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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세계 속 K드라마 위상

당신의 이메일을 받았을 때, 마치 기분 좋은 무감각으로 빠져들면서 긴장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사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많이 걱정했어요. 당신이 뉴욕을 떠나 중국으로 간 후 전혀 연락이 없었잖아요. 중국에서 인터넷이 끊겼을 거라고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인터넷이 전기처럼 항상 우리와 함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거예요. 인터넷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없으면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려야 하죠.   오래전 미국에 온 후로, 나는 서울에 살다가 2014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 일주일에 한두 번 편지를 쓰곤 했어요. 만약 아직도 살아계신다면, 여전히 편지를 쓰고 있을까요? 아버지는 이메일을 사용할 줄 모르셨어요. 나이가 들면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린 당신을 생각하면 내가 처음 뉴욕에 왔을 때가 떠올라요. 한때 나도 지금의 당신처럼 젊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물론, 나의 뉴욕 학창 시절(1981~1984)은 당신의 뉴욕 학창 시절(2011~2014)과는 매우 달랐죠. 내가 유학 올 때만 해도 인터넷이 없었으니까요. 미국에 있는 어느 대학으로 갈까? 고민할 때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1974년)가 떠올랐어요. 그 영화의 배경이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거든요. 뉴욕에 가면 그렇게 멋진 곳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어요. 부푼 풍선처럼 희망을 품고 롱아일랜드 가든 시티에 있는 아델파이 대학에 입학했어요.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멋진 저택은 어디에 있는지? 대신 아프리카에서 온 룸메이트와 함께 붉은 벽돌 기숙사에서 어두운 날들을 보냈지요.     나는 당신의 가냘픈 몸매와 오목조목한 작은 얼굴을 처음 봤을 때, 요즈음 한국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이 아닌가 착각했어요. 예쁘고 어린 당신과 내가 전시회 파트너로 공동 작업할 수 있을까? 무척 고민하는 나에게 당신은 반기며 말했어요.   “안녕하세요. 언니, 함께 전시하게 되어 반가워요.”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말을 배웠다니!. 놀라웠어요.     “중전마마, 상감마마, 대왕대비 마마도 알아요. 언니”   어머머! 나는 놀라고 당신은 나에게 ‘언니, 언니’ 하면서 서로가 맘을 열었지요. 그리고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가 되었어요. 우리는 전시회 공동 작업에는 열중하지 않고 한국 드라마의 영향력과 위상에 열광하며 드라마 이야기만 했지요.   “내년 3월 전시회에서 언니를 만날 때는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고 한국말을 더 잘할 거예요.”라는 당신의 말에 나는 감격했습니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드라마 세계 k드라마 위상 한국 드라마 드라마 이야기

2024-11-28

[아름다운 우리말] 반지하와 옥탑방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한국 영화가 갑자기 세계 속으로 등장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아시아를 비롯한 각지에서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한국 영화의 수준과 재미가 이미 할리우드의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전 세계적인 방송의 배급이 시작되고, 코로나19라는 위기와 맞물리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그야말로 천정부지입니다. 서구 시장에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말에도 있었지만, 자막을 통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에게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다가가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벽을 봉준호 감독이 깨뜨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영화 기생충에서는 재미있는 번역이 많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옥스퍼드로 번역한다든지 하는 장면들입니다. ‘반지하’와 ‘짜파구리’도 번역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반지하 방에 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서구인에게는 충격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반지하는 한국에서 서민 생활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반지하 방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지하라는 말을 문화적으로 번역한다면 수많은 함의가 있을 겁니다.   반지하는 첫째,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입니다. 늦게 해가 뜨고 빨리 지는 어두운 곳이기도 합니다. 어두움이라는 상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 반지하는 사생활의 보장이 되지 않는 곳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쳐다보고, 들여다봅니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엿보기도 하는 곳입니다. 쳐다보는 게 싫어서 하루 종일 커튼을 치기도 합니다. 더 어두워지는 곳이지요. 셋째,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먼지가 들이닥치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곳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사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안락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인생의 종말로 갈 수도 있는 곳입니다.   반지하라는 공간은 가상의 공간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서울의 수많은 사람이 반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고, 태풍이 불면 반지하는 늘 아슬아슬한 장소입니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해가 발생하면 늘 제일 먼저 비추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제일 늦게 보여주던 곳인데 말입니다. 반지하라는 공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주거의 빈부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반지하와 반대되는 공간이면서 낭만적인 공간처럼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옥탑방입니다. 옥상에 있는 작은 방에서 사는 모습이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합니다. 시야가 탁 트이고, 화려한 네온사인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죠. 종종 친구들과 모여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옥탑방은 때로 비가 새고, 춥고 더운 곳이고, 매우 저렴한 주거공간입니다. 반지하를 옥상으로 올려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지하가 가족의 공간이라면 옥탑방은 가난한 청년의 공간입니다. 서양의 펜트하우스와는 그야말로 거리가 멉니다. 천지 차이의 공간입니다. 그래도 옥탑방이 한국인에게 낭만으로 기억되는 것은 다행입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주거문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밝은 곳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많습니다. 부잣집의 건물은 주로 갤러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한 건축물이나 넓은 마당의 저택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찾아보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지하와 옥탑방은 찾으려고만 마음을 먹으면 여기저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어두운 측면도 문화입니다. 어두운 부분, 어려운 부분에 대한 이해도 문화 이해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반지하 옥탑방 반지하가 가족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2024-11-10

한인 리더 “K팝·드라마 이어 이젠 K기빙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이 14일 라인 LA 호텔에서 200여 명의 한인 리더들과 함께 기부와 나눔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빙 서밋(Giving Summit)’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 LA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인 첫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민주·뉴저지), 킴버 림 코리안아메리칸리더스 인 할리우드 설립자, 캐서린 염 한인가정상담소장, 줄리 하 ‘프리 철수 리’의 감독 등이 패널로 참석해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한인 사회가 이제 남을 위해 베푸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경복 KACF 회장은 “힘든 위치에 있는 개인과 가정이 자립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이미 K팝과 K뷰티, K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다”며 “이제는 K기빙(Giving·나눔)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앤디 김 하원의원은 나눔이라 함은 대부분 돈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치인으로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가 원하는 것을 듣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함께 이뤄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인 사회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들이 많다며 ‘입양인 시민권 법안(Adoptee Citizenship Act)’, 반아시안 정서 퇴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한인이라고 해서 한인 사회 문제에만 국한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며, 미국 전체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더 많은 지지와 동의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티 차 이블린앤월터하스 펀드 대표 역시 한인 리더들이 나눔 정신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한인만을 위한 나눔으로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인의 투표 독려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다른 19개 언어로도 똑같은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이 더욱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판매된 200석이 매진됐다. KACF측 관계자는 “한인 1세는 물론, 1.5세와 2세 등 다양한 리더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기빙 서밋은 2017년 뉴욕에서 시작된 KACF의 연례행사다. 김영남 기자미국 드라마 한인 리더들 한인가정상담소장 줄리 한인 사회

2024-09-15

‘K-드라마’로 정신건강 열쇠 찾는다

  이민 2세는 궁금하다. 한국에 살던 우리 부모의 모습은 어땠을까. 고국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내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어떤 모습일까. 부모가 잊은 이 질문에 답해주는 건 한국 드라마다. ‘응답하라 1988’에서 40년 전 엄마의 학창시절을 그려보고, ‘미생’에서 한국 직장 문화를 엿본다. ‘갯마을 차차차’를 통해 경북 포항이라는 낯선 어촌마을에서의 생활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한인 2세 지니 장(한국명 장유진.사진) 결혼·가족상담치료사(LMFT) 겸 임상심리전문가(CCTP)가 저서 ‘K-드라마가 당신의 삶을 바꾸는 방법’을 들고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찾아갔다.     지난 1992년 18세의 나이에 드라마 ‘질투’를 보고 최진실 배우를 롤모델로 삼았다는 그는 1980년대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사였던 배창호 감독의 조카이기도 하다. 비영리단체 캐털리스트 코울리션 주최 아시아태평양계(AAPI) 청소년 정신건강 주간 행사를 마친 그를 11일 둘루스 지역 한 호텔에서 만났다.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5개월 만에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그는 “부모가 한국에 대해 많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며 “한때 온전한 미국인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장씨는 연세대학교에서 여름 학기 수업을 듣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가 최진실과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90년대 한국 대중문화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VHS 테이프를 사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며 “사건 줄거리보다 인물의 트라우마, 기쁨, 치유에 집중하는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와 닿았다”고 전했다.     그에게 한국 드라마는 가족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어릴 적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의 관습적 행동, 할머니가 어린 그에게 누누이 당부했던 ‘눈치’의 뜻을 비로소 알게 됐다. 수십 년이 지나 네 아이의 엄마가 된 다음에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육아를 배웠다.       그는 “드라마를 보며 ‘나도 저런 강한 여성이 되어야지’ 생각했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희망과 회복력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상담치료사로서 드라마는 다른 사람의 내면을 여는 열쇠이기도 했다.       장씨는 “‘최근 드라마 뭐 봤어?’라는 질문이야말로 정신건강을 쉽게 이야기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예를 들었다.       그는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는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한다”며 “누구나 ‘나는 우울증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인물들도 우울증을 앓는다.       장씨는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민으로 인한 세대 간 트라우마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 드라마를 같이 시청하면 ‘아, 우리도 그런 일을 겪었지’라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K-드라마를 생생한 현실로 가져오는 작업을 수행하는 전문가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에서 드라마 촬영지 여행 가이드 프로그램을 본인이 설립한 여행사 ‘누나’s 눈치’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작년 2회의 한국 투어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6회, 내년 10회의 단체 관광이 예정돼 있다”며 “서울을 비롯한 전주, 포항 등 전국 6개 도시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전역과 유럽 각국 등지에서 매회 20여명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 회사와 동일한 이름의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를 취재한 외신 기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상담 요청을 보내오기도 했다”며 “드라마를 매개로 전 세계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장채원 기자정신건강 드라마 정신건강 열쇠 한국 드라마 청소년 정신건강

2024-08-29

‘K-드라마'로 정신건강 열쇠 찾는다...애틀랜타 방문한 상담치료사 지니 장

여행사 설립, 드라마 촬영지 투어도   이민 2세는 궁금하다. 한국에 살던 우리 부모의 모습은 어땠을까. 고국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내가 한국에서 자랐다면 어떤 모습일까. 부모가 잊은 이 질문에 답해주는 건 한국 드라마다. ‘응답하라 1988’에서 40년 전 엄마의 학창시절을 그려보고, ‘미생’에서 한국 직장 문화를 엿본다. ‘갯마을 차차차’를 통해 경북 포항이라는 낯선 어촌마을에서의 생활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한인 2세 지니 장(한국명 장유진) 결혼·가족상담치료사(LMFT) 겸 임상심리전문가(CCTP)가 저서 ‘K-드라마가 당신의 삶을 바꾸는 방법’을 들고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찾았다. 1992년 18세의 나이에 드라마 ‘질투’를 보고 최진실 배우를 롤모델로 삼았다는 그는 1980년대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사였던 배창호 감독의 조카이기도 하다. 비영리단체 캐털리스트 코울리션 주최 아시아태평양계(AAPI) 청소년 정신건강 주간 행사를 마친 그를 11일 둘루스 한 호텔에서 만났다.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5개월만에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그는 "부모가 한국에 대해 많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한때 온전한 미국인이 되고 싶었다'는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여름 학기 수업을 듣기 위해 한국에 방문했다가 최진실과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90년대 한국 대중문화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VHS 테이프를 사와 드라마를 봤다”며 “사건 줄거리보다 인물의 트라우마, 기쁨, 치유에 집중하는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와닿았다”고 회고했다.   그에게 한국 드라마는 가족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어릴적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의 관습적 행동, 할머니가 어린 그에게 누누이 당부했던 ‘눈치’의 뜻을 비로소 알게됐다. 수십 년이 지나 네 아이의 엄마가 된 다음에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육아를 배웠다. 그는 “드라마를 보며 ‘나도 저런 강한 여성이 되어야지’ 생각했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희망과 회복력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상담치료사로서 드라마는 다른 사람의 내면을 여는 열쇠이기도 했다. 장 치료사는 “'최근 드라마 뭐 봤어?’라는 질문이야말로 정신건강을 쉽게 이야기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예를 들었다. “드라마 주인공 우영우는 ‘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하죠. 내가 겪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은 ‘나는 괜찮다’는 하나의 신호입니다. 누구나 ‘나는 우울증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인물들도 우울증을 앓는다. 그는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민으로 인한 세대간 트라우마를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한국 드라마를 같이 시청하면 ‘아, 우리도 그런 일을 겪었지’라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K-드라마를 생생한 현실로 가져오는 작업을 수행하는 전문가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에서 드라마 촬영지 여행 가이드 프로그램을 본인이 설립한 여행사 ‘누나’s 눈치’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작년 2회의 한국 투어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 6회, 내년 10회의 단체 관광이 예정돼 있다”며 “서울을 비롯한 전주, 포항 등 전국 6개 도시를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전역과 유럽 각국 등지에서 매회 20여명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 회사와 동일한 이름의 팟캐스트,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2022년 이태원 참사를 취재한 외신 기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는 상담 요청을 보내오기도 했다”며 “드라마를 매개로 전세계 사람들이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사진 /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드라마 한인 한국 드라마 드라마 주인공 최근 드라마

2024-08-2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과학 이야기 공상과학 드라마 우리 태양계

2024-08-16

[아름다운 우리말] 한국 드라마의 힘

한국 드라마는 한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인기는 한국 노래가 중심에 있을지 모르나, 세대를 아우르고 남녀를 아우르는 인기의 중심에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의외의 곳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만납니다. 겨울연가의 인기가 일본을 휘몰아쳤고, 가을동화의 인기가 대만을, 대장금과 주몽의 인기가 중국, 몽골, 동남아시아를 넘고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넘어갔습니다. 도깨비,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은 세상에 사랑을 알려주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그야말로 게임을 바꾸어주었습니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세계 드라마의 중심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한 번 보면 헤어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한국 드라마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요?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과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 화면과 배경음악 등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할 겁니다. 예상을 뒤엎는 이야기의 반전은 늘 조마조마하게 만들죠. 종종 지나칠 때도 있지만요. ‘미스터 선샤인’의 화면은 정말 감탄하며 봐야 했습니다. ‘도깨비’의 배경음악은 어떤가요? 크러쉬와 에일리의 노래는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멜로디 속에서 밀물처럼 다가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보여준 배우의 연기는 대단했습니다. 배우의 이름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감동을 주는 연기자의 자연스러움은 한국 드라마의 힘입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연배우뿐 아니라 조연의 연기에도 감동합니다. 그리고 그 조연은 서서히 주연의 자리로 올라옵니다. 조연을 응원합니다. 긴 시간 드라마 속에서 힘을 기른 연기자들을 응원합니다. 조연이 주연이 되는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한국 드라마의 힘은 대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드라마를 볼 때 대사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언어의 마술이 펼쳐지는 현장이 바로 드라마입니다. 노래가 짧은 호흡이라면, 영화는 중간 호흡이고, 드라마는 긴 호흡입니다. 드라마의 긴 호흡을 숨죽이며 따라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대사입니다. 사랑의 속삭임 같은 간지러운 대화도 있지만, 힘든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위로의 대사도 있습니다. 저는 사랑의 대화, 칭찬의 대화, 감사의 대화도 좋아합니다.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언어의 향연입니다. 이왕이면 더 좋은 말, 더 예쁜 말을 사용하며 살 수 있기 바랍니다.   한편 나를 감동시키고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대사는 위로의 말입니다. 우리는 위로는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만히 안아주고, 가만히 어깨 토닥여주고, 함께 울어주는 것만큼 큰 위로가 없습니다. 허나 때로는 말 한마디는 정신을 번쩍 나게 하고,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줍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로입니다. 어둡고, 흐린 날에는 나의 아저씨 대사만 들어도 위로를 받습니다. 왜 많은 이에게 ‘나의 아저씨’가 인생 드라마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삶에 희망을 얻었다는 외국인을 만납니다. 일본에 많은 여성분이 한국 드라마를 만난 후 삶을 긍정적으로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고 싶은 한국 드라마가 많아서 오래 살아야겠다는 90세가 넘은 일본 할머니도 본 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학생도 한국 드라마에서 희망을 만납니다. 중동에서 사극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사극이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다는 게 신기합니다. ‘낭만 닥터’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좋아한다는 태국 의사도 만났습니다. 관심에 따라 좋아하는 드라마의 폭도 넓어집니다.   엄마 따라 한국 드라마를 보고, 아내와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가족 간에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사람도 만났습니다. 같이 웃고, 울면서 드라마를 보고, 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세상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기 바랍니다. 한국 드라마는 아름다운 힘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드라마 한국 한국 드라마 세계 드라마 시간 드라마

2024-08-11

박찬욱 이번엔 드라마로 글로벌 2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인 4역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드라마 ‘동조자’가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14일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스트리밍 서비스 맥스에서 첫 방영을 시작한 ‘동조자’는 단순한 첩보 스릴러를 넘어 베트남 전쟁의 상흔과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다룬 작품으로 시청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동조자’는 맥스 TV쇼 부문 글로벌 2위에 올랐다. 노르웨이, 폴란드, 스페인 등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 리뷰 집계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는 87%의 높은 신선도 지수를 기록했다.     2016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트남계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미국으로 망명한 북베트남 스파이의 이중생활을 그린 첩보 스릴러 드라마다.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샌드라 오 등 정상급 배우들이 참여해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교수, 영화감독, 중앙정보국(CIA) 요원, 하원의원 등 1인 4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의 공동 쇼러너(총괄 프로듀서)로 제작, 각본과 첫 3화의 연출을 맡았다. 정하은 기자박찬욱 드라마 신작 드라마 박찬욱 감독 글로벌 2위

2024-05-01

가족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주는 감동

  1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 ‘마더스데이’가 돌아왔다. 한 해가 지났다는 건 각자 세월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자녀는 어른이 되어가고 엄마는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간다. 늙는다는 건 서럽다지만 시간의 축적으로 추억이 남는다. 추억을 회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과 영상이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시대, 젊은층 사이에 ‘부모님과 함께하는 영상을 되도록 많이 남겨라’는 말이 덕담처럼 오간다. 혹시 모를 이별을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속뜻이 담겼다. 영화는 간접체험으로 감정이입 효과를 낳는다. 사진과 영상이 부족하다면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을 보며 우리네 삶을 비교해볼 수 있다. 마더스데이 엄마의 삶을 다룬 영화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노희경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뒤부터 드라마, 영화 제작이 꾸준히 되고 있다. 그중에서 배종옥, 김갑수 주연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내용은 우리네 한국 엄마의 전형적인 이야기다. 내용 자체만 보면 신파 중의 신파로 보인다. 그만큼 부인하기 어려운 ‘코리안 엄마’로 대변되는 보편적 정서가 담겨 있는 셈. 한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는 엄마는 슈퍼맨이다. 치매가 걸린 시어머니, 일밖에 모르는 의사 남편(그러다 병원에서 잘린다), 자랑스러운 분신인 줄 알았는데 사고 치는 딸, 철부지 아들을 돌본다. 당연히 자신보다 가족이 우선인 엄마다. 그런 엄마를 당연시하던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엄마의 말기암.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외면하고 싶은 부끄러움도 밀려온다. 분명 허구 속 이야기인데 우리 삶의 한 장면이 꼭 들어가 있다.     그 와중에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인 김인희(배종옥)의 삶과 투병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냉정해지기가 힘들다. 특히 김인희 역을 맡은 배종옥이 화장실에서 피를 토하며 “나 왜 이러니…나 죽는 거 무서워”라고 절규할 때, 모두가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때론 현실이 더 영화 같다. 관객이 ‘이 영화는 실제 이야기’라는 문구에 호감을 표하는 이유다. 꾸며낸 이야기보다 묵직한 현실이 더 와 닿기도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영화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다. 한국의 노부부 강계열(89) 할머니와 조병만(98) 할아버지의 지난 인생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노부부의 영원한 이별 과정을 보여준다.   흔히 노인 세대는 낭만도 모르고 애틋한 부부의 정도 인색하다는 선입견에 피해를 본다. ‘그들은 원래 그렇다’는 단정을 이 다큐멘터리는 그냥 깨부순다. 90세 전후 부부가 봄철이면 꽃놀이를 즐기고,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엔 지는 낙엽을 보며 서로를 바라본다. 노부부의 삶에는 공허보단 한평생을 함께 지내 온 충만함이 가득하다.     무엇이 노부부의 삶을 충만하게 했을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다. 다큐멘터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면 ‘나라면…’이라는 의문에서 ‘나도…’라는 부러움이 밀려온다. 인연은 무엇이고, 함께 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이 다큐멘터리는 잔잔하게 보여준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도 노부부의 삶은 숭고하다.   ▶고령화 가족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국 가족의 모습은 틀에 박혀 있을 때가 많다. 그 전형성을 비틀었을 때 낯뜨거움과 웃음이 동시에 터진다.   고령화 가족은 내로라하는 출연진이 작정하고 망가지려 한 것 같다. 윤여정(엄마역), 박해일(아들 인모역), 윤제문(아들 한모역), 공효진(딸 미연역) 등의 연기가 실생활 모습은 아닐까 의심마저 들게 한다.     고령화 가족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다 커버린’ 자식들과 엄마의 이야기다. 영화는 시작부터 답답하다. 나이 마흔에 인생의 방향타를 잃어버린인 모, 교도소에서 출소한 마흔넷 한모, 이혼이 생활인 서른다섯 미연이 독립 대신 가난한 엄마 집으로 들어온다.     나이 칠십이 다 되는데 답 없는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건 엄마다. 그런 엄마에게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할 텐데 삼남매는 염치는 내던졌다. 다 큰 어른인 삼남매의 으르렁거림을 보노라면 한심함을 넘어 어이없는 웃음이 터진다.   특히 유명 배우들이 소화한 각자의 역할은 ‘세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우리 가족 중 숨기고 싶은 망나니들이 다 모였다.     이 코미디 영화는 ‘작정하고 다 망가진’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낭비라는 생각은 결코 안 든다.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엄마의 모습과 마흔 전후 삼남매의 모습에서 정을 느끼게 된다.         ▶크게 될 놈   한국 영화에서 모녀를 다룬 영화는 많지만, 엄마와 아들을 다룬 영화는 듬성듬성이다. 크게 될 놈은 코미디 성격을 띤 가족영화다. 전라도 어느 섬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들 기강(손호준 분)과 기강 남매를 키우는 엄니 순옥(김해옥 분)의 이야기다.     고향을 떠나 미국까지 온 한국발 아들래미라면 영화 속 기강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다. 인구가 적은 곳 출신일수록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떠나겠다’는 포부(?)가 아들들 마음에 자리 잡는다. 엄마는 답답함의 대명사요, 아빠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대상이 아니라는 질풍노도 시기도 겪는다.     한국 남성의 가슴에 타오르는 불꽃을 섬마을 출신 기강은 잘 표현한다. 기강은 그 불꽃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다. 철이 들 때가 됐음에도 기강은 그 기회를 허황된 꿈과 맞바꾼다.     그런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엄니의 속은 어떨까. 엄니 순옥은 아들을 품을 수밖에 없다. “세상 모두 욕해도…나는 니 엄니여”라는 말은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주제다.     영화가 다소 산만할 수 있지만, 인자한 엄니와 철부지 아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김형재 기자이야기 가족 한국 가족 코미디 영화 드라마 영화

2024-04-30

한국 외식기업 진출 선호도 미국 1위

지난해 한국 외식 기업들의 해외 진출 선호도 1위 국가는 미국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3 외식 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는 미국으로 기업 수는 총 41개였다. 2022년 46개보다 감소했지만, 베트남과 함께 전년도에 이어 해외진출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국가로 조사됐다.     이어 베트남(29개), 중국(27개), 필리핀(20개), 일본·인도네시아(19개), 대만·말레이시아(18개) 순으로 많았다.     매장 수 기준으로 1위도 미국(778개)이 차지했다. 2021년 600개와 비교하면 2년 사이 178개(30%)가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경제가 호황을 맞으면서 한국 외식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바람도 거세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중국(767개), 베트남(362개), 태국(285개), 필리핀(239개), 대만(172개), 캐나다(142개), 일본(133개), 말레이시아(130개), 인도네시아(118개) 등이 뒤를 이었다.     매장을 업종별로 분석해 보면 치킨 매장이 440개로 전체(778개)에서 56.5%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많아 미주 진출 외식업계에서 치킨 업계가 가장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제과점(147개), 커피전문점(106개), 김밥(38개), 한식(28개) 순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LA지사 김민호 지사장은 “한국 드라마, 영화가 넷플릭스 등 세계적인 플랫폼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드라마 등에서 묘사되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계속 상승 중”이라며 “특히 작년 미국시장에서의 냉동 김밥 인기로 기존 한식, 치킨뿐만 아니라 분식, 길거리 음식까지 관심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등록 등 지속해서 지원해 더 다양한 한국 외식기업이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외식 기업 중 가장 치열한 업계는 K치킨이다. 2023년 최다 매장 수를 기록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영토 확장은 올해 더욱 치열해졌다.     한국 베이커리 양대 산맥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미주지역에서 2030년까지 가맹점 1000호점 오픈을 내세우며 프랜차이즈를 통한 매장 수 확장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2023 외식 기업 해외 진출 실태 조사’는 지난해 8~11월 기준 한국 외식 기업 2965개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외식 기업 중 해외에 진출한 곳은 125개, 브랜드 수는 133개, 매장 수는 3685개로 나타났다. 이은영 기자미국 외식기업 한국 외식기업 한국 드라마 한국 음식

2024-03-27

한인 소설 원작 ‘엑스팻츠<아마존 프라임 6부작>’ 아마존 방영

한인 2세 작가가 연재한 베스트셀러에 대표적인 할리우드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한인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제작됐다.   아마존 프라임은 한인 재니스 이 작가가 2016년 출간한 소설 ‘주재원(The Expatriates)’을 6부작 드라마로 제작해 오는 26일 전 세계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 온·오프 사이트로 동시에 진행된 글로벌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드라마 제목은 ‘엑스팻츠(Expats)’. 다수 수상 경력을 보유한 아시안 영화감독인 룰루 왕이 제작했다. 또 현재 해외 영화 여배우 트렌드 지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니콜 키드먼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제작자로 참여해 기대를 얻고 있다.   드라마 속 3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머시’ 역할은 한인 2세 배우 유지영씨가 맡아 니콜 키드먼과 연기 대결을 벌인다.     머시는 뉴욕에서 태어나 자란 한인 이민자의 딸이다. 명문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지만, 임시직을 전전하다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홍콩으로 이주한다.     유씨는 이날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머시는 나랑 공통점이 많다. 비슷한 나이대에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 내면의 콤플렉스가 있는 이민자 자녀라는 점이 더 역할에 빠져들게 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주에서 태어나 성장한 유씨는 7년 전 영화배우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LA로 이주했다.     그는 “원작을 여러 번 되새기며 읽었다. 또 룰루 왕 감독과 최대한 많이 소통하며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첫 메이저 영화인만큼 떨리고 설렌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히고 LA중앙일보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한편, '주재원'은 가정환경, 성장배경, 경제적 여건이 모두 다른 3명의 여성이 홍콩의 아메리칸 커뮤니티라는 좁은 사회에서 만나 교류하며 서로의 삶을 그려낸다. 26일 첫 2편이 연속으로 공개되며 나머지는 매주 한편씩 4주에 걸쳐 방영된다.     원작자인 재니스 이 작가는 지난 2009년 1월 첫 소설 ‘피아노 교사(The Piano Teacher)’를 발간한 지 2주 만에 뉴욕타임스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1에 올려 주류 문단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예진 기자 [email protected]아마존 프라임 프라임 드라마 한인 출연 한인 이민자

2024-01-24

'성난 사람들' 애슐리 박, 패혈성 쇼크로 입원

‘성난 사람들(BEEF)’에 출연한 한인 배우 애슐리 박(32)씨가 생명을 위협하는 패혈성 쇼크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박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병상에 누워 코에 호스를 꽂고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12월에 휴가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면서 편도선염으로 시작된 것이 패혈성 쇼크로 악화되어 여러 장기에 감염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사진에 함께 등장하는 남자친구인 동료 배우 폴 포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당신은 내 두려움을 진정시키고 구급차와 3개의 외국 병원, 중환자실에서의 일주일, 무서운 응급실, 수많은 스캔과 검사와 주사, 극심한 고통 등 너무나 많은 혼란을 겪으며 나를 붙잡아 주었다”고 말했다.     박씨와 포맨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에밀리 인 파리스(Emily in Paris)’에 함께 출연했다.     박씨는 “아직 회복 단계에 있어 알리는 것을 주저했다”면서 “안전하게 최악의 상황은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사랑한다”며 “나는 치유되고 있고 괜찮을 거라 약속한다”고 전했다.     한편, 글렌데일이 고향인 박씨는 드라마 ‘에밀리 인 파리스’를 통해 이름을 알렸으며 최근 애미상 8관왕에 달성한 ‘성난 사람들’에서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외로움이 많은 전업주부 ‘나오미’ 역할을 맡았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애슐리 쇼크 사람들 애슐리 인기 드라마 한인 배우

2024-01-19

드라마 '도깨비' 속 주인공 돼볼까…캐나다 퀘벡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며 가장 프랑스적인 도시 퀘벡의 명성은 그리 새삼스러울 일 없지만 겨울 퀘벡은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LA에서는 보기 힘든 눈 내린 도시 풍경 속 관광객들 많지 않은 고요함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수기보다 훨씬 저렴한 항공료와 숙박비는 덤이다.     ▶어디를 가볼까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퀘벡으로 향한 이유, 바로 올드타운(Vieux-Quebec)에서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올드타운은 그리 크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반나절이면 교회와 성당 등 유서깊은 건축물을 다 구경할 수 있다. 특히 드라마 '도깨비' 무대가 됐던 샤토 프롱트낙 호텔(Fairmont Le Chateau Frontenac) 방문을 잊지 말자. 겨울철엔 객실 요금도 저렴한 편이어서 이곳에 투숙하는 것도 퀘벡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올드타운을 제대로 즐기려면 특정 관광지를 방문한다기보다 그저 산책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다 지치면 카페나 식당에서 몸을 녹이며 따뜻한 커피 한잔 혹은 간단한 식사를 하며 하릴없이 보내는 것이 가장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방법. 그리고 퀘벡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성곽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잊지 말자. 길이 약 2.8마일에 이르는 퀘벡 성벽은 1608~1871년 사이에 건축됐는데 벽을 따라 걷다보면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 펼쳐진 도시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렇게 올드타운을 구경했다면 퀘벡 하면 떠오르는 그곳, 쁘띠 샹 플랭(Quartier du Petit Champlain)으로 향하자. 북미에서 가장 유럽스러운 지역인 이곳은 좁은 골목을 따라 클래식한 상점과 식당들이 즐비한데 예쁜 골목도 그러하지만 '도깨비' 촬영지로도 유명해 촬영 스팟을 찾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쁘띠 샹 플랭에서 유명한 맛집은 바로 퀘벡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라팡 소떼(Lapin Saute)'인데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토끼고기 푸틴. 또 이곳에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라 쁘띠 카반 아 수크레(La Petite Cabane a Sucre)'에서는 캐나다식 달고나인 메이플 테피(Maple Taffy)를 먹어볼 만하다.   만약 스키어라면 몽트랑블랑(Mont Tremblant)에서 스키를 즐기는 것도 여행 계획에 꼭 넣자. 퀘벡 주 로렌시아 산맥에 위치한 몽트랑블랑은 많은 적설량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 눈 제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전세계 스키어들에게 사랑받는 스키장이다. 만약 올해 2월 초 퀘벡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2월 3일~12일까지 열리는 '퀘벡 윈터 카니발'을 구경할 수 있다. 1894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이 유서깊은 겨울 축제에서는 야간 퍼레이드부터 얼음조각 전시, 스케이팅, 아이스 카누 레이싱 등 다양한 전시와 대회를 만나볼 수 있다.     ▶뭘 먹을까   퀘벡은 미식 도시로도 각광받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감자튀김에 치즈와 그레이비를 곁들인 푸틴(Poutine) 맛집은 '스낵바 생장(Snack Bar Saint-Jean)'이 유명하다. '푸틴 위크'라 명명된 2월 둘째주에 퀘벡에 간다면 더 다양한 종류의 푸틴을 로컬 식당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에 왔다면 전통 요리를 맛봐야 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페브 오 라르(Feves au lard)'. 이 음식은 불어로 '지방이 많은 콩'이라는 뜻. 메이플 시럽을 곁들여 구운 콩으로 캐나다에서는 아침식사로 많이 먹는 메뉴다. 또 퀘벡의 아침식사 메뉴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크레톤(Creton)'인데 이는 짭짤한 돼지고기 스프레드로 현지인들은 이것을 토스트에 발라 먹는다. 겉보기엔 이상해보이지만 먹어보면 보기보다 훨씬 맛있다. 퀘벡 버전 셰퍼드 파이인 '빠떼 시누아(Pate Chinois)'는 중국 파이란 뜻으로 19세기 중국 철도 건설 노동자들이 감자와 옥수수, 쇠고기, 양파 등을 파이에 넣어 먹은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퀘벡 스타일의 고기 파이인 '뚜띠에르(Tourtiere)'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새해까지 자주 먹는 명절 음식. 40년 전통의  유명 식당 '오 오스 캐나디앙(Aux Anciens Canadiens)'에 가면 소박한 가정식 고기 파이를 맛볼 수 있다. 이외에도 설탕 파이란 뜻의 '타르트 오 수크라(Tarte au Sucre)', 기본 재료에 충실하고 푹신한 '푸딩 쇼뫼르(Pouding chomeu)' 등도 퀘벡에 갔다면 꼭 맛봐야 할 디저트 중 하나다.  글=이주현 객원기자·사진=퀘벡 관광청 제공드라마 도깨비 퀘벡 전통요리 드라마 도깨비 겨울 퀘벡

2024-01-04

[문화산책] 돌아본 2023년 미주한인문화 <3> 음악·영화

〈음악계〉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악인들의 세계무대 진출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조성진, 임윤찬의 뒤를 이어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세계의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인기 악기 연주에 그치지 않고 성악이나 지휘 등에서도 우승자가 나오는 등 K?클래식은 앞으로 한층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그 열기가 남가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성진이 연초와 연말 두 차례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필과 연주회를 가졌고, 임윤찬이 할리우드 보울 데뷔 연주회를 가졌는데 성시연이 LA필을 지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봄소리가 할리우드 보울 무대에서 연주했고,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도 있었다. 이 정도면 어깨가 으쓱할 만하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음악회에 조수미를 비롯한 여러 한국 음악인들이 출연했고, 금난새가 지휘하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도 눈길을 끌었다.   남가주 한인사회의 음악 행사도 매우 활발했다. 전문 음악인들의 수준 높은 연주회로부터 음악 동호인들이나 학생들의 발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연이어 열렸다. 공연 기록을 살펴보면, 100회에 가까운 연주회가 열렸으니 인구 대비로 생각하면 양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영화계〉   한국영화, 드라마는 지난 몇 년 사이 ‘미나리’,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의 작품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왔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정점을 찍었다.   올해는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하면서 그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미주 한인 차세대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셀린 송 감독, 피터 손 감독, 아만다 김 감독 등이 기대를 모으는 주인공들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전생)’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비영어권 작품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이미 고담 어워즈, 뉴욕비평가협회상 등의 여러 상을 받았고, 연말 주요 언론이 발표하는 ‘올해의 영화’ 목록마다 상위권에 오르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를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계 작가 이성진이 감독과 극본을 맡고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도 골든글로브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기대주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고, 아카데미상 수상도 기대되고 있다.   아만다 김 감독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로 화제를 모았다. 백남준의 미공개 영상과 아카이브를 조명한 이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크리스티나 윤 감독이 단편영화 ‘마더랜드’로 ‘할리쇼츠(Hollyshorts)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고, 하줄리와 이성민이 공동감독한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많은 차세대 유망주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특별기획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선보였다. 이 행사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영화인들과 그들의 작품이 초청되었다.   한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의 영화를 총괄 제작하는 등 30년간 한국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한류를 지원해온 공훈을 인정받은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한인문화 음악 작품상 감독상 한국영화 드라마 한국 음악인들

2023-12-28

웨이브 성형외과, 한인 인플루언서 고소

LA한인타운 내 위치한 웨이브(WAVE) 성형외과 및 레이저 시술 센터가 명예훼손 및 비방 혐의로 한인 인플루언서를 고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자 시티뉴스서비스(CNS)에 따르면 웨이브 성형외과는 지난 7일 LA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에 한인 틱톡 인플루언서 티나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CNS는 제출한 소장을 인용해 “웨이브는 고객에 뛰어난 외래수술과 최첨단 기술 및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피고인 김씨가 영상을 통해 병원에 대한 악의적인 의도와 허위 사실을 유포해 고객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또 원고는 김씨가 병원을 떠날 때 직원에 비하 발언 및 손동작을 했다고 주장하며 김씨에 불특정 보상(unspecified compensatory) 및 징벌적 손해 배상(punitive damages)을 요구했다.   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7일 “웨이브 성형외과를 절대 가지 말라. 웨이브는 가지 말아야 할 장소 중 한 곳이다. 그 어떤 곳보다 불친절했다”고 틱톡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5만7400개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편 김씨는 틱톡에서 8만6000명의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드라마, 뷰티 등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로 알려졌다.  김예진 기자 [email protected]성형외과 웨이브 웨이브 성형외과 한인 틱톡 한국 드라마

2023-12-11

케이팝모터스, 드라마 '올인2'에 500억 제작비 투자

케이팝모터스(총괄회장 황요섭)는 드라마작가 최완규 작품 올인2에 5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글로벌시장에 한류K콘텐츠 보급은 물론 케이팝모터스의 전제품이 24부작의 올인2의 드라마에 소품 등으로 등장시키는 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인2(가제 Not Over)는 현재 4부작의 시나리오를 마친상태이며, 내년 상반기에 넷플릭스(Netflix)등에 방영예정이다.   황회장은 이를 위하여 올인2의 제작사인 주식회사 보민엔터테인먼트(대표 김영준)와 함께 국내 초특급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여자배우는 신인배우로 공개 캐스팅 경쟁을 통하여 차후 미국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급 영화에 주연 여배우로 성장시키어 진정한 케이팝모터스의 제품이 글로벌한류를 이끌어 가고, 한류 K컨텐츠 확장에 큰 역할을 하는 2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이다.   드라마 올인2는 제주특별자치도에 촬영세트장 설치를 할 수 있는 대지를 준비하였고 제주특별자치도 및 전주시에서 촬영유치협조를 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   한편 케이팝모터스는 내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전세계 기후협약국가 84개국에 15,550개의 대규모 전시판매장 설치에 나서며 내년 하반기 내에 세계증권시장의 주무대인 나스닥(NASDAQ)증권시장에 상장을 중비중이다.   케이팝모터스는 이를 위하여 이미 대한민국 11개소 미국 일본지역 15개소, 동남아 15개소에 대규모 전시판매장 준비를 위하여 일부 부동산매입 및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동희 기자 ([email protected])드라마 제작비 제작비 투자 드라마작가 최완규 드라마 올인2

2023-08-06

[시선 2035] ‘D.P. 시즌2’가 묻다 “뭘 할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최근 드라마 ‘D.P. 시즌2’를 공개했다. 주말 사이 몇몇 단체 메시지방에서는 정주행 소감이 올라왔다. 2년 전 드라마가 나왔을 때 또래 남성들을 만날 때면 디피 아니 군대 후일담을 들어야 했다. 누가 더 힘들었는지 ‘병영 부조리 올림픽’이 펼쳐지고, 누군가는 그걸 훈장처럼 안주 삼아 말하는 분위기가 달갑지 않았다. 그 무렵, 직장이 가깝고 나이도 같아 종종 연락하는 군대 선임을 만났다.   그는 드라마 첫 회를 보다 현기증이 나서 더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일부 선임은 그가 살이 쪘다며 가슴을 움켜쥐고 폭언을 일삼았고, 그의 뺨과 뒤통수를 때렸다. 나는 잊어도, 그는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나중에 혹독하게 살을 뺀 건 모멸감의 영향도 있던 것 같다. 내무실에서 그가 고통받을 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하는 그가 안타깝다’는 생각?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드라마 속 준호(정해인)처럼 나서서 선임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2년 전 드라마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자 국방부는 “병영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얼마 뒤 해군 일병이 부대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드러났다. 최근에도 구명조끼를 받지 못한 해병대 병사가 숨진 소식을 듣자 해병대 전역자들은 “변한 것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0일부터 최근 1년간 군인과 군무원 147명이 사망했다. 이중 극단적 선택이 66건(44.9%), 병사 54건(36.7%), 사고사 27건(18.5%)이었다.   시즌1에서 벌어진 사건 탓에 실어증에 걸려 군 병원에서 지내는 호열(구교환)은 태블릿 PC에 ‘뭘 할 수 있는데’란 말을 쓴다. 디피의 원작자이자 드라마 각본을 맡은 김보통 작가는 2021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디피를 많이 보면 좋겠다. 그래서 군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지 알았으면 한다”며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며 둔감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다.   ‘뭘 할 수 있는데’란 호열의 물음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답은 둔감함이 아닌 예민함에서 나올 것이다. 비단 군대 문제뿐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 수는 2223명으로 1년 전보다 143명(6.9%) 늘었다. 산재 사망자 수는 2019년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2020년)다. 또 ‘당하는 이들이 안타깝다’는 생각,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되는데, 자꾸 늘어나거나 1위를 하니 둔감해지는 것들이다. 여성국 / 한국 IT산업부 기자시선 2035 시즌 생각 드라마 드라마 각본 군대 선임

2023-08-02

[아름다운 우리말] 한류의 몰락

당연한 이야기지만 문화에도 흥망성쇠가 있습니다. 한류라는 한문화의 현상이 예쁨을 받음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지만 이도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고 급작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나쁜 마무리가 아니기를 빌고 있습니다.    한류가 세계 속에 널리 자리한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한류는 결코 기적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후의 참혹한 상황을 떠올리면 기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기적은 아닙니다. 한민족은 오랜 역사 속에서 이미 세계적인 문화 수준을 가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효나 퇴계의 정신세계는 불교나 유학에서 높은 경지에 있었습니다. 고려청자나 종묘의 미, 판소리 풍류 같은 흥은 세계 속에서도 훌륭한 모습입니다. 먼 옛날 북을 치며 신을 맞는 부여의 영고(迎鼓), 춤을 추면서 제를 올리는 예의 무천(舞天)은 신명의 세계였습니다. 정신도, 예술도, 흥도 한류 속에 깊이 담겨있습니다.   대중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의 인기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이미 6,70년대에도 수많은 영화를 찍어 왔고, 서양의 대중음악을 우리 것으로 훌륭히 소화해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청중과 시청자, 관객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한류는 듣는 이, 보는 이, 하는 이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날개가 더해져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넉넉해지면서 더욱 연예계에 투자되는 액수가 커졌음도 사실입니다. 더 좋은 인재가 모이기도 했죠. 민주화로 상징되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는 다양한 모습을 담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영화, 드라마의 다양한 소재와 표현방식은 민주화의 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용 속에는 민주화를 비롯해 고통을 이겨낸 역사의 자취가 담깁니다. 일제강점기, 분단, 독재는 상처이면서 귀중한 경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류는 모든 한국인의 공입니다.    그런데 한류를 한류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있었음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 속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는 가족의 따뜻함, 사랑이 기반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우나 가수의 겸손하고 노력하는 자세, 나누는 모습이 한류 열풍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류에 열광하는 사람은 한국 가수나 배우를 따라서 기부를 하고, 때로는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의 이름으로 나눕니다. 한국 드라마처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겁니다.   허나 한류가 조금씩 위험한 길로 가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 디딘 한 걸음은 한류를 몰락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돈이 중요시되어 수많은 간접 광고로 작품을 망치거나 다른 문화를 가볍게 여기기도 합니다. 쉽게 차별을 용인하거나 차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나 대중음악이 점점 말초적으로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말초는 말초를 부릅니다.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극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무너지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한류의 몰락입니다.   언젠가 한류는 다른 문화에 자리를 내어 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류가 가졌던 좋은 가치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 바랍니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울고 웃고, 신명 나게 표출하면서도 나눌 수 있던 모습 말입니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10주년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깨끗이 뒷정리를 하였다고 합니다. 한류의 희망이 다시 보였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류 몰락 한류 열풍 한국 드라마 영화 드라마

202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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