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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우디 피의 숙청에 "왕세자 잘 한다" 지지

쿠슈너, 왕세자와 사전 밀담
트럼프와 대립 빈탈랄 왕자
숙청대상으로 호텔에 구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피의 숙청'을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도중인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살만 왕과 왕세자에게 큰 믿음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뭘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이 가혹하게 대우하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수년간 자기 나라를 쥐어짰다!"고 남겼다.

사촌형을 제치고 왕위 계승자가 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32·약칭 MBS)가 일가 친척을 상대로 대대적인 숙청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트윗이었다.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4일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수십명을 체포했다. 이튿날엔 만수르 빈무크린 왕자가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하고, 압둘아지즈 빈파하드 왕자는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사망하는 등 왕자 두 명이 숨졌다.

살만 국왕은 칙령을 내리고 반부패위원회에 압수수색, 계좌추적, 출국금지, 자산동결, 체포영장 발부 등 막강한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사우디 안팎에서는 왕세자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한 숙청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날 사우디 왕가의 숙청 작업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달 29일 비밀리에 사우디를 찾아 며칠간 MBS와 밀담을 나누며 전략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쿠슈너는 당시 민항기를 이용해 아랍 전문가인 디나 파월 국가안보회의(NSC) 전략담당 부보좌관, 제이슨 그린블래트 중동특사도 동행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이 살만 왕과 왕세자를 지지하는 트윗을 날린 것이다.

MBS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병권을 갖고 있다가 지난 6월 무함마드 빈나예프 알사우드 내무장관을 몰아내고 왕세자에 올라 내무부 병력을 틀어쥔 데 이어 이번 숙청으로 사우디 제3의 병권인 국가방위부까지 손에 넣었다.

이번 숙청으로 구금된 주요 인물 중 하나는 '중동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억만장자 무함마드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트윗으로 부딪힌 바 있다.

그는 "당신은 미국 공화당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수치"라며 "절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니 기권하라"고 했고, 트럼프는 "멍청한 빈탈랄 왕자가 아버지 돈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통제하려는데, 내가 당선되면 그런 짓을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맞붙었다.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사우디의 정책을 배후에서 좌우하는 실세가 되자 빈탈랄 왕자는 지난달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는 좋은 게 많다. 주가 상승은 분명히 오바마케어가 폐지되고 세제개혁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가능했다"고 호평하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숙청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빈탈랄은 일찌감치 애플과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냈고 최근 몇 년 사이 트위터,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 시티그룹, 전 세계 곳곳의 최고급 호텔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사우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스는 디즈니, 애플, G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할리우드 콘텐츠 메이저 21세기폭스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숙청 과정에서 체포된 왕족과 전직 장관들은 6일까지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대부분은 현재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 구금돼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개헌 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독재권을 얻은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사우디 피의 숙청에도 지지를 표명하면서 일부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국제 사회에 독재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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