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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노년의 아름다움

수십 년 동안 TV 저널리스트로 일했던 리사라플람메(Lisa LaFlamme)는 머리 염색을 중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고당했다고 하는 기사가 지난 18일 토요일자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었다. 캐나다 전역에서는 성차별, 연령차별, 백발에 대한 논쟁이 촉발되고 있다고 한다. 나이 든 직업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 얼마나 사회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페미니스트이자 사회 심리학자인 베티프리단은 ‘The Fountain Of Age’라는 그의 책에서 미국 사회의 노인에 대한 차별을 다루고 있다. ‘노인’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느낌은 외로움, 불쌍함, 허약함, 무기력함, 의존적임, 무능함, 매력 없음 등등이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하다. 노년에 대해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이러한 고정적인 믿음을 ‘엘더리미스틱(Elderly Mystique)’이라 한다. 엘더리미스틱은 여성 미스틱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영역과 역할 안에서 무수히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을 포기한 채, 억눌리고 찌그러진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고령화 현상을 무기력화 또는 퇴화 과정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에 노인들의 자존심과 개성을 무시하고 단지 동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게 된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70대, 80대, 90대, 아니 몇살이 되든 살아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고 매력 없는 것일까? 특히 많은 여성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콜라젠을 맞고, 필러를 넣고, 주름살을 지우는 등의 간단한 수술은 대부분이 다 한 번씩은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은 성형수술을 수차례 받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다. ‘자연과 식물 세계에서 부패의 징후를 보이는 모든 채소 또는 너무 익은 과일은 버린다. 그러나 늙어가는 인간을 버림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자각과 의식이다’라고 다윈은 말한다.
 
40대 초반의 어느 추운 겨울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동안 눈이 침침해지는 것 같고 무엇이 끼인 듯 답답하여 안과의사를 찾아갔다. 몇 가지 검사를 끝낸 후 ‘노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양쪽 눈 모두 1.5의 완전한 시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느닷없이 ‘노안’이라는 말을 듣고 무슨 불치병에라도 걸린 듯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 조그마한 사건은 내 가까이에 와 있는 늙음과 아직도 젊음에 집착하고 있는 나와의 사이에 일어난 충돌이다.  
 


만일 영원히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는 사람들이 다 떠난 후의 삶은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할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토노스는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의 사랑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못하고 늙어가면서 매미가 되어버렸다고 하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노년은 하나씩 하나씩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 삶의 깊이와 풍요로움을 더해가는 시기이다. 시인인 윌리암 엘러리채닝은 루시 에이킨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에서 “나는 한쪽 귀를 잃었지만 지금처럼 감미로운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부족하면서 더 부유한 사랑을 느끼는 시기, 이것은 노년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닐까?  
 
아름다운 노년! 그것은 불가사의한 삶의 신비 앞에서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무덤덤하게 살아가면서 내 안에 길이 남을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이춘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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