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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돈 지오반니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는 희대의 바람둥이 돈 지오반니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돈 지오반니는 유혹의 고수였다. 사실 여자를 유혹할 때, 못생긴 여자에게 예쁘다고 하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진짜 기술자는 그렇게 안 한다. 성격이 좋다거나 피부가 곱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 칭찬을 한다.   이렇게 뛰어난 언변을 무기로 돈 지오반니는 이탈리아에서 640명, 독일에서 231명, 프랑스에서 100명, 터키에서 91명 그리고 스페인에선 고향이라서 그런지 무려 1003명이나 되는 여자들을 유혹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렇게 많은 여자를 유혹하면서도 돈 지오반니는 그의 사랑이 진심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끝까지 돈 지오반니를 쫓아다니며 “나에게 돌아와 주면 잘못한 거 다 용서해 줄게요”라고 호소하는 여자가 부지기수였다.   돈 지오반니는 약혼자가 있는 하녀 체를리나를 꼬일 때도 유혹의 기술을 구사했다.   “나 같이 기품 있는 신사가 너의 그 고상한 얼굴을 그런 놈이 만지게 놔둘 것 같으냐?”   “너는 농사꾼 마누라가 되기에는 아까운 여자야.”   “너한테 어울리는 팔자는 따로 있어. 내가 팔자를 고쳐 주마.”   이런 감언이설로 체를리나를 꼬인 후 함께 이중창을 부르는데 그것이 그 유명한 ‘손을 잡고 함께 가요’이다.   처음에 체를리나는 약혼자인 마제토에게 미안해서 어쩌냐며 망설인다. 그러다가 혹시 귀족 부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만 홀랑 넘어가고 만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하면서 자책한다. 하지만 돈 지오반니의 음흉한 계획은 그에게 버림받은 돈나 엘비라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돈 지오반니로서는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을 것이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렸으니 말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지오반니 사실 여자 농사꾼 마누라 진짜 기술자

2024-07-08

[열린광장] 잔소리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각자 이념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 소통은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동등한 상황에서의 횡적 경로로 이뤄진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의사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훈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경계하거나 주의해야 할 사항을 사전에 지시하거나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다. 세담이라는 말은 잔소리란 뜻으로 듣기싫게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고 꾸중하며 쓸데 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 놓는다는 뜻이다. 훈시속에는 어딘가 사랑의 향기가 풍기는 듯 하며 잔소리는 상대방에 대한 무시 내지는 비난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생각된다. 부부 간에도 잔소리가 다툼의 원인이 되어 가정 파탄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매일 아침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모이는 조회 시간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단위에 올라 간단히 훈시의 말씀이 있었고 조회가 끝나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행진곡에 맞추어 교실로 들어가면 수업이 시작된다. 그때의 훈시 말씀은 우리의 삶에 큰 교훈을 주었으며 그속에는 사랑이 담겨져 있었기에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다.   어른들이 젊은이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다고 잔소리로 자기의 인생 경험을 전해주는 방식은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직장 상사의 지시 사항도 듣는 사람이 잔소리로 받아들인다면 작업의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 뻔하다.     상대방이 잔소리로 치부하는 순간 분쟁이 생기고 인간관계에 상처만 남길 뿐이다. 잔소리 속에는 다분히 상대방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습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부부 간의 잔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흰머리와 더불어 많아 진다고 하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지만 잔소리는 언제나 짜증만 날 뿐이다.   살아가면서 세상의 가시 밭길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문제다. 울타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공연히 울타리에 잔소리의 못자국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친구 모임에서도 자기말만 계속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옳고 너는 옳지 않아.” “내 방식이 효율적 이니까 너처럼 하면 안돼.” 그야말로 짜증나는 잔소리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지겹고 모두 날 비난하는 소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말도 효과 없는 잔소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잔소리가 나오는 순간 의도와 달리 듣는 사람에게 고통만 안겨 줄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모든 잔소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엄마의 잔소리, 아버지의 잔소리, 마누라의 잔소리는 사랑의 잔소리로 듣는다면  우리의 삶에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할 수 있다. 행복한 잔소리로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도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는척하며 자리를 피한다.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열린광장 잔소리 잔소리 마누라 잔소리 아버지 훈시 말씀

2023-03-09

[독자 마당] 마누라 중독 증후군

제때 식사 챙겨 먹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약도 시간 맞춰 잘 먹으라고…. 길 떠나는 어머니가 어린 자식에게 채근하듯 나에게 거듭 당부하고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밀고 인파 속으로 총총히 사라져갔다.     밤 12시30분. 아내는 비행기를 타고 그리운 고국으로 훌쩍 날아갈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는 어머님의 사랑이 녹아 있는 어릴 적 같이 놀던 따뜻한 형제들 손을 잡고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타임머신을 타고 꿈속 여행을 떠날 것이다.   갑자기 혼자라는 느낌에 힘이 쭉 빠져 집으로 돌아오는 프리웨이 밤길이 칠흑 같았다. 젊었을 때 아내가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다니러 집을 나서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격조했던 친구에게 전화해서 술 한잔 하자는 약속도 하고 역전다방 보조개가 예쁜 이양 얼굴도 보고 싶어지고, 하여튼 해방된 들뜬 기분에 신바람이 났었는데….   조여청사 모성설(朝如菁絲 暮成雪)이라, 젊었을 때의 검은 머리는 어느새 백설이 휘날리는 모습으로 변했으며, 좋은 세월 다 보내고 황천 문턱까지 왔다. 한창때는 아이들 키우고 집에서 살림하는 아내가 잘난 남편(?) 덕에 편하게 잘사는 줄 알았다. 나만 가족 먹여 살리려고 동분서주 뼈 빠지게힘든 줄 알았다. 집에서 아이들 키워주고 살림 잘하는 아내가 있어 내가 밖에서 마음 편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오랜 세월 아내의 보이지 않는 내조의 큰 힘 덕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   ‘마누라 신드롬’은 백약이 무효, 현대 의학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병인 듯하다. 나는 자금 한시도 마누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마누라 중독 증후군’ 환자가 되어 버렸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란 성경 말씀처럼 지금 마누라는 나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마누라 만세.   이산하 / 노워크독자 마당 마누라 증후군 마누라 중독 마누라 신드롬 마누라 만세

2023-02-26

[독자 마당] 잭팟의 꿈

이번엔 틀림없다니까? 정말….   송아지만 한 멧돼지가 내 가슴으로 냅다 뛰어든 지난밤 꿈을 떠올리며 들어선 동네에 있는 리커 스토어. 로토를 사서 밖으로 나오는 발걸음이 마치 당첨이라도 된 것처럼 나는 듯 가볍다.   나는 매주 월요일에는 메가 복권에 5달러를, 수요일에는 파워볼에 10달러를 투자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일주일이 행복하다. 한 번도 많은 금액에 당첨된 적은 없으나 ‘언제쯤일까?’ 잭팟 터질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즐거운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다.   꿈도 가끔은 맞는다니까 이번에는 틀림 없을 거야. 그런데 잭팟에 당첨되면 그 많은 돈을 어떻게 하지? 우선 마누라 고물차부터 바꿔줘야겠다. 차종은 렉서스로 할까? 아니야, 그래도 벤츠쯤은 타고 다녀야 그동안 기죽고 살아온 세월, 마누라의 가슴을 활짝 펴줄 수 있지. 다음에는 어디에다 쓰지? 그래, 마누라 손가락에 있는 좁쌀만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꿔줘야겠다. 결혼식 때 받아서는 45년을 끼고 있지 않은가. 크기는 1캐럿? 아니면 2캐럿짜리? 아니야, 3캐럿 정도는 돼야 어디 가서 자랑할 게 아닌가.   외출에서 돌아와 싱글벙글하는 나를 마누라가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돈벌이도 못 하는 영감이 무엇이 그리 좋아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다니냐며 한소리까지 한다.   마누라여, 옛글에 이르기를 ‘燕雀安知 鴻鵠之志乎(연작안지 홍곡지지호 :제비나 참새 따위가 구만리 장천을 나르는 기러기의 높은 뜻을 어찌 알 수 있으랴)’라 했다. 이 남편의 깊은 뜻을 그대는 몰라도 된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이라니까, 잿팟만 터지면 죽기 전에 멋지게 호강 한 번 시켜준다니까. 멧돼지가 내 가슴으로 뛰어드는 꿈까지 꿨는데….     슬그머니 이불 속으로 들어가 낮잠을 청하는 마음이 무지개를 타고 하늘을 간다. 이산하·노워크독자 마당 잭팟 마누라 손가락 마누라 고물차 세월 마누라

2022-12-13

[수필] 부부로 산다는 것

“곁에 있어도 안 보이면 걱정이 들기 시작하고 둘이면서도 하나이고 반쪽이면 미완성이고   혼자면 외로워 병 나고”   마누라? 신혼 때 남에게 얘기할 때는 주로 ‘우리 색시’라고 불렀다. 내가 ‘우리 색시’가 어쩌고 하면 상대방도 대개 ‘너거 색시’가 저쩌고로 대꾸했다. 다음 신혼이 지나면 ‘아내’ 혹은 ‘집사람’이라고 부르고 그 후 40대에는 대충 ‘애들 엄마’ 혹은 ‘와이프’로 호칭된다. 그리고 50대 넘어 60대로 들어서면 그냥 ‘마누라’ ‘여편네’ 혹은 ‘우리 집 할매’로 통한다. 이렇듯 ‘마누라’란 “장년 시절에는 연인이고, 중년에겐 친구이며, 노년에겐 간호사”란 말이 있듯이 우리 삶, 특히 남정네들의 인생에서는 마누라는 거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하긴 그 중엔 일부 평생을 혼자 살며 인생을 멋대로 개기거나 상황 따라 여럿 갈아치우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언젠가 라디오 방송의 재치문답 시간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회자가 우선 이렇게 말했다. ‘마누라’란 뜻은 어원(語源)상으로는 ‘마노라(上典, 상전)’라 하여 상당한 높임말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그런 차원이 아닌 실제적으로 우리 피부에 와 닿는 허심탄회하고 가장 합당한 정의(定義)를 말해달라고 했다. 40~50대 패널들은 이 주제를 놓고 중구난방 떠들었다. 별의별 우스개 소리가 나왔지만 그 중 몇 개를 나열해보면 이랬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고 ‘귀신’, 돈이건 귀금속이건 보기만 하면 못 먹어 안달한다고 ‘불가사리’ 끄덕하면 손톱을 세워 든다고 ‘암코(암고양이)’ 등등. 주로 부정적인 정의가 많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입가에 빙긋 웃음이 돌게 하는 정의가 하나 있었다. ‘등긁개’였다. ‘마누라는 우리의 등긁개다.’ 그날 그렇게 정의한 그 친구에게 술 마시며 방송을 듣던 우리들은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했다.   사실 남정네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팽팽하던 피부가 슬금슬금 기름기가 빠져가면 건성 피부가 된다고 한다. 특히 날씨가 점차 쌀쌀해져 가는 환절기에 들어서면 대충 온몸이 스물스물 가려워지기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대부분이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등긁개를 칼처럼 허리에 차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그저 남이 눈치챌라 등허리를 의자 뒷면 모서리에 바짝 밀어붙여 좌우상하로 몸을 뒤틀어본 경험이 없다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특히 건성피부의 사람들은 봄부터 여름 한철까지는 그런 증세가 없다가도 찬바람이 살살 일기 시작하면 이놈의 원수 같은 가려움증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괴롭힌다.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술이 억병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 해롱거리다 옷도 못 벗고 그냥 뻗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취중에서 몹시 갈증이 나서 일어났지만, 설상가상 등까지 못 견디게 가려워 잠이 싹 달아나버렸다. 일어나 전용 등긁개를 찾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곤하게 잠든 아내를 두드려 깨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온갖 신경질을 다 부렸지만 아아, 그때 아내의 그 손끝 맛이 얼마나 시원하였는지…. 그렇다. 아내란 다시 말하지만 “장년에겐 연인이고, 중년에겐 친구이며, 노년에겐 간호사”다. 이는 남자에게 있어 배우자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풍자한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부부간에도 같이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한쪽이 없어지면 그 소중하고 귀함을 절실히 느낀다. 내 주변엔 그런 영감들이 많다.     뒤집어 여성분들에게 ‘남편’은 어떤 존재일까? 그건 내가 여자가 아니라 그 속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면서도 가까운 사이가 부부다. 곁에 있어도 가끔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는 게 부부다. 둘이면서 하나이고, 반쪽이면 미완성인 것이 부부이며. 혼자이면 외로워 병이 나는 게 부부다. 이건 새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자 말씀처럼 잘 알면서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얘기다. 늙어가면서 부부가 서로 아끼고 챙겨주는 것은 남이 두드러기 날 일만은 아니다. 불출이라 하더라도 다들 그렇게 하시는 게 여생이 편하다.     손용상 / 소설가수필 부부 마누라 신혼 라디오 방송 돈이건 귀금속이건

20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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