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툰드라의 아이들
어제 교회에서 한 감동적인 영상을 보았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도 가장 북쪽 극한 지역인 툰드라 지역에 사는 네네츠 족의 이야기였다. 북극 아래 첫 땅이라는 이 지역은 일 년 중 7개월이나 지속하는 겨울이면 섭씨 영하 50~60도는 기본이라고 한다. 화씨로 그것도 영상 50~60도가 춥다고 스웨터를 입어야 하고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애용하는 나로서는, 이런 곳에 황제펭귄들도 아니고 사람들이 산다는 것부터가 엄청 충격이었다. 이 동네, 여름에는 또 세상 끈질기고 무자비한 모기떼가 엄청나다는데, 이런 극한 환경 속에서도 수천 년을 살아남은 이 민족 정말 대단하다. 네네츠 족은, 이런 환경 속에 살아남은 대표적 동물인 순록의 먹이인 이끼를 찾아, 겨울에는 남쪽으로, 여름에는 북쪽으로 이동하는 지구 위 마지막 순록 유목민이라고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는 꼴랴라는 일곱 살 남자아이였다. 부모 보호 밑에 어리광을 부리며 살 ‘꼴랑’ 초딩 2학년 나이 ‘꼴랴’는, 식구들 먹을 커다란 생선 네 마리를 나뭇가지에 꽂아 집에까지 낑낑대며 가져가서 식구들 저녁을 해결하는가 하면, 어느 날은 저보다 더 어린 두 아이를 태우고 눈보라를 헤치며 스노모빌을 타고 어딘가 볼일을 보러 가신다. 그런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점점 거세지는 눈보라, 이 그룹 총 책임자이신 일곱 살 꼴랴가 갑자기 방향을 확 틀더니 어느 텐트 앞으로 간다. ‘춤’이라는 순록 가죽으로 만드는 이 민족 전통 집이다. 와, 나, 완전 얘네들 집인 줄 알았음! 스노모빌은 잘 타고 왔니? 눈 털고 들어와 앉아, 하며 먹을 것을 차려주고 불을 더 때주는 아줌마, 오래전부터 그 집 자식인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애들, 아이고 얘들이 눈보라 속에 그래도 집을 잘 찾아왔다고 하는 순간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곳이 얘들 집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네네츠 족은 집을 찾아온 손님은 누구든 이유를 막론하고 사흘간은 재워주고 대접을 한다는 것. 아, 갑자기 이 추운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심장이 느껴져 온다. 춥건, 모기에 뜯기건, 갑자기 이런 동네에서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어진다. 요즘 듣기 힘든 뉴스들이 이어진다. 바로 분노 총격(rage shooting) 사건들이다. 동생들을 데리러 갔다 집을 잘못 찾아 다른 집 초인종을 누르는 바람에, 자기 차인 줄 알고 문을 열려다 미안하다고 하고 자기 차로 돌아왔는데, 아빠와 농구를 하다 공이 옆집으로 굴러갔다고 해서, It’s okay 라는 말을 듣는 대신, 총을 맞았다. 지난주에는 신생아가 있으니 총소리를 좀 조심해달라는 부탁에 화가 나 여덟 살, 열 살 아이들을 포함 일가족 다섯 명을 사살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암담한 생각이 든다, 분노는 인간의 기본적 감정 중의 하나로, 반드시 느껴지고 표현되어야 한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폭력적이 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될 때는, 뇌에서 컨트롤이 안될 때는, 치료 또한 반드시 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이, 치과를 가듯 신경정신과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어느 의사분의 말이 격하게 공감되는 요즘이다. 툰드라의 아이들은 여섯 살이면 헬리콥터를 타고 도시로 나가 기숙사 학교에서 봄, 가을 의무적으로 러시아식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십여 년의 도시 생활을 마치고, 절반의 아이들은 다시 툰드라로 돌아온다고 한다. 편한 문명의 삶을 마다하고 툰드라로 돌아오는 이들의 선택을 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미국 정신건강의 달 오월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툰드라 툰드라 지역 동네 여름 순록 가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