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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전 콩밭, 전국 최고 핫한 동네로

  ━   원문은  LA타임스 8월16일자 ‘This Orange County city has the hottest housing market in the country’ 제목의 기사입니다.   킴 포하스(40)는 지난해 5월 어바인의 그레이트 파크 커뮤니티내 새로 지어진 원베드룸 콘도를 64만3000달러에 구입했다. 모델하우스를 둘러 본지 불과 며칠만의 결정이었다. 바닥과 부엌 싱크대 업그레이드에 큰 돈을 쓰긴 했지만 새 집에 만족했다. 콘도를 장만한 지 몇 개월 뒤 그녀는 부동산 가격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계기는 부동산 앱 ‘질로(Zillow)’에서 그녀의 콘도 주변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지난달 그녀는 장난삼아 콘도를 질로 앱에 매물로 올렸다. 구입한 지 불과 1년 만에 콘도의 거래가는 거의 18만 달러가 뛴 82만1000달러로 폭증해 있었다.   그녀는 “내가 마치 헌 집을 사서 고친 뒤 매물로 내놓는 부동산 투자 ‘플립’을 한 것 같다고 느꼈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새 집에 살았을 뿐인데 집값이 뛰어있었다”고 말했다.   포하스의 경험처럼 어바인은 현재 높은 모기지 금리로 전반적으로 침체한 주택 시장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지난 1년 새 어바인의 중간 주택 가격은 20.8% 상승하여 156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질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어바인은 주택 가격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규모의 성장이나 신규 주택 건설에서도 캘리포니아의 타지역을 능가하고 있다.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가 수천 명의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반면, 어바인은 지난 3년 동안 1만3000명 이상의 주민이 늘면서 가주내 인구 증가율에서 1위를 기록했다. 현재 인구가 31만5000명에 달하는 어바인은 샌타애나를 제치고 캘리포니아에서 13번째로 큰 도시가 됐다.   또 2010년 이후 오렌지카운티에서 건설된 10만 채의 신규 주택 중 3분의 1 이상인 3만5000채가 어바인에 위치해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계획 도시인 어바인의 인기는 갑작스러운 현상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개발의 시작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바인 컴퍼니라는 회사는 10만 에이커의 목초지, 콩밭, 감귤 과수원을 도시 외곽의 작은 마을로 조성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바인은 우수한 공립학교, 낮은 범죄율, 넉넉한 공원 공간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또 UC 어바인 대학과 고급사무실 빌딩 클러스터의 경제적 동력을 등에 업은 이 도시는 최근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바인에 본사를 둔 존 번스 부동산 컨설팅의 존 번스 CEO는 “어바인은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로 주택 개발 부지가 여전히 넉넉하고 일자리 또한 증가할 수 있는 곳”이라며 “남가주에는 어바인과 같은 조건을 가진 도시가 없다”고 설명했다.   어바인은 역사적으로 주택 구매자들에게서 과열 경쟁이라고 싶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어왔다. 어바인 컴퍼니는 1960년에 주정부에 1000에이커의 땅을 대학 설립 부지로 기증해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삼으면서 본격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단독 주택, 타운홈, 아파트로 구성된 주거 중심지가 들어섰으며, 각각 자체 학교, 소매점, 놀이터를 갖추고 있다. 간선 도로는 각 동네들을 상업 지구와 그린벨트로 연결하고 있다.   어바인의 가장 잘 알려진 지역 중 하나인 우드브리지(Woodbridge)가 1976년에 오픈했을 때 무려 1만명이 분양 신청을 하기 위해 판매 사무소에 몰려들었다.   어바인 컴퍼니의 임원은 당시 이 장면을 1899년 미국 정부가 오클라호마에서 인디언을 쫓아내고 차지한 땅을 시민들에게 선착순으로 나눠주었던 ‘오클라호마 랜드 러시’에 비유할 정도다.   어바인에 있는 4만개 이상의 아파트 유닛 중 4분의 3이 여전히 어바인 컴파니 소유다.   주민들은 어바인의 편의 시설과 생활 방식에 만족하고 있다. 2017년에 구입한 어바인의 새 콘도를 4베드룸 주택으로 업그레이드한 조나단 선(37)은 “주택, 학교, 공원, 상점이 모두 근처에 있는 도시 계획 덕분에 살기가 편하다”면서 “모든 것이 매우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고 말했다.   어바인의 인구는 2000년에서 202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비록 팬데믹 첫해 인구가 감소하긴 했지만 2019~2022년 사이 어바인 북동부의 한 구역에만 6200명의 인구가 유입되었으며, 이는 남가주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이 지역에는 4700에이커에 달하는 전 해병 항공 기지였던 그레이트 파크가 포함되어 있다. 이 부지는 2002년에 주거용 주택 개발지로 결정됐고 전체 부지의 약 4분의 1은 공원으로 지정됐다. 시는 이땅에 최대 1만5800채의 신규 주택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레이트 파크의 건설 덕분에 어바인은 주변 커뮤니티보다 주택 건설 속도가 훨씬 앞서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어바인에서 9400채의 신규 주택 건설이 허가됐는데 오렌지카운티의 다른 어느 도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그럼에도 어바인의 주택 공급량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어바인의 집값이 치솟으면서 주변 지역 주택 가격 역시 들썩이고 있다. 라구나 니겔, 터스틴, 레이크 포레스트, 미션 비에호 등 오렌지카운티 4개 지역은 지난 1년간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도시 12위내 포진해있다.   어바인에서 10년 동안 일해 온 부동산 에이전트 창 에밀리 칼코트는 “어바인에서 집을 찾지 못한 주택 구매자들이 주변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최근 집값 급등 현상은 아시아에서 이민온 구매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어바인의 K-12 학교, 대학, 그리고 다른 편의 시설에 매료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어바인 인구의 40%가 외국 태생이고 그중 80%가 아시아 국가 출신이다. 칼코트는 “한국인이나 중국인과 얘기해보면 캘리포니아는 몰라도 어바인은 안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종종 현금으로 집을 구매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민감하지 않다. 상하이에 있는 류관이는 어바인의 포톨라스프링스커뮤니티에 있는 4베드룸 주택을 지난 6월에 현금 200만 달러를 주고 구입했다. 그는 몇 년 안에 가족과 함께 이주할 계획이다.   류는 이미 어바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2019년 첫 아이를 미국에서 출산하기 위해 어바인에 왔다가 집을 구입했다. 그리고 애너하임에 한 채를 더 샀고 이번에 새로 구입한 집은 세번째 집이다. 류는 어바인의 교육 환경과 낮은 범죄율에 매료됐다. 딸과 6개월 된 아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킬 계획이다.   중국의 차유리 코팅 제조회사 사장인 류가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팬데믹 동안 이뤄진 중국 정부의 강력한 봉쇄 조치 때문이다. 그는 투자 이민 프로그램인 EB-5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한 상태다.   어바인의 집값 상승은 이미 어바인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답답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4살과 1살 자녀를 둔 선씨 부부는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원하는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270만 달러에 잡았음에도 현재 살고 있는 2200평방피트의 집보다 더 큰 집을 구하지 못했다.   그는 “오렌지카운티 북쪽이나 남쪽으로 이사하면 우리가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있겠지만 어바인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바인에서는 그레이트 파크 외에도 대규모 건설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어바인 컴퍼니는 주택 수요가 크다는 인식하에 상업용으로 개발하려던 6개 부지에 최대 4900 유닛의 신규 아파트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레이트파크 콘도 가격이 불과 1년새 폭등한 것을 확인했던 포하스는 결국 콘도를 팔았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함께 어바인의 2베드룸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녀는 매각으로 얻은 이익을 높은 이자의 예금 계좌에 넣어두고 있다. 모기지 금리가 내려갈 때 다시 집을 살 수 있도록 돈을 유동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녀는 “다시 집을 살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글=리암 딜런·신디 챙 기자  사진=브라이언 밴 더 브러그동네 전국 어바인 컴퍼니 어바인 대학 반면 어바인

2024-08-21

뜨거운 차 안에 방치된 어린이 또 사망

기록적 더위 속 부모 주의 필요 어린이 체온 3~5배 빠르게 상승   2일 밤 마리에타 주택가에 주차된 차 안에 방치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캅 카운티 경찰은 이날 오후 7시쯤 마리에타(800 Wanda Circle) 주택가의 차 안에서 한 어린이가 의식 없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쓰러진 2세 남아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3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에릭 스미스 캅 경찰 대변인은 “신고자는 아이가 ‘장기간’ 차에 남겨졌다고 진술했으나 현재로써는 증거가 전혀 없다”며 형사 고발된 건은 없다고 밝혔다. 스튜어트 밴후저 경찰서장은 이어 “형사 고발이 정당한지, ‘분노(outrage)’가 정당한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밴후저 서장은 아울러 주민들에 더위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경찰은 사망한 소년이 스스로 차에 탔는지, 그 안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차량은 주택가에 주차돼있었지만, 차량 소유주가 누구인지, 아이가 인근에 사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3일 오후 현재까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뜨거운 자동차 사고' 예방법   국가안전위원회(NSC)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15세 미만 어린이 평균 37명이 차량에 방치된 후 열사병으로 사망한다. ‘어린이 및 자동차 안전’ 단체의 통계에 의하면 2023년 최소 29명이 위와 같은 이유로 사망했다. 만약 뜨거운 차 안에 아이를 남겨두면 그 부모는 살인 혐의를 받게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뉴턴 카운티에서 엄마가 집을 청소하는 동안 뜨거운 차 안에 5시간 이상 방치된 4개월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엄마는 2급 살인, 허위 진술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올해는 현재까지 전국에서 6명의 어린이가 ‘뜨거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여름 기록적인 더위가 예고되며 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밖이 시원하다고 느껴질 때에도 어린이를 차 안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 내부 온도는 빨리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어 두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CDC에 따르면 첫 10분 동안 내부 온도는 거의 20도가 오를 수 있다.   전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의하면 특히 어린이의 체온은 성인보다 3~5배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NSC에 의하면 1998년 이후 조지아에서는 어린이 관련 뜨거운 자동차 사망사건이 40건 기록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보호자가 ‘까먹고’ 자신도 모르게 어린이를 안에 남겨둘 때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NHTSA는 아이가 타는 차량에 동물 인형을 둘 것을 조언했다. 아이가 차를 타지 않을 때는 카시트에 인형을 앉히고, 아이가 카시트에 탔을 때는 인형을 카시트 앞자리에 두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메모를 남기거나 지갑 또는 가방을 뒷좌석에 놓고 내려서 차를 잠그기 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차에서 내린 후 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며, 아이가 보이지 않을 때는 즉시 차 안과 트렁크를 확인해야 한다.   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동네 어린이가 차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므로 항상 문을 잠그는 것이 중요하다. 잠긴 차 안에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을 발견하면 즉시 911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윤지아 기자방치 사망 자동차 사망사건 동네 어린이 어린이 관련

2024-07-03

오로라시,‘최고의 음식 동네’중 하나

 오로라가 다양한 요리 선택권 덕분에 미국내 최고의 음식 동네(best food neighborhoods) 중 하나로 선정됐다고 덴버 폭스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여행 잡지 AFAR은 동부에서 서부까지 미전역의 ‘요리 오아시스’(culinary oases)를 살펴본 결과 이민자, 흑인, 원주민, 유색인종 및 여성 소유 비즈니스가 많고 덜 알려졌으며(lesser-known) ‘음식이 어이없을 정도로 맛있는’(ridiculously delicious food) 12개 지역을 선정했는데, 이중 한 곳으로 오로라가 포함됐다. AFAR에 따르면, 250개 이상의 글로벌 레스토랑이 있는 오로라 시내 하바나 스트리트는 미국내 최고의 음식 동네 중 하나다. AFAR은 하바나 거리를 따라 줄지어 있는 다양한 요리 옵션을 강조하면서 이곳을 인도, 이탈리아, 한국, 수단 레스토랑이 100년 된 식당, 한국 노래방, 프라이드치킨 전문점, 보바 찻집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종의 통로(thoroughfare)라고 설명했다. AFAR은 아침 식사로, 2892 S. Havana St.에 위치한 프랑스 아시아 베이커리 뚜레 주르(Toules Jours)를 방문할 것을 추천했다. 이 곳에서는 미식가들이 타로(taro) 크림 빵, pain au 초콜릿(초콜릿 크루아상), 팥(red bean) 도넛, 허니듀 멜론 번 그리고 인기 있는(인스타그램 가능한) 보라색 우베(ube) 라떼와 같은 찾기 어려운 간식을 맛볼 수 있다. 점심 식사로 AFAR은 10293 E. Iliff Ave.의 Havana St. 바로 옆에 위치한 해산물 식당 ‘Mariscos El Rey Dos’를 추천했는데, 이 식당은 새우, 가리비, 농어, 문어, 오징어, 게, 전복, 다양한 스시 옵션 등 눈에 띄게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FAR은 저녁 식사로는 돼지(1910 S. Havana St., Unit 1)와 신명관(2680 S. Havana St. B)의 한국식 바베큐 또는 Aroma de Brazil(10722 E. Iliff Ave.)에서 브라질 슈라스코(Brazil Churrasco)를 추천했다. 단 것을 먹고 싶다면 AFAR은 고구마 치즈케이크, 흑임자(black sesame) 녹차와 같은 독특한 맛을 지닌 빙수 판매점인 Snowl Cafe를 추천했다. 1930 S. Havana St. 유닛 5-6에 위치한 이 카페는 물고기 모양의 아이스크림 콘에 담긴 보바 차와 달콤한 스낵을 제공한다. 해피아워와 심야 미식가들은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222 S. 하바나 스트리트 유닛 E에 위치한 한국식 펍 땡술포차(ThankSool Pocha)에서 소주(8달러)나 맥주(7달러)를 즐길 수 있다. 근처에 있는 Muse Noraebang and Cafe에서는 홍합탕이라고 불리는 홍합으로 만든 해장국을 제공한다. AFAR은 또, 1930 S. Havana St. 유닛 12에 있는 Sara's Market Bakery에서는 시미트(씨앗을 넣은 터키 베이글), 시르말(사프란 맛 달콤한 빵), 바르바리(효모를 넣은 이란 플랫브레드)를 맛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AFAR이 추천한 식당들은 ▲Chutney Indian Cuisine(2740 S Havana St. Unit K) ▲Bettola Bistro(10253 East Iliff Ave.) ▲Tofu Story(2060 S Havana St.) ▲Sudan Cafe & Khairat Bakery(10375 E Iliff Ave.) 등이다. 한편, AFAR은 개업한 지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지역적으로 상징적인 그리스 식당 겸 바인 Sam's No. 3도 주목했다. 오로라에 있는 Sam's No. 3 매장은 최근 문을 닫았지만 글렌데일(435 S Cherry St.)과 덴버(1500 Curtis St.) 소재 식당은 여전히 운영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은혜 기자오로라 음식 음식 동네 식당 한국 한국식 바베큐

2024-04-26

"1년만 버티자"…커피숍 알바의 인생 역전

“‘완벽함’을 잡으려 하지 않고 좇아가다 보니 이 자리에 왔습니다.”   ‘2024 US 커피 챔피언십 대회(US Coffee Championships)’ 한인 최초로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획득한 프랭크 라(36)씨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전했다.     커피숍 ‘비 브라이트 커피(Be Bright Coffee)’를 운영한 지 이제 1년 반이 된 라씨는 전국에서 몰려온 실력 있는 바리스타들을 제치고 지난 17일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본지 3월 19일자 A-1면〉     이번 대회에서 라씨는 ‘코다와리’를 주제로 심사위원들에게 커피를 선보였다.     코다와리는 ‘집요함’, ‘집착’을 뜻하는 일본어로, 타협하지 않는 장인정신을 말할 때 주로 쓰인다.     라씨는 “커피를 만들다 보니 완벽한 커피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잡히지 않는 완벽함을 최선을 다해 좇아갈 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대회는 거물급 바리스타들과 함께 경쟁을 펼쳐야 했다.     6명의 최종 후보에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준우승자와 이전 대회의 우승자 및 결선 진출자 2명까지 포함됐다.       15분 안에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시그니처 음료를 제공해야 하는 대회에서 라씨는 ‘디테일’에 승부를 뒀다.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식히는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경쟁자는 얼린 강철볼 위에 커피를 붓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라씨는 옛날 바리스타 대회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느낌으로 직접 에스프레소를 휘저어 식히고 크레마를 추가했다.     또한 시그니처 음료가 나가기 전에는 뜨거운 물수건을 제공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무엇보다도 정확한 ‘플레이버 노트(flavor note)’를 전달한 것이 핵심 포인트였다고 라씨는 전했다.     테이스팅 노트라고도 하는 플레이버 노트는 커피에 대한 정보와 마신 후 느껴지는 맛을 간단히 표기한 것으로 플로럴, 초콜릿, 카라멜 등 종류만 1000가지 이상이다.     그는 “재료의 비율이 조금만 달라도 플레이버 노트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전에 들어가기 전 당일 오전까지 계속 수정을 거듭하며 정확한 플레이버 노트를 제공하기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커피와의 인연은 20대 초반이었다.     지난 2010년 UC리버사이드 경영학과를 졸업한 라씨는 경제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그러다 ‘1년만 버티자’는 심정으로 동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된 것이 신호탄이 됐다.     라씨는 “중학교 시절 요리사를 꿈꾼 것이 생각났다. 그때도 내가 만든 음식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좋았는데 커피도 그런 의미에서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현재 남가주 유명 커피숍인 ‘코파 비다(COPA VIDA)’에서 일하며 패서디나 지점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었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지난 2022년부터 ‘비 브라이트 커피’를 운영 중이다.     아내 미셸 라씨는 한인 배우 존 조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 ‘서칭’에서 사라진 딸 ‘마고 김’ 역할로 출연한 배우 출신이다.   라씨는 “지난 2013년쯤에 와이프가 가게에 손님으로 왔는데 내가 해준 마키아토를 먹고 당시 트위터에 맛이 없다는 글을 썼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 ‘다시 대접할 테니 방문해달라’고 말했고 그렇게 다시 만난 게 인연이 됐다”며 “지금은 내가 만든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웃음)”고 말했다.       라씨는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며 몇 가지 팁을 전했다.     그는 “그라운드 빈보다는 훌 빈을, 블레이드 그라인더보다는 분쇄도가 일정한 버 그라인더(Burr grinder)를 추천한다”며 “또한 너무 프레시하지도, 너무 오래되지도 않도록 로스팅 되고 일주일 정도 지난 원두를 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커피숍 역전 동네 커피숍 바리스타 챔피언십 플레이버 노트

2024-03-28

[독자 마당] 50년 된 조끼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세월이 흘러야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소중하게 생각되는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구입한 지 50년이 된 조끼가 있다. 여태껏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런데 반세기가 넘은 옷이지만 지금도 입을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다. 이 조끼는 내가 30대 초반 나이에 미국에 첫 출장을 올 당시 입었던 옷이다. 당시 미국 출장 기회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만큼 준비 과정부터 설레는 일이었다.     미국 출장을 앞두고 들뜬 기분에 감색 양복 한 벌을 맞췄다. 동네 양복점에 가 당시 가장 좋은 원단으로 조끼까지 포함된 최고급 양복이었다. 조끼에는 내 30대 초반의 추억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사진 정리를 하다 그 양복을 입고 미녀들과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배경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출장 중에 유명 관광지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방문했다 촬영한 것이었다. 당시 그곳에서는 미스아메리카 선발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어떻게 대회에 참가한 미녀들과 함께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금 양복은 없어지고 조끼만 보관하고 있다. 옷장에 많은 조끼가 있지만 올겨울에는 유난히 그 감색 조끼를 애용했다. 지금도 입으면 따듯하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조끼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내겐 조끼보다 더 오랜 동반자가 있다. 결혼한 지 50년이 넘은 아내다. 지금 한국에 있는 아내가 무척 그립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조끼 감색 조끼 나이아가라 폭포 동네 양복점

2024-03-12

[이 아침에] 터줏대감

속담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웃에 있는 사람이 멀리 있는 친척이나 친구보다 더욱 가깝다는 의미인데 요즈음엔 이 말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이웃이 더는 이웃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한국 뉴스를 보면 이웃끼리 층간소음이니 주차문제로 다투고 소송을 하기도 한다니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한 시대를 사는 중이다.   우리 집엔 금귤나무 12그루가 있다. 흔히 낑깡이라 부르기도 하고 영어로는 쿰콰트(Kumquat)라고 한다. 껍질째로 먹는 새콤 달콤한 과일로 특히 비타민 C가 많고 칼슘도 많다. 쿰콰트를 뒷마당에 여섯 그루를 심고 차고 옆 울타리에 여섯 주를 심었다. 올해 낑깡이 풍작이라 울타리에 심은 것은 노란 전구가 무수히 달린 듯 상큼하고 보기에 좋다. 오며 가며 산책길의 사람들이 신기해하기도 하고 따먹기도 하니 동네 간식인 셈이다.   시큼해서 나는 잘 먹지 않아도 종종 신 것을 좋아하거나 감기 걸린 이에게 따서 주면 반가워한다. 지난주 예배시간에 메시지가 왔다. 앞집의 폴이 잼을 만드는 중인데 제스트(zest)가 필요해서 우리 울타리의 낑깡을 조금 따고 싶다고 한다. 제스트는 감귤류 껍질에 있는 펙틴인데 잼을 끈기 있게 하려면 껍질을 갈아 넣으면 유용하다. 아무 때나 필요한 만큼 따서 쓰라고 답장했다.   며칠간 계속된 비에 금귤이 많이 떨어졌기에 남은 걸 따려고 나가니 다른 앞집인 미오 할머니 손녀가 일부러 알려준다. 며칠 전에 어떤 이가 자루를 들고 와 따기에 다른 사람들 위해 남겨두라고 말했단다. 자기 집 2층 창밖으로 우리 울타리가 잘 보여 본의 아닌 보초를 선 모양이다. 나눠 먹는 이웃이 나무를 지켜주는 이웃이기도 해서 고마웠다.   낑깡을 따서 향긋한 술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기도 하고, 금귤청을 만들어 나누기도 하니 조그만 귤이 이웃 사이를 정답게 한다.   ‘격장지린(隔墻之隣)’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담을 사이에 둔 이웃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까운 이웃의 의미 곧 이웃사촌과 같은 뜻이다. 혹여 담이 증오나 미움의 담이 아니길 바란다. 사랑의 담이어서 그 담으로 별식도 넘나들고 도움도 나누는 담이었으면 좋겠다.   오래전 이 동네에 집을 사고 부모님께 알렸더니 아버지가 편지하셨다. “미국에서 첫 집을 사다니 기쁘다. 네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라.” 바로 그 집에서 37년째 살고 있다. 가장 젊은 주민이었는데 이젠 어른들은 다 돌아가시고 세대교체가 되면서 우리 집이 절로 동네 터줏대감이 되었다.   이왕에 터줏대감이 되었으니 이웃의 범위도 확장하여 앞 세집, 두 옆집과만 교제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여생을 푸근한 터줏대감으로 살고 싶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터줏대감 동네 터줏대감 이웃 사이 금귤나무 12그루

2024-02-15

[사진의 기억] ‘어린이’라고 쓰고 ‘희망’이라고 읽는다

그 많던 아이들이 다 어디 갔을까. 그 시절엔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딜 가나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새들의 합창 같았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소리쳐 부를 때까지 해가 저물도록 뛰어노는 아이들로 골목은 항상 시끌벅적했다. 더구나 겨울방학이다! 방학식을 마치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음박질치는 이 아이들의 해방된 장난기가 곧 온 동네를 활기차게 휘저을 것이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가정에 아이들 네댓 명은 보통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사오십 년, 혼자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언니, 오빠, 형, 누나라는 다정한 호칭은 무용해졌다. 아울러 과꽃이 피면 유난히 과꽃을 좋아하던 시집간 누나를 그리워하고, 뜸북새 울면 서울 가서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던 오빠를 간절하게 기다린다는 ‘과꽃’이나 ‘오빠 생각’ 같은 동요는 아주 오래전의 정서가 되었다. “둘만 낳자”가 “하나만”으로 바뀌고 농담처럼 “한 집 걸러 하나씩”이 회자 되더니 급기야 학교도 동네 골목도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출산의 서슬에 화들짝 놀라 “동생 낳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기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엄청난 반전이다.   사실 아이들이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서 비록 고난 속에서라도 꿈을 이루려고 애쓰는 자체가 자연스러운 삶인데, 우리가 편의적인 잣대로 너무 성급하게 다음 세대를 재단해버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완전히 뒤집힌 정책이 과거 우리의 결정이 얼마나 앞을 내다보지 못했는가를 말해준다. 어린이가 희망인 이유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라지면 학교도 사라지고 교사도 사라지고 꿈이 사라진다. 한겨울 추위에 가방도 없이 책보를 끼고 다녀도 기죽지 않고 씩씩하던 아이들. 지금 사진 속 이 아이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때 길 위에서 만난 거침없고 해맑던 아이들을 소환해본다. 김녕만 / 사진가사진의 기억 어린이 희망 동네 골목 오빠 생각 언니 오빠

2024-01-28

잊지 못할 '한강 라면' 이젠 우리 동네서 '후루룩'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 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라는 라면송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진심이다.     라면은 단순히 음식을 넘어 한국의 문화를 대변하는 키워드가 됐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9억 5200만 달러로 집계됐고 텍사스주 달라스에는 K-라면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라면도서관(The Raymun Library)이 문을 열었다.     이 가운데 '한강 라면'으로 유명한 '이지쿡 라면조리기'가 미국에 전격 출시돼 화제다.     이지쿡 자동 라면조리기는 그 이름처럼 라면을 조리하는 과정을 손쉽게 만들어 주는 혁신적인 가전제품이다. 전통적인 냄비나 전자레인지보다 더욱 빠르고 간편한 방식으로 라면 조리가 가능하다. 국물라면, 비빔라면, 볶음라면 등 종류에 관계없이 최적의 온도와 시간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맛있는 라면을 끓일 수 있다.   깔끔하고 컴팩트한 디자인의 이지쿡 라면조리기는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손쉬운 버튼 조작과 간결한 LED 디스플레이로 사용자 친화성을 높였다. 또한 안정성에 대한 고민도 적극 반영되어 과열 방지 기능과 안전 잠금장치를 탑재해 안심하고 이용 가능하다.   가정은 물론, 사무실, 학교 등등 일상 속에서 맛있는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이지쿡 자동 라면조리기는 미주 한인 최대 온라인 쇼핑몰 '핫딜'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문의:(213)368-2611     ▶웹사이트:     hotdeal.koreadaily.com핫딜 한강 동네 한강 라면 우리 동네

2024-01-17

[우리말 바루기] ‘배기’와 ‘박이’

우리말에서 가장 헷갈리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박이’와 ‘-배기’다. 다음 예문에서는 ‘-박이’와 ‘-배기’ 중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두 살(박이/배기) 아이와 간만에 꽃구경 나왔다.” “귀여운 점(박이/배기) 강아지와 동네 산책로에 꽃놀이 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각각 ‘두 살배기’ ‘점박이’가 맞는 말이다.   ‘-배기’는 어린아이의 나이를 나타내는 명사구 뒤에 붙어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세 살배기’ ‘다섯 살배기’처럼 쓰인다. 첫 번째 예문에서도 이런 의미로 사용됐으므로 ‘두 살배기’가 맞는 말이다.   ‘-배기’는 ‘나이배기’처럼 그것이 들어 있거나 차 있음을 더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배기’는 또한 ‘공짜배기’ ‘대짜배기’ ‘진짜배기’와 같이 그런 물건의 뜻을 더하는 말로도 쓰인다.   ‘-박이’는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네눈박이’ ‘차돌박이’ ‘금니박이’ ‘덧니박이’ 등이 이런 예다. 위의 둘째 예문에서도 등에 점이 박혀 있는 강아지를 가리키는 것이므로 ‘-박이’가 붙은 ‘점박이’가 옳은 말이다.   ‘-박이’는 ‘장승박이’ ‘붙박이’처럼 무엇이 박혀 있는 곳이라는 뜻을 더하거나 한곳에 일정하게 고정돼 있다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도 사용된다.우리말 바루기 배기 동네 산책로 다음 예문

2023-12-13

[오늘의 생활영어] make (something) into (something else); ~를 ~로 전환하다

(Joan is visiting Sally's new apartment … )   (조안이 샐리의 새로 이사한 아파트를 방문중이다…)   Joan: So how do you like your new apartment?   조안: 새 아파트는 마음에 들어?   Sally: I love it! I’m really happy here!   샐리: 좋아! 여기 아주 맘에 들어!   Joan: You have so much natural lighting.   조안: 자연광이 정말 많이 들어오는구나.   Sally: Isn’t it great?   샐리: 좋지 않니?   Joan: It is.   조안: 좋아.   Sally: I made the second bedroom into an office.   샐리: 작은 침실을 사무실로 만들었어.   Joan: Great idea. It looks terrific.   조안: 잘했어. 아주 멋있어.   Sally: You should move to this side of town.   샐리: 너도 이쪽 동네로 이사 와.   Joan: I'd like to but I couldn’t handle the rent.   조안: 그러고 싶지만 임대료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Sally: Maybe some day you'll be able to.   샐리: 언제 감당할 수 있는 날이 올거야.     ━   기억할만한 표현     * natural lighting: 해가 잘 드는 것 자연 채광     "I love a house that has a lot of natural lighting."     (전 자연광이 많이 드는 집이 좋습니다.)   * this (or that) side of town: 이쪽 동네     "I don't often come to this side of town. I live too far away."     (저는 이쪽 동네로는 좀처럼 오게 되질 않아요. 너무 멀리 살기 때문에요.)   * can't handle (something): 감당할 수 없다     "I can't handle noisy children so I couldn't be an elementary school teacher."   (전 시끄러운 아이들은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는 될 수가 없었죠.)오늘의 생활영어 make 전환 natural lighting visiting sallys 이쪽 동네

2023-11-14

[부동산 이야기] 동네 이야기 (1) 아케이디아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조선 시대의 문인이자 정치가인 윤선도가 56세 때 유배 생활에서 돌아와 지은 시조 '오우가'는 아케이디아에 있는 127에이커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우거진 LA카운티 식물원 안 영어로 새겨진 둥근 비석에 있다. 식물원 안에 사는 공작새들을 주위의 집 앞마당이나 가끔 지붕 위에서도 볼 수 있는 아케이디아는 LA에서 동쪽으로 20마일 떨어진 ‘가정 공동체(Community of home)’를 모토로 삼는 도시이다.   확고한 전통과 높은 기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아케이디아는 캘리포니아 최초로 금광 거래소인 퍼시픽 증권 거래소를 설립한 엘리아스 잭슨 볼드윈이 20만 달러에 대지를 매입하며 농장지대로 발전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볼드윈이 들여온 공작새 6쌍이 시초가 되어 아케이디아를 ‘Peacock Village’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우수한 학교들이 많아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 지역 중의 하나이다. 비즈니스위크에서 조사한 주별 자녀를 키우기에 가장 좋은 도시 1위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아케이디아가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는 매년 주별로 발표하는데, 선정 기준은 인구 5만 명 이상의 도시 중 학업성취도, 학교 수, 가구 소득, 범죄율, 대기 청정도, 박물관, 공원 등 문화 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택한다고 한다.   샌게이브리얼밸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도시인 아케이디아는 210번, 10번, 605번 프리웨이로 둘러싸여 있어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 서쪽으로는 패서디나와 글렌데일, 동쪽으로 웨스트코비나와 글렌도라가 있고, 남쪽으로 템플시티, 엘몬테 등 큰 도시에 둘러 쌓여 있으며 북쪽으로는 시에라마드레가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 큰 규모의 도시들이 있어 헌팅턴 라이브러리나 샌게이브리얼 미션 등의 유적들이나 문화 시설들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고 다양한 편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녹지 공간 보존에 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보호 활동으로 아케이디아는 17년 연속 미국의 나무 도시(Tree City USA)로 지정되었다.   거리마다 각종 커다란 가로수들이 아름답고 카운티 식물원은 물론이고 샌타아니타 파크 등 공원들과 오래된 교회의 첨탑들이 많은 운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아케이디아는 5만6364명이 거주하며. 중국계를 비롯한 아시안이 전체의 59%, 백인이 32%로 구성되어 있다. 성공한 중국계 이민자가 많아 주택거래에서도 현금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인들도 많이 거주하며 대부분 LA에 직장이 있다.   그리고 훌륭한 의료 시설이나 여가 활동이 제공되고 샌타아니타 경마장과 웨스트필드 쇼핑센터 등 다양한 규모의 사업체를 갖춘 광범위한 상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보석 같은 도시이다.   ▶문의: (818)497-8949  미셸 원 / BEE부동산 부사장부동산 이야기 이야기 동네 문화 시설들 나무 도시 la카운티 식물원

2023-10-04

“동네 어르신 가수 찾아요” 한마음봉사회 장수무대

“동네 어르신 가수 찾습니다.”   한마음봉사회(회장 박미애)가 제39회 아리랑축제(10월 12~15일) 중 개최할 ‘장수무대 시니어 노래자랑 대회(이하 장수무대)’ 참가자 신청 접수에 나섰다.   장수무대는 축제 최종일인 내달 15일(일) 오후 1시30분부터 가든그로브 공원(9301 Westminster Blvd) 내 특설 무대에서 진행된다.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오렌지카운티 외 지역 거주자도 신청할 수 있다. 한마음봉사회는 내달 14일 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엔 올해 처음 출전하는 이에게 우선권을 준다.   박미애 회장은 “행사 당일 현장에서 출전을 희망하는 이가 있으면 몇 명 정도 참가자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아리랑축제를 베트남계와 함께 열기 때문에 베트남계 주민도 무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마음봉사회는 올해 대상, 장수상, 우수상, 장려상, 인기상, 참가상 등을 주기로 했다. 민 김 부회장은 “푸짐한 상품을 마련하기 위해 임원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출전만 하면 참가상이 보장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심사는 OC한인회, OC한미시니어센터를 비롯한 한인단체 관계자와 주수경 한마음봉사회 장수무대 준비위원장 등 5명이 맡는다.   한마음봉사회는 지난 2019년 축제 이후 4년 만에 장수무대 코너를 다시 마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된 장수무대는 지난해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오렌지샌디에이고 협의회 주최로 열렸다.   박 회장은 “한마음봉사회가 약 20년 동안 개최한 장수무대를 이번에 다시 선보이게 됐다. 어르신들이 아리랑축제를 즐기면서 장수무대에 출전해 오래 기억될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참가 신청은 전화(714-530-4448)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동네 가수 장수무대 시니어 주수경 한마음봉사회 장수무대 코너

2023-09-28

[이 아침에] 우리의 안전

새벽이었다. 뒤척이고 있는데 어디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자던 남편이 “누구야?” 하고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 창문으로 향했다. 따라가면서 “애들 소리 아니야!” 하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블라인드를 열고 밖을 보니 벌써 까만 후드를 머리까지 둘러쓴 사내 둘이서 담을 넘어가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는 남편을 잡았다. 총이라도 가지고 있어 뒤쫓아 가는 우리를 보고 쏘면 큰일이겠다 싶었다. 잠은 벌써 달아난 지 오래였다. 나는 급하게 전화를 가지고 나왔고 남편은 그사이에 어디서 났는지 골프채를 손에 움켜잡고 있었다. 911에 전화하려다가 동네 경찰서에 신고했다.     곧 온다던 경찰관은 삼십 분이 넘어서야 왔다. 그동안 나는 커피를 만들고 남편은 TV를 보면서 진정했다. 역시 낯익은 행동을 해야 마음이 진정되는가 싶었다. 두 명의 경찰관이 와서야 우리는 그쪽으로 향했다. 도둑이 낮은 담을 넘어와서 제일 먼저 거라지 옆문을 열려고 했다고 경찰관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제야 자세히 차고 문을 살펴보니 무리하게 열려고 한 흔적이 또렷했다. 또한, 경찰관이 손짓한 곳을 보니, 옆문까지 열려고 했는지 손잡이 나무가 찢겨 나갔다. 한인인 듯한 경찰이 크로우바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등줄기가 오싹했다.   큰 방 화장실 창문에는 크로우바 흔적이 역력했다. ADT 시큐리티 시스템으로 집안 보안 활동을 했어도 도둑을 막지 못했다. 허탈해하는 내가 안 되어 보였는지 경력이 있어 보이는 경관이 그나마 시큐리티 시스템이 있어서 창문을 깨지 않았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왜 911에 바로 전화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도둑들이 이미 도망가서 그리 위급한 일이 아닌 줄 알았다니까 이때가 바로 위급한 상황이라고 되새겨주었다. 도망갔다고 생각을 하게 하고는 방심하고 있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겠구나 싶었다. 수고롭게도 이른 아침에 찾아 와준 경찰이 고마웠다.   집 밖의 세상에서 우리를 막아주는 것은 겨우 두께 1.5인치의 현관문이다. 게다가 이 도둑들은 현관으로 들어오지 않고 창문이나 옆문으로 오려고 했다. 창문은 얇고 문은 견고하지 못하다. 알람 시스템이 울리든 말든 도둑질을 하려고 맘을 먹으면 손쉽게 할 수 있다. 우리 집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철제 담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남의 물건을 빼앗아 자기의 집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보안이 상책이다. 물건이야 다시 사면 되지만 사람이 안 다쳐야 하겠기에 미관상 보기는 좋지 않지만, 철제 담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망우보뢰(亡牛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안전 시큐리티 시스템 화장실 창문 동네 경찰서

2023-07-09

[수필] 무엇이든지 자기가 되라

사람은 가까운 친구나 이웃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누구와 함께 하는 가에 따라 삶의 색깔이 달라진다.     ‘자기보다 훌륭하고 덕이 높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 그러한 사람들을 곁에 모아둘 줄 아는 사람, 여기 잠들다.’  미국의 기업인이자 자선 사업가였던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이다. 언뜻 보면 내 얘기 같다.  운명처럼 내 곁엔 항상 나보다 잘난 친구나 이웃이 많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이라고 말한 것은 내가 그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많은 시간을 나와 공유한 네 명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다.  첫 번째는 K다. 동네 소꿉친구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같은 대학, 같은 과를 함께 다녔다.  그녀가 미국으로 유학 가기 전까지는 잠만 각자의 집에서 따로 잤지 온종일 붙어 지냈다.  그 친구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공부도 잘하고 어려서는 달리기 선수였을 정도로 팔방미인이다.  인품도 훌륭하고 성격도 명랑해서 항상 잘 웃어 인기가 많다. 교수에 부유하기까지 하지만 겸손하고 신앙심도 너무 좋다. 결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모든 걸 다 갖춘 그녀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친구다.     두 번째는 LA의 J 이다.  J와는 중·고, 대학 동기인데 LA와서 다시 만나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그 친구로 말하자면 인물이 너무 출중하다. 신문사에 다니던 친구 말에 의하면 그녀가 신문사에 인터뷰차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배우 김지미씨 보다도 예쁘다고 했단다. 다재다능하고 의욕과 자신감이 넘친다. 게다가 그녀의 저택은 영화에나 나오는 집 같았다. 실제로 그 집에서 영화도 많이 찍어 배트맨 하우스로 불리기도 했다.  그 시절 LA에서 그 친구와 남편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큼 유명인사였다. 당시 그녀는 LA 유명 봉사단체의 이사장을 하며 나를 이사로 영입했다. 나는 이사로 자원봉사를 하며 많은 시간을 그녀와 함께했다.  그런데도 당당한 그녀 앞에만 서면 작아져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처럼 자신을 낮췄다. 여러 면으로 너무 잘난 친구다.     세 번째는 교회서 만난 Y이다. 타주에서 우리 교회로 새로 온 권사인데 우리 구역으로 배정되었다. 나이가 비슷하고 자주 만나다 보니 흉금을 터놓는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발레리나였다.  키가 크고 날씬하며 얼굴은 인형처럼 예쁘고 눈이 자동차 헤드라이트처럼 컸다.  그녀는 못 하는 게 없는 재주꾼이다. 특히 음식을 잘하고 그중에서도 케이크를 잘 만든다. 내가 먹어 본 케이크 중에 그녀가 만든 것이 가장 맛있을 정도로 감탄을 자아낸다. 신앙심도 좋아서 거의 매일 새벽예배에 참석한다. 찬양 율동을 지도하며 가끔 헌금 시간에 대원들과 함께 강대상에 오르니 교회애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또래의 권사들이 모두 그녀와 친하기를 원했고 또 그녀가 잘 대해 주므로 많은 권사는 자신이 그녀와 제일 친한 줄로 알고 있다.  모나리자 미소처럼 헷갈리는 친구다.     네 번째는 S다.  친구는 아니고 부부가 함께 내 남편과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다. 최근 우리가 사는 용인으로 이사 와서 같은 아파트에 살며 가장 자주 만난다.  그녀는 오랜 기간 K방송국 9시 뉴스 앵커로 활약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왕비같이 품위 있는 얼굴로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S는 참 착하다.  얼굴에도 선하다고 쓰여 있다. 또한 검소하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사려 깊고 나보다도 어른스럽다.  퇴직 후 박사학위를 받아 교수로 재직하다가 최근에 은퇴했다. 신앙심이 좋아 왕년의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여러 곳에서 간증도 하고 강연도 한다.  그만하면 교만할 만도 하건만 겸손하게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사랑을 베푼다. 배울 점이 많은 이웃이다.   “왜 이리 내 주변에는 잘난 사람이 많은 거지?” 할 정도로 내 곁에는 유난히 잘나고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사람일까?  혹시 내가 그들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듯이 나도 그들에게 호감을 주는 무엇이 있는 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우리는 크고 작은 일에서 수십 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남들과 비교한다. 남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면 우쭐해져 자만심이 생긴다.  반면 나보다 잘났거나 잘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해 그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는 열등감으로 자신감이 사라지고 질투심이 생긴다.     공자의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그럭저럭 괜찮지. 그런데 가난해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경우만은 못하다.” 공자의 말씀이다.     ‘Be yourself(너 자신이 되라)’.  잘 알려진 문구다. 정원의 많은 꽃은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와 각기 다른 모양과 빛깔을 뽐내며 한데 어우러져 살고 있다. 꽃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아름답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을 사랑하자.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자.     찰리 채플린은 이렇게 말했다. “남의 흉내 내지 말라.  질투는 무지이며, 모방은 자살이다. 그대가 만일 언덕의 소나무가 되지 못한다면 산골짝 벼랑 밑의 한 송이 꽃이 되라. 무엇이든지 자기가 되라. 남의 것을 주워 모으는 카피 인생을 살지 말라.”     나답게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평범한 외모에 성격도 내성적인 나는 잘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공연히 주눅이 든다.  어느 친구는 유명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긴 나도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 것이 편하고 좋다.  하지만 나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존경심이 앞서서 그들을 인정하고 존중해 준다. 그들의 장점을 배우며 부족한 면을 채우려 노력한다. 그들 앞에서 나를 낮추며 겸손을 배운다.     공자는 “선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향기로운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가 있는 방 안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오래되면 그 냄새를 맡지 못하니, 이는 곧 그 향기와 더불어 동화(同化)된 것” 이라고 했다.  나보다 훌륭하고 덕이 높고, 지초와 난초같이 잘난 사람들과 함께하며, 동화되어 나 또한 지란이 되기를 바란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동네 소꿉친구 헌금 시간 자동차 헤드라이트

2023-07-06

[글마당] 나는 또다시

나리꽃이 나오기 시작할 즈음 떠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벚꽃이 살랑대는 바람에 맥없이 쏟아져 내렸다. 따끈한 뉴욕이 사랑스럽다.     여행 떠나기 전 나는 집 청소를 한다. 장을 보지 않고 깨끗이 먹어 치우며 냉장고를 비운다. 깍두기와 포기김치를 담가 냉장고에 모셔놓는다. 라면을 사다 놓는다. 밥을 냉동 칸에 넣어놓는다. 가끔은 잊고 준비하지 않을 적도 있지만 맥주도 쟁여 놓는다.       여행은 피곤하다. 특히나 비행기 타는 것은 고역이다. 피곤한 몸을 끌고 돌아와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왜 이렇게 포근한 집을 놔두고 떠돌다 왔을까? 후회한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부엌에서 라면을 끓인다. 계란은 없다. 라면에 밥을 말아 김치를 먹고 여행을 마무리한다.     다음 날, 남편이 그동안 쌓인 먼지를 쓸고 터는 동안 나는 된장찌개를 진하게 끓인다. 김치와 된장찌개를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두고 떠돌았을까? 또 후회한다. 미국에 오래 살수록 한식을 더 찾는다. 여행 중에는 생각나지 않다가도 집에 오려고 비행기에 앉으면 그때부터 한식을 먹고 싶어서 안달이다.     뉴저지에 사는 지인이 한 말이 떠오른다.   “북적거리는 서울을 방문해서 바삐 지내다 어두운 밤 사막 같은 외곽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 적막강산에 들어선 듯 썰렁하고 막막한 느낌을 견딜 수 없어서 또 짐을 꾸려 떠나나 봐.”   맨해튼에 사는 나는 그런 느낌은 별로 없다. 적적하면 아파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활보한다. 교외에 나가고 싶으면 리버사이드나 센트럴파크를 거닌다.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싫어 아파트에 들어와 문을 잠그는 순간부터 나만의 세상이 된다. 문이 관 뚜껑 같다. 관을 열고 들어가 누우면 세상과 단절된, 문을 열고 나가면 세상과 연결된 느낌이다.   나는 뉴욕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무리 이곳저곳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뉴욕시티만 한 곳은 없다. 남미 여행에서 먼지 쌓인 쓰레기 더미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나무 하나 없는 산 중턱에 천막치고 사는 난민들이 많다. 빈부 차가 심하다. 세상 곳곳의 관광지에는 미국 관광객이 흘리는 팁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행이 피곤하지만 자주 하자고. 우리가 여행으로 돈을 풀어야 조금이나마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투명성 없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보다는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손에 직접 팁을 쥐여주는 것이 더 낫지”     팁 받는 사람들이 기뻐할 때 나도 생물학적으로 기쁨을 얻는다. 결국엔 나에게 이득이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남미 여행 쓰레기 더미 외곽 동네

2023-06-16

[열린광장] 독서가 주는 것들

얼마 전 동네를 산책하다 어느 집 앞 인도와 가까운 코너 잔디 위에 나무로 제법 크게 만든 상자가 받침대 위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도에서 손에 닿는 거리다.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상자에는 ‘동네 대여 도서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누구나 가져가서 같이 읽으세요. 읽은 후에는 가져다 놓으세요’라는 문구도 있었다. 상자 문을 열어 보나 50여권의 다양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동네 사람들이 책을 나누어 읽는구나. 깨끗하게 정돈된 동네가 더 정답게 느껴 졌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안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변하였는지를…. 책은 먼 과거로도, 또 가고 싶은 곳에 데려다주기도 한다. 마음이 약해졌을 때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전문가들은 독서는컴퓨터,태블릿,휴대폰의 스크린으로 읽는 것보다 종이책으로 읽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내용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지고 사고하는 뇌가 활성화되어 어휘력,집중력,사고력 등도 더 향상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로맨스 소설을 읽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운동선수들도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를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푼다는 것이다. 출판계는 로맨스 소설 독자의 30% 이상이 남성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어떤 책이든 일단 읽기 시작하면 수준이 더 높은 책을 읽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 서점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부터 동네 서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서점 ‘반스 앤드 노블’의 매출도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가 한창 발간될 때 뉴욕 맨해튼의 주요 서점 앞에는 책을 먼저 사기 위해 고객들이 텐트까지 치고 밤새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었다. 교사협회 등은 이 열기가 학생들의 독서량 증가로 이어지길 기대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아 실망하기도 했다.   요즘 미국에서 일고 있는 독서 바람은 오래돼 미국인들을 변화시키는 운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미국사회에는 지금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종교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데 점점 힘겨워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독서가 도움되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살고있는 작은 시골 마을에 ‘평산 책방’이라는 서점을 내 화제다. 그는 재임 기간에도 짬을 내 꾸준히 독서를 했다고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의 ‘사랑의 집짓기 운동’  참여로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듯,  한국 양산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책방’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운동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런원장열린광장 독서 독서량 증가 독서 바람 동네 서점도

2023-06-13

[살며 생각하며] 툰드라의 아이들

어제 교회에서 한 감동적인 영상을 보았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도 가장 북쪽 극한 지역인 툰드라 지역에 사는 네네츠 족의 이야기였다. 북극 아래 첫 땅이라는 이 지역은 일 년 중 7개월이나 지속하는 겨울이면 섭씨 영하 50~60도는 기본이라고 한다. 화씨로 그것도 영상 50~60도가 춥다고 스웨터를 입어야 하고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애용하는 나로서는, 이런 곳에 황제펭귄들도 아니고 사람들이 산다는 것부터가 엄청 충격이었다.     이 동네, 여름에는 또 세상 끈질기고 무자비한 모기떼가 엄청나다는데, 이런 극한 환경 속에서도 수천 년을 살아남은 이 민족 정말 대단하다. 네네츠 족은, 이런 환경 속에 살아남은 대표적 동물인 순록의 먹이인 이끼를 찾아, 겨울에는 남쪽으로, 여름에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지구 위 마지막 순록 유목민이라고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는 꼴랴라는 일곱 살 남자아이였다. 부모 보호 밑에 어리광을 부리며 살 ‘꼴랑’ 초딩 2학년 나이 ‘꼴랴’는, 식구들 먹을 커다란 생선 네 마리를 나뭇가지에 꽂아 집에까지 낑낑대며 가져가서 식구들 저녁을 해결하는가 하면, 어느 날은 저보다 더 어린 두 아이를 태우고 눈보라를 헤치며 스노모빌을 타고 어딘가 볼일을 보러 가신다. 그런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점점 거세지는 눈보라, 이 그룹 총 책임자이신 일곱 살 꼴랴가 갑자기 방향을 확 틀더니 어느 텐트 앞으로 간다. ‘춤’이라는 순록 가죽으로 만드는 이 민족 전통 집이다.     와, 나, 완전 얘네들 집인 줄 알았음! 스노모빌은 잘 타고 왔니? 눈 털고 들어와 앉아, 하며 먹을 것을 차려주고 불을 더 때주는 아줌마, 오래전부터 그 집 자식인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애들, 아이고 얘들이 눈보라 속에 그래도 집을 잘 찾아왔다고 하는 순간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곳이 얘들 집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네네츠 족은 집을 찾아온 손님은 누구든 이유를 막론하고 사흘간은 재워주고 대접을 한다는 것. 아, 갑자기 이 추운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심장이 느껴져 온다. 춥건, 모기에 뜯기건, 갑자기 이런 동네에서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어진다.   요즘 듣기 힘든 뉴스들이 이어진다. 바로 분노 총격(rage shooting) 사건들이다. 동생들을 데리러 갔다 집을 잘못 찾아 다른 집 초인종을 누르는 바람에, 자기 차인 줄 알고 문을 열려다 미안하다고 하고 자기 차로 돌아왔는데, 아빠와 농구를 하다 공이 옆집으로 굴러갔다고 해서, It’s okay 라는 말을 듣는 대신, 총을 맞았다. 지난주에는 신생아가 있으니 총소리를 좀 조심해달라는 부탁에 화가 나 여덟 살, 열 살 아이들을 포함 일가족 다섯 명을 사살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암담한 생각이 든다,   분노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 중의 하나로, 반드시 느껴지고 표현되어야 한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폭력적이 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될 때는, 뇌에서 컨트롤이 안될 때는, 치료 또한 반드시 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치과를 가듯 신경정신과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어느 의사분의 말이 격하게 공감되는 요즘이다.     툰드라의 아이들은 여섯 살이면 헬리콥터를 타고 도시로 나가 기숙사 학교에서 봄, 가을 의무적으로 러시아식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십여 년의 도시 생활을 마치고, 절반의 아이들은 다시 툰드라로 돌아온다고 한다. 편한 문명의 삶을 마다하고 툰드라로 돌아오는 이들의 선택을 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미국 정신건강의 달 오월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툰드라 툰드라 지역 동네 여름 순록 가죽

2023-05-10

익숙한듯 낯선, 동네 나들이 어때요?…엣워터 빌리지(Atwater Village)

캘리포니아 햇살 따갑게 쏟아지는 엣워터 빌리지를 걷고 있노라면 일상 속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마음까지 제법 가벼워진다. 지난 주말 아침 찾은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부터 느긋하게 반려견과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로 북적였다.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는 노신사와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눈웃음을 건넨다. LA한인타운에서 글렌데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곳은 역사적인 랜드마크와 트렌디한 가게들이 공존해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LA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작은 타운이다. 반나절 산책 삼아 친구와 수다도 떨고 쇼핑도 즐길 수 있는 엣워터 빌리지의 놀거리, 먹거리, 볼거리를 소개한다.     ▶엣워터 빌리지 100% 즐기기   LA한인타운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엣워터 빌리지는 젊은 주민들이 많은 동네답게 식당부터 편집숍에 이르기까지 거리 전체가 힙함 그 자체다. 일단 이곳에 도착했다면 무조건 동네 명물 프루프 베이커리(proofbakery.com)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0년 한인 마나영씨가 오픈한 이곳은 작은 가게로 출발했음에도 몇 년 안가 LA 최고의 베이커리로 등극한 명실상부 LA 대표 베이커리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크로와상을 들고 창가에 앉아 행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여유로워 진다. 가게를 나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주스 가게와 홈메이드 유기농 전문 식당 둔(Dune)이 보이는데 이 식당 테이크아웃 전용 윈도는 점심시간 전임에도 포장 손님들로 붐볐다. 글렌데일 방면으로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숍, 서점, 선물가게, 카드 가게, 옷가게들을 구경한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 요즘 보기 드문 동네 책방인 아리아스 북이스트(Alias Books East)와 LP판과 카세트 테이프를 판매하는 잭나이프(Jacknife Records & Tapes)는 꼭 들러보길. 또 유명 브랜드 샘플을 세일가에 판매하는 더런웨이(The Runway)도 패셔니스타라면 눈여겨 볼 가게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윈도 쇼핑을 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 메뉴는 이 동네 터줏대감 헤일메리 피자(hailmarypizzala.com)에서 마가리타 한 판(17달러)을 주문해 찹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블랙 엘리펀트 커피(Black Elephant Coffee)에서 카페모카 한 잔 주문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다보면 일상 속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간다.       ▶쇼핑   젊은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답게 빈티지 옷가게, 아동용품 전문점, 액세서리 숍부터 식당, 카페, 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이르기까지 트렌디한 숍들은 이 거리에 다 모여있다. 북유럽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면 가구및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드코르(dekorliving.com)를 방문해 보길. 이날 가게에 들어서니 동네 주민들은 물론 멀리서 원정 온 인테리어 덕후들로 북적였는데 운좋으면 가끔 절반 값에 인테리어 소품을 건질 수 있다고.     또 트리하우스(treehausla.com), 드림스LA(dreamslosangeles.com), 구디(goodies.la), 요크(shopyolk.com) 등에서도 엣지있고 특색있는 소품들과 의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식당   거리를 걷다 당충전이 필요할 땐 LA 대표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한 원더러스틱(wanderlustcreamery.com)에서 이곳 시그니처 메뉴인 '스티키 라이스 망고' 아이스크림을 맛볼 만하다. 홈메이드 쌀우유를 베이스로 코코넛 크림과 망고가 들어간 이 메뉴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이들도 맘놓고 즐길 수 있는 메뉴. 멕시칸 푸드 매니아라면 타코스 빌라 코로나(Tacos Villa Corona)에서 개당 3~7달러짜리 타코도 먹어볼 만하다. 오전 6시부터 오픈하는 이곳은 브랙퍼스트 부리토(6달러)가 유명하다. 점심무렵엔 대기줄이 있을 만큼 인기.   또 둔(dunekitchen.com)에서는 프라이드 치킨으로 만든 샤와마 샌드위치와 후무스 플레이트 등을 주문해 일행과 나눠 먹으면 좋다.     ▶파머스 마켓   2005년 오픈한 파머스 마켓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글렌데일 블러바드 선상 라가 애비뉴(Larga Ave) 주차장에서 열린다.   유기농 야채와 허브 등을 판매하는 남가주 유기농 농장 24곳이 참가하며 이외에도 빵,육류, 해산물, 치즈 등을 판매하는 전문 식품업체부터 꽃가게, 비누, 액세서리숍 등이 있다.     오이스터 바, 스무디 가게, 주스바 등도 입점해 있어 쇼핑하다 출출하다 싶으면 신선한 요리를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마켓에서는 EBT, 마켓매치, FMNP를 이용해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       ▶주소: 3528 Larga Ave, LA, CA 90039   ▶문의: seela.org/markets-atwater-village 글·사진=이주현 객원기자atwater village 동네 주민들 동네 터줏대감 동네 명물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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