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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참 칼럼] ‘모소 대나무’(Moso Bamboo)

현재 북미 전역에서 취업 및 구직을 희망하는 분들께 도움을 주는 리크루팅 펌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왜 이직을 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지금까지의 인생사를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그들이 더 좋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구직자 중에는 1년 미만 단위로 연락을 주는 이들도 있는데 대부분 스스로가 몸담은 분야에서의 발전 가능성이 보이질 않아 서둘러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시도하는 후보자들이다. 물론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요즘 세상에 산업분야에 따라 짧은 기간에 일찌감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분야와 환경으로 도전해 성공하는 이들도 다수 있다. 그러므로 그 도전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박수쳐 주고 칭찬해줘야 마땅하지만, 그 빈도가 잦을 경우 작게는 본인의 경력에 크게는 자신의 인생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사계절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본인 스스로 좌절하고 실망해서 쉽게 포기하는 이들은 다른 어떤 환경에서도 똑같은 기준으로 기대와 실망을 하면서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고 또 다른 길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항상 이러한 후보자들에게 다른 곳으로의 이직을 권하기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몸담은 조직과 환경에서 자기 계발에 시간을 좀 더 투자하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세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와 비슷한 경험과 상황에 놓인 후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므로 이 기고문을 통해 꼭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모소 대나무’(Moso bamboo) 이야기다.   중국 극동지방에는 ‘모소 대나무’ 라는 희귀종 대나무가 있다고 한다. 이 대나무는 씨를 뿌려도 몇 년 동안 거의 자라지 않는다. 4년여 동안 끈기와 인내로 정성껏 돌봐야 겨우 3cm 정도 자랄 뿐이다. 하지만 씨를 뿌린 지 5년이 지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대나무들이 하루에 30cm 이상씩 자라기 시작해 6주 만에 무려 15m 이상의 높이로 성장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던 땅은 금세 하늘로 곧게 뻗은 빽빽한 모소 대나무의 숲으로 변하게 된다. 4년 동안 거의 죽어있던 나무가 어떻게 한순간에 울창한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폭증적인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성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4년 동안, 대나무는 땅 밑에서 길고 넓게 뿌리를 뻗으며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소 대나무의 성장방식을 잘 알고 있는 농부들은 그 대나무가 어떻게 자랄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큰 성장이 없어도 꾸준히 물과 양분을 주며 가꿀 수 있었던 것이다.   당장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고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모소 대나무, 그에 비해 우리는 결과나 성과에 너무 의존해 내면의 뿌리를 내리는 데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세상이지만 우리 모두가 여기저기 부는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것보다 우직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끝까지 기다리며 기본을 다져간다면 아마 우리도 5년차 모소 대나무처럼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나무 숲이 되어 하늘 높이 솟아 있을 것이다. 조재원 / CESNA GROUP INC 미주법인장코참 칼럼 대나무 bamboo 희귀종 대나무 동안 대나무 폭증적인 성장

2024-03-13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세월 따라 멍들어도 늘 푸른 나무로

나이 들면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가는 곳마다 불평 늘어놓고 파토 내는 사람, 나설 자리도 아닌데 앞장 서 고군분투 하는 사람, 혼자서 북치고 나팔 부는데 따르는 군중은 없는 사람. 반면에 낮아지고 작아 보이지만 가만히 있어도 작은 보석처럼 반짝이는 사람, 자기 주장에 매몰되지 않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나이 값 대신 연륜과 경험으로 격려하고 다독여주며 잘 익은 포도주처럼 달달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한창시절에는 그런대로 잘 나가던 사람이 나이 들면서 해괴망측해져 과대망상에 빠져 설 자리 앉을 자리 구별 못할 지경에 이른 사람을 종종 본다. 근본적인 원인은 ‘젊을 때 한가락 했다’는 영웅심리의 뒷북치기로 과욕을 주체 못해 노욕에 이르게 된 까닭이다.   노욕(老慾)은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물욕, 정욕보다 더 추하다고 말한다. 노욕은 자신이 서 있는 장소와 때, 분수를 모르는 탐욕에서 출발한다.   공자는 ‘논어 계씨편’에서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가지를 ‘젊을 때는 혈기가 안정을 못 찿으니 여색을 경계하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왕성하니 싸움을 멀리하고, 늙으면 기가 쇠약함으로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한국사람은 감투쓰기를 엄청 좋아한다. 감투가 성공의 월계관이 되기는커녕 낙인으로 찍혀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사람을 본다. 명칭이 유사한-혹은 같은 단체로 다른 이름인-단체장을 맡기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던 분을 기억한다. 양쪽 다 지지하는 숫자 늘리려고 수십통의 이메일을 보냈는데, 자기편 만들려고 정성 들여 이메일 보낸 분은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었고 결국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위대한 성취나 직함보다 떠나기 전 가족들과 좀더 편안하고 다정한 시간 보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노욕의 원천은 과거지향적인, 철 지난 영웅심리에서 출발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회상하며, 맨손으로 파리 잡던 시절을 멧돼지 잡는 영웅전기로 둔갑시킨다.     젊은 시절 꽤나 괜찮던 사람이 현재 상황이 흡족하지 못할 경우, 횡설수설 돈키호테식 무용담으로 주변을 피곤하게 한다. 무너져내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노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멈출 때와 돌아설 시간을 알면 사는 게 수월해진다.   ‘즐거웠던 그날을 돌이킬 수 있다면’라는 노래를 자주 즐겨 부르면 꼰대로 등록된다. ‘물레방아간 첫사랑’의 처녀는 이미 할머니가 됐다. 과거는 흘러갔다.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는 허공을 향해 부르짓는 메아리다. 잘난 체 있는 체 허세 부리지 말고 눈치 빠르게 커피값이라도 재빨리 계산하는 게 어른 대접 받는 묘수다. 현재에 충실하고, 자기 생각보다 경청하는 귀를 가지면 꼰대의 허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앙드레 지드는 ‘늙기는 쉬어도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양버들은 꺾이지 않고 산들바람에도 나부낀다. 두 팔 길게 늘어트리고 미소 지으며 손짓한다. 가을 잎이 바람에 흩날린다고, 휘영청 늘어진 가지 버리고 떠나가지 않는다.   아름드리 큰 고목나무 아래 삼만이 아재가 대나무를 엮어 만든 평상에 누워 수없이 반짝이는 별을 셌다. 별을 헤는 유년의 밤은 아름다웠다. 가마솥처럼 찌는 여름날엔 나물 캐서 돌아온 옥이언니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고목나무 아래 비스틈이 누운 광주리로 떨어졌다.   고목은 늙지 않는다. 오래 살고 있을 뿐이다. 기억하고 되새김 할 그리움이 많은 사람은 혼자 슬며시 웃는다. 기억의 바다에는 피라미, 송사리, 미꾸라지들이 줄지어 헤엄친다. 내일이 세상 끝이라 해도, 늘 푸른 나무로 사는 사람은 오늘 희망의 씨를 뿌린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세월 나무 고목나무 아래 아재가 대나무 횡설수설 돈키호테식

2023-10-25

[글마당] 내 마음의 섬

울릉도에서 죽도를 마주 보면서 뱃길로 15분   멀리서 보면 파도에 흔들릴 것 같이 작게 보이는 섬이나   깎아내린 수직의 절벽은 쉽게 가까이할 수 없는 위엄   세상의 추함이 들어올 틈이 없는 요새다       367개 계단을 나선형으로 한 걸음씩따라 오르면서   들고 온 세상의 것들을 하나씩 떼어내어   몸과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질 때쯤이면   절벽에 핀 노오란 유채꽃 무더기들이 환하게 밝혀준다       계단을 다 오르면 대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다   숲은 차츰 대나무 동굴로 변하며 어두워지고   동굴 끝에 빛이 들어와 상상의 나래를 그칠 즈음엔   현실 밖의 아득한 다른 세상으로 문이 열린다       밝은 빛이 그려내는 눈부신 정경에 탄식이 쏟아진다   우리가 꿈꾸던 낙원의 한 장면인가   잘 가꾸어진 정원과 잔디밭   각 색깔로 수놓은 꽃나무를 배경으로   전면의 푸른 유리창으로 서양식 외양을 갖춘   아름다운 저택은 이 섬을 지키는 한 가정의 보금자리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들판 옆에서   더덕밭을 일구며 허리 굽혀 캐던 팔뚝만 한 더덕   고랭지의 최적 조건으로 7년을 키워   최상품을 수확하는 농부의 각별한 수고를   한여름에 만발하는 보랏빛 초롱꽃이 위로한다       오지의 무인도가 낙원으로 이루어지기까지   한 가족의 평생이 바쳐졌다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세상 떠나신 어머니와   더덕밭 일구며 집 공사와 정원 만들기로 일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섬을 잇기 위해   아들이 혼자서 지켜낸 죽도 살이   지독한 외로움 끝에 이젠 세 식구가 되어   울릉도의 삼선암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오른다   절경에 빠져 암석이 된 세 선녀를 감싸 안은   짙푸른 바다가 평안을 선물한다. 최양숙 / 시인·웨스트체스터글마당 마음 대나무 동굴 무인도가 낙원 보랏빛 초롱꽃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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