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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잔소리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각자 이념과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 소통은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동등한 상황에서의 횡적 경로로 이뤄진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의사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훈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경계하거나 주의해야 할 사항을 사전에 지시하거나 가르침을 뜻하는 말이다. 세담이라는 말은 잔소리란 뜻으로 듣기싫게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고 꾸중하며 쓸데 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 놓는다는 뜻이다. 훈시속에는 어딘가 사랑의 향기가 풍기는 듯 하며 잔소리는 상대방에 대한 무시 내지는 비난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생각된다. 부부 간에도 잔소리가 다툼의 원인이 되어 가정 파탄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매일 아침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모이는 조회 시간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단위에 올라 간단히 훈시의 말씀이 있었고 조회가 끝나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행진곡에 맞추어 교실로 들어가면 수업이 시작된다. 그때의 훈시 말씀은 우리의 삶에 큰 교훈을 주었으며 그속에는 사랑이 담겨져 있었기에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다.
 
어른들이 젊은이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다고 잔소리로 자기의 인생 경험을 전해주는 방식은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직장 상사의 지시 사항도 듣는 사람이 잔소리로 받아들인다면 작업의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 뻔하다.  
 


상대방이 잔소리로 치부하는 순간 분쟁이 생기고 인간관계에 상처만 남길 뿐이다. 잔소리 속에는 다분히 상대방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으며 습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부부 간의 잔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흰머리와 더불어 많아 진다고 하니 어쩔수 없는 노릇이지만 잔소리는 언제나 짜증만 날 뿐이다.
 
살아가면서 세상의 가시 밭길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문제다. 울타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공연히 울타리에 잔소리의 못자국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친구 모임에서도 자기말만 계속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옳고 너는 옳지 않아.” “내 방식이 효율적 이니까 너처럼 하면 안돼.” 그야말로 짜증나는 잔소리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지겹고 모두 날 비난하는 소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말도 효과 없는 잔소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잔소리가 나오는 순간 의도와 달리 듣는 사람에게 고통만 안겨 줄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모든 잔소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엄마의 잔소리, 아버지의 잔소리, 마누라의 잔소리는 사랑의 잔소리로 듣는다면  우리의 삶에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할 수 있다. 행복한 잔소리로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도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는척하며 자리를 피한다.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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