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도 출렁…너도나도 '안전 자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금, 미국 국채, 원자재 등 안전자산으로 쏠림이 본격화한 가운데 휘청이는 증시에서도 솟아날 종목 찾기가 활발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 강도에 변화가 생기며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국제적인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전방위적인 사이버테러에 나서거나 글로벌 공급망을 악화시킬 수 있고,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로 개스값 인상 등 인플레이션 압력은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전자산 쏠림 가속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선물 가격은 15.90달러(0.8%) 급등한 온스당 1926.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로 지난달 1800달러 선에서 크게 뛰었다. ‘울프팩 캐피털’의 제프 라이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러시아의 파죽지세가 우크라이나를 넘어서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충돌로 치달으면 금값은 하루 만에 2200달러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코탁증권’의 라빈다라오 원자재 리서치 부사장도 “상장지수펀드(ETF)의 동향도 금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주로 생산하는 알루미늄, 니켈, 플래티넘, 팔라듐 가격도 고공 행진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은 3% 이상 오르며 톤당 3450달러까지 올라 2008년 고점을 갈아치웠고, 팔라듐도 5% 이상 급등하며 온스당 2622달러에 달했다. 투자자가 몰린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1.846%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다른 주요국 화폐보다 1% 이상 강세를 띠었다. ‘위즈덤트리 인베스트먼트’의 케빈 플래너건 전략가는 “단기적으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를 괴롭힐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지 않는 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은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시·암호 화폐 ‘휘청’ 이날 뉴욕 증시는 초반 약세를 딛고 소폭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전날 알려진 침공 뉴스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2.52%와 3.17% 급락으로 출발했지만 빅테크로 매수세가 돌아오며 나스닥은 435.97포인트(3.27%) 상승한 1만3464.29에, S&P500은 62.62포인트(1.50%) 상승한 4288.12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8% 이상 급락한 3만4702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비트코인도 나스닥 상승 소식에 1.8% 오른 3만8347달러를 기록했다. ▶투자 비관 금물 1990년 이후 지난 30년 넘게 발생한 16가지 굵직한 지정학적 분쟁과 금융위기 이후 S&P500 지수를 분석한 결과, 모두 62개의 시계열 수치들 가운데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개에 그쳤다. 〈표 참조〉 최악은 단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네 차례 측정 시점마다 하락세였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위기와 비교할 수 있는 국제 분쟁의 경우, 증시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비근한 예로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과 영토 편입 때는 지수가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UBS 파이낸셜 서비스’의 아트 캐신 이사는 “군사작전이 언제 끝날지 확인할 때까지 시장은 신중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사이버 전쟁 가능성”이라고 언급했다. ‘웨드부시 증권’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곧 러시아의 정교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사이버테러 관련 방어 종목들이 빛을 볼 것”이라고 추천했다. 또 ‘유럽의 곡창 지대’로 불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생산량의 23%를 차지하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안 투자도 제안됐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5.7% 급등해 부셀(27kg) 당 9.34달러를 기록,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개스값 상승 압력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3대 산유국으로 이들 세 나라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10%를 책임진다. 러시아산 원유는 주로 유럽으로 공급되지만 경제 제재로 수출이 막히면 연쇄효과를 낼 전망이다. 미 석유협회(API)의 딘 포어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산 원유가 사라지면 대체 물량을 찾으면서 풍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미 전 세계적인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쳤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호주가 공조하며 전략 비축유(SPR) 방출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당장 이날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WTI) 원유는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겨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덩달아 LA 카운티의 평균 개스값도 하루 만에 2.6센트 크게 올라 갤런당 4.822달러를 나타냈다. 가주 에너지 커미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주에서 쓰인 수입산 원유 비중은 에콰도르(24%), 사우디아라비아(23%), 이라크(20%), 콜롬비아(8%)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전미자동차협회(AAA) 측은 “가주에서 모든 개스가 수입산은 아니고 미국산도 쓰이지만, 수입산의 비중이 미국산보다 4배 이상 많다”며 “이미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의 원유 생산이 감소한 상태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영향 제한적 이날 투자은행 ‘UBS’는 “우크라이나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성장 모멘텀은 강력하고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되고 있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정대로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3월에 금리를 올리고 이후 몇 개월간 추가적인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상 폭과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 고문은 “이번 사태로 3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됐다”며 “연준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일 기자금융시장도 국제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산 원유 우크라이나 침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