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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우크라 전쟁으로 드러난 한국 외교력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지상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돌던 지난 1월 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에 와서 특파원 간담회를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첨단기술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제재를 할 계획인데, 한국 산업에 어떤 영향이 예상되고 미국과 협의가 오가는지 물었다. 그는 “제 분야를 넘는 것”이고 “답할 상황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은 전쟁이 나도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투입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응징하는 ‘경제 전쟁’을 준비했다. 수출 통제는 러시아에 타격을 주지만 제재를 가하는 쪽 산업에도 영향이 있다. 한국에는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비보도를 전제하더라도 정보 교류를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다.
 
전쟁은 났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경제권은 속속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이 기밀 정보를 거의 실시간 공유하며 준비해 준 덕에 각국은 ‘리허설’한 대로 조처를 하나씩 내놨다. 제재는 스크럼을 짤 때 효과가 크다. 내 편이 많고 물샐 틈이 없어야 상대가 고통스럽다. 미국이 “지금은 방관자 자세를 끝내야 할 때”(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대사)라며 제재 동참을 압박한 이유다.
 
한국은 침공 직전 “(대러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외교부 당국자)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엿새 뒤 “적극 동참”(외교부), “총력 대응”(산업통상자원부)으로 급선회했다. 입장 변화에 대한 설명은 없다. 러시아가 10위권 교역상대국이라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일찍, 면밀히 대비하는 게 상식이다.
 


미·러 사이에서 줄타기하다가? 아무리 러시아에 우호적인 문재인 정부라 해도 남의 땅을 자기 땅이라 우기며 탱크를 앞세워 쳐들어가고, 무고한 민간인을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로 살상하는 행위를 눈감아주려면 그렇게라도 지켜야 할 국익이 있어야 한다.
 
한국과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 중 제재에 불참하고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표결도 기권한 나라가 있다. 인도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의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는 49%에 이른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인도인이 2만 명인데, 이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 협조가 절대적이다.
 
제재 불참국 대부분은 러시아와 비슷한 권위주의 정부들이다. 하마터면 그들과 한 묶음으로 엮일 뻔했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대받는다고 국제사회 리더가 될 수 없다. 세계정세를 읽는 눈과 책임 있는 행동, 정의감과 공감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 본부장은 미국과 수출통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다시 워싱턴에 왔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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