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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의 씨앗, 언어

우리에게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에서도 끝까지 남아있을 문화의 씨앗은 언어입니다. 문화를 후손에게 이어온 수단 역시 언어였습니다. 언어는 인간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인간이 곧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어가 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팔, 다리 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말 중에는 새로 생긴 말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을 형성해 온 것입니다. 인간과 함께, 인간 속에서 소통되어 온 도구입니다. 인간과 불가분의 도구인 셈입니다.  
 
 그래서 언어는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고,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고, 인간 지혜의 정수(精髓)이기도 합니다. 언어를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세포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DNA를 통해 인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의 모습입니다. 인간 문화의 모습을 확인하는 방법은 언어를 살피는 일입니다. 말이 ‘피’이고, 말이 ‘세포’인 셈입니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는 말 속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만의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람과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더 커진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말을 공부해야 합니다. 말이 문화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유형의 문화와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그래서 문화재도 유형과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저는 유형 문화재의 꽃은 기록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의 성경 그리스 로마의 신화, 사서삼경, 수메르 문명의 기록들,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해례 등 기록 유산은 당시 사람들의 문화를 알게 합니다. 기록이 인간의 지혜이고 역사이고 삶의 흔적입니다.  
 
 무형 문화재의 꽃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가는 언어나 방언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방언이 사라지는 속도는 상상 이상입니다.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어는 현대 이후에 사용자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의 원주민어나 오세아니아의 원주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인류학자들이 조사하였던 언어들도 문명의 침탈과 함께 사라져 갔고, 사라져 갑니다. 큰 손실입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는 관점에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연구가 깊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우리의 몸을 통해서 전해져 온다면 문화의 유전자는 언어를 통해서 전해 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연구하듯이 인간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어에는 어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가 담겨있을까요? 인간의 유전자가 그러하듯이 한국인만의 유전자는 아닐 겁니다. 문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끊임없이 바뀌어 왔습니다. 자라온 것입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속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살피면서 한국인의 삶에 대한 태도, 가치관, 감정 등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인과 한국어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지도를 그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 재외동포가 있습니다. 동포는 핏줄로도 한국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는 그야말로 문화 유전자로 작용합니다. 한국어를 알고, 한국어 속에 담긴 조상의 생각을 아는 것은 자신의 핏속을 흐르고 있는 문화를 아는 지름길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본인의 문화 유전자를 찾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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