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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엔 노년 공부가 필수"…은혜 평생교육 대학

풀러턴 은혜한인교회 부설 은혜평생교육대학(이하 은평대, 학장 한기홍 담임목사)이 내달 6일(수) 봄 학기를 시작한다.   봄 학기 강좌는 이날부터 5월 15일까지 총 11주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 9시~11시50분까지 교회 내 비전센터에서 진행된다.   서성남 학감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걸 계속 배워야 치매를 예방하며 젊게 살 수 있다. 100세 시대엔 노년 공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교목은 “은평대에서 친구를 사귀는 행복과 새로운 걸 배우는 설렘을 느낄 수 있다”라며 등록을 권유했다.   은평대 측은 올해 새로 마련한 탁구(코치 김명수), 우쿨렐레(강사 최진희), 쉬운 성경영어(강사 리처드 문)를 포함, 총 19개 과목을 선보인다.   문 강사는 “영화 장면을 활용해 이해하기 쉽게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과목은 ▶아이폰 ▶스마트폰 ▶컴퓨터 ▶수채화 ▶사군자 ▶서예 ▶캘리그래피 ▶사진 ▶색소폰 1, 2 ▶키보드 ▶드럼 ▶크로마하프 ▶기타 ▶건강(라인) 댄스 ▶성악(노래 교실) ▶골프 등이다. 은평대 측은 때때로 다양한 주제의 특강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성춘 교무처장은 “학기 말엔 각 과목 수강생이 11주 간 익힌 솜씨를 자랑하는 종강 발표회와 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이 때 큰 성취감을 느낀 수강생들이 학기 후에도 만나 동호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수강생 다수는 시니어지만, 연령 제한은 따로 없다. 은혜한인교회 교인 여부, 기독교인 여부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등록금은 양질의 점심과 간식 포함, 200달러다. 첫째 주와 마지막 주 점심엔 한식 뷔페가 제공된다.   은평대 측은 오는 21일(수) 오전 10시30분~11시30분, 일요일인 25일과 내달 3일 오전 10시30분~정오에 교회 본당인 비전센터 로비에서 사전 등록을 접수한다.   문의는 이성춘 교무처장(714-863-7373)이나 서성남 학감(714-496-1646)에게 하면 된다. 글·사진=임상환 기자노년 공부 노년 공부 은평대 측은 은혜한인교회 부설

2024-02-15

대관령 흑염소농축…노년 건강, 허약 체질엔 "흑염소농축이 최고"

흑염소는 성질이 따뜻해 겨울철 보양 음식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동의보감〉에는 흑염소가 심폐를 보호하고 기운을 끌어올린다고 기록돼 있다. 체온이 높아지면 보혈 효과로 인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해져 겨울철 면역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다량의 단백질과 함께 노화를 방지하는 토코페롤, 칼륨,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반면, 콜레스테롤과 지방은 적어 알짜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피코길에 위치한 '대관령 흑염소농축'은 흑염소농축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엑기스들을 제공한다. 농축액을 만들 때 재료에 따라 70시간 넘게 고아 내거나 굽고 다시 옮겨서 8시간을 더 고아 낸 뒤 착즙하는 등 정성을 다한다. 제조 시설에 대해서도 미연방위생협회(NSF)의 공식 인증을 받아 믿을 수 있다.     대관령은 전화 상담을 통해 고객의 연령과 몸 상태에 따라 맞춤 제품을 추천해준다. 흑염소농축은 노년 건강의 필수품으로 불릴 만큼 인정받으며 허약체질이나 수술 후 회복기 환자에게도 적극 추천된다. 한 달분 1박스가 300달러이며, 1박스에 60포의 흑염소농축이 담겨 있어 하루 2포씩 한 달간 복용하면 된다.     그 외 ▶원기회복과 정력 증강, 수족냉증 및 빈혈, 어린이 성장발육에 좋은 프리미엄 녹용대보탕(1박스 350달러) ▶기침과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배즙(150달러) ▶남성 고객들이 꾸준하게 찾는 흑마늘 진액(1박스 150달러)과 함께 골드쌍화탕(180달러), 대추농축(80달러), 양배추즙(80달러), 호박즙(100달러), 칡즙(150달러), 보라양파(100달러), 여주(80달러), 양파즙(60달러) 등 여러 가지 농축액이 준비돼 있다. 한인타운 내는 무료로 배달해준다.     ▶문의: (323)737-3477, (213)910-0083 흑염소농축 대관령 대관령 흑염소농축 노년 건강 알짜 건강식품

2024-01-07

[FOCUS] 바이든 재선 전략은 “넘어지지 않는 것”

지난주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전략 중 하나로 그가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80세 바이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자주 넘어지면서 고령화 논란이 불거지자 백악관이 예방에 나선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여름 콜로라도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모래주머니에 걸려 넘어진 이후 더욱 구체화됐다. 현재 바이든은 접지력이 강한 신발을 착용하고, 계단 통행에 유의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얼마 전에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기자회견 중 또 얼어 붙은 모습을 보였다. 81세 정치인의 건강 이상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고령화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매코널 대표는 기자회견 도중 2026년 상원 출마를 묻는 질문에 30초간 답변을 못했다.     ‘얼음’ 상황에 대해 매코널 대변인은 일시적인 어지럼증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7월에도 연방의회 회의 중 20초 정도 말이 끊긴 적이 있다. 말을 잇지 못하는 것 뿐아니라 모금행사에서 넘어지는 등 건강상 문제를 보이기도 했다.     고령화 논란이 가중되면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정면으로 노년 정치인을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매코넬 대표의 건강 이상과 관련, 고령 정치인에 대한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나이 상한선’까지 거론하면서 “75세 이상에서는 정신 감정을 해야 한다”며 “정치는 젊은 세대에게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밋 롬미 유타주 상원의원은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며 76세 자신의 나이를 이유로 차기 출마포기를 발표했다.     정치권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고령 정치인들은 정계를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원의 최장수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매코널 의원은 건강문제에도 불구하고 퇴진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그간 인터뷰에서 내년 선거에서 공화당 상원이 다시 다수당이 될 수 있도록 선두에 서겠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매코널에 이어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원도 내년 출마를 발표했다. 83세인 그의 20번째 도전이다. 두 차례 연방하원의장을 역임하면서 여성를 향한 보이지 않는 정치적 벽을 깬 인물로 평가받는 펠로시는 “자유와 정의로 상징되는 미국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며 도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정치인 고령화는 일부 유명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연방 상원의원의 연령대를 보면 60~69세 사이가 33명으로 가장 많고, 70~79세 사이가 31명으로 두번째 순이다. 80세 이상도 3명이다. 90세 다이앤 파인스타인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이 지난달 29일 별세하면서 89세의 아이오아주 찰스 그래슬리 의원이 최고령이 됐다. 그 다음으로 81세의 버몬트주 버니 샌더스 의원, 81세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있다. 전체 의원의 70% 가까이가 60대 이상이고 평균연령도 65.3세다. 1789년 이후 역대 두번 째로 평균나이가 높다.     상원의원의 고령화도 두드러지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대통령 나이다. 바이든은 공군사관학교 외에도 2년 전 에어포스 원 탑승시 발을 헛디딘 것과 지난해 자전거를 타다가 발이 걸려 넘어진 것이 다시 거론되며 건강 문제가 이슈가 됐다. 또한 연설이나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단어 실수를 하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2024년 대통령 선거는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현재 80세고 도널드 트럼프는 77세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두 사람 모두 80대 나이에 국정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두 사람은 나이가 많다. 건국 이래 총 46명의 대통령이 취임했고 평균나이는 55세다.     가장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인물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암살로 42세에 대통령직을 승계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한 경우로 한정하면 루스벨트보다 1년 늦은 43세에 당선된 존 F. 케네디가 최연소다. 반면 가장 늦은 나이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다. 77세에 선거에 승리한 후 이듬해 78세에 공식취임했다.     역대 대통령의 연령대를 보면 50~54세가 13명으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55~50세가 12명을 기록하고 있다. 50대가 25명으로 전체 54%를 차지하고 이들 전후로 45~49세 그룹과 60~64세 그룹에 각각 7명씩 포진돼 있다. 50대를 중심으로 전후 연령층에 분포돼 있다.     고령 정치인들의 건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4명 중 3명이 ‘대통령직 연령제한’에 찬성했다. 또한 75세 이상 정치인들에 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76%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반대는 13%에 그쳤다.     특히 ‘건강과 나이가 재선 후 대통령직 수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7%가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는 동일한 질문에 30%로 나와 유권자들이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더 건강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를 근거로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연령차별이 된다. 또한 각각의 건강상태가 차이가 있는데 나이라는 일률적인 잣대로 건강 여부를 진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에게는 바른 판단력과 업무 수행을 위해 정신적·육체적 건강이 수반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후보자들의 연령은 고려 사항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고령 정치인 논란에도 결국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김완신 에디터FOCUS 재선 전략 고령 정치인들 노년 정치인 고령화 논란

2023-10-01

‘노년 공부’로 젊게 살며 치매도 예방

풀러턴 은혜한인교회 부설 은혜평생교육대학(이하 은평대, 학장 한기홍 담임목사)이 내달 6일(수) 가을학기를 시작한다.   가을학기 강좌는 이날부터 11월 15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9시~11시50분까지 교회 내 비전센터 2층 친교실에서 총 11주 동안 진행된다.   서 학감은 “노년에 새로운 걸 계속 배우면 젊게 살고 치매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관심과 취미를 함께하는 벗도 사귈 수 있다는 것이 은평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과는 예배, 체조, 강의 순으로 진행된다. 은평대 측은 정오엔 양질의 식사를 제공한다. 다양한 주제의 특강도 마련할 예정이다. 특강은 오후 1시에 시작한다.   수강생 다수는 시니어지만, 연령 제한은 따로 없다. 은혜한인교회 교인 여부, 기독교인 여부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가을학기엔 총 17개 과목이 마련된다. 과목은 ▶생활 영어 ▶건강(라인) 댄스 ▶한국 창작 무용 ▶중국어 ▶성악(노래 교실) ▶색소폰 ▶드럼 ▶키보드 ▶크로마하프 ▶기타 ▶서양화 ▶수묵화 ▶서예 ▶사진 ▶컴퓨터 ▶스마트폰 ▶아이폰 등이다. 수강생은 원하는 과목을 1개만 고를 수 있다. 등록금은 200달러다.   서혜란 서양화 강사는 “다양한 수준의 수강생이 서로 이끌고 의지하며 즐겁게 배운다. 전시회도 연다”라고 말했다.   마근일 기타 강사는 “두 손을 쓰며 연주하고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악보를 보고 노래하다 보면 치매 예방이 절로 될 것”이라며 “80세 어르신도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평대 수강생의 재수강률은 40%가 넘는다고 한다.   리처드 문 영어 강사는 “웨스트코비나, 리버사이드처럼 먼 곳에서 오는 이도 꽤 있다. 수업에서 배운 발음으로 말하니 타인종이 알아듣더라며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케네스 김 색소폰 강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악기는 아니지만, 한 학기 동안 배우고 개인 연습을 하면 교회 특송 연주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은평대 측은 오는 2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30분~정오, 이달 30일(수) 오전 10시30분~11시30분에 교회 비전센터(1645 W. Valencia Dr) 로비에서 등록을 접수한다.   문의는 이성춘 교무처장(714-863-7373) 또는 서성남 학감(714-496-1646)에게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치매도 노년 은평대 수강생 치매 예방 은혜한인교회 부설

2023-08-21

[삶의 뜨락에서] 노년의 아름다움

수십 년 동안 TV 저널리스트로 일했던 리사라플람메(Lisa LaFlamme)는 머리 염색을 중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고당했다고 하는 기사가 지난 18일 토요일자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었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성차별, 연령차별, 백발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고 있다고 한다. 나이 든 직업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 얼마나 사회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스트이자 사회 심리학자인 베티프리단은 ‘The Fountain Of Age’라는 그의 책에서 미국 사회의 노인에 대한 차별을 다루고 있다. ‘노인’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느낌은 외로움, 불쌍함, 허약함, 무기력함, 의존적임, 무능함, 매력 없음 등등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노년에 대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이러한 고정적인 믿음을 ‘엘더리미스틱(Elderly Mystique)’이라 한다. 엘더리미스틱은 여성 미스틱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영역과 역할 안에서 무수히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포기한 채, 억눌리고 찌그러진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고령화 현상을 무기력화 또는 퇴화 과정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자존심과 개성을 무시하고 단지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된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70대, 80대, 90대, 아니 몇살이 되든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고 매력 없는 것일까? 특히 많은 여성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콜라젠을 맞고, 필러를 넣고, 주름살을 지우는 등의 간단한 수술은 대부분이 다 한 번씩은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성형수술을 수차례 받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다. ‘자연과 식물 세계에서 부패의 징후를 보이는 모든 채소 또는 너무 익은 과일은 버린다. 그러나 늙어가는 인간을 버림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자각과 의식이다’라고 다윈은 말한다.   40대 초반의 어느 추운 겨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동안 눈이 침침해지는 것 같고 무엇이 끼인 듯 답답하여 안과의사를 찾아갔다. 몇 가지 검사를 끝낸 후 ‘노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양쪽 눈 모두 1.5의 완전한 시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느닷없이 ‘노안’이라는 말을 듣고 무슨 불치병에라도 걸린 듯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 조그마한 사건은 내 가까이에 와 있는 늙음과 아직도 젊음에 집착하고 있는 나와의 사이에 일어난 충돌이다.     만일 영원히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는 사람들이 다 떠난 후의 삶은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할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토노스는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의 사랑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못하고 늙어가면서 매미가 되어버렸다고 하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노년은 하나씩 하나씩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 삶의 깊이와 풍요로움을 더해가는 시기이다. 시인인 윌리암 엘러리채닝은 루시 에이킨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에서 “나는 한쪽 귀를 잃었지만 지금처럼 감미로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부족하면서 더 부유한 사랑을 느끼는 시기, 이것은 노년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닐까?     아름다운 노년! 그것은 불가사의한 삶의 신비 앞에서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무덤덤하게 살아가면서 내 안에 길이 남을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이춘희 / 시인삶의 뜨락에서 노년 성차별 연령차별 토요일자 뉴욕타임스 의존적임 무능함

2023-02-22

[기고] 노년의 총기난사 폭력

지난달 설날 전날 밤에 중국계 미국인들이 모여 사는 몬터레이 파크에서 총기를 난사해 11명을 살해하고 자살한 캔 트랜은 72세였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 총기 난사범이 됐다.     이틀 후 북가주의 해프문 베이에서 역시 반자동 소총으로 7명을 살해한 춘리 자오는 66세다. 이들이 아시아계라는 사실 보다 노년의 분노를 총격 살인으로 표출한 것이 더 섬찟하다.   두 사람은 중국계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여러가지다. 외국 태생이지만 미국 거주 기간이 길다. 즉, 총기에 대한 미국적 관념에 동화됐다. 또 풍요로운 도시에서 고립된 경계인으로 살았다. 편집증과 피해망상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있었다. 전에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블루칼라 일을 했고 트레일러에서 살았다. 총기난사 후 멈추지 않고 두 번째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 쌓인 울분이 많았고 평소 총을 가까이했다. 희생자 대부분 역시 아시아계 시니어다.     나이 들면 가족을 잃거나 퇴직으로 사회와의 연결 고리가 없어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트랜이 총을 쏜 댄스홀은 이민 1세들이 사회적 연결 고리를 찾고 춤을 통해 치유 받는 곳이다.     자오는 평소 버섯 농장의 열악한 작업 환경, 그리고 따돌림과 무시로 불만이 많았다. 그러다 상관의 100달러 배상 명령에 분노가 폭발해 현재와 예전의 일터를 공격했다.     이들의 삶은 노년의 이상 행동 방지 동력인 ‘사회적 고리 강화와 자존감 있게 나이 듦’과 거리가 멀었다.   미국서 매일 1만 명 정도가 65세가 된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1년에 총인구의 16% 정도인 5300만명이었다. 올해 56세에서 77세가 된 베이비부머는 7200만명을 넘는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쌓은 세대지만 팬데믹으로 은퇴를 가속화한 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수명연장으로 인해 더 많은 생활비 조달 걱정과 더불어 성인 자녀 재정 지원 부담도 갖는다.     노인이 분노, 불만, 우울증을 갖고 있거나 외롭고 소외되면 정신 건강이 취약해져서 돌발적으로 총기난사와 같은 폭력성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시니어들의 총기 오용이 빈번한 이유다. 2019년의 퓨 리서치 보고서에 의하면, 65세 이상의 총기 소유율은 43%로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높다. 지인이나 가족에게 받은 총기도 20%나 된다.   총기상들은 팬데믹을 기화로 공포감 조성, 자기 보호 본능, 기본권을 부추기며 인종과 나이에 따른 맞춤 광고로 많은 사람이 처음 총기 소유주가 되는 데 역할을 했다. 총기 구입의 최소 연령 제한은 있지만 언제까지라는 최대 제한은 없다. 고령일수록 치매, 우울증, 자살이 많으므로 총기를 소유한 시니어들의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 범죄에 사용된 총기의 대부분은 제 3자에게서 구입했거나 훔친 것이다. 특히 관리가 소홀한 개인 것을 훔친 경우가 96%나 된다.   86세인 스웨덴 작가 마가레타 메그너슨이 쓴 ‘스웨덴 사람 식의 활기차게 나이 들기(The Swedish Art of Aging Exuberantly)’는 시니어들의 정신 건강을 보듬는다. 저자는 나이 듦은 어쩔 수 없으니 살 만한 인생으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불편한 상황에도 낙심과 불평 대신 감사함을 찾는 포용심(embrace), 젊은 세대와 자주 접촉하기, 무조건 “Yes” 대답하기 등이다. 저자가 젊은 세대와의 교류 방법으로 추천한 ‘손주에게 질문하고 답 듣기와 먹을 것 주기’는 참 신선하다.   전국 사격스포츠협회에 따르면 시니어의 총기 구입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소유하면 언젠가 사용하게 될 총기의 총구가 어디를 향할지, 누구를 향할지 몰라 공포스럽다.     구입부터 사망까지 개인 소유자의 총기 보관 상태와 정신 건강을 감시 내지 확인해 주는 AI(인공지능)라도 있으면 좋겠다. 정 레지나기고 총기난사 노년 총기 소유율 정신 건강 총기 오용

2023-02-13

"노년이 된 월남전 전우들의 꿈 이끌겠습니다"

 1950년 발발했던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들의 평균연령이 90세를 넘어섰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지속됐던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유공자들의 그것은 한국전 참전유공자들보다 한세대 아래로 70대 중반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베트남전 참전 결정은 한미혈맹의 결정적 분수령으로 한국의 경제적 도약에 근간이 됐다. 이를 이룩한 것이 한인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달리 베트남전 참전 유공자들은 잊히고 외면 받았다.  이런 현실을 타계하고자  수십년 째 한결같이 이들 유공자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 온 한창욱 미주 베트남 참전 유공 전우 총연합회장을 만났다.   한 회장은 현재 " 워싱턴 보다 조지아 지역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아 지역에 한인 인구 유입이 가속화 되면서 지역 한인사회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월남 참전 유공자들 역시 보다 긴밀하고, 역동적으로 합심해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고 한 회장은 소개했다. 그 구심점에는 동남부 월남참전 유공 전우회(회장 여봉현)가 있다. 단체는 지난 7월 조지아주 둘루스에 위치한 화이트 채플 메모리얼 가든에서 묘지 50기를 기증받아 이를  '한인 월남참전 유공자 단체 묘지'로 단장할 예정이다. 특히 한 회장은 동남부 유공 전우회와 함께 단체 묘지를 단순한 '공동 묘지'가 아닌 월남 참전 유공자들의 명예와 유산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릴랜드 엘리콧시티에 조성된 '코리아타운 조형물'과 버지니아 비엔나 소재 '코리아 벨가든'과 같은 "한국 전통 조형물 등을 공동 묘지에 세우려 한다"고도 밝혔다. 이런 노력은 한 회장의 '고집'이자 '꿈'이다.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도 제대로 예우하지 않는 미국 내 한인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은 외로운 존재"이며 "우리의 권익을 챙기고, 명예를 세우기 위해서는 스스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 회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한 회장은 말했다. 이와 함께  "사업 실천과 행동보다, 개개인의 명예와 자리싸움에 연연하기 싫어 워싱턴 한인사회와 거리를 뒀다"는 한 회장은 조지아 지회의 추진력과 활동력을 보고 향군단체의 미래를 봤다고 한다.   한창욱 회장은 이제 조지아주의 월남 참전 유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센터' 건립에 뜻을 두고 있다.  노년이 된 전우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서로  의지하며 웃음과 눈물을 공유하는 것은 한 회장의 오랜 바람이었다.  이런 바람과 꿈을 이루기 위해 한 회장은 오늘도 워싱턴과 조지아를 분주히 오가고 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월남전 노년 한인 월남참전 한국전쟁 참전 동남부 월남참전

2022-09-06

키케로가 가르쳐준 ‘빛나는 노년’

키케로가 가르쳐준 ‘빛나는 노년’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하루해가 이미 저물었으되 오히려 노을이 아름답고, 한해가 곧 저물려 해도 오히려 귤 향기가 더욱 꽃답다. 한 생애의 말로인 노년은 군자로서 마땅히 백배로 정신을 가다듬을 때이다.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세 달이 모이면 한 계절이 된다. 사계절이 흐르면 일 년이 되고, 그 일 년들이 모여 일생이 된다. 일 년이 사계절이듯, 하루도 사계절이고 일생도 사계절이다. 생로병사가 곧 춘하추동 아닌가. 산다는 건 이 리듬을 따라 흘러가는 일이다. 청년은 청년답게, 노년은 노년답게. 이것이 인생이고 또 자연이다. 어떻게 하면 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구현해낼 것인가. 인류는 오랫동안 이 과제를 탐구해왔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고(志于學), 서른에 두 발로 서고(而立), 마흔에 미혹에 빠지지 않고(不惑), 오십엔 천명을 알고(知天命), 육십에는 귀가 순해지며(耳順), 칠십에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從心所欲不踰矩), 이것이 공자가 밟은 생의 스텝이다. 요컨대, 어떤 방식이건 이렇게 리듬을 탈 수 있어야 비로소 노년의 삶이 빛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도 그런 지혜의 산물이다. 키케로는 말한다. “인생과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번만 가게 되어 있네.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야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 이렇게 정리하면 노년은 결코 하위개념이 아니다. 청춘이 아무리 아름답고 힘차다 한들 거기에서 원숙함은 불가능하다. 원숙함이란 능력이나 재능 따위가 아니라 시간과 더불어 흘러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미덕이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로마제국의 웅변가이자 수사학자다. 고전라틴 산문의 창조자라는 평을 들을 정도의 대문호다. 〈노년에 관하여〉는 말년에 평생의 친구였던 아티쿠스에게 헌정한 대화록이다. 대화체의 생동감과 라틴어의 운율이 만났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시보다 더 시적인’ 산문으로 그득하다.     예나 이제나 사람들은 노년을 두려워하거나 경멸한다. 노년을 청년의 결핍으로 여기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쾌락을 즐기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한 키케로의 태도는 아주 단호하다. “세월이 정말로 젊은 시절의 가장 위험한 약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해준다면, 그것은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얼마나 멋진 선물인가!” 쾌락은 인생의 특권이 아니라 약점이란다. 더 나아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역병 가운데 쾌락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없다.” 오호, 쾌락을 역병에 비유하다니, 그야말로 통념의 전복이다. 그렇다면 금욕을 강변하는 것인가. 아니다. 금욕은 어떤 점에서 쾌락의 또 다른 짝이다. 하여 금욕의 기준이 엄격해질수록 쾌락에의 유혹도 커지는 법이다. 쾌락도 금욕도 아니라면 대체 어떤 길이 있을까.  오직 스스로 열어가야 한다. 그 스승은 자연이다.   이미 연로한 소포클레스에게 누군가 물었다. 아직도 성적 접촉을 즐기느냐고. 그에 대한 소포클레스의 응답. “아이고 맙소사! 사납고 잔인한 주인에게서 도망쳐 나온 것처럼 이제 나는 막 거기서 빠져나왔소이다.”그렇다. 쾌락은 거칠고 난폭하다. 거기에 휘둘리면 노예처럼 끌려 다녀야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년이 되면 이제 그 난폭한 주인에게서 해방될 수 있다. 욕구가 자연스럽게 잦아드니 결핍 또한 없다는 것. 그러므로 노년이란 ‘마음이 성욕과 야망 등 온갖 전투를 다 치르고 난 뒤 자신과 더불어 화해하는 시간’이다. 이런 이치를 터득해가는 것이 지혜다. 노년의 원숙함과 평화는 여기에서 비롯한다. 이 자연의 이치를 망각할 때 노년은 한없이 비루해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 시대가 그렇지 않은가. 동안(童顔)열풍과 성형중독이 보여주듯이, 우리 시대는 오직 젊음에 대한 열광 혹은 늙음에 대한 경멸이 난무한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은 무려 400살이나 먹었음에도 절대동안이다. 그리고 그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직 첫사랑의 추억 속에서 맴돈다. 당연히 노년의 지혜 같은 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노년에 는 체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노년의 체력 저하는 자연현상으로 슬퍼할 일이 못된다. 오히려 노년기에는 마음과 정신의 연마에 더욱 힘써야 한다. 육체와 달리 정신은 나이가 들어도 갈고 닦을수록 고양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노년이 되면 일을 못한다고? 큰일은 육체의 힘이나 기민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려와 판단력으로 하는 것이지.”노년이 죽음으로부터 멀지 않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더 멀리 있지도 않다. 젊었다 해도 오늘 당장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인의 죽음은 익은 과일이 땅에 떨어지듯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젊은이의 죽음은 익지 않은 과일을 강제로 따는 것과 같다. 그는 죽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농부들이 봄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오는 것을 바라보는 것 이상 죽음을 슬퍼할 이유는 없다. 자연에 의해 이루어진 모든 것은 좋은 것이다. 죽는 것만큼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키케로가 말하는 노년의 삶과 죽음은 자연의 섭리다.  노년은 쇠락과 체념의 시기가 아니다. 살아있는 동안 태어난 것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면 인생은 충분하다. 그는 혼란이 난무하고 혼탁한 속세를 떠나 신성한 영혼들이 모여 있는 하늘로 떠나는 그날을 영광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그곳에 가면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카토를 만나볼 수 있으리라며.....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이승에 잠깐 소풍 나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삶과 죽음은 일체다. 그래서 죽은 후에도 영원불멸이 이어지기 때문에 죽음을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톨스토이는 죽음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는 순간이 두려운가. 우리의 삶은 영원의 한 순간일 뿐이다. 생각해보라. 그러면 당신 이전에도 당신 이후에도 영원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심연 사이에서 당신은 사흘을 살든 3세기를 살든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키케로는 공화정 시대 로마의  철학자이며 정치인이었으므로 그의 말 속에는 로마의 국가철학이었던 스토아 사상이 잘 녹아 있다. 스토아철학은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승자의 철학이다. 키케로는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시대를 살았다. 카이사르는 키케로를 자기편으로 삼고자 했지만 키케로는 전제 군주가 되려는 카이사르의 야심에 반발했다. 키케로는 정치 활동을 중단하고 은둔 생활을 하다가 기원전 44년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뒤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권력을 장악한 안토니우스 역시 전제 정치를 펼치며 반대파를 처단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키케로는 원로원에서 안토니우스에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 결국 안토니우스가 보낸 자객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 옳은 것과 안전한 것 사이에서 옳은 것을 택했고, 그 대가로 죽음을 당했다. 키케로는 결코 '찌질'하지 않았다.             김지민 기자키케로 노년 쾌락도 금욕도 율리우스 카이사르 정치 활동

2022-04-13

[살며 생각하며] 노년의 배움

인간은 늘 공부해야 한다. 부는 물려줄 수 있지만 지식은 물려줄 수 없고, 지식이 없으면 아무리 큰돈을 남겨준 들 결코 지킬 수 없는 세상이다. 지식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지금 이 시기에 배움을 중단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사람들은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공부와는 담을 쌓는다. 별 재미도 없고 효율성도 없는 공부에 넌덜머리가 나기 때문이다. 누군가 공부하는지 안 하는지 평가하지도 않고, 몇 년 책을 읽지 않는다고 겉으로 표가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계속 깨뜨리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아서 함부로 자기주장을 펴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공부할수록 공부할 게 늘어나고, 공부하지 않을수록 공부할 게 없어지는 법이다. 공부하면 유연해지고 공부하지 않으면 고집스러워진다. 자기가 아는 세계가 전부라고 착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그날을 그날처럼 낭비할 때 늙는다. 나도 정년퇴직했을 때 정체성을 잃고 방황한 적이 있었다. 나를 원하는 곳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외로웠다.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움에서 찾았다. 그리고 배우는 기쁨을 경험하고 있다.     배움의 기쁨은 삶을 충만하게 해준다. 공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소년이 배우는 것은 해가 뜰 때 별빛 같고, 장년에 배우는 것은 한낮의 햇빛과 같고, 노년의 배움은 어둠속의 밝음과 같다.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은 마음을 계속 젊게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말이다.    공부하면 사고가 유연해진다. 사람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고집불통이 된다. 다른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옳고 최고로 착각하게 된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진다.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해지는 한편 분절화됐기 때문에 전체를 읽어내는 눈이 없다면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세계관이 하나인 사람은 세상을 하나의 방향으로만 이해한다.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극단적 우익이나 좌익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만의 우물 속에 갇혀 있으면 우물 속에서 외롭게 죽을 수도 있다. 공부를 많이 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다양한 나무가 자라는 숲과 같다.   그러면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 바로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면 도통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급한 일에 매달릴수록 삶의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호흡이 얕은 공부는 토익 점수 올리기, 업무관련 자격증 취득 등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끝난다. 이런 공부는 개인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으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가시적 성과는 낼 수 있지만, 생각의 힘을 키워주고 세상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근본적인 자기계발에 취약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와는 다른 공부를 해야 한다.   호흡이 긴 공부는 문학, 철학, 사학, 물리학, 음악, 미술 등 순수학문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공부는 지식을 풍부하게 해주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며, 나아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의 방향과 목표를 정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어른이 된 이후의 공부는 틀이 없다. 누가 공부를 많이 하는지 그렇지 않는지 구분하는 방법도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일단 지식을 많이 축적한 사람을 뒤늦게 따라잡는 것은 힘들다. 내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이미 때가 늦었다.    공부의 핵심은 역시 독서다. 책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책을 통하지 않고 공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빌 게이츠는 매일 한 시간, 주말에는 서너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낸다고 한다.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는 영국에 망명한 후 30여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영박물관 도서관을 찾았고, 오전 10시부터 문을 닫는 오후 6시까지 자신의 지정석 G-8에 앉아 연구하고 책을 썼다. 〈자본론〉은 여기서 탄생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 독서가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책과 자신과의 연결점이 없기 때문이다. 못 찾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관계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보자. 나와 관계있는 부분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부터 찾아 읽는 것이다.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     학해무애(學海無涯). 배움에는 끝이 없다. 공부로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변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인생의 정답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김건흡 / MDC시니어센터 회원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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