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독재자도 지우지 못한 저항의 기억

조셉(Josep)

애니메이션 영화 ‘조셉’은 저항정신과 예술의 합작품으로 칸영화제 출품작이며 2020년 유럽영화상과 세자르상 만화영화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Distrib Films]

애니메이션 영화 ‘조셉’은 저항정신과 예술의 합작품으로 칸영화제 출품작이며 2020년 유럽영화상과 세자르상 만화영화 부문 수상작이기도 하다. [Distrib Films]

김정의 영화 리뷰

김정의 영화 리뷰

파시스트들은 언제나 인간의 삶을 위협해 왔다. 그들이 장악했던 시대는 인간의 감정을 차가운 기계로 전락시킨다. 그러나 군중은 권력자들이 아무리 저항의 입을 틀어막고 광인 취급을 하며 억지 수용을 한다 하더라도 결국 분노할 수밖에 없다.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진실을 위한 운동가들의 저항은 지속하였다. 그들은 운명적으로 저항하는 삶을 택한다. 파시스트들은 그 저항의 기억조차 역사에서 파괴해 버리려 하지만.  
 
영화 ‘조셉’은 그 파괴되어 가는 기억들을 만화로 종이에 그렸던 한 만화가의 일대기를 다시 스크린에 옮긴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 아우렐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아우렐은 시사 문제를 다루며 ‘저널리즘으로서의 만화’를 추구해온 삽화가다.  
 
1939년 2월. 프랑코의 독재와 맞서 싸우던 스페인의 운동가들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탈출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수십만에 달하는 스페인 피난민들을 수용소에 가둔다. 목욕 시설도, 음식도, 식수도 마땅히 제공해 주지 않는다. 스페인 사람들은 프랑스 헌병들에게 학대를 당하고 여인들은 성폭력에 희생된다. 사람들이 하나둘 시신으로 버려지는 광경이 목격된다.  
 
가시 돋친 철조망으로 경계 지어진 수용소 캠프에서 두 사람이 만난다. 한 명은 프랑스 헌병 세르주이며, 다른 한 명은 프랑스로 도망 온 일러스트레이터 조셉 바르톨리이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우정을 쌓아간다.  
 
수용소 생활을 하는 동안 스페인 내전과 수용소 생활을 종이에 그렸던 조셉의 일대기는 세르주의 회고를 통해 펼쳐진다. 오늘의 세대이며 세르주의 손자인 발레틴의 시점을 빌려, 이미 잊혀 버린 과거와 마주하러 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우렐은 지금의 그들을 있게 한 조셉의 저항과 희생정신에 대한 헌정을 통해, 파시스트들의 위장된 진실 대신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스페인 운동가들의 고귀한 삶들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사실과 기만을 일삼던 자들, 거짓에 부역했던 사람들에게 불편하기만 한 참혹한 진리를 되새긴다.  
 
아름다운 꿈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그렇지 않다면 죽음이나 다를 바 없다. 영화 ‘조셉’은 그 아름다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페인의 민주주의는 그들의 희생 위에서 몇십 년 후에야 결실을 맺게 된다.  
 
램리극장 버추얼 시네마(Laemmle Virtual Cinema)에서 스트리밍.

김정 영화평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