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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내 마음의 섬

울릉도에서 죽도를 마주 보면서 뱃길로 15분
 
멀리서 보면 파도에 흔들릴 것 같이 작게 보이는 섬이나
 
깎아내린 수직의 절벽은 쉽게 가까이할 수 없는 위엄
 
세상의 추함이 들어올 틈이 없는 요새다
 


 
 
367개 계단을 나선형으로 한 걸음씩따라 오르면서
 
들고 온 세상의 것들을 하나씩 떼어내어
 
몸과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질 때쯤이면
 
절벽에 핀 노오란 유채꽃 무더기들이 환하게 밝혀준다
 
 
 
계단을 다 오르면 대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다
 
숲은 차츰 대나무 동굴로 변하며 어두워지고
 
동굴 끝에 빛이 들어와 상상의 나래를 그칠 즈음엔
 
현실 밖의 아득한 다른 세상으로 문이 열린다
 
 
 
밝은 빛이 그려내는 눈부신 정경에 탄식이 쏟아진다
 
우리가 꿈꾸던 낙원의 한 장면인가
 
잘 가꾸어진 정원과 잔디밭
 
각 색깔로 수놓은 꽃나무를 배경으로
 
전면의 푸른 유리창으로 서양식 외양을 갖춘
 
아름다운 저택은 이 섬을 지키는 한 가정의 보금자리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들판 옆에서
 
더덕밭을 일구며 허리 굽혀 캐던 팔뚝만 한 더덕
 
고랭지의 최적 조건으로 7년을 키워
 
최상품을 수확하는 농부의 각별한 수고를
 
한여름에 만발하는 보랏빛 초롱꽃이 위로한다
 
 
 
오지의 무인도가 낙원으로 이루어지기까지
 
한 가족의 평생이 바쳐졌다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세상 떠나신 어머니와
 
더덕밭 일구며 집 공사와 정원 만들기로 일만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섬을 잇기 위해
 
아들이 혼자서 지켜낸 죽도 살이
 
지독한 외로움 끝에 이젠 세 식구가 되어
 
울릉도의 삼선암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오른다
 
절경에 빠져 암석이 된 세 선녀를 감싸 안은
 
짙푸른 바다가 평안을 선물한다.

최양숙 / 시인·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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