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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노년의 배움

인간은 늘 공부해야 한다. 부는 물려줄 수 있지만 지식은 물려줄 수 없고, 지식이 없으면 아무리 큰돈을 남겨준 들 결코 지킬 수 없는 세상이다. 지식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지금 이 시기에 배움을 중단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사람들은 학교 문을 나서는 순간 공부와는 담을 쌓는다. 별 재미도 없고 효율성도 없는 공부에 넌덜머리가 나기 때문이다. 누군가 공부하는지 안 하는지 평가하지도 않고, 몇 년 책을 읽지 않는다고 겉으로 표가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계속 깨뜨리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세상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아서 함부로 자기주장을 펴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공부할수록 공부할 게 늘어나고, 공부하지 않을수록 공부할 게 없어지는 법이다. 공부하면 유연해지고 공부하지 않으면 고집스러워진다. 자기가 아는 세계가 전부라고 착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기 시작한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그날을 그날처럼 낭비할 때 늙는다. 나도 정년퇴직했을 때 정체성을 잃고 방황한 적이 있었다. 나를 원하는 곳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외로웠다. 나는 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움에서 찾았다. 그리고 배우는 기쁨을 경험하고 있다.  
 


배움의 기쁨은 삶을 충만하게 해준다. 공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눈빛이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소년이 배우는 것은 해가 뜰 때 별빛 같고, 장년에 배우는 것은 한낮의 햇빛과 같고, 노년의 배움은 어둠속의 밝음과 같다.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은 마음을 계속 젊게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말이다. 
 
공부하면 사고가 유연해진다. 사람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고집불통이 된다. 다른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옳고 최고로 착각하게 된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진다.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해지는 한편 분절화됐기 때문에 전체를 읽어내는 눈이 없다면 세상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보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세계관이 하나인 사람은 세상을 하나의 방향으로만 이해한다.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극단적 우익이나 좌익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만의 우물 속에 갇혀 있으면 우물 속에서 외롭게 죽을 수도 있다. 공부를 많이 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다양한 나무가 자라는 숲과 같다.
 
그러면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 바로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면 도통 공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급한 일에 매달릴수록 삶의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다. 호흡이 얕은 공부는 토익 점수 올리기, 업무관련 자격증 취득 등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끝난다. 이런 공부는 개인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으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가시적 성과는 낼 수 있지만, 생각의 힘을 키워주고 세상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근본적인 자기계발에 취약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와는 다른 공부를 해야 한다.
 
호흡이 긴 공부는 문학, 철학, 사학, 물리학, 음악, 미술 등 순수학문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공부는 지식을 풍부하게 해주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며, 나아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의 방향과 목표를 정해야 한다. 이렇게 스스로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 어른이 된 이후의 공부는 틀이 없다. 누가 공부를 많이 하는지 그렇지 않는지 구분하는 방법도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일단 지식을 많이 축적한 사람을 뒤늦게 따라잡는 것은 힘들다. 내가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이미 때가 늦었다. 
 
공부의 핵심은 역시 독서다. 책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책을 통하지 않고 공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빌 게이츠는 매일 한 시간, 주말에는 서너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낸다고 한다. 〈자본론〉을 쓴 칼 마르크스는 영국에 망명한 후 30여 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영박물관 도서관을 찾았고, 오전 10시부터 문을 닫는 오후 6시까지 자신의 지정석 G-8에 앉아 연구하고 책을 썼다. 〈자본론〉은 여기서 탄생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다. 독서가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책과 자신과의 연결점이 없기 때문이다. 못 찾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관계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어보자. 나와 관계있는 부분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부터 찾아 읽는 것이다.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하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  
 
학해무애(學海無涯). 배움에는 끝이 없다. 공부로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방향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변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인생의 정답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김건흡 / MDC시니어센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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