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이란 '외교 단절'…새해 중동지역 긴장 고조
시아파 지도자 등 47명 처형에
이란 주민 사우디 대사관 방화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3일 테헤란 주재 사우디대사관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자 이란과 외교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했다.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사우디에 주재한 모든 이란 외교관들은 48시간 이내에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수니파 왕국의 안보를 훼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2일 시아파의 저명한 지도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47명을 테러 혐의로 처형했다. 알님르는 2011년 사우디 동부 알와미야에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
알님르에 대한 사우디의 처형 소식이 전해진 뒤 이란에서는 성난 군중들이 사우디 대사관에 불을 지르고 대사관 건물 지붕에서 비방성 전단을 뿌리며 항의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사우디를 비난했지만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 등의 방법으로 공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번 사태를 놓고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우디의 집단 처형을 비판하면서도 시아파 국가들엔 자제를 요청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우디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 달라. (이번 처형이) 종파적 긴장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양측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나라는 이미 시리아·예멘 내전의 해법을 두고 갈등해 왔다.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진영과 예멘의 후티 반군을, 사우디는 시리아 반군과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왔다. 이라크내 종파 갈등의 배후에는 이들이 있다.
사우디 정부는 알님르의 처형을 두고 "그간 미룬 형 집행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처형자의 대부분은 수십 년 전 사형 선고를 받은 알카에다 대원들이다.
그러나 시아파 국가들은 물론 서구에서도 '정치적 처형'이란 견해가 있다. 알님르가 공개적으로 반체제 활동을 한 게 사우디의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알님르는 사우디 왕가를 조롱하기도 했다. 2012년 내무 장관이던 나예프 빈 압둘아지즈 왕자를 향해 "벌레에 먹혀 죽을 것이고 무덤 속에서도 지옥의 고통을 맛볼 것"이라고 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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