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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1절에 돌아본 한·일교류

약탈 문화재 교육 시작한 일본
문화재 반환 논의 활성화 기대
한·일관계 개선 노력 계속돼야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 (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기미 독립선언문 중)
 
올해는 3·1운동 104주년을 맞는 해이다. 1919년 3월 1일 손병희·한용운 등 민족대표 33인은 조선의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기미 독립선언서 (3·1 독립선언서)를 선포한다. 1918년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받은 3·1운동은 이후 전국적으로 번졌으며 대한독립의 의지를 세계에 선포한 최초의 시민주도 운동이자 비폭력 평화주의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앞서 매년 3월 1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이 하나 더 있다. 2·8 독립운동을 주도한 조선청년독립단이다. 당시 도쿄에서 유학하던 한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선청년독립단은 2·8 독립선언서를 작성해 일본 내 각국 대사관과 정치권·언론사에 발송하고, 유학생 대회를 열어 일제의 국권 침탈을 규탄했다.
 
3·1 독립선언문이 인간의 감성적 측면에 호소하는 성격이 강했다면 2·8 독립선언서에는 당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비판, 투쟁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2·8 독립선언서는 일본의 눈을 피해 국내로 들어와 3·1운동의 도화선이 된다. 3·1운동 104주년을 기념하며 같은 해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일어난 2·8 독립운동 또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민족의 자랑스러운 독립투쟁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일본 내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일본의 일부 고등학교에서 약탈 문화재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과거사 교육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던 일본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이 반갑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현재 외국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재 총 16만342점이다. 그중 일본에 있는 게 6만7708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 중 우리가 특히 눈여겨봐야 할 유출 문화재는 도쿄 우에노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오구라 컬렉션일 것이다.
 
오구라 컬렉션은 일제강점기에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한반도에서 반출한 1000여점의 한국 유물을 말한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때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측에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개인 소장품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당시에는 개인 소장품이었으나 이후 국립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이제는 엄연한 국가의 소유이다.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 일본 내 약탈 문화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지금, 한·일 양국의 협력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하루빨리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길 바란다.
 
임진왜란 당시 함경도 일대의 의병 활동을 기록해 놓은 북관대첩비는 러·일전쟁 때 일본으로 유출되었다. 이후 야스쿠니 신사에 보관되었는데 당시 일본 유학생이던 조소앙이 발견하고 대한흥학보를 통해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1978년 재일 한국인 최서면이 이를 읽고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되었던 북관대첩비를 찾아내어 한국 정부 측에 알리게 되면서 양국 간에 반환 논의가 처음으로 진행되으나 진전되지 못했다.
 
북관대첩비는 2000년대에 들어 한·일 불교계와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북한의 참여를 끌어내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남과 북이 서로 합의해 일본에 북관대첩비의 반환을 요구하였고, 일본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원래 자리인 북한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2006년 남북 공동 노력으로 되찾은 북관대첩비가 우리나라를 통해 북한으로 건너간 날도 3월 1일이라 더욱 뜻깊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과거를 직시하되 보다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한·일 관계는 크게 변화했다. 문화예술 교류가 그 대표적 예일 것이다. 한류 열풍을 이끌었던 대중예술계뿐만 아니라 순수예술 분야의 교류도 활발히 일어나는데, 2004년 우리나라 국립오페라단과 일본의 후지와라 오페라단이 공동기획한 오페라 ‘카르멘’ 공연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한·일 간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은 정치권의 이슈만은 아니다. 양국 간 민감한 정치적 사안과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서로 소통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리면 모든 가능성은 닫혀버린다. 모처럼 감지되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보다 신중하고 지속적이길 희망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그리고 그 내일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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