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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드닝] 프리마베라, 봄의 시간

2월을 봄으로 보지는 않는다. 보통 3~5월을 말한다. 하지만 찰떡같이 잘 맞는 24절기의 봄은 입춘 2월 3일이다. 입춘엔 늘 꽃샘추위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꽃샘을 넘어 엄동설한의 추위가 찾아왔다. 정원 공부를 하면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입춘의 시기였다. 왜 아직 춥디추운 2월 초를 봄의 시작이라고 봤을까?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에서 일할 때, 2월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화분에 씨를 심고, 물을 본격적으로 주는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씨앗은 처음부터 땅에 뿌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 6~8주 정도 실내에서 싹을 틔워 키운 후 바깥에 옮겨 심는다. 밖에 나가는 시기가 4월 초순이니, 2월 초부터는 씨앗 작업을 해야 한다. 토마토·가지·배추 등 채소가 그렇고 감자도 마찬가지다. 감자 싹 틔우기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3월에서 4월 초 봄 감자를 심어야 하니, 입춘 즈음부터 따뜻한 곳으로 옮겨 싹을 틔운다.   과일나무에 중요한 것은 가지치기다. 열매를 잘 맺도록 매년 가지치기를 하는데 그 적기가 겨울 추위 지나고 아직 땅이 풀리기 전인 2월이어서 시기가 짧다 보니 이즈음 과수원은 전화를 받기 어려워질 정도로 분주하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보티챌리는 ‘프리마베라’를 그렸다. 프리마베라는 ‘처음’과 ‘봄’의 합성어다. 이 그림은 상징으로 가득하다. 맨 오른쪽에 입에 잔뜩 바람을 문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그의 아내 클로리스가 있다. 중앙엔 화려한 가운을 걸친 꽃의 여신 플로라와 함께 사랑의 신 비너스와 큐피드, 왼쪽에는 삶의 영광을 뜻하는 3명의 님프 그레이스와 태양의 신 머큐리가 등장한다. 그림 속 500송이의 꽃 가운데 다른 종이 190종이나 된다. ‘프리마베라’는 부드러운 서풍이 불어 꽃이 피니 우리 삶에 사랑과 영광이 가득해진다는 의미다. 아직 춥고 시려도 곧 꽃피는 봄이 온다. 조금만 더 견뎌보자. 오경아 /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행복한 가드닝 프리마베라 시간 입춘 즈음 씨앗 작업 겨울 추위

2025-02-05

[문예마당] 천국에도 아카시아 꽃이 있으면 좋겠다

이맘때면 유독 아카시아 향이 그립다. 고향 산하를 온통 불태우던 진달래의 열화가 웬만해질 무렵, 어느 곳에서인지 미풍에 실려오던 아카시아 꽃의 그윽한 향을 기억한다.   그건 감미롭다는 표현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 흐뭇한 기분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이럴 때 우리는 인간 언어의 한계를 안타까워한다. 그 섬세한 향기를 조금이라도 더 넉넉히 맛보고 싶어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가슴 깊숙이 숨을 들이쉬곤 했던 기억은 우리 모두에게 낯익은 전경이다.   아카시아 꽃은 소담스럽다. 군락으로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을 보노라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예쁜 꽃 한두 송이 피어있는 것이 눈길을 끌 때도 있지만 아카시아 꽃은 한가득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이 제격이다.     굳이 마법의 성이 아니라도 괜찮다. 우린 왕자도 되고 공주도 되고 그렇게 동화 속에 살았다. 그 싱그러운 꽃을 따서 한 움큼 입에 넣으면 혀끝에 살짝 얹힌 단맛과 신비로운 향이 입안 곳곳을 맴돌다가 코를 타고 뇌리에 닿는다.     우리는 고향 추억을 그렇게 새겼나 보다. 거기 순이도 있고 철수도 있고, 아지랑이 언덕 넘어 야트막한 초가집들이 정겹게 늘어서 있다. 저녁 어스름에 밥 짓는 연기가 굴뚝 위로 흐르고, 황소는 게슴츠레 눈을 끔벅이며 저녁 여물을 기다린다. 저녁상을 물리고 둘러앉은 가족들은 아카시아 향을 맡으며 별을 헤고 꿈을 헤고….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면 꿀벌들은 꼭두새벽부터 난리다. 아마 사람 이상으로 아카시아 꽃을 반기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꿀벌들이다. 꼬박 한 해 만에 모처럼 만났으니 오죽이나 반가우랴. 꼭두새벽부터 붕붕거리며 연신 채밀장을 드나들기에 바쁘다.     꽃송이 하나하나를 정겹게 찾고는 꿀을 가득 싣고 돌아온다. 벌통 입구에 들어서면서 꿀을 실은 무게를 못 이겨 뒤뚱거리며 문 앞에 뚝뚝 떨어진다. 그러면 보초를 서던 녀석들은 좋아라 궁둥이를 치켜들고 마중을 나간다. 저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인간은 이 축제를 감히 탐낼 수 없다며….     이 녀석들을 넋 놓고 바라보노라면 난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나도 날개를 달고 얘네들 따라 아카시아 꽃밭에 다녀왔으면.   식물학자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아카시아는 아마 외지에서 유입된 꽃들 중에 가장 우리네 정서에 어울리는 토속적인 꽃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그윽한 향이며 예쁜 연미색 색조,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송이는 우리네 선조들의 곱고 넉넉한 심성을 빼어 닮았다.     나는 특별히 우리나라 아카시아 꽃을 좋아한다. 너무 진하지도 옅지도 않은 그 은은한 향은 누구든 그리워하게 하는 마법이 있다.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가끔 몇 종류의 다른 색깔 아카시아 꽃들을 만난다. 그들도 특색이 있고 예쁘기는 하지만 우리네 땅에 있는 그런 향미(香味)와 색조에 비견할 수 있는 경우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한번은 몇 해 전에 40번 국도를 타고 오클라호마에서 서쪽으로 텍사스 주 경계를 넘다가 우연히 활짝 핀 한 무더기의 아카시아 군락을 보았다. 이국 땅에서 아카시아 꽃을 만났으니 너무도 반가워 탄성을 지르며 곧바로 다음 출구에서 차를 되돌려 갔다. 그런데 아니었다. 꽃이나 나뭇잎은 아카시아가 분명한데 향기는 다 어디다 숨겨뒀는지…. 아무리 코를 부비며 향기를 찾으려 해도, 글쎄, 꼭 마음 돌린 여인네 같았다. 얼마나 서운하고 허탈했는지 난 온종일 아쉬웠다.   연세가 많이 드신 아버지의 한 지인이 얼마 전에 아카시아 꽃을 좋아하느냐고 물으신다. 몇 해 전에 출간한 내 시집에서 아카시아 꽃을 소재로 한 시를 읽어보신 모양이다. 시 외곽에 있는 자신의 농지에 꿀벌 몇 통을 치고 있는데 그들에게 아카시아 꿀맛을 보게 하고 싶어서 한국에서 아카시아 씨앗을 가져왔단다.     그분도 정성이 참 어지간한 분이시다. 씨앗들이 벌써 잘 발아하고 이미 한두 자 정도씩 자랐는데, 아카시아 꽃 향기를 그리 좋아한다니 원하면 한두 그루를 주시겠단다.     이게 웬 복인지!... 지금 우리 뒤뜰에는 아카시아 두 그루가 아주 임금 대접을 받고 있다. 제발 미국 아카시아 닮지 말고 한국 풍미를 그대로 견지하려무나. 아마도 두세 해가 지난 후 좋은 꽃망울을 터트리면 나는 분명 이런 글을 다시 쓰고 있을 게다, 여기서 근사한 고향을 만들었노라고….   나는 가끔 천국은 어떤 곳일까 상상해 본다. 물론 성서에 천국의 단면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여러 신학자가 회복된 에덴의 아름다운 장면을 소개하면서,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한 곳이라 묘사한다. 죄의 흔적이 말끔히 지워진 곳이라니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우랴! 그런데 아마 거기에 한국 아카시아 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늘에서도 난 그 꽃의 풍미는 꼭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아카시아를 좋아하는 데는 또 다른 연유가 있다. 구약 성서에 의하면 신께서 인간과 가까이 만나기 위해 성막을 짓도록 하셨다. 이 성막의 중심 격인 지성소 내부에는 신이 손수 기록하신 십계의 두 돌 비를 담은 법궤가 있었다. 이 법궤는 싯딤나무(신명기 10:3)로 만든 후 전체를 금으로 입힌 작은 궤였으며, 그 상단은 '쉐키나'라 일컫는 신의 영광이 언제나 현현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법궤의 소재가 되었던 그 싯딤나무가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아카시아 나무란다.     가시가 많아서 누구든 접근하기도 여의치 않고, 나뭇결이 고르지도 못해서 가구용으로도 부적합하고, 곧게 자라지도 않아서 재목으로도 소용이 없고, 그리고 잎이 많아서 유난히 바람을 많이 타는, 꼭 나 마냥 볼품없고, 별반 쓸모도 없고, 모가 많은 싯딤나무를, 하필 소중한 법궤의 소재로 다듬어 쓰도록 하신 연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정금까지 입혀서.     글쎄,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 다가, 아무리 볼 품 없어 보일지라도, 온 우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더없이 소중한 소재들이 될 수 있다는 신의 계시인지….   어디선가 미풍에 실려 온 아카시아 향이 폐부로 스며들고, 살며시 감은 두 눈 사이로 평화가 내리고…. 그래, 천국에도 아카시아 향이 있을 거야. 거긴 우리 모두의 고향이니까. 유진왕 / 수필가문예마당 아카시아 천국 아카시아 씨앗 아카시아 군락 우리나라 아카시아

2025-01-30

[독자 마당] 글은 쓸 수 있을 때까지

자연의 4계절은 질서 있게 오가고 하는데 인생의 계절은 가면 다시 올 줄을 모른다. 무심코 거울을 보니 어제의 젊음은 예고도 없이 어디론가 가 버렸다. 부지런히 소식을 주고받던 카톡 친구들도 하나 둘 소식이 끊어진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2002년 어느 날 '아! 이 지독한 냄새'라는 제목의 글을 써 중앙일보 오피니언 담당자에게 보냈다. 당시 글을 많이 써 보지 않았기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내 글이 신문에 실려 너무나 놀랐다. 아니 온 가족이 다 놀랐다. 따져 보니 벌써 22년 전의 일이다.   그 일은 내가 부지런히 글을 쓰는 계기가 됐다. 용기를 얻어 그 후로 신문사에 계속 글을 보내고 한 월간지와 고등학교 동문회 회지 등에도 기고를 했다. 그리고 책도 두 권이나 출판했다.   땅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씨앗은 봄이 와도 싹을 기대할 수 없으니 그 씨앗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스스로 깊은 고독에 빠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일은 많은 열정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나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글 쓰는 것도 그만둘까 생각하니 어쩐지 허전해진다. 아니 허전함을 넘어 슬픈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쓰기를 중단하기보다는 새로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작은 씨앗 하나에 모든 것이 시작되니 그 씨앗이 땅속에서 움이 트고 싹이 나오니 하나님의 창조의 찬란한  결실을 기대해 본다. 씨앗 없는 땅에는 생명력이 있는 그 어떤 것도 창조되지 못한다. 그 씨앗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이제부터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함께하는 글을 쓰자.  내가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이영순·산타클라리타독자 마당 씨앗 하나 중앙일보 오피니언 고등학교 동문회

2024-10-29

트레이더조 핫템 '이것' 구매해 한국 입국하면 '마약 반입' 봉변

미국 여행 중 한국 여행객들의 인기 구매 품목인 유명 트레이더조 제품이 한국 세관에서 마약류로 분류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CNN에 따르면 최근 인천국제공항은 트레이더조의 '에브리싱 벗 더 베이글' 시즈닝의 국내 반입 금지를 이용객들에 강조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소금, 마늘, 참깨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중 양귀비 씨앗이 마약류로 분류돼 한국으로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기 때문이다. 공항 측 관계자는 "마약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씨앗 제품은 항상 반입 금지 품목으로 규정돼 왔다"고 매체에 말했다. 최근 해당 제품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를 보고 여행 선물로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 문제가 불거졌다.  네이버의 한 블로거는 온라인에서 여행 중 구매 추천 글을 보고 해당 제품 약 20병을 구매하고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수화물에 자물쇠가 걸린 것을 알게 됐으며, 공항 관계자들과 만나 구매 및 반입 경위를 설명해야 했다. 세관 측은 제품 몰수 후 승객을 훈방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귀비 씨앗은 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도 반입 금지 품목으로 규제된다. 양귀비는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과 길거리 마약 헤로인 등과 비슷한 계열의 성분인 아편이 추출되는 식물이다. 다만 씨앗에는 마약 효과가 나타날 정도의 오피오이드 성분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미국에선 식용으로 허가되고 있다. 반응이 민감한 마약 테스트기에는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에브리싱 벗 더 베이글 제품은 지난 2023년 고객들이 뽑은 가장 좋아하는 트레이더조 제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훈식 기자 [email protected]미국 트레이더조 트레이더조 제품 한국 여행객들 씨앗 제품 한인 캘리포니아 LA 로스엔젤레스

2024-07-16

떨어진 씨앗 먹은 반려견 심한 중독 증상

덴버시내 공원에서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반려견이 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을 먹은 후 중독 증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겨우 생명을 건지는 사례가 발생해 견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덴버 폭스 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6살짜리 골든 리트리버인 머피를 키우는 메간 핸슨은 최근 머피를 잃을 뻔한 경험을 전했다. 핸슨에 따르면, 덴버시내 워싱턴 파크에서 산책을 하던 중 머피가 나무에서 떨어진 갈색 씨앗을 먹은 후 집에 와서 갑자기 구토를 계속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증상이 심해지자 헨슨은 황급히 위트 리지 동물 병원 응급실로 머피를 데려갔다. 머피는 이 병원에서 거의 일주일을 보내며 치료를 받은 끝에 현재 회복중이다. 핸슨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였다. 머피는 산책을 할 때는 항상 땅의 냄새를 맡고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씹는 경우가 많아 그냥 무심코 넘겼는데 정말 아찔한 경험을 했다. 나의 소중한 머피를 잃을 뻔했다는 생각에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머피를 치료한 수의사 스테이시 미올라는 “머피의 위장속에서 씨앗과 꼬투리(pod)를 발견하고 그것이 켄터키 커피나무에서 나온 것임을 신속하게 식별했다. 야외에는 나무의 씨앗과 꼬투리, 버섯과 다른 식물도 많다. 이들 중에는 독성이 있는 것도 적지 않기 때문에 산책중에는 반려견이 뭔가를 먹지 않는지 꼭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독성 물질에 노출된 반려동물의 주요 징후는 지속적인 구토다. 1번 정도 구토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계속된다면 전혀 다른 얘기다. 구토를 계속하는 반려견들은 무기력해지기 시작하고 설사, 현기증, 피로, 발작, 식욕 저하 등 다른 징후도 보이므로 이럴 때는 병원에 데려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콜로라도 스테이트대 수의과대학의 독성 식물 가이드에 따르면, 켄터키 커피나무의 잎과 씨앗에는 독소가 존재한다. 특히 켄터키 커피나무는 덴버 메트로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식물이어서 반려견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폭스 뉴스는 덴버시 공원 & 레크리에이션국에 문의한 결과, 덴버 메트로 지역에 현재 총 3,100그루 이상의 켄터키 커피나무가 심어져있으며 그 중 일부는 80~100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미국 동물 학대 방지 협회(American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ASPCA)와 콜로라도 스테이트대 수의과대학의 독성 식물 가이드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는 식물들은 ▲Black nightshade ▲Black locust ▲Black walnut(only to dogs) ▲Buckeye ▲Buckwheat ▲Buttercup ▲Calla Lily ▲Choke cherry ▲Clematis ▲Curly dock ▲Death camas ▲Hemp dogbane ▲Foxglove ▲Poison hemlock ▲Larkspur ▲Laurel ▲Milkweed ▲Onions ▲Purslane ▲Rhododendron ▲St. John’s Wort ▲Water hemlock 등이다. ASPCA는 이들 식물 중 일부는 인간에게도 독성이 있으며, 이 식물을 섭취한 동물이 겪는 증상은 다양한데 일부는 섭취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보카도, 포도, 초콜릿 등 개와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는 일반적인 식품들도 많다고 부연했다. 자세한 내용은 ASPCA 웹사이트(https://www.aspca.org/pet-care/animal-poison-control)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혜 기자씨앗 중독 중독 증상 씨앗과 꼬투리 켄터키 커피나무

2024-05-06

[행복한 가드닝] 씨앗의 선택

가을은 식물이 씨앗을 떨어뜨리는 계절이다. 자식을 대지에 내보내는 파종의 시간이다. 원예 분야에선 그간 봄에 씨앗을 뿌리라고 권했는데, 최근엔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처럼 가을이 더 좋다는 설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이 이론대로 가을에 씨앗을 뿌렸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겨울을 나고 봄에 싹을 틔워야 하는데 날이 따뜻하자 바로 돋아난 것이었다. 연초록으로 수북하게 올라온 싹이 곧 몰아닥친 겨울 추위를 맞았다. 얼마나 미안하고 안타깝던지. 하지만 다음 해 봄, 반전이 일어났다. 가을의 따뜻함을 참았다가 긴 겨울을 보낸 나머지가 싹을 틔워내면서 화단은 그 어느 때보다 예쁘게 변했다.   식물도 일종의 집단생활을 한다. 같은 씨를 뿌려도 동시에 다 싹을 틔우지 않는데 이건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우리보다 더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아온 삶의 지혜기도 하다. 과학적으로는 ‘위험분산(Hedge your bets)’이라고 하는데 경제에서도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 씨앗은 스스로 선택한다. 선봉에 서는 씨앗은 재빨리 싹을 틔우지만 후발대는 차분히 기다려 다른 상황이 오기를 기다린다. 선봉이 유리할지, 기다림이 유리할지는 사실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걸 생존의 ‘무작위’라고도 한다.   식물의 위기 전략은 농부들에겐 치명적이다. 한번 씨를 뿌리고, 한꺼번에 수확해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곡물의 경우 아예 유전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해안가에 몰려오는 파도처럼 우리 삶은 정말이지 일없는 날이 없다. 그리고 우린 이 일들 속에 매번 어떤 선택을 한다. 그 결과가 초래한 값에 좌절도 하고 행복도 느낀다. 하지만 선봉에 서서 싹을 틔웠던 씨가 잘못이 없듯 우리의 선택도 무작위로 벌어진 일일 뿐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생존하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경아 /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행복한 가드닝 씨앗 선택 겨울 추위 위기 전략 시간 지구

2023-11-19

[삶의 뜨락에서] 곽애리 / 시인

흐르는 시! 몸으로 쓰는 시(詩) 몸시(詩)라고 해야 할까? 모션포에트리요가스튜디오(Motion Poetry Yoga Studio)라고 이름을 만들어 작은 클래스의 수업을 진행한 지 일 년이 넘었다. 평소 SNS 같은 사회적 통로의 교감을 안 하는 나이기에 친구와 친구의 소개로 모인 소규모의 모임이라 더욱 애틋하다.   통통 튀는 발랄함, 이슬처럼 신선한, 사슴의 눈처럼 선한,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기쁨은 정말 크다. 누군가의 애정 어린 질책처럼 일주일에 한 번을 뭐 하려 하느냐고 해서 웃기도 했지만 일 년 가운데 52회의 만남이 주는 우리의 교감은 끈적끈적하고 몸으로 정신으로 세우는 우리의 몸시는 튼실한 삶의 근육이 되어 생의 활기를 불러온다.     수업이 시작되면 매번 나는 한 편의 시를 선정하여 읽어주는데 2023년 새해 첫 수업에 어떤 시를 읽어줄까? 고심하다 요가 수업의 첫 명상 자세, 연꽃잎이 떠올랐고 꽃이 피려면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당도하자 아하! 쾌재를 불렀다. 환한 얼굴로 다시 만난 우리는 분주했던 일상, 산란한 마음을 호흡으로 정돈하고 줄기처럼 척추를 곧게 펴고 마룻바닥에 앉아 명상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3’을 낭송해 주는 나의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촉촉하게 내리는 단비가 되기를 소망했다. 진흙에 뿌리를 내리어 피는 꽃, 어둠과 고통을 뚫고 태양에 고개를 내밀어 정수리에 꽃을 피워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는 연꽃, 요가 수행자에게는 연꽃은 씨앗에 담긴 인내와 존재의 가능성, 실현의 상징을 의미한다.     나는 요가의 아름다운 철학은 삶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임을 상기시키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 단단하고 유연한 연꽃 씨앗 한 알 심어 꽃 피우기를 소망하였다. 그러고 보니 “인생이란, 풀밭 길을 걸어가다 길가에 아름답게 핀 꽃을 쥐어보는 길”이라고 시적인 표현을 해 주신 삼석(三石) 지창보 작가님의 한 줄의 글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씨앗의 세월없이 피워낸 꽃이 어디 있으랴. 천둥과 비바람, 벼락이 통과하는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내지 않고 피워낸 꽃이 어디 있으랴. 새해를 맞이하며 정갈하게 심는 마음에 씨앗은 얼마나 신선한 자극인가. 아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 마음의 꽃 씨앗을 심기는 하지만 물을 주는 것을 게을리하는 건 아닌지?     우리들의 요가 수업은 잠시 가다듬은 호흡으로 내면을 충전하여 시들어가는 몸과 마음에 물을 주는 생명의 몸짓이다. 그날 수업의 정점은 나무 자세. 옥 같은 꽃에 난초의 향기가 피어오른다는 옥란(玉蘭), 나무에 피는 연꽃, 목련을 떠올리며 땅에 깊게 뿌리내리는 나무처럼 한발로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선다. 위로 곧게 뻗어 올라가는 손끝에 유연함과 강인한 새 씨앗을 가슴에 심는 학생들의 두 다리는 튼실하고 눈빛은 강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물처럼 흐르는 음악 소리에 수업은 끝나고 환한 웃음으로 일주일 후 만남을 기대하며 학생들은 각자의 길로 총총걸음 헤어졌다.     그날 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꽃 피워 봐/ 참 좋아.” 각자 심은 씨앗에 물을 주기를 당부하며 감사 기도하는 잎 속에 수런거리며 피어오르는 저마다 눈부신 연꽃을 나는 보았다. 곽애리 / 시인삶의 뜨락에서 시인 연꽃 씨앗 요가 수업 나태주 시인

2023-01-25

[삶의 뜨락에서] 새 마음 새 씨앗

흐르는 시! 몸으로 쓰는 시(詩) 몸시(詩)라고 해야 할까? 모션포에트리요가스튜디오(Motion Poetry Yoga Studio)라고 이름을 만들어 작은 클래스의 수업을 진행한 지 일 년이 넘었다. 평소 SNS 같은 사회적 통로의 교감을 안 하는 나이기에 친구와 친구의 소개로 모인 소규모의 모임이라 더욱 애틋하다.   통통 튀는 발랄함, 이슬처럼 신선한, 사슴의 눈처럼 선한,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기쁨은 정말 크다. 누군가의 애정 어린 질책처럼 일주일에 한 번을 뭐 하려 하느냐고 해서 웃기도 했지만 일 년 가운데 52회의 만남이 주는 우리의 교감은 끈적끈적하고 몸으로 정신으로 세우는 우리의 몸시는 튼실한 삶의 근육이 되어 생의 활기를 불러온다.     수업이 시작되면 매번 나는 한 편의 시를 선정하여 읽어주는데 2023년 새해 첫 수업에 어떤 시를 읽어줄까? 고심하다 요가 수업의 첫 명상 자세, 연꽃잎이 떠올랐고 꽃이 피려면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당도하자 아하! 쾌재를 불렀다. 환한 얼굴로 다시 만난 우리는 분주했던 일상, 산란한 마음을 호흡으로 정돈하고 줄기처럼 척추를 곧게 펴고 마룻바닥에 앉아 명상으로 수업은 시작되었다.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3’을 낭송해 주는 나의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촉촉하게 내리는 단비가 되기를 소망했다. 진흙에 뿌리를 내리어 피는 꽃, 어둠과 고통을 뚫고 태양에 고개를 내밀어 정수리에 꽃을 피워 고귀한 자태를 드러내는 연꽃, 요가 수행자에게는 연꽃은 씨앗에 담긴 인내와 존재의 가능성, 실현의 상징을 의미한다.     나는 요가의 아름다운 철학은 삶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임을 상기시키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 단단하고 유연한 연꽃 씨앗 한 알 심어 꽃 피우기를 소망하였다. 그러고 보니 “인생이란, 풀밭 길을 걸어가다 길가에 아름답게 핀 꽃을 쥐어보는 길”이라고 시적인 표현을 해 주신 삼석(三石) 지창보 작가님의 한 줄의 글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씨앗의 세월없이 피워낸 꽃이 어디 있으랴. 천둥과 비바람, 벼락이 통과하는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 내지 않고 피워낸 꽃이 어디 있으랴. 새해를 맞이하며 정갈하게 심는 마음에 씨앗은 얼마나 신선한 자극인가. 아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 마음의 꽃 씨앗을 심기는 하지만 물을 주는 것을 게을리하는 건 아닌지?     우리들의 요가 수업은 잠시 가다듬은 호흡으로 내면을 충전하여 시들어가는 몸과 마음에 물을 주는 생명의 몸짓이다. 그날 수업의 정점은 나무 자세. 옥 같은 꽃에 난초의 향기가 피어오른다는 옥란(玉蘭), 나무에 피는 연꽃, 목련을 떠올리며 땅에 깊게 뿌리내리는 나무처럼 한발로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선다. 위로 곧게 뻗어 올라가는 손끝에 유연함과 강인한 새 씨앗을 가슴에 심는 학생들의 두 다리는 튼실하고 눈빛은 강렬하게 불타고 있었다. 물처럼 흐르는 음악 소리에 수업은 끝나고 환한 웃음으로 일주일 후 만남을 기대하며 학생들은 각자의 길로 총총걸음 헤어졌다.     그날 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떠올리며 “꽃 피워 봐/ 참 좋아.” 각자 심은 씨앗에 물을 주기를 당부하며 감사 기도하는 잎 속에 수런거리며 피어오르는 저마다 눈부신 연꽃을 나는 보았다. 곽애리 / 시인삶의 뜨락에서 마음 씨앗 연꽃 씨앗 요가 수업 연꽃 요가

2023-01-24

[아름다운 우리말] 문화의 씨앗, 언어

우리에게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에서도 끝까지 남아있을 문화의 씨앗은 언어입니다. 문화를 후손에게 이어온 수단 역시 언어였습니다. 언어는 인간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인간이 곧 언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언어가 없는 인간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팔, 다리 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말 중에는 새로 생긴 말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간을 형성해 온 것입니다. 인간과 함께, 인간 속에서 소통되어 온 도구입니다. 인간과 불가분의 도구인 셈입니다.      그래서 언어는 인간 그 자체이기도 하고,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고, 인간 지혜의 정수(精髓)이기도 합니다. 언어를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세포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DNA를 통해 인간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의 모습입니다. 인간 문화의 모습을 확인하는 방법은 언어를 살피는 일입니다. 말이 ‘피’이고, 말이 ‘세포’인 셈입니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는 말 속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한국인만의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람과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더 커진 것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말을 공부해야 합니다. 말이 문화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유형의 문화와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그래서 문화재도 유형과 무형의 문화로 나뉩니다. 저는 유형 문화재의 꽃은 기록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의 성경 그리스 로마의 신화, 사서삼경, 수메르 문명의 기록들,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해례 등 기록 유산은 당시 사람들의 문화를 알게 합니다. 기록이 인간의 지혜이고 역사이고 삶의 흔적입니다.      무형 문화재의 꽃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가는 언어나 방언은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언어가 사라졌습니다. 방언이 사라지는 속도는 상상 이상입니다.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어는 현대 이후에 사용자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미국의 원주민어나 오세아니아의 원주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 인류학자들이 조사하였던 언어들도 문명의 침탈과 함께 사라져 갔고, 사라져 갑니다. 큰 손실입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에 대해서도 인간의 문화 유전자라는 관점에서 세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연구가 깊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우리의 몸을 통해서 전해져 온다면 문화의 유전자는 언어를 통해서 전해 오는 것입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연구하듯이 인간의 언어를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어에는 어떤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가 담겨있을까요? 인간의 유전자가 그러하듯이 한국인만의 유전자는 아닐 겁니다. 문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끊임없이 바뀌어 왔습니다. 자라온 것입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속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살피면서 한국인의 삶에 대한 태도, 가치관, 감정 등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인과 한국어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 지도를 그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 재외동포가 있습니다. 동포는 핏줄로도 한국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는 그야말로 문화 유전자로 작용합니다. 한국어를 알고, 한국어 속에 담긴 조상의 생각을 아는 것은 자신의 핏속을 흐르고 있는 문화를 아는 지름길입니다. 한국어를 통해서 본인의 문화 유전자를 찾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문화 씨앗 문화 유전자 유형 문화재 무형 문화재

2022-08-14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씨앗이 꽃에게

씨앗이 꽃에게       그대 한낮 뙤약볕은 견딜만 했소 퍼붓는 소낙비는 어떻고 그래 찾아드는 벌, 나비 지긋한 눈길 행복 했던 거요   얼굴 쓰담는 바람도   그대 어찌 꽃잎 떨구셨소 함부로 핀 세월 아니기에 저문 날 잠들지 못한 거요 그대 가고   그 자리에 내가 있소 보내고도 오래 잊지 못했소 여전히 내 안에 남은 숨결 까맣게 타는 내가 멋 적어 찬 바람에 곤두박질 친   눈감지 않아도   이곳에 빛은 없소 어둠은 두렵지 않소 환한 봄을 꿈꾸며 내 안에 꼭 그대를 품고 동그랗고 더 단단한 나를 만들고 있소 오늘도 소란하지 않은   하루가 천년 같이 지나가오 긴 잠을 청해야겠소 이제 나는 죽고 그대가 살아나야 할 차례     몇해 전부터 꽃씨를 받는다. 시월의 날들은 대부분의 꽃들이 지고 꽃잎이 떨어진 그 자리에 씨앗을 맺는다. 신기하게도 하나의 꽃 자리에 수백개의 씨앗을 맺는 걸 보며 바람과 햇빛, 벌과 나비, 무엇보다 꽃 자신의 결심과 수고에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아마도 밤하늘 달빛도, 새벽 안개도, 서쪽 하늘 지는 노을도, 보석같이 반짝이던 아침이슬도, 잘 자라달라 쓰다듬던 나의 손길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신문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검고 작은 꽃씨는 검은 비 같다. 손가락으로 잘 잡히지도 않는 작은 씨앗 속의 세상은 너무도 넓고 파한 하늘 같아서, 그 안에 담겨진 꿈들이 소중해서 하나도 헛되이 다룰 수 없다. 매년 봄 모종을 사서 심기도 하지만, 씨앗을 작은 컨테이너에 심어 모종을 낸 후 옮겨 심기도 한다. 사실 씨앗을 받고, 보관하고, 모종내고, 옮겨 심는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지만 그렇게 얻은 꽃들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에 찡한 서글픔과 함께 기쁨이 몰려온다. 꼭 뱃속에 아기를 오래 품다가 해산한 어미의 마음 같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슷한 꽃 모양, 같은 색상의 꽃이지만 작고 늦은 봄 피기 시작하는 데이지는 들꽃에 가까우리만큼 번식이 대단하다. 뒤란의 한쪽 편을 몇해만에 다 차지하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 들녘에 앉아 있는 착각을 일으키기 충분하게 아름다웠다. 나는 작은 container에 마커로 나지막한 꽃모양을 그리고 그 옆에 white, late spring to fall이라고 적었다. 씨앗의 발아를 돕는 중요한 요소는 햇빛, 공기, 온도, 수분이라고 한다. 그러면 씨앗의 좋은 보관은 위의 네가지 요소를 제거해 주면 된다. 깊이 잠들게 하면 된다. 화사한 어느 봄 날 아름답게 피어날 그대들을 꿈꾸며….     우리도 때론 헤어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가슴을 누르는 답답함 속에서, 불현듯 찾아오는 삶의 추위를 맞기도 하며,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때 작은 씨앗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발아를 위해 잠든 씨앗처럼 봄이라는, 꽃이라는 희망 속에 살아야하지 않을까? 불평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죽어야 살겠고 살아낸 후 죽어야 하는 자연의 섭리를 겸허한 자세로 받아 들여야하지 않을까? 작은 한 톨의 씨앗에게 세상을 이기고 나를 이기는 비밀을 배우는 하루가 저문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씨앗 사실 씨앗 밤하늘 달빛도 결심과 수고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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