장소로 고민했으나 거주지와 가까운 LACMA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장 박사는 “기증했지만 평생 소장했기 때문에 무척 보고 싶을 것 같다. 그래서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가까운 미술관을 기증 장소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이어 “한국 미술품을 사랑한 어머니가 물려준 미술품들과 내가 수집한 작품들을 모든 사람과 함께 보고 싶었다”며 “전시회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관람하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장 박사가 LACMA에 기증하는 미술품들은 신라, 고려, 조선 시대는 물론 근현대 한국 작품들까지 망라한다. 장 박사는 기증품의 가치를 5000만 달러에 상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증 미술품 목록 중에는 한국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린 김득신·유은홍·김명국의 작품 외에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인 이중섭과 박수근을 비롯해 변관식·허백년 등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보기 힘든 북한 화가(김관호·이쾌대)들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어 미국에서 한국과 북한의 미술사를 공부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장 박사에 따르면 LACMA는 장 박사의 기증 작품을 상설 전시관에 전시하는 외에도 협력 교육기관인 남가주의 8개 대학에 전시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ACMA는 현재 장 박사가 기증 의사를 밝힌 지난 3월부터 6개월 동안 1차로 정리된 소장품 100여 점에 대해 감정 평가를 진행 중이다.   장 박사가 소장한 일부 미술품과 도자기들은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산하 아시안 문화역사프로그램을 통해 도록이 제작돼 있어 LACMA의 감정 평가 절차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박사는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 절차는 3단계로 꽤 복잡하다. 모든 절차가 완성되면 소장품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연화 기자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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