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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가 주는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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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한국의 전형적인 어머니 이야기
노 부부의 영원한 이별을 주제로 한 '님아…'
'고령화 가족'은 전형 벗어난 전개로 웃음선사
엄마와 아들 관계 코미디로 다룬 '크게 될 놈'

 
1년에 한 번뿐인 특별한 날, ‘마더스데이’가 돌아왔다. 한 해가 지났다는 건 각자 세월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자녀는 어른이 되어가고 엄마는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간다. 늙는다는 건 서럽다지만 시간의 축적으로 추억이 남는다. 추억을 회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진과 영상이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된 시대, 젊은층 사이에 ‘부모님과 함께하는 영상을 되도록 많이 남겨라’는 말이 덕담처럼 오간다. 혹시 모를 이별을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속뜻이 담겼다. 영화는 간접체험으로 감정이입 효과를 낳는다. 사진과 영상이 부족하다면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을 보며 우리네 삶을 비교해볼 수 있다. 마더스데이 엄마의 삶을 다룬 영화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세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노희경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뒤부터 드라마, 영화 제작이 꾸준히 되고 있다. 그중에서 배종옥, 김갑수 주연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내용은 우리네 한국 엄마의 전형적인 이야기다. 내용 자체만 보면 신파 중의 신파로 보인다. 그만큼 부인하기 어려운 ‘코리안 엄마’로 대변되는 보편적 정서가 담겨 있는 셈. 한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는 엄마는 슈퍼맨이다. 치매가 걸린 시어머니, 일밖에 모르는 의사 남편(그러다 병원에서 잘린다), 자랑스러운 분신인 줄 알았는데 사고 치는 딸, 철부지 아들을 돌본다. 당연히 자신보다 가족이 우선인 엄마다. 그런 엄마를 당연시하던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엄마의 말기암.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외면하고 싶은 부끄러움도 밀려온다. 분명 허구 속 이야기인데 우리 삶의 한 장면이 꼭 들어가 있다.  
 
그 와중에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인 김인희(배종옥)의 삶과 투병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냉정해지기가 힘들다. 특히 김인희 역을 맡은 배종옥이 화장실에서 피를 토하며 “나 왜 이러니…나 죽는 거 무서워”라고 절규할 때, 모두가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때론 현실이 더 영화 같다. 관객이 ‘이 영화는 실제 이야기’라는 문구에 호감을 표하는 이유다. 꾸며낸 이야기보다 묵직한 현실이 더 와 닿기도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영화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다. 한국의 노부부 강계열(89) 할머니와 조병만(98) 할아버지의 지난 인생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노부부의 영원한 이별 과정을 보여준다.
 
흔히 노인 세대는 낭만도 모르고 애틋한 부부의 정도 인색하다는 선입견에 피해를 본다. ‘그들은 원래 그렇다’는 단정을 이 다큐멘터리는 그냥 깨부순다. 90세 전후 부부가 봄철이면 꽃놀이를 즐기고,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엔 지는 낙엽을 보며 서로를 바라본다. 노부부의 삶에는 공허보단 한평생을 함께 지내 온 충만함이 가득하다.  
 
무엇이 노부부의 삶을 충만하게 했을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다. 다큐멘터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면 ‘나라면…’이라는 의문에서 ‘나도…’라는 부러움이 밀려온다. 인연은 무엇이고, 함께 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이 다큐멘터리는 잔잔하게 보여준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도 노부부의 삶은 숭고하다.
 
고령화 가족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국 가족의 모습은 틀에 박혀 있을 때가 많다. 그 전형성을 비틀었을 때 낯뜨거움과 웃음이 동시에 터진다.
 
고령화 가족은 내로라하는 출연진이 작정하고 망가지려 한 것 같다. 윤여정(엄마역), 박해일(아들 인모역), 윤제문(아들 한모역), 공효진(딸 미연역) 등의 연기가 실생활 모습은 아닐까 의심마저 들게 한다.  
 
고령화 가족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다 커버린’ 자식들과 엄마의 이야기다. 영화는 시작부터 답답하다. 나이 마흔에 인생의 방향타를 잃어버린인 모, 교도소에서 출소한 마흔넷 한모, 이혼이 생활인 서른다섯 미연이 독립 대신 가난한 엄마 집으로 들어온다.  
 
나이 칠십이 다 되는데 답 없는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건 엄마다. 그런 엄마에게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할 텐데 삼남매는 염치는 내던졌다. 다 큰 어른인 삼남매의 으르렁거림을 보노라면 한심함을 넘어 어이없는 웃음이 터진다.
 
특히 유명 배우들이 소화한 각자의 역할은 ‘세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우리 가족 중 숨기고 싶은 망나니들이 다 모였다.  
 
이 코미디 영화는 ‘작정하고 다 망가진’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낭비라는 생각은 결코 안 든다.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엄마의 모습과 마흔 전후 삼남매의 모습에서 정을 느끼게 된다.      
 
크게 될 놈
 
한국 영화에서 모녀를 다룬 영화는 많지만, 엄마와 아들을 다룬 영화는 듬성듬성이다. 크게 될 놈은 코미디 성격을 띤 가족영화다. 전라도 어느 섬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들 기강(손호준 분)과 기강 남매를 키우는 엄니 순옥(김해옥 분)의 이야기다.  
 
고향을 떠나 미국까지 온 한국발 아들래미라면 영화 속 기강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다. 인구가 적은 곳 출신일수록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떠나겠다’는 포부(?)가 아들들 마음에 자리 잡는다. 엄마는 답답함의 대명사요, 아빠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대상이 아니라는 질풍노도 시기도 겪는다.  
 
한국 남성의 가슴에 타오르는 불꽃을 섬마을 출신 기강은 잘 표현한다. 기강은 그 불꽃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른다. 철이 들 때가 됐음에도 기강은 그 기회를 허황된 꿈과 맞바꾼다.  
 
그런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엄니의 속은 어떨까. 엄니 순옥은 아들을 품을 수밖에 없다. “세상 모두 욕해도…나는 니 엄니여”라는 말은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주제다.  
 
영화가 다소 산만할 수 있지만, 인자한 엄니와 철부지 아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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