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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거니 받거니’ 위험한 독재자 간 거래

북한의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 두 정상이 9월13일 러시아 극동의 한 우주기지에서 만나 회담했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지원받기 위해 어떤 대가를 제공할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북한은 역점 사업인 전략무기 개발을 위해 미사일뿐만 아니라 핵 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의 기술 이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 포탄을 받고 위성 발사뿐 아니라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넘긴다면 이는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핵 추진 잠수함 기술도 마찬가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장 원하는 전투기를 푸틴이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 김정은이 러시아 최신 전투기 생산 공장을 방문해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쇼도 연출했다.     정말 러시아가 북한에 현대적 방공 시스템까지 제공한다면 이것은 한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단순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서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것이다. 그 경우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양상에 직면한다. 우리에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으며 그중에는 북한의 낡은 포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조치도 없지 않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푸틴의 이성적인 판단을 바라며 이를 지켜볼 일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결의안 채택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140여 개국이 유엔에서 러시아를 규탄했다. 그러나 북한을 비롯한 3개국은 러시아를 지지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3년 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폐쇄 등으로 엄청난 경제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다.     국제 여론은 북한과 러시아의 두 독재자 간 무기 거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BBC는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1990년대 중·후반의 엄청난 기근 사태를 포함해 수십 년 동안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엄격한 국경 통제와 악천후, 국제제재 등으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급감해 김정은의 3대 세습 집권 11년 이래 최악의 식량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우리의 군사적 대응 방안에는 무엇보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군사 작전계획으로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응징 보복)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4월 워싱턴 선언, 8월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천명한 대북 확장 억제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력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관련 한·미·일의 정보공유 확대,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 미사일 방어체계 협력 등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신냉전 구도 속에서 이뤄지는 북·러 간 위험한 결속에 중국은 굳이 끌려들어 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무튼 러시아가 북한에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혹은 핵 추진 잠수함과 관련된 지원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던 확장억제 조치를 넘어서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힘에 의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이 두려워할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독재자 거래 러시아 관계 러시아 극동 러시아 최신

2023-09-27

[J네트워크] 바이든의 ‘진심’…하루가 다른 정세가 던지는 숙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독재자’ 발언이 나오자 중국의 반응은 신속했고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해당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중국 정찰 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것은 독재자들에게는 큰 창피”라고 했는데, 시 주석이 정찰 풍선 건을 잘 몰랐을 거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시 주석을 두둔하려는 뜻으로 들리는 얘기였다.   하지만 세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로 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은 파문을 일으켰다. 은연중 드러난 바이든의 ‘진심’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을 계기로 관계 개선의 첫발을 떼는 듯했던 미·중 관계는 다시 급제동이 걸렸다.   발끈한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내 반응은 무덤덤하다. 오히려 “바이든이 틀린 말이라도 했느냐”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의 베단트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일부 차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발언이 더 이상 해명되거나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별문제가 없으니 더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 언론의 이목을 끈 건 발언 내용보다 ‘타이밍’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를 놓고 “그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평가하며 “미·중 관계에 진전이 있었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이 바로 다음 날 독재자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다. 관계 안정화에 뜻을 같이하고 고위급 대화 채널을 재개하기로 한 양국의 노력에 역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이 미·중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거라는 시각이 다수다. 발끈했던 중국 외교부가 당일 저녁 홈페이지의 대변인 브리핑 전문에서 ‘독재자’ 관련 질문과 답변을 갑자기 뺀 것도 묘한 느낌을 준다. 양국이 며칠 전 공감대를 이룬 ‘충돌 방지를 위한 상황 관리’ 차원의 조치로 읽힐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대한민국 외교가 취해야 할 스탠스다. 치열한 경쟁 와중에도 국익 앞에 대화와 소통을 모색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묵직한 고민을 던진다. 국제 정세가 복잡하고 어지럽게 전개될수록 치밀하고도 유연한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외교가 필요한 때다. 김형구 / 워싱턴총국장J네트워크 진심 정세 독재자 발언 국제 정세 외교부 대변인

2023-06-26

[기고] 독재자의 심리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독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독재자들은 사이비 교주들과 심리적으로 유사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만 증후군이다. 오만함은 전문용어로 자아팽창이라고 한다. 오만 증후군은 증세가 갈수록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첫 번째 단계,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착각한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감정 인지 불능증’이란 신경증이 있다. 자신의 감정도, 다른 사람의 감정도 모른다. 그래서 현실 판단 능력이 상실되고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를 하며 비현실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두 번째, 편집증적 망상이 심하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해 제거한다. 푸틴을 비롯한 전 세계의 독재자들은 언론을 미워할 뿐만 아니라 억압하고 심지어 없애려고까지 한다.   세 번째,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거나 혹은 국가가 자신의 개인 자산인 양 착각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권력자가 자신의 거처를 아방궁처럼 지으려 하거나, 뉴스 첫 자리를 차지하려 하거나, 나라 전체를 자신의 초상화로 도배하려고 할 때 조심할 것을 경고한다.     네 번째, 국민을 획일화하고 싶어 한다. 어록을 만들어 전 국민이 외우게 하거나 국가 시책에 무조건 동조하도록 강압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크메르 루즈를 이끌었던 폴 포트이다. 전 국민이 모두 똑같이 입고 먹고 일하게 하려고 했던 인물. 다양성을 부정하고 획일화를 꿈꾸는 자들은 가학적 평등의식을 가진 정신병자들이다. 이들은 결국에는 나라 전체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다섯 번째, 국민을 노예화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국민교육에 신경 쓰지 않는다. 국민이 무지해야 지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빈민 수준으로 만들어 아예 교육에 대한 의지를 꺾어 버리는 후진국형 독재 국가들도 아직 존재한다. 심지어 국민의 노예화를 위해 군인들이 자국민을 살상하게 하는 권력집단도 있다. 미얀마 군부가 그렇다.   여섯 번째, 오만 증후군의 마지막 단계로, 스스로 신을 자처하는 신격화 단계이다. 나라가 신정 체제로 전환되며 지도자 우상화·신격화 작업이 진행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독재자의 정신 상태는 거의 분열증 환자의 수준에 도달해서 애꿎은 사람들을 잡아 고문하고 살해하며, 자신의 부정적 자아의 투사인 사람들을 혐오하는 혐오증을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들에게 증오심을 품는다. 또한 무속적인 것에 집착하여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고 하거나, 혹은 자신이 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거의 정신병 말기 상태이다.   독재 체제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사람들을 비인간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은 독재자에 대한 맹목적 복종이 가져올 후유증을 경고했다. 사람들이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타인을 심각하게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은 악의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지시에 따라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또한 독재체제가 장기화하면 부정부패가 심각해지고 빈부격차가 심화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가 알려 준다. 빈부격차는 국민 사이의 격차를 벌려 놓는다. 고급교육을 받는 상류층과 교육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서민층의 계층화가 갈수록 심해진다. 그로 인해 국민의식은 하향평준화 되어 가고 이등 국민론, 삼등 국민론을 비롯한 사대주의적인 생각들이 사회를 오염시킨다.   독재자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러시아의 푸틴이 보여주고 있다. 독재자는 암 덩어리 같아서 언젠가 다른 나라에도 전이될 수 있다. 그래서 암처럼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은 노예로 사는 것을 당연시하며 살아가게 될 수도 있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기고 독재자 심리 이후 독재자들 이등 국민론 심리학자 스탠리

2022-06-08

[J네트워크] 전쟁범죄와 독재자

 전쟁범죄는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개념이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인·포로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게 핵심인데, 전쟁 포로의 대우에 대한 제3차 제네바협약은 1929년에야 채택됐다. 사실상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재판을 통해 전쟁범죄의 개념이 확립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전시 민간인 처우를 규정한 제4차 제네바협약도 전쟁 이후인 1949년에야 채택됐다.   한국인 사이에서도 전쟁범죄는 주로 2차 세계대전의 기억형으로 존재한다. 일본 정치인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을 일으킬 때 자주 거론된다. 전후 극동군사재판소는 ▶평화에 대한 죄(A급) ▶통례의 전쟁 범죄(B급) ▶비인도적 범죄(C급) 등으로 분류해 일제 전범을 단죄했다. 주로 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한 각료와 고위 군사 지휘관들이 A급 전범이 됐다.   현대에 전쟁범죄로 처벌받은 이들은 주로 제3세계 독재자가 많다. 1990년대 보스니아 전쟁에서 학살을 주도해 악명을 떨친 라도반 카라지치가 대표적이다. 2002년에는 집단 학살, 반인도적 범죄, 침략 범죄, 전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 첫 상설 국제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만들어졌다.   서방에서는 전쟁 명분이 국내·외에서 전쟁범죄 논란을 일으켰다. 2003년 이라크전쟁 참전 진상을 조사해 2016년 공개된 영국의 ‘칠콧보고서’에는 “평화적 방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전 유족들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전쟁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행동이 이뤄지진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분의 취약성 외에 비인도적 행위로도 공분을 사고 있다. 키이우 외곽에서 발견된 민간인 시신이 현재까지 410구에 이른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여성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어린이 292명을 포함 민간인 사상자가 3455명 발생한 것으로 최근 집계했다.   러시아 당국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전범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J네트워크 전쟁범죄 독재자 전쟁범죄 논란 전쟁범죄 혐의 전쟁 범죄

2022-04-10

[J네트워크] 푸틴은 어쩌다 최악의 독재자 됐을까

학살자, 살인 독재자, 전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붙은 수식어다. 최근엔 심지어 그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그러나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서방의 평가는 이렇지 않았다. 독일 연방의회 연설에선 유럽인들의 호감을 사며 기립박수도 받았던 그다.   2000년 47세의 나이로 러시아의 정권을 잡고, 5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치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미국 싱크탱크와 언론이 주목한 시점별 푸틴의 주요 발언을 뽑아봤다.   ▶“러시아는 우호적인 유럽 국가”(2001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듬해, 푸틴은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연설했다. 소련 붕괴 후 찾아온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러시아 경제는 비참한 상태였고, 체첸 전쟁을 거치며 국가 위상도 떨어졌다.   이곳에서 푸틴은 유창한 독일어로 “러시아는 우호적인 유럽 국가”라고 선언했다. “민주적 권리와 자유가 러시아 국내 정책의 핵심 목표”라는 그에게 독일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그 자리에는 훗날 총리가 되는 앙겔라 메르켈 의원도 있었다.   이후 유가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다. 푸틴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다. 유럽 정상들은 그를 칭찬했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솔직하고 신뢰 가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도 체제, 위험한 발상”(2007년)     발트3국·루마니아·불가리아 등이 잇달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푸틴에게 나토는 이제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공격적 기구”였다. 2007년 뮌헨안보회의에선 작심하고 미국을 성토했다.   “지금 세계에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주인, 군주만 있다”며 이런 일극 체제는 “매우 위험하고 누구도 안전하다 느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가 능통한 메르켈 총리는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푸틴은 이마저도 뿌리쳤다. 한 대화에서 메르켈이 “그간 했던 가장 큰 실수가 뭐냐”고 묻자 푸틴은 “당신을 믿은 것”이라고 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젠 세계가 우리 이야기 들어”(2018년)     2013년 시리아의 바샤르알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에 화학무기 공격을 해 1400명이 희생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복공격을 하지 않았다.   이를 보며 푸틴은 미국이 약해졌단 판단을 하게 됐다고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회고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군비 확장을 시작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며, 올리가르히(신흥부자)들이 서방에 쏟아붓는 ‘오일머니’에 익숙해진 유럽 국가들은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을 지원했다.   2018년 자국의 첨단 무기를 선전하는 영상에 출연한 푸틴은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않았지만, 지금은 듣고 있다. 러시아를 가두려는 시도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강한 러시아 싫어해”(2022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에 따르면 푸틴은 소련 붕괴로 ‘마더 러시아(조국 러시아)’의 국민 2500만 명이 외국에 남겨진 것을 두고두고 안타까워했다. “소련 제국의 멸망이 20세기 최대 재앙”이라며 이를 되돌리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TV 연설에서도 그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덕에 현대 국가가 됐다며 침략을 정당화했다. 서방이 러시아와 맞서게 된 것은 “러시아 같은 강력한 독립국가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NYT는 잘못된 역사 인식에 신념까지 더해지며 푸틴 스스로 과거의 영광을 복원할 메시아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푸틴 독재자 블라디미르 러시아 러시아 경제 러시아 국내

2022-04-08

“독재자 대가 안 치르면 더 큰 혼란”…바이든, 취임 첫 국정연설

조 바이든(사진) 대통령은 1일 취임 후 첫 국정 연설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서방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푸틴의 전쟁은 사전에 계획됐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외교 노력을 거부했다”면서 “그는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틀렸다”며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가 침략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들이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계속 (혼란을 향해) 움직이고, 미국과 세계에 대한 비용과 위협은 계속 증가한다”며 “이것이 2차 대전 후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나토 동맹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와 관련해 “물가와 싸우는 한 방법은 임금을 낮춰 미국인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나는 더 나은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이 아닌 비용 절감, 미국 내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 더 많은 상품의 빠르고 값싼 이동 등을 제시한 뒤 “외국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이를 만들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또 “경제학자들은 이를 경제의 생산 능력 증대라고 부르지만 나는 ‘더 나은 미국 만들기’라고 부르겠다”며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내 계획은 여러분의 비용과 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과 관련한 미국민의 지지도가 상당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방식에 찬성보다는 반대가 더 많았다.   로이터통신은 1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이날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8%포인트)에서 응답자의 43%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주 같은 조사의 34% 답변보다 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국정연설 독재자 독재자 대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우크라이나 침공

2022-03-01

독재자도 지우지 못한 저항의 기억

파시스트들은 언제나 인간의 삶을 위협해 왔다. 그들이 장악했던 시대는 인간의 감정을 차가운 기계로 전락시킨다. 그러나 군중은 권력자들이 아무리 저항의 입을 틀어막고 광인 취급을 하며 억지 수용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진실을 위한 운동가들의 저항은 지속하였다. 그들은 운명적으로 저항하는 삶을 택한다. 파시스트들은 그 저항의 기억조차 역사에서 파괴해 버리려 하지만.     영화 ‘조셉’은 그 파괴되어 가는 기억들을 만화로 종이에 그렸던 한 만화가의 일대기를 다시 스크린에 옮긴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우렐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아우렐은 시사 문제를 다루며 ‘저널리즘으로서의 만화’를 추구해온 삽화가다.     1939년 2월. 프랑코의 독재와 맞서 싸우던 스페인의 운동가들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탈출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수십만에 달하는 스페인 피난민들을 수용소에 가둔다. 목욕 시설도, 음식도, 식수도 마땅히 제공해 주지 않는다. 스페인 사람들은 프랑스 헌병들에게 학대를 당하고 여인들은 성폭력에 희생된다. 사람들이 하나둘 시신으로 버려지는 광경이 목격된다.     가시 돋친 철조망으로 경계 지어진 수용소 캠프에서 두 사람이 만난다. 한 명은 프랑스 헌병 세르주이며, 다른 한 명은 프랑스로 도망 온 일러스트레이터 조셉 바르톨리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우정을 쌓아간다.     수용소 생활을 하는 동안 스페인 내전과 수용소 생활을 종이에 그렸던 조셉의 일대기는 세르주의 회고를 통해 펼쳐진다. 오늘의 세대이며 세르주의 손자인 발레틴의 시점을 빌려, 이미 잊혀 버린 과거와 마주하러 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우렐은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조셉의 저항과 희생정신에 대한 헌정을 통해, 파시스트들의 위장된 진실 대신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스페인 운동가들의 고귀한 삶들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과 기만을 일삼던 자들, 거짓에 부역했던 사람들에게 불편하기만 한 참혹한 진리를 되새긴다.     아름다운 꿈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죽음이나 다를 바 없다. 영화 ‘조셉’은 그 아름다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페인의 민주주의는 그들의 희생 위에서 몇십 년 후에야 결실을 맺게 된다.     램리극장 버추얼 시네마(Laemmle Virtual Cinema)에서 스트리밍. 김정 영화평론가독재자 저항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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