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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수교 30년, 단교 30년

24일로 중국과 수교한 지 30주년, 대만과 단교한 지 30주년을 맞는다. 대만과 단교할 때 대만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조희용 전 캐나다주재 대사가 지난 3월 ‘대만 단교 회고’를 펴냈다. 자신의 경험에 한국은 물론 중국과 대만에서 관련 자료를 꼼꼼히 수집해 기록을 남겼다. 책은 우리 외교에 크게 세 가지 교훈을 던지고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곧잘 시간 싸움에서 패한다는 것이다. 협상은 느긋하게 밀고 당겨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무얼 이루려다 보니 상대 페이스에 말리곤 하기 때문이다. 30년 전 한중 수교 협상에 나선 우리 대표단은 두 가지 사항이 중요했다. 조기 수교와 노태우 대통령의 방중 성사였다. 한데 수교하던 1992년은 사실상 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에 해당하는 해였다.   우리는 시간에 쫓기는데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우며 이걸 인정 안 하면 더는 대화가 없다는 식으로 버텼다. 결국 우리 외교는 중국 요구 대부분을 수용하면서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첫 번째 수교국이었던 대만에 대해선 배려가 소홀했다. 대만으로부터 “은혜를 잊고 의리를 저버렸다(忘恩負義)”는 말을 듣게 된 배경이다. 여기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은 중국과의 협상에선 되도록 마감시한을 갖지 않는 게 좋다는 점이다.   두 번째 교훈은 중국에 한국은 밀면 밀린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이다. 중국은 수교를 위한 한국과의 첫 번째 공식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기본 입장과 태도를 단기간에 경험하며 한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나름의 접근법을 정립할 수 있었다.   첸치천 중국 외교부장은 수교 교섭 2차 예비회담 이후 한국의 마지막 패를 다 읽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이후 마늘 파동이나 사드(THAAD) 사태 등 분쟁이 생길 때마다 중국이 보이는 강경한 태도의 배경에 혹시 과거 수교 당시 갖게 된 한국은 밀면 밀린다는 인식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세 번째는 우리 외교의 고질적인 문제로서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이다. 정권마다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외교 당국이 매달리면서 대국 및 북한 중심의 외교를 하다 보니, 여타 주요 국가에 대한 배려와 투자를 소홀히 하게 된다.   특히 그때그때 정치권의 단기적인 계산에 영합해 불과 몇 년 전의 관계나 약속을 저버리고 대외 관계를 처리하는 건 궁극적으로 국익을 해치고 국위를 손상하는 일이라고 조 전 대사는 말한다. 수교 30주년을 축하하되 단교 30주년의 상처를 돌아보며 과거의 잘잘못을 되새겨 미래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수교 단교 대만 단교 한중 수교 수교 교섭

2022-08-22

트럼프, 사우디 피의 숙청에 "왕세자 잘 한다" 지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피의 숙청'을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도중인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살만 왕과 왕세자에게 큰 믿음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뭘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이 가혹하게 대우하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수년간 자기 나라를 쥐어짰다!"고 남겼다. 사촌형을 제치고 왕위 계승자가 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32·약칭 MBS)가 일가 친척을 상대로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트윗이었다.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4일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수십명을 체포했다. 이튿날엔 만수르 빈무크린 왕자가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하고, 압둘아지즈 빈파하드 왕자는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등 왕자 두 명이 숨졌다. 살만 국왕은 칙령을 내리고 반부패위원회에 압수수색, 계좌추적, 출국금지, 자산동결, 체포영장 발부 등 막강한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사우디 안팎에서는 왕세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한 숙청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날 사우디 왕가의 숙청 작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달 29일 비밀리에 사우디를 찾아 며칠간 MBS와 밀담을 나누며 전략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쿠슈너는 당시 민항기를 이용해 아랍 전문가인 디나 파월 국가안보회의(NSC) 전략담당 부보좌관, 제이슨 그린블래트 중동특사도 동행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이 살만 왕과 왕세자를 지지하는 트윗을 날린 것이다. MBS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병권을 갖고 있다가 지난 6월 무함마드 빈나예프 알사우드 내무장관을 몰아내고 왕세자에 올라 내무부 병력을 틀어쥔 데 이어 이번 숙청으로 사우디 제3의 병권인 국가방위부까지 손에 넣었다. 이번 숙청으로 구금된 주요 인물 중 하나는 '중동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무함마드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트윗으로 부딪힌 바 있다. 그는 "당신은 미국 공화당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수치"라며 "절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니 기권하라"고 했고, 트럼프는 "멍청한 빈탈랄 왕자가 아버지 돈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통제하려는데, 내가 당선되면 그런 짓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맞붙었다.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사우디의 정책을 배후에서 좌우하는 실세가 되자 빈탈랄 왕자는 지난달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는 좋은 게 많다. 주가 상승은 분명히 오바마케어가 폐지되고 세제개혁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가능했다"고 호평하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숙청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빈탈랄은 일찌감치 애플과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냈고 최근 몇 년 사이 트위터,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 시티그룹, 전 세계 곳곳의 최고급 호텔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사우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스는 디즈니, 애플, G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할리우드 콘텐츠 메이저 21세기폭스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숙청 과정에서 체포된 왕족과 전직 장관들은 6일까지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대부분은 현재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돼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개헌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재권을 얻은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사우디 피의 숙청에도 지지를 표명하면서 일부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국제 사회에 독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7-11-07

사우디 왕가 또 '피의 숙청'…빈살만, 알왈리드 등 왕자 체포

지난 6월 왕세자였던 사촌형을 축출하고 왕세자 자리를 넘겨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32)의 권력 강화 시도가 가족 간 '피의 숙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날 사우디 당국이 반부패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위원회의 수장은 사우디 국왕 살만 빈압둘아지즈(82)를 대신해 국정을 총괄하고 있는 빈살만 왕세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체포된 왕자들 중엔 '아랍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무함마드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포함됐다. 빈살만의 사촌형인 알왈리드는 4일 기준 소유 자산 180억 달러로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 부자 순위 45위를 기록 중인 아랍권 최대 부호다. 알왈리드가 소유한 투자회사 킹덤홀딩스는 애플, 디즈니, 21세기폭스, G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숙청은 이날 저녁 실시된 대규모 인사 교체에서도 이어졌다. 빈살만은 국가방위부 장관을 맡고 있던 미텝 빈압둘라 왕자를 경질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인 칼레드 빈아야프를 앉혔다. 미텝은 1974년 22세의 나이로 사관학교를 졸업해 임관한 이래 평생을 군에 몸 담아온 사우디 군부의 핵심 인사다. 지난 2010년 50여 년간 사우디군을 지휘해 온 아버지 압둘라 전 국왕으로부터 지휘권을 이어받고 군을 통솔해 왔다. 불과 5개월 전 왕세자로 책봉된 빈살만이 사우디 경제의 '큰손'과 2대에 걸쳐 쌓아 온 군 권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셈이다. 새로 설치된 반부패위원회는 국왕의 이름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수사권과 여행금지·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행사할 수 있어 향후 더 많은 사우디 고위 인사들이 숙청될 가능성이 예고된다. NYT에 따르면 이날 수도 리야드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의 영업이 중단되면서 현지에선 이 호텔을 왕족을 수감하는 감옥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리야드의 전용기 비행장도 폐쇄됐다. 이번 숙청은 빈살만이 추진 중인 개혁을 성공시킬 권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빈살만은 지난 6월 왕세자로 책봉된 이래 사우디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우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 9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지난 30여 년간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었다"며 극단주의를 타파하고 온건 이슬람 국가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빈살만의 포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사우디 서부 사막지대에 서울 44배 규모인 2만6500㎢ 면적으로 조성되는 신도시 '네옴' 프로젝트다. 빈살만은 지난 9월 개최된 미래투자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서 5000억 달러를 투자해 이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빈살만은 "네옴은 석유가 아니라 바람과 태양 등 천혜자원 기반으로 조성된다"면서 "이곳은 관습적인 기업이 아니라 몽상가들을 위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살만 국왕이 머지않아 퇴위하고 빈살만에게 왕위를 승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갑작스런 빈살만의 왕세자 책봉부터 대규모 개혁 프로젝트 발표, 대대적 숙청까지의 흐름은 빈살만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왕실 측근을 인용해 살만 국왕이 퇴위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왕위 계승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기준 기자

2017-11-05

또 불거진 '카타르 월드컵 변경'

5일 사우디 아라비아ㆍ바레인ㆍ아랍 에미리트(UAE)ㆍ이집트ㆍ리비아 등 7개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낙인찍힌 이웃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 걸프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지며 5년뒤 월드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타르는 7년전 국제축구연맹(FIFA) 개최지 투표에서 뇌물 지원 등 각종 스캔들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ㆍ미국을 제치고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경기장 건설에 북한 등 외국의 근로자들을 열악한 조건으로 혹사시킨 일로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해 4월에는 알 바이트 경기장 건설현장에서 인도인 노동자가 심장마비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텍사스주 라이스대 베이커 연구소의 걸프 문제 전문가 크리스찬 울리히젠 연구원은 "카타르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월드컵 개최에도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카타르는 "사상 첫 중동지역 월드컵 개최가 지구촌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최지 변경 가능성이 날로 커지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걸프국가-카타르 사이의 외교분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전격 방문, 테러에 맞선 양국의 관계 강화를 강조한뒤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사우디는 카타르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또 카타르는 미국ㆍ사우디의 '적성국'인 이란과도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일단 FIFA는 "카타르와의 일상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영국 샐포드대의 사이몬 채드윅 스포츠 산업학과 교수는 "이번 분쟁은 리스크 평가와 대응 계획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카타르는 더 민감한 이슈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당장 오는 12월에는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걸프컵이 카타르에서 정상적으로 개최될지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또 사태가 악화될 경우 테러에 민감한 유럽ㆍ남미국가들이 개최지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도 커 이래저래 FIFA의 고민은 깊어만 갈 전망이다. 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bong.hwashik@koreadaily.com

2017-06-05

"우리가 무함마드 적통"…수니·시아파 1400년 전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은 이슬람 대표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오랜 구원에서 비롯됐다. 이슬람교 전체의 85%가량을 차지하는 수니파와 소수파인 시아파의 갈등은 1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32년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후계자 없이 사망하자 이슬람 세력은 분열됐다. 수니파는 공동체 합의로 칼리프(정치.종교 지도자) 선출을 주장했으나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친.인척만 칼리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니파 뜻대로 선출된 1~3대 칼리프들은 병사 하거나 암살당했다. 시아파가 적통이라고 주장한 알리는 4대 칼리프가 됐지만 수니파에 의해 암살당했다. 그의 차남 후세인과 그 가족들도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피살되며 수니파와 시아파는 원수 사이가 됐다. 수니파는 이후 칼리프제를 이어가며 정복 활동을 벌였다. 동유럽과 중앙.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까지 영향력을 넓혀 오늘날의 이슬람 영역을 확립했다. 칼리프 국가는 1922년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멸망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18세기부터 아라비아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우드 가문이 32년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건국하고 이슬람 성지 메카.메디나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사우디는 수니파의 맹주가 됐다. 칼리프를 부정하고 알리와 후손들을 추종한 시아파는 이라크 지역에 정착했다. 이란은 수니파가 우세한 나라였지만 오스만 제국과의 갈등으로 1500년께 시아파로 종파를 바꿨다. 이란은 79년 혁명 이후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한다. 사우디와 이란은 3년간 외교 관계가 단절되기도 했다.

2016-01-04

하메네이, 사우디에 "신의 분노 내려질 것"

중동 분쟁의 밑바닥엔 종파 갈등이 있다. 크고 작은 수니.시아파 간 충돌이 있어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일(현지시간) 테러리스트라며 47명을 집단 처형한 것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사우디 내에서 반정부 목소리를 내온 50대 중반의 시아파 성직자 님르 바크르 알님르가 포함돼서다.  사우디 법원은 2011년 '아랍의 봄' 때 알님르가 시아파의 반정부.민주화 시위를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불순한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왕권에 불복종하고 공권력을 공격했다고 판단해 2014년 사형을 선고했다.  알님르의 사면을 요구해 왔던 시아파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탄압받았던 순교자의 피가 뿌려졌다. 신의 분노가 사우디 정치인들에게 내려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외무부도 "사우디가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를 지원하면서도 국내에선 압제와 처형으로 비판 세력에 대응한다. 이런 정책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의 시아파 정파에서도 "바그다드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즉시 폐쇄하고 대사를 추방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사우디는 지난달 15일 바그다드에 대사관을 25년 만에 다시 열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암살"이라고 규정했다.  이들 국가에선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의 테헤란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이 공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였다. 수십 명의 시위대는 "(사우디 왕가인) 알사우드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이란의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에도 돌이 날아들었다. 사우디 국기가 찢기기도 했다. 사우디정부는 2일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국제사회는 우려했다. 사우디의 집단 처형을 비판하면서도 시아파 국가들엔 자제를 요청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우디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 달라. (이번 처형이) 종파적 긴장을 악화시키는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양측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나라는 이미 시리아.예멘 내전의 해법을 두고 갈등해 왔다.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진영과 예멘의 후티 반군을 사우디는 시리아 반군과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왔다. 이라크 내 종파 갈등의 배후에도 이들이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알님르의 처형을 두고 "그간 미룬 형 집행을 한 것뿐"이라고 말한다. 처형자의 대부분은 수십 년 전 사형 선고를 받은 알카에다 대원들이다. 사우디 내에선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시아파 국가들은 물론 서구에서도 '정치적 처형'이란 견해가 있다. 알님르가 공개적으로 반체제 활동을 한 게 사우디의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알님르는 사우디 왕가를 조롱하기도 했다. 2012년 내무 장관이던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왕자를 향해 "벌레에 먹혀 죽을 것이고 무덤 속에서도 지옥의 고통을 맛볼 것"이라고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2016-01-03

사우디-이란 '외교 단절'…새해 중동지역 긴장 고조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 새해 벽두부터 중동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3일 테헤란 주재 사우디대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자 이란과 외교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사우디에 주재한 모든 이란 외교관들은 48시간 이내에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수니파 왕국의 안보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2일 시아파의 저명한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47명을 테러 혐의로 처형했다. 알님르는 2011년 사우디 동부 알와미야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알님르에 대한 사우디의 처형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에서는 성난 군중들이 사우디 대사관에 불을 지르고 대사관 건물 지붕에서 비방성 전단을 뿌리며 항의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사우디를 비난했지만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 등의 방법으로 공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놓고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우디의 집단 처형을 비판하면서도 시아파 국가들엔 자제를 요청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우디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 달라. (이번 처형이) 종파적 긴장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양측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나라는 이미 시리아·예멘 내전의 해법을 두고 갈등해 왔다.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진영과 예멘의 후티 반군을, 사우디는 시리아 반군과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왔다. 이라크내 종파 갈등의 배후에는 이들이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알님르의 처형을 두고 "그간 미룬 형 집행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처형자의 대부분은 수십 년 전 사형 선고를 받은 알카에다 대원들이다. 그러나 시아파 국가들은 물론 서구에서도 '정치적 처형'이란 견해가 있다. 알님르가 공개적으로 반체제 활동을 한 게 사우디의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알님르는 사우디 왕가를 조롱하기도 했다. 2012년 내무 장관이던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왕자를 향해 "벌레에 먹혀 죽을 것이고 무덤 속에서도 지옥의 고통을 맛볼 것"이라고 했다. 원용석 기자

20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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